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1 - 만화로 떠나는 벨에포크 시대 세계 근대사 여행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1
신일용 지음 / 밥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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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나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아름다운 시대'라고 불리는 시대가 따로 있다. 바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정확히는 프러시아와 프랑스 간의 전쟁이 끝난 1871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14년까지의 약 40년 동안이다. 적어도 유럽에서는 아무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던 이 시기를 가리켜 후대 사람들은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La belle epoque)'라고 부른다.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는 작가 신일용이 특별히 애정하는 이 시대의 일들을 만화로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라 벨르 에뽀끄' 직전의 유럽 정세를 총 6장에 걸쳐 소개한다. 제1장에선 나폴레옹의 조카인 나폴레옹 3세의 이야기를 그린다. 18-19세기의 프랑스는 혼돈 그 자체였다. 나폴레옹 혁명으로 왕정이 무너졌다가 바로 그 나폴레옹이 황제로 등극하면서 다시 왕정이 부활했고,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7월 혁명을 일으켰다가 다시 왕정이 부활하고 2월 혁명으로 왕정이 무너졌다. 나폴레옹 3세는 나폴레옹 1세의 동생의 아들로 2월 혁명으로 제2공화정이 들어섰을 때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나폴레옹 3세의 치적은 화려한데, 그중에는 조선으로 함대를 보내 강화도에 있는 외규장각에서 도서를 훔쳐 간 것도 있다(병인양요).


제2장에선 나폴레옹 3세가 활약하던 시대에 독일을 통치했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의 이야기를 그린다. 비스마르크의 젊은 시절까지만 해도 프러시아는 독일 연방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지 못했다. 정치 신인이었던 비스마르크는 독일 연방 내에서 프러시아의 입지를 강화했고,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스타급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비스마르크의 최대 공적은 독일 연방 내에서 프러시아의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오스트리아와 전쟁을 벌여 승리한 것이다. 이때부터 오스트리아는 유럽의 강대국 중 하나에서 독일 연방의 일원 정도로 격이 낮아졌고, 독일 연방의 주도권을 잡은 프러시아는 군국주의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제3장에선 프러시아와 프랑스가 맞붙은 프러시아-프랑스 전쟁을 그린다. 전쟁의 결과 프러시아가 승리했고, 전쟁에 패한 프랑스는 영토 일부를 프러시아에 빼앗기고 막대한 액수의 전쟁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비스마르크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제4장에선 파리 코뮌의 구체적인 경과를, 제5장에선 파리 코뮌 붕괴 이후 비참했던 프랑스의 상황을 보여준다. 이 시기의 역사는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프러시아와의 전쟁에 진 프랑스 국민들이 얼마나 비참한 생활을 했는지를 저자의 생생한 그림으로 알 수 있었다.


제6장에선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서 일어난 메이지 유신을 통해 아시아의 정세를 보여준다. 이는 비록 이 시대가 '아름다운 시대'라고 불리지만 그것은 일부 유럽 제국주의 국가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 제국주의 국가들로부터 식민 통치를 받았던 국가들한테는 고통스럽고 험난한 시대였음을 상기시켜 준다. 지금도 이름이 전해지는 위대한 작가, 예술가들이 활약했던 '아름다운 시대'의 이야기는 아마도 2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듯하다. 2권에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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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 은밀하고 뿌리 깊은 의료계의 성 편견과 무지
마야 뒤센베리 지음, 김보은.이유림.윤정원 옮김 / 한문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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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뇌>를 쓴 미국의 신경정신과 전문의 루안 브리젠딘은 의과대학 시절 남성 의사들의 뿌리 깊은 성 편견을 목도했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월경과 임신, 출산 등을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연구 데이터가 나오기 어렵고 그래서 여성에 대해서는 연구할 방법도 없고 필요도 없다는 남성 교수의 말에 저자는 깊은 분노를 느꼈고 그때부터 여성의 몸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마야 뒤센베리의 책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역시 의료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성 편견을 다룬다. 대다수의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계도 오랫동안 남성이 지배하고 주도해 왔다. 이러한 상황은 여성 환자들이 받는 진료 서비스의 질적인 하락을 야기했다. 저자가 지적하는 첫 번째 문제는 지식의 간극이다. 남성 의사는 여성 환자의 몸과 건강에 대해 잘 모른다. 성별이 달라서 모르는 것도 있지만 제대로 된 학습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의학서는 남성을 기준으로 하고 의학적인 연구 또한 남성을 표본으로 삼는다. 이로 인해 남성 의사는 여성의 몸과 질병에 대해 제대로 학습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러니 의학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그것은 '남성을 위한 의학'이지 '여성을 위한 의학'이 아니다. 여성을 위한 의학은 지금보다 더 많은 연구와 발전이 필요하다.


