생각 빼기의 기술
이우경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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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속담에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말이 있다. 걱정이나 불안 같은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기분이 우울해지고 일상이 마비되는 경험을 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그렇다면 걱정이나 불안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웠을 때 비우는 방법은 없을까? 애초에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서울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이우경 교수의 책 <생각 빼기의 기술>에 따르면, 우리는 부정적인 생각을 뺄 수도 있고, 처음부터 머릿속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생각한다. 스스로 의식하면서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의식하지 않으면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생각에 '자동적'인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선 이를 '자동적 사고'라고 부른다. 자동적 사고는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인 경우에 더 활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직장에서 실수를 했을 때, 실수한 걸 깨닫고 반성하는 걸로 그치지 않고, 이 일로 상사가 나를 야단칠 거야, 낮은 업무 평가를 받을 거야, 결국 나는 해고당할 거야, 노숙자가 될 거야,라는 식으로 사고의 연쇄가 일어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사고의 연쇄를 막기 위해서는 마음속에 스치는 생각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하나씩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스스로 인지치료자가 되어 '그때 어떤 생각이 스쳤나요?'라는 질문을 해보라고 충고한다. 분노나 우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을 때, 지금 이 기분이 들기 바로 전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이 상황에 대해 어떤 기억이나 이미지가 떠올랐는지, 궁극적으로 나는 무엇을 걱정하는 것인지 등등을 헤아려 보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이 구체화되고, 그 과정에서 감정이 약해지고 통제 가능해진다.


판단하는 습관을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남이 하는 일에 이러쿵저러쿵 판단을 내리는 습관이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남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어느 직장에 다니는지, 무슨 옷을 입었는지, 어떤 헤어스타일을 했는지 등에 과도하게 신경 쓰고 그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반대로 남이 하는 일에 관심이 없거나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않는 사람은 생각이 단순하고 가볍다. 남을 판단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다. 내가 남을 판단하지 않으면 남도 나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걸 믿게 되고, 그러면 불필요한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삶이 훨씬 가벼워진다.


저자는 나에게 친절해지고 관대해지라는 조언을 덧붙인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면만 보거나 하나의 실패 사례를 과도하게 일반화하며 자기 자신을 모질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실패하면 실패한 대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부정적인 생각의 대다수가 걷히고 삶이 훨씬 가벼워진다. 이 밖에도 좋은 조언이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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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의 과학 - 하나의 세포가 인간이 되기까지 편견을 뒤집는 발생학 강의
최영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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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가 성관계를 하면 아이가 생긴다는 것만 알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정자와 난자가 만나고 수정란이 만들어져 배아가 되고 인간으로 성장하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성(性)에 대해, 생명에 대해, 인간에 대해 오해가 생기고 잘못된 편견이 생긴다.


