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한중일 세계사 4 - 태평천국 Downfall 본격 한중일 세계사 4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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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태평천국 운동이 이렇게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학교 다닐 때, 세계사 시간에 태평천국 운동에 관해 배우기는 했으나 의의와 한계 정도만 가볍게 짚어보고 넘어가서 이렇게 세부적인 사항까지 구체적으로 배운 건 이 책을 통해서가 처음이다. 이 책에서 태평천국 운동에 관한 내용은 2권에서 시작해 3권과 4권을 거쳐 5권에 이르러서야 대단원의 막을 내리니, 태평천국 운동을 쉽고 재미있게 - 동시에 자세하고 깊이 있게 배우고 싶은 독자들은 필히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본격 한중일 세계사> 4권은 1856년 태평천국 운동의 도읍을 난징으로 옮긴 시점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시기에 태평천국은 내홍이 일어나 무척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각 일파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일이 계속되는 가운데 청 관군이 난징을 향해 천천히 압박해 들어왔고, 이 와중에 홍수전의 사촌동생 홍인간이 홍콩 유학을 마치고 태평천국에 합류해 근대화, 서구화를 부르짖으며 군대도 서양식으로 개편하고 서양식 식산흥업 정책을 하자고 주장했다. 물론 이는 기독교의 평등사상에 자극을 받아 시작되었으나 반외세 민족 운동도 이념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 태평천국 수뇌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이렇게 갈등이 계속되는 틈을 타 영국, 프랑스, 미국, 러시아 등 서양 세력이 중국으로 몰려왔는데, 놀라운 사실은 서양 군대가 서양식 함선을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데도 (정규군인) 청 관군이나 (반외세 민족 운동을 주장하는) 태평천국 군이나 이 배들을 막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1860년 청나라 정부와 영국, 프랑스, 미국, 러시아 동맹 간에 베이징 조약이 체결되어 제2차 아편전쟁이 완전히 끝났고, 이로 인해 베이징에는 영국, 프랑스, 미국, 러시아 공사관이 차례로 개설되었고, 내륙 수로가 개방되었으며, 광저우 외에 열 개 항구가 개항했다.