두 번째 문제는 신뢰의 간극이다. 오랫동안 서구의학은 여성이 겪는 수많은 질병과 질환을 '히스테리'라는 포괄적인 진단명으로 통칭해 왔다. 여성 환자가 몸에 이상이 있어서 병원을 찾으면 대부분의 남성 의사들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다', '호르몬 주기 때문에 그렇다',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는 식으로 설명을 얼버무리는 것이 그 예다. 의사가 여성 환자의 말을 믿지 않아서 생기는 불상사는 통계로도 입증되었다. 응급실에서 복통 치료를 받기까지 남성은 49분, 여성은 65분이 걸린다. 같은 심장마비 환자라도 남성보다 여성이 7배 더 많이 집으로 돌려보내진다. 어떤 여성들은 자기 병명을 아는 데만 해도 12년의 세월을 소요했다. 여성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건강염려증이라고, 히스테리라고 말하며 돌려보내는 의사들 때문이다.


의사가 의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대체 누가 의학적으로 설명한단 말인가. 환자가 의사에게 기대하는 건 설명하기 힘들다는 변명이 아니라 그 힘든 설명을 해주는 노력이고 성의다. 병원에 가도 흡족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여성들은 점점 더 병원 가기를 기피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작은 병이 큰 병이 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안 그래도 여성은 남성과 동일 업무를 해도 남성에 비해 6~70퍼센트의 보수밖에 못 받는데 의료비 지출은 더 많다. 임신중지가 합법화되지 않아 여성들이 겪는 신체적 고통과 경제적 부담도 어마어마하다. 임신과 출산은 질병이 아닌데도 질병 취급하면서 질병에 해당하는 보험 혜택이나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렵다.


의사들이 여성 환자의 질병이나 질환을 히스테리로 간주하는 것도 문제지만, 여성 환자가 '히스테릭한 여성'으로 보일까 봐 자신의 질병이나 질환을 감추거나 축소하는 것도 문제다. 저자가 인터뷰한 많은 사람들은 여성들에게 자기 몸과 질병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고,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의료 서비스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의사도 여성의 몸과 건강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성 자신이 몸과 건강을 지키려면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들은 따로 자신의 몸과 건강을 챙기지 않아도 의료계가 알아서 챙겨주는데 여성들은 따로 공부하고 노력해야 겨우 아픔을 면할 수 있다니. 이런 상황을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것 또한 '여성 특유의 히스테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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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뇌 - 어제, 오늘, 내일 달라지는 내 감정의 모든 이유
루안 브리젠딘 지음, 임옥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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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레지던트 시절, 여자의 우울증 발병률이 남자에 비해 2배나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분명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자는 여자아이들이 초경을 하는 12~13세까지는 남자와 여자의 우울증 발병률에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사춘기 때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가 여자의 우울증을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정신분석학이 아닌 생물학의 관점에서 여자의 우울증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여자와 남자의 성호르몬 차이가 둘 사이에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자의 뇌와 남자의 뇌는 같을까, 다를까. 여자와 남자의 뇌는 크기가 서로 다르다. 일반적으로 남자의 뇌가 9퍼센트가량 크다. 하지만 크기만 다를 뿐 동일한 수의 뇌세포를 가지고 있다. 여자의 뇌가 남자의 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것은 뇌세포가 좀 더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자의 뇌는 남자의 뇌에 비해 1~2년 정도 일찍 발달한다.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에 비해 언어를 빨리 습득하고 사회성이 빨리 발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적 능력은 여자의 뇌나 남자의 뇌나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성호르몬이 분비되는 10대부터다. 에스트로겐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시점에 이르면 여자아이들은 자신의 감정과 의사소통에 좀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테스토스테론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시점에 이르면 남자아이들은 점점 더 말이 없어지고 스포츠나 게임 같은 경쟁에 몰두한다. 이러한 경향은 사람마다 그리고 호르몬이 분비되는 양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여자라도 에스트로겐이 비교적 덜 분비되면 사교 활동보다는 경쟁에 치중할 수 있다. 남자라도 테스토스테론이 비교적 덜 분비되면 경쟁보다 사교 활동에 열을 올릴 수 있다. 무엇이 정상이거나 비정상이라고도 단정 지을 수 없다.


