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
마티 올슨 래니 지음, 박윤정 옮김 / 서돌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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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에게 용기를 내 처음으로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당신은 내성적이신 것 같아요." 그러자 그녀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요?" 그래서 나는 내향성이란 여러 가지 타고난 특성들의 총합체이지, 사람들을 싫어하거나 수줍음을 잘 타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안심하며 말했다. "제 성격이 이런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씀이시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내성적이라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p.19)

 
 

학창시절 나는 학급 임원이었던 적이 많다. 성적도 좋고 친구들과 원만하게 지내니 새 학기가 되면 친구들은 어김없이 날 추천했고 뽑아주었다. 학급 임원이 되면 선생님들 눈에 띌 일도 많고, 내신이나 수행평가 점수를 잘 받는 일도 많으니 나 또한 싫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갔을 때 학년주임 선생님이 나에게 학년 대표로 선서인가 인사를 시킨 적이 있는데, 왠일인지 너무나도 하기가 싫었다. 우리반 아이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전교생이 다 보는 앞에 나 혼자 나간다는 게 너무 싫고 두려웠다. 그 얘기를 선생님께 했더니 선생님은 별일도 아닌걸 가지고 유난스럽게 군다며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그리고 다른 아이에게 그 일을 시켰는데, 그 아이는 너무도 기뻐하며 하겠다고 했다. 그 때 난 처음으로 내가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알다시피 이 세계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다. 학교는 발표를 잘 하고 적극적인 아이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회사 면접에서도 춤이나 노래 같은 장기자랑을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 튀고 눈에 띄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경쟁 사회는 외향적인 사람들에게만 유리하게 되어있다.  

 

심리치료사이자 작가인 마티 올슨 래니 박사는 외향적인 사람이 주도하는 세계에서 소외받고 상처입기 쉬운 내향적인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를 썼다고 한다. 마티는 어려서부터 평소엔 말을 잘 하는데도 남들 앞에서는 목소리가 작아지고, 사람을 싫어하는 게 아닌데도 외출하는 게 두려워서 성격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심리치료사가 되가 위해 심리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성격은 그저 내향적인 것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분개했다. 그저 성격일뿐인데도, 외향적인 사람은 늘 '적극적이다, 활달하다, 사교적이다, 즐겁다, 열정적이다' 등등의 좋은 평가를 받는 반면, 내향적인 사람은 '소심한 사람, 사회부적응자, 히키코모리' 등 부정적인 낙인만 찍히는 이 더러운 세상...!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내가 적극적이고 활발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학교 생활에도 별 문제가 없었고, 방송반, 편집부, 오케스트라 등 다른 친구들이 안 하는 클럽활동도 여러 개나 했고 친구도 많았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고나서 달라졌다.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니면 사람들과 만나도 그리 즐겁지 않았고, 쉽게 피로를 느꼈다. 급기야는 전화공포증까지 생겨서 집에 오는 전화는 물론 내 휴대폰으로 오는 전화도 피하기 일쑤였다. 난 이게 병이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책에 따르면 이는 내성적인 사람들이 보이는 지극히 일반적인 특성이라고 한다.(p.167) 내성적인 사람은 자신의 생각에 깊이 몰입하기 때문에 전화 등 다른 사람으로부터 방해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뿐이라고. 이런 내가 예전과 다르게 변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조용히 있는 시간이 더 나답고 편하고 행복했다. 난 사실 내성적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내성적인 사람인지 알아보는 간단한 테스트  


혼자, 아니면 몇몇 친한 친구들과 편안히 쉬는 것을 좋아한다.
깊은 관계만 친구로 여긴다.
바깥에서 아무리 즐겁게 보냈어도,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주로 듣는 편이지만, 자신에게 중요한 화제일 때는 말을 많이 한다.
차분해 보이고 말이 없는 편이며 지켜보기를 좋아한다.
말하거나 행동하기 전에 생각부터 하는 편이다. 


 

하지만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세상의 들러리'라고 비관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내성적인 사람에게는 장점이 많다. 아인슈타인, 빌 게이츠, 줄리아 로버츠, 마이클 조던, 에디슨, 기네스 팰트로, 다이앤 소여,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 세상에는 내성적인 성격을 활용하여 성공을 거둔 사람이 매우 많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웨스트 윙>의 조사이어 바틀렛 대통령(마틴 쉰)도 대표적인 내성적인 인물로 소개되어 있다. 박학다식하고, 조용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참모들의 사이를 잘 조율하고, 가정적인 바틀렛 대통령의 모습에 얼마나 많이 감동했던가!