제2차 아편전쟁이 종료되고 베이징 조약이 체결되는 와중에도 태평천국 운동은 계속되었는데, 1861년 청나라 황제 함풍제가 세상을 떠나고 어린 황자가 왕위를 이으면서 황제의 생모가 황권을 좌지우지하게 되었으니, 그 여인이 바로 서태후다. 이후 태평천국 운동은 화북 지역까지 세를 넓히지 못하고 흐지부지되고, 청나라 황실은 서양 세력에 맞설 만한 체제 개혁을 이루지 못하고 최후를 향해 간다. 시기적으로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 차원의 개혁에 실패하고 민중으로부터의 혁명 운동도 실패하면서 국가를 재건할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외세에 국권을 내주었다는 것까지 조선 왕조의 최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인은 아니지만 아시아인으로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대목도 있었다. 1860년 프랑스군이 베이징 서북쪽에 있는, 18세기 건륭제가 조성한 황실 정원 '원명원'에 난입해 그곳에 있던 온갖 보물을 약탈해 1인당 수천만 원에서 억대의 보물을 챙겼고, 그걸 나폴레옹 3세에게 바쳐서 백작 작위를 받았다. 이때 프랑스군이 약탈한 보물들은 프랑스 퐁텐블로 궁에 자리를 잡았고, 프랑스인들은 지금도 조상들이 약탈한 외국의 보물들로 엄청난 관광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한국 역시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해 간 외규장각 의궤를 비롯해 많은 문화재를 반환받지 못한 상태다. 한국이 프랑스에 단독으로 요청해서 안 되는 일이라면, 중국 등 다른 나라들과 연대해 요청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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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VS 80의 사회 - 상위 20퍼센트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
리처드 리브스 지음, 김승진 옮김 / 민음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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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에는 재벌이 왜 그렇게 많이 나와?" 언젠가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 외국인 친구가 나에게 던진 질문이다. 친구의 말을 듣고 보니, 한국 드라마에 유독 재벌을 비롯한 최상류층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서는 재벌은커녕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오너도 쉽게 만나지 못하는 형편인데 말이다. 그래서일까. 정치든 경제든 어떤 주제든 간에 불평등 담론이 생기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상위 1퍼센트의 최상류층만 적대시하고 나머지 99퍼센트는 비슷하게 불행한 처지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는 99퍼센트 안에서도 엄청난 격차가 존재하는데 말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20 VS 80의 사회>의 저자 리처드 리브스의 주장도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한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다수의 예상을 깨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가 백인 남성들의 위기의식을 자극한 것도 있지만 소득 수준상 중하위 계층의 불안 심리를 건드린 것이 주효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학을 나오지 못한 중하위 계층 백인 투표자의 3분의 2로부터 표를 얻었다. 중하위 계층의 적은 트럼프와 같은 상위 1퍼센트의 최상류층 재벌이 아니라 상위 20퍼센트 정도의 중상류층 전문직 종사자다. 중상류층은 최상류층을 적대시하고 자신들을 중하위 계층과 같은 계급으로 치부하지만, 중하위 계층은 자신들과 달리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있으며, 안정적인 보험 혜택을 받고, 도시에 살면서 자녀들을 모두 대학에 보낼 형편이 되는 중상류층과 결코 자신들을 동일시하지 않으며, 이러한 적대감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이 책의 놀라운 점은, 상위 1퍼센트에 해당하는 최상류층이 여러 방식으로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을 자식들에게 대물림하고 계급 장벽을 만드는 것처럼, 상위 20퍼센트에 해당하는 중상류층도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자신들의 부와 지위를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계급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중상류층 아이들이 누리는 계급적 혜택이라고 하면 '양친이 있는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라고, 부모 모두 교육 수준이 높으며, 좋은 동네에 살고, 인근에서 가장 좋은 학교에 다닌다'는 것 정도였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중상류층 부모들이 자식들로 하여금 계속 중상류층에 속하도록 만드는 다양한 메커니즘이 개발되었다. 저자는 이를 '기회 사재기 메커니즘'이라고 부르며, 대표적인 것으로 배타적인 토지 용도 규제, 동문 자녀 우대와 같은 불공정한 대학 입학 사정 절차, 알음알음 이뤄지는 인턴 자리 분배 등을 든다. 이러한 제도 또는 문화는 중상류층 아이들이 계급적으로 더 낮은 지위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유리 바닥'으로 작용한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기회 사재기를 막고 능력 육성의 기회를 평등하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들을 제시한다. 배타적인 토지 용도 규제를 철폐하고, 동문 자녀 우대와 같은 불공정한 대학 입학 사정 절차를 없애고, 알음알음 이뤄지는 인턴 자리 분배를 금지하는 것 등이다. 분명 바람직한 조치들이고 실현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최근 문제가 된 모 정치인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에서 보듯이, 정치적으로는 진보 성향인 사람들도 자녀의 입시나 재산 증식 같은 세속적 욕망 앞에 약해지고,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상위 20퍼센트의 중상류층이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을 내려놓지 않고 자식들에게 대물림하거나 같은 중상류층 사람들과 나눠먹기 하는 행위를 계속하면 결국 사회 전체가 망가지고 무너질 거라고 경고한다. 이는 최상류층의 폐쇄적인 행태와 그로 인한 폐단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그 회사에서 가장 오래 일하고 뛰어난 실적을 보인 직원이 아니라 새파랗게 젊고 경력도 일천한 오너의 자식이 회사를 물려받는 모습을 우리는 많이 봐왔다. 그런 회사들이 대체로 선대 시절의 성장과 번영을 유지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비슷한 행태가 사회 전반으로 퍼질 때 어떤 해악이 일어날지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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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 발트 3국 - 2019~2020 최신판 트래블로그 시리즈
조대현.정덕진 지음 / 나우출판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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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 문화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발트해 연안의 세 나라,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가리켜 흔히 '발트3국'이라고 부른다. 아직은 한국에 발트3국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점점 많이 알려지고 있는 추세이며, 발트3국으로 직접 가보는 여행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트래블로그 발트3국>은 발트3국을 직접 여행하고 돌아온 저자가 발트3국의 최신 여행 정보를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의 집필을 위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의 주요 도시를 직접 여행했으며,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식당과 여행자들이 추천하는 숙소, 쇼핑 장소 등을 직접 가보고 그 경험을 이 책에 담았다.