이 책 <탄생의 과학>은 인간 탄생을 둘러싼 신화와 오해를 과학의 언어로 바로잡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책이다. 저자 최영은은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발생학 및 재생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미국 조지타운 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에 따르면 생명의 발생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발생학으로 설명된다. 발생학은 하나의 세포가 하나의 개체로 변화하는 과정을 공부하는 학문이다. 이 책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고, 유전자가 발현되고, 배아가 자라나고, 인간으로 완성되는 전 과정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추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정자와 난자의 만남에 관한 오해 중 대표적인 것은 정자가 난자를 향해 돌진하는 동안 난자는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고만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난자 역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발'되며, 정자가 나팔관 쪽으로 보다 쉽게 이동하도록 적극적으로 돕기까지 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과정에서 정자만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오해는 남녀 관계에서 남자는 적극적이고 여성은 소극적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학이 사회적 차별을 조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사회적 차별이 과학을 왜곡하고 잘못 전파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남성과 여성이 결정되는 과정에 대한 오해도 마찬가지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남자가 활력 있는 정액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딸을 낳는다고 주장했다. 불과 100여 년 전까지도 엄마의 영양 상태와 같은 환경 요인이 태아의 성별을 결정한다고 보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생각들은 전부 잘못이다. 성별을 결정하는 것은 남자에게 있는 Y염색체다. 일반적으로는 Y염색체가 있으면 남성, 없으면 여성이다. 그런데 최근 Y염색체가 없는 남성, Y염색체가 있는 여성이 발견되었다. 현재의 과학자들은 단순히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그 유전자가 인간의 특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손가락은 왜 각각 길이도 다르고 모양도 다를까. 이는 배아가 발달을 하는 동안 세포가 얼마나 많은 양의 메시지를 받느냐와 관련이 있다. 사실 배아 세포는 손가락을 만들라는 하나의 메시지만 받는다. 다만 얼마나 많은 양의 메시지를 받느냐에 따라 새끼손가락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집게손가락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단, 손가락을 만들라는 명령어를 담은 소닉 헤지호그 단백질, 일명 Shh 단백질은 엄지손가락 발달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엄지손가락은 다른 손가락들과 왜, 어떻게 다르게 발달하는 걸까. 나로서는 드물게 과학 분야에 호기심이 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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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 -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요리사였다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음, 김현철 옮김 / 노마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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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즐겨먹는 스파게티를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만들었다고?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노트>에 나오는 내용에 따르면, 스파게티를 만든 사람은 우리가 다 아는 불세출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맞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살았던 15세기 이탈리아의 음식 문화는 지금처럼 풍요롭지도, 다채롭지도 않았다. 종달새 혓바닥, 타조알 스크램블, 개똥지빠귀를 곁들인 돼지 요리 등이 당시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었다. 그조차도 부자들은 배불리 먹을 수 있었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때만 해도 감자와 토마토, 옥수수 같은 야채와 곡물이 신대륙에서 들어오기 전이었다. 사탕수수가 없으니 설탕도 없었고, 소금과 후추는 있었지만 금만큼 귀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이런 책을 집필할 수 있었던 걸 보면 말이다. 사실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출간을 목적으로 쓴 책이 아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스포르차 가문의 궁정 연회 담당자로 일하면서 맛본 음식들을 노트에 적었고 이를 <코덱스 로마노프>라는 소책자에 모아두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23년 동안 직장에 재직하면서 매일 먹은 음식을 기록한 시노다 나오키의 책 <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와 비슷한 콘셉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음식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 건 그의 성장 과정과 깊은 관련이 있다. 과자 제조업체를 운영한 그의 의붓아버지는 아들에 대한 사랑을 단것으로 표현했다. 그 영향인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수련과정 중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것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었고, 그로 인해 '돼지'라는 별명이 붙었다. 성장한 후에는 술집에서 접대부로 일하며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술집이 망한 후에도 음식 조리 기구를 발명하거나 새로운 음식법을 개발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아주 많다. 그중 제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표작 <최후의 만찬>의 탄생 배경이다. 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충만한 성령으로' <최후의 만찬>을 그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궁정 연회 담당자로 일했던 그가 그동안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었다. 당시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고용했던 스포르차 가문의 루드비코가 수도원 식당 벽에 벽화를 그려달라고 주문했고, 안 그래도 '만찬'이나 '요리' 같은 주제라면 껌뻑 죽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2년 9개월 동안 신나게 그림을 그렸다. 시쳇말로 '요리 오덕'이 '덕업일치'한 결과물인 것이다.


스파게티의 탄생 배경도 흥미롭다. 중국의 국수를 유럽에 처음 소개한 사람은 마르코 폴로다. 하지만 마르코 폴로가 국수를 먹거리라고 설명하는 걸 잊어버리는 바람에 당시 유럽인들은 국수를 주방 장식으로 사용했다. 이때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국수를 끈처럼 가늘게 뽑는 기계를 발명했다. 스파게티의 원래 이름인 '스파고만지아빌레'는 이탈리아어로 '먹을 수 있는 끈'이라는 뜻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삶아진 스파게티를 먹기 위한 도구로 이가 세 개 달린 포크도 발명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포크의 이는 두 개뿐이었다.


이 밖에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요리 노트에 실린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 실려 있다. 1장과 2장은 저자의 해설이고, 3장부터는 요리 노트의 내용을 그대로 소개한다. 물개 요리, 구멍 뚫린 돼지 귀때기 요리, 공작새 구이, 새끼 양 불알 요리, 올챙이 요리 등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요리도 많이 나온다. 좋은 치즈를 고르는 법, 식탁에 병자를 제대로 앉히는 법, 고약한 파리를 주방에서 내쫓는 법 등의 팁도 나온다. 이런 기록을 일일이 다 했다는 사실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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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하는 삶 - 여성의 몸, 욕망, 쾌락, 그리고 주체적으로 사랑하는 방식에 관하여
에이미 조 고다드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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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모부는 물론이고 학교에서도 성에 관한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 다만 어려서부터 책과 만화, 영화, 드라마 등은 실컷 봤기 때문에 이따금 나오는 성적인 장면을 보고 여성의 몸과 남성의 몸을 인식하고 성관계 하는 법을 배웠던 것 같다. 그렇게 배운 '지식들'이 얼마나 왜곡되고 잘못된 것이었는지는 최근에야 깨닫고 다시 배워가는 중이다.