성호르몬 분비가 늘 같은 경향을 보이는 것도 아니다. 여자의 경우, 성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지면 오히려 공격 본능이 높아질 수도 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얻기 위해 무모한 행동을 하거나 경쟁자를 공격하기 위해 집단 따돌림을 하는 것이 그 예다. 여자의 뇌는 거친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던 고대 여자 조상들의 신경회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갈등에 대한 스트레스를 쉽게 느끼고 오래 간직하는 편이다. 반대로 남자의 뇌는 생존보다 육체적 위협에 민감하다. 그래서 여자가 갈등 상황을 쉽게 감지하고 오래 생각하는 반면, 남자는 쉽게 감지하지 못해고 빨리 잊는다.


남자가 여자의 외모를 보는 것만큼 여자도 남자의 외모를 본다. 이를 생물학적으로 설명하면 몸이 완벽하게 대칭을 이룬 수컷일수록 면역체계가 튼튼하고 건강한 정자를 제공해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자의 성적 취향은 월경주기에 따라 달라진다. 임신 가능성이 높은 배란기에는 우수한 정자를 제공할 만한 잘생긴 외모의 남자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고, 임신 가능성이 낮은 월경기에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남자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여자의 뇌는 임신과 출산, 완경 이후에도 변화를 겪는다. 이 밖에도 여자의 뇌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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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아빠가 알코올 중독자예요
제리 모 지음, 김만희.정민철.구도연 옮김 / 메이트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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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중독은 내 잘못이 아니야. 내가 통제할 수도 없고 내가 낫게 할 수도 없어, 대신 나는 자신을 잘 돌보고 내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고 나를 위해 건강한 선택을 하고 나 자신을 축복할 수 있어." (<중독 가정 아이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7가지 원칙> 중에서)