발트3국은 이름 그대로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세 개의 나라를 일컫는다. 북쪽에 있는 나라부터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순이다. 인접국으로는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 핀란드 등이 있다. 발트3국은 모두 유로화를 사용하며, 언어는 세 나라 모두 다르다. 영어가 잘 통하는 편이며, 라트비아에선 러시아어가 통하기도 한다.


발트3국은 모두 90일 무비자로 여행이 가능하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모두 영토가 크지 않고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버스를 타고 여행하기가 수월하다. 유레일패스도 이용 가능하지만 불편하다는 말이 있다. 핀란드에서 발트3국으로 입국할 때는 페리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편리하다.





발트3국 여행의 성수기는 7월과 8월이다. 이 시기를 피하면 대체로 저렴한 비용으로 조용하고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다. 발트3국 여행 일정은 6박 7일이 일반적이지만 저자는 9박 10일로도 모자란다고 말한다. 발트3국 여행 일정을 정할 때는 우선 입국할 도시와 출국할 도시를 정해야 한다. 대체로 에스토니아의 탈린이나 리투아니아의 빌뉴스에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발트3국은 여름이 짧고 겨울이 길다. 발트3국의 겨울은 11월부터 4월까지로, 이 기간에는 낮이 짧고 밤이 길어서 관광을 하기가 쉽지 않다. 발트3국의 여름은 6월부터 7월까지로, 이 기간에는 낮이 길고 밤이 한참 짧은 백야 현상이 일어난다. 발트3국에서는 오로라를 볼 수 없다.





전 세계 수많은 여행지 중에 발트3국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고풍스러운 중세 유럽 문화가 남아 있는 것과 저렴한 물가를 든다. 발트3국은 독일, 러시아, 스웨덴 등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어서 오랫동안 외세의 침략에 시달렸고 최근까지 사회주의 국가 체제를 유지했다. 이로 인해 경제 발전이 더디고 개발이 많이 되지 않아 오래된 건축 양식과 천혜의 자연환경이 비교적 그대로 남아 있는 편이다.


발트3국은 2011년 이후부터 유로화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물가가 오르는 추세이지만, 인근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물가가 한참 저렴한 편이다. 발트3국 중에서도 에스토니아는 소련에서 독립한 후 경제 개혁을 시작해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 가입 후 관광객 유치에 힘쓰고 있어 외국인들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발트3국은 북유럽에 가고 싶지만 물가가 비싸서 엄두를 못 내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근처에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과 러시아, 폴란드, 독일 등의 국가가 있어서 연계해서 여행하는 것도 좋다. 아직까지는 발트3국을 찾는 한국인 여행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여행 중에 한국인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발트3국은 또한 유럽 내에서도 높은 산림 비율을 자랑한다. 전 국토의 50퍼센트 이상이 산림으로 남아 있어 공기가 깨끗하고 자연환경이 우수하다. 아름다운 바다와 계곡에서 스포츠를 즐기고, 천혜의 자연환경 그대로 남아 있는 산림과 동굴에서 반딧불 투어를 즐길 수도 있다.





에스토니아는 대한민국의 절반 크기 정도의 나라로, 1991년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다. 13세기부터 주변국들의 침탈이 끊이지 않아 나라 곳곳에 외세의 침략을 막기 위해 세워진 성벽이 남아 있으며, 중세 유럽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고풍스럽고 신비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은 핀란드만에 접해 있는 항구 도시다. 탈린의 구시가지는 '저지대(lower town)'이라고 불리며, 중세 상인들의 길드 건물과 구 시청사, 교회, 약국 등이 남아 있다. 탈린에서 당일치기로 갈 수 있는 근교 지역으로는 라헤마 국립공원, 소마 국립공원, 케일라 요아 폭포 등이 있다.