이 책을 쓴 에이미 조 고다드는 뉴욕대에서 성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섹슈얼리티 분야에서 20년 이상 활동해온 유명 연사이자 교육자다. 저자는 그동안 수많은 여성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얼마나 많은 성적 수치심에 시달리고 있는지, 잘못된 성 관념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지,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강요받거나 그로 인한 트라우마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는지 등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10대부터 70대까지 수많은 연령대의 여성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토로한 성적인 고민 또는 아픔에 대해 함께 대화하고 치유해나간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건 여성의 성 경험이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는 것이다. 한쪽에는 성적 불만족 때문에 고통받는 여성들이 있다. 많은 여성들이 배우자 또는 애인과의 성관계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어떤 여성들은 자신이 만족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저자는 이런 상황이 '성에 대한 무지' 때문에 발생한다고 본다. 여전히 많은 국가와 종교가 여성의 성적인 관심을 가지거나 자유롭게 성생활을 즐기는 것을 억압하거나 금지하며, 심지어는 자기 자신의 몸에 대해 알거나 스스로를 만족시키는 방법조차 배우지 못하게 한다. 저자는 공부와 운동, 요리와 운전과 마찬가지로 성도 누구나 배우고 익혀야 하는 기술이며, 여기에 차별이나 배제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쪽에는 끔찍한 성 경험으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들이 있다. 이 책에는 아버지나 오빠, 남동생 등 남성 가족 또는 친척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여럿 나온다.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하는 것도 성폭행의 범주에 포함되는데, 많은 여성들이 배우자 또는 애인과의 관계가 어색해지거나 불편해지는 게 싫어서 억지로 성관계를 가진 후 괜찮은 척한다.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축적되면 성에 대한 트라우마로 남아서 성관계를 기피하거나 그런 성관계를 용인한 자기 자신을 증오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스스로 좋아서, 진심으로 즐기면서 성관계를 가지면 자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정신 건강도 개선된다.


이 책에는 성적 수치심이나 두려움, 공포 등을 극복하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섹스 라이프를 즐기게 된 여성들의 사례가 다수 나온다. 사례 위주로 읽어도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독자 자신이 찾고자 하는 답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성애뿐 아니라 동성애, LGBT의 섹스에 관한 내용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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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람은 지우개를 쓰지 않는다
이와모토 마나 지음, 윤경희 옮김 / 올댓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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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람은 지우개를 안 쓴다니. 정말 그럴까. 이 책에 따르면, 답은 '그렇다'이다. 이 책을 쓴 이와모토 마나는 일본에서 피부과 임상의로 활동하다 1997년부터 프랑스의 미용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철이 든 이후로 인생의 절반을 파리에서 산 저자는 프랑스 사람들 특유의 자신감과 아름다움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궁금했다. 프랑스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고 기품 있게 행동하고, 나이와 관계없이 정열적으로 연애를 즐기는 비결을 알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랜 관찰 끝에 그 비결을 알아냈다. 그것은 바로 프랑스의 '교육'이었다.


프랑스 학생들은 지우개를 사용하지 않는다. 프랑스 학생들은 연필이나 샤프펜슬이 아니라 만년필로 노트 필기를 한다. 교육적으로 만년필을 사용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틀린 것을 없던 것으로 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만년필로 노트 필기를 하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지울 수 없으니 줄을 그어 그 부분을 지운다. 이렇게 하면 교사는 학생이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잘못했는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서 정답에 도달했는지의 과정을 알 수 있다. 학생도 공부에 있어 중요한 건 정답을 알아냈는지가 아니라 정답을 알아내기까지의 과정과 노력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다.


프랑스 학교에선 시험을 볼 때 답안지의 아름다움도 채점한다. 프랑스 학교의 교사들은 설령 학생이 틀린 답을 썼을지라도 답안지에서 드러나는 디자인성이 뛰어나다면 그것만으로 점수를 부여한다. 반대로 올바른 답이 적혀 있더라도 답안지가 더럽혀져 있거나 악필로 써서 읽을 수 없다면 예외 없이 감점된다. 프랑스는 일찍부터 수업에서든 시험에서든 전자계산기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계산은 계산기가 하고, 인간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과 생각하는 방식을 배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교육은 프랑스 사람들 특유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다. 프랑스 사람들은 인생에 정답이 없듯이 오답도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길을 선택해도 그 나름의 이유와 명분이 있다면 잘못이 아니라고 여긴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것도 정답을 맞히는 기술이 아니라, 졸업 후 인생에서 그 어떤 어렵고 기묘한 문제를 마주하더라도 동요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자기 힘으로 생각해 적절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프랑스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새하얀 백지에 자기만의 논리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하는 답안을 구성하는 방법을 배우는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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