세상에는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약물 중독 등 다양한 중독이 있다. 중독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은 중독자 본인만이 아니다. 중독자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 그중에서도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어린 자녀들이 입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하다. 미국 베티포드센터 국가어린이프로그램의 책임자 제리 모의 책 <우리 엄마 아빠가 알코올 중독자예요>는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이 겪는 고통과 피해에 대해 설명하고 그러한 고통과 피해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준다.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은 대체로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사랑하는 부모를 영영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어떤 아이들은 부모가 끊임없이 알코올에 손대는 이유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괴로워하기도 한다.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는 상냥하고 자상했던 부모가 술을 마신 후 성격이 예민하거나 포악해지면 아이들은 당혹감을 느끼고 엄청난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행여 부모가 자녀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그러한 폭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아이들은 더 이상 자신의 집을 안전한 공간으로 느낄 수 없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이 알코올 중독자가 아닌 사람의 자녀들에 비해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은 가정에서 알코올을 접할 확률이 높고, 부모나 주변 어른들로부터 적절한 개입이나 통제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독자의 부모나 배우자는 이미 성인이기 때문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능력이 있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지만, 중독자의 자녀는 아직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판단 능력도 떨어지고 책임 능력도 없다. 이들은 성인이 되기 전부터 알코올에 손댈 가능성이 높고, 성인이 되어서도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 이 책에는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을 중독으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답게 지낼 수 있는 권리다.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은 또래에 비해 너무 빨리 성숙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이 단 하루 만이라도 부모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다양한 놀이와 예술, 창작 활동을 하면서 충분히 대화하고 속마음을 표현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다.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전이다.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이 부모와 함께 있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는 조부모나 이모, 삼촌, 이웃 아주머니, 아저씨, 학교 선생님 등 아이들 스스로 신뢰하고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어른을 정하게 하고,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시 그 어른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책에는 이 밖에도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회복의 길을 걷게 된 사례가 다수 나온다. 알코올 중독자의 가족 또는 지인이라서 고통을 받은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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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누구나 교양 시리즈 5
페르난도 사바테르 지음, 안성찬 옮김 / 이화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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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정치를 정치인들만 하는 행위로 여긴다. 심지어 정치는 더러운 야합이나 권모술수에 불과하다고, 평범한 개인은 정치에 개입할 수도 없고 정치를 바꿀 수도 없다고 여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스페인 출신의 철학자 페르난도 사바테르의 책 <정치,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에 따르면, 정치는 정치인들만 하는 행위가 결코 아니다. 더러운 야합이나 권모술수로 비치는 면이 없지 않지만 그것이 정치의 전부인 것도 아니다. 평범한 개인이 뜻을 모으고 힘을 합쳐 정치에 개입하고 정부나 사회를 바꾼 사례도 드물지 않다. 그러니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정치를 정확하게 공부해야 한다.


애초에 정치란 무엇일까. 교과서에는 정치를 "개인이나 집단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사회적으로 희소한 가치를 배분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희소한 가치란 대체로 권력을 뜻한다. 한정되고 희소한 가치를 둘러싼 경쟁이 정치이니, 정치는 필연적으로 대립이나 갈등이라는 요소를 포함한다. 정치인들이 허구한 날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어떤 관점에선 불가피한 일이다. 정치의 정의만 놓고 보면 대립 없는 정치, 갈등 없는 정치가 더 위험하다. 왕정국가나 일당 독재 국가의 경우가 그렇다. 왕정국가가 아니고 일당 독재 국가가 아닌데도 정치가 조용하고 아무런 변동이 없는 나라도 더러 있다. 이런 나라도 정치 문화가 성숙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정치 용어를 잘못 사용한다. 이를테면 '개인주의'라는 용어가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개인주의라는 단어를 욕으로 사용한다. 남 생각은 안 하고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라는 용어와 혼동하기 때문이다. 원래 개인주의는 '집단주의'에 대비되는 말이다. 집단주의가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태도를 일컫는다면, 개인주의는 개인보다 집단이 우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태도를 일컫는다. 한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이제까지 집단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강조해왔다. 이로 인해 자신의 의사나 선택을 포기해야 했던 사람, 심지어는 목숨을 잃은 사람도 부지기수다.


개인주의란 한 사람 한 사람을 개별적인 인격체로, 소중한 생명으로 대하는 태도다. 개인주의의 적은 성별이나 민족, 국적, 인종 등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거나 배척하는 행위다. 개인주의가 약하거나 부재한 나라일수록 외국인 혐오나 소수자 차별이 심하다. 일부 정치인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러한 혐오 심리, 차별주의를 부추기기도 한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행위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나치다. 히틀러는 당시 독일 내부에 팽배해 있던 유대인 혐오 정서를 부추기고 이를 민족주의로 포장해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이런 비극이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개인이 자유와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각자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여기서 책임과 의무는 단순히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의무를 뜻하는 것만이 아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해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라는 정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선거나 국민투표 같은 정치 행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중요한 의무다. 뜻이 맞는 정당에 가입하는 것도 좋고, 노동조합이나 사회단체에서 활동하는 것도 좋다. 이 밖에도 어려운 정치 개념이 쉽게 설명되어 있다.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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