라트비아는 예부터 동유럽의 여름 휴양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곳이다.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오래된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고 잘 보존되어 있다. 리가의 중심부에는 다우가바 강이 흐르며, 주로 다우가바 강 동쪽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구시가지를 포함한 주요 볼거리가 몰려 있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북서부에 위치한 나라로, 발트3국 중에서 가장 조용하고 고즈넉한 중세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리투아니아의 수도는 빌뉴스로,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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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읽으면 절대로 잊지 않는 심리학 공부
강현식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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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 후, 정치외교학 전공인 나는 같은 사회과학대학 안에 있는 심리학과 수업을 들을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그 때마다 '같은 사회과학 맞아?'라는 생각이 들 만큼 심리학이 어렵게 느껴졌다. 내가 아는 심리학은 개인적인 고민이나 인간관계 등으로 인해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적절한 대처법을 알려주는 말랑말랑한 학문인데, 실제로 심리학과에서 전공자들이 배우는 심리학은 복잡한 실험과 통계, 뇌 연구 등을 위주로 하는 딱딱하고 어려운 학문이었다. 그래서 그 후로는 심리를 다룬 책은 읽어도 심리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해볼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나와 달리 인간 심리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심리학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하는 독자들을 위한 책이 나왔다. 바로 <한번 배우면 절대로 잊지 않는 심리학 공부>이다.


이 책을 쓴 강현식(누다심)은 <누다심의 심리학 블로그>로 심리학 대중화에 힘쓰고 있는 심리학 분야의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유명 강연자이다. 저자는 수많은 심리학 책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있지만, 정작 그중에 전공자들이 배우는 학문으로서의 심리학을 소개하는 책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아쉬움을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심리학을 찾는 건 좋지만, 대중들이 알고 접하는 심리학은 전공자들이 배우는 심리학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충분한 소개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없고, 현실의 심리학자들이 현대 과학을 이용해 밝혀낸 연구 성과를 접한다면 대중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상아탑에 갇혀 있는 학자들에게도 자극이 될 거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쓴 이 책은 심리학을 공부할 때 반드시 배우는 160개의 개념어를 사전 형식으로 소개한다. 160개의 개념어는 가나다순으로 배열되어 있고, 분야별 목차를 보면 자신이 공부하는 분야나 주제의 심리학 개념만 따로 찾아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사전 형식이라고 해도 형식만 그럴 뿐이고, 내용은 일반적인 책과 다름 없이 설명과 사례를 충분히 싣고 있다. 맨처음에 나오는 '각성'이라는 장을 보면, 1924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오르는 데 성공한 조지 말로리의 사례와 함께, 인간이 스스로 안정되고 편안한 상태를 포기하고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긴장과 스릴을 추구하는 이유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심리학에선 이를 '각성'이라는 용어로 부르는데, 사람마다 원하는 최적 각성 수준은 다르며, 최적 각성 수준이 심각하게 높은 경우를 가리켜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ADHD)라고 부른다.


자기계발서에 자주 등장하는 '긍정심리학'을 심리학 전공자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긍정심리학은 200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셀리그만과 피터드러커 경영대학원의 칙센트미하이가 발표한 논문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지만, 심리학이 인간의 긍정성에 주목한 건 1900년대 초부터다. 긍정심리학이 바람직한지에 관해서는 심리학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긍정적으로 보는 학자들은 그동안 심리학이 인간의 부정적인 면에만 주목했으니 긍정적인 면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제시한다. 부정적으로 보는 학자들은 긍정심리학이 현실에 존재하는 심각한 문제나 구체적인 질병 또는 고통에 무관심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음을 지적한다.


책에는 이 밖에도 건강심리학, 문화심리학, 발달심리학, 범죄심리학, 사회심리학, 산업 및 조직심리학 등 심리학의 다양한 하위 분야에 관한 설명과 각 하위 분야에 속하는 개념들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권쯤 소장해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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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2 - 태평천국 라이징 본격 한중일 세계사 2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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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굽시니스트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를 즐겁게 읽고 있다. <본격 한중일 세계사>는 우리가 흔히 '근대'라고 부르는 19세기 이후의 한중일 역사를 다룬다. 1권에서는 19세기 이전의 중국사와 일본사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동서양의 세력 역전이 본격화된 계기라고 할 수 있는 아편전쟁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2권에서는 19세기 전반의 일본사와 중국사, 그 중에서도 태평천국 운동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에도 막부는 오랫동안 쇄국정책을 펼쳐 왔다. 쇄국정책은 외국과의 교류를 일절 허용하지 않는 대외 정책의 일종이다. 에도 막부는 쇄국령으로 나라의 문을 굳게 걸어 잠갔으나, 나가사키의 작은 섬 데지마에서 네덜란드와 교역하는 것만큼은 막지 않았다. 네덜란드의 함선은 영국이나 스페인, 포르투갈 함선 등에 비해 규모나 세력이 약해 일본을 침략할 위험이 없어 보였고, 네덜란드는 종교적 색채가 짙지 않은 나라라서 일본에서 포교 활동을 벌일 가능성도 적어 보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본은 쇄국정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서양의 정보를 수집하고 서양의 학문과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난학'이라고 불리는, 네덜란드 발(發) 서양 학문의 존재가 그것이다. 난학으로 인해 일본은 서양과 직접적으로 통상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서양의 의학과 과학과 기술, 문명 등을 스스로 탐구해 발전시켰다. 이는 훗날 일본이 서구화, 근대화를 비교적 저항 없이 받아들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편 중국에선 멸만흥한을 기치로 삼은 태평천국 운동이 발발한다. 태평천국 운동은 1837년 광동성 사람 홍수전이 자신을 상제 하나님의 둘째 아들(첫째 아들은 예수)이라고 칭하면서 시작되었다. 홍수전은 배상제회를 조직해 본격적인 포교에 나섰고, 이후 점차 세력을 넓혀 수천 명의 신도를 확보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신흥 종교에 불과한 상태였으나, 점점 이들을 믿는 신도의 수가 늘면서 배상제회의 근거지가 군사기지화 되기에 이르렀고, 1850년대 말에는 신도 중 1만여 명을 무장시키고 군사조직화 했다.


그러자 이를 경계한 관군이 이들을 제압하려 하면서 여러 차례 전투가 일어났고, 1851년 스스로를 천왕이라고 칭한 홍수전은 태평천국 건국을 공포하고 청나라 정부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다. 이들은 엄청난 기세로 북진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끝내 황제가 있는 베이징까지 못 가고 시쳇말로 '폭망'한다. 태평천국 운동은 기독교의 평등사상과 토지 균등 분배, 전족 등 악습 철폐, 남녀 평등, 아편 금지 등을 내세웠으며, 민중이 스스로 청나라 조정에 항거해 군대를 일으키고 나라를 세운 운동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 받으나, 내부 분열과 모순이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태평천국 운동이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중국사를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어서 구체적인 발단과 진행 과정, 결과와 의의 등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새로운 사실도 많이 배웠다. 태평천국 운동은 초창기부터 여성 신도들의 수가 엄청났고 그 세력도 대단했다. 군사 조직화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여성 신도들이 여군으로 동원되었고, 이들 여군은 엄청난 전투력으로 관국에게 '대각만파(大脚蠻婆)'라고 불리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여성 조직이 방대해지면서 중국 역사상 최초로 여성 과거 시험이 열리기도 했다.


이렇게 여성의 세력이 커지자 이를 경계한 남성들이 여군을 폐지하고 여군 병사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냈다. 남성은 밖에서 일하고 여성은 집에서 가정을 돌보는 게 전통이라나, 천륜이라나. 어려울 때는 여성의 힘과 능력을 필요로 하면서, 상황이 나아지면 여성과 공을 나누길 거부하고 여성을 역사에서 지워버리는 이런 일이 태평천국 운동에도 있었구나. 헌신했던 조직으로부터 그동안의 노력을 무시당하고 기대를 배신당한 여성들이 그 조직에 다시 충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는 지금의 남성 중심 조직들이 새겨 읽어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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