 

나처럼 내성적인 사람은 내성적인 성격의 장점을 살리되, 외향적인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마치~인 것처럼' 가장하며 자신감을 높이고(정말로 자신이 생길 때까지 자신감 넘치는 사람처럼 행동하라), 자기만의 제한 범위를 지나치게 완고하게 설정하지 않도록 여유를 가지고(유머와 약간의 일탈이나 도전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음악을 듣거나 취미생활을 하면서 일상 속에서 휴식하고 사색하는 시간을 일부러라도 자주 만드는 것이 좋다고 한다. 또한 내성적인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남들은 잘했다고 칭찬하는 일에서도 '이건 잘못 한 것 같다'고 자책하고 후회하는 것인데, 상처가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도록 자기 자신을 칭찬한다면 자기 능력을 신뢰할 수 있고 위기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이라고 하는 놀이터는 좀 더 공평해져야 한다. 지금까지 외향적인 사람들만 칭찬받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성적인 사람들도 자신들이 얼마나 독특하고 특별한 존재인지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이제 내성적인 성향을 긍정하는 쪽으로 문화를 바꿀 만큼 성숙하다. 더 이상 자신을 억지로 사회에 꿰맞추거나 '컨디션'을 좋게 만들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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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만세
남규홍 지음 / 도모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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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SBS 스페셜 다큐멘터리 '나는 한국인이다' 시리즈 <출세만세>편을 제작한 남규홍 PD가 방송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쓴 책이다. 마침 나도 이 방송을(전부를 보지는 못했지만) 재미있게 본 터라 이 책도 읽게되었다.

 

 


한국인은 성공과 출세라는 말을 구분해서 쓰는데 익숙하지만 외국인은 성공이라는 말만 유용하다.

그들은 크게 성공하나 작게 성공하나 그냥 성공이다.

출세가 내포한 은밀한 촉수를 출세라는 말이 불러온 정서적 공감을 외국인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pp.7-8)

 

 

정치외교학, 경제학 전공자로 주변에 고시,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서인지 책의 내용이 참 절절하게 다가왔다. 1학년때부터 고시 공부를 하느라 학교는 뒷전, 부모님이 맞벌이로 번 돈으로 고시원 생활비와 학원비, 교재비를 대는 친구들도 많았다. 언젠가 그런 고시생 친구들 중 한 명이 나에게 '너가 복수전공도 하고, 대외활동도 하고, 알바도, 여행도 하는게 참 부러웠다'고 말했을 때, 그 친구가 참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그렇게 고시에 매달리는지 묻고 싶은 마음도 들었었다. (그 친구는 아직도 공부 중이다)

 

하지만 이 책 <출세만세>를 읽으면서 그 친구 또한 '출세'라는, 한국인들이 취해있는 환상 혹은 풀지 못하는 족쇄에 걸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하고 싶다'고 하면 담담하게 들리는데, '출세하고 싶다'고 하면 어딘지 속물적이고 권력을 추구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큰 부를 이룬 자산가나 연예인, 스포츠 선수가 '성공'했다고는 말하지만 '출세'했다고 말하지는 않는 것처럼, 한국 사회 특유의 개념인 '출세'에는 KS라인, 고시패스, 판검사 임용, 정계진출 같은 '공권력'의 의미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공권력'의 이미지라는 것은 몇 십년 전 까지만 해도 군사독재와 민주화탄압 같은 부정적인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출세라는 말을 들으면 먼저 위압적이고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 출세라는 것도 남이 하면 부정적인 느낌이지만 내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까지 수많은 한국의 부모님, 선생님들이 오로지 자식들, 제자들의 출세만을 바라며 뒷바라지를 한 것이고, 어른들 뜻을 거스를 줄 모르는 착한 자식들은 명문대 합격, 고시패스만이 인생의 정답인양 묵묵히 공부했다. 그래서 패스하면 단박에 효자, 효녀, 못하면 불효자, 불효녀가 되는 것이 한국 사회의 부모 자식 사이다.

 

저자인 남규홍 PD 또한 출세의 환상으로부터 멀었던 분은 아닌 것 같다. 책 앞부분을 보면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잠시 고시준비를 하다 현재는 PD가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고법' 출신에 고시 준비까지 하다가 PD가 되었으니 <출세만세>라는 프로그램이 PD님 스스로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었을지 짐작이 간다.

 

*** 과거에는 고시 합격자들이 쓴 책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김난도 교수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처럼 고시 공부를 하다가 포기하고 다른 길로 돌아선 사람들의 책을 자주 볼 수 있다. 이것도 성공의 의미가 달라진 증거가 아닐까 싶다.  

 

 


고려대 심리학과 허태균 교수는 한국인의 출세 욕구가 강한 것은 살아가면서 출세 외에 추구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우리 사회가 출세를 대체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 했을 때 조선시대 등 과거에는 대체할 것이 있었다. 이른바 '명예'같은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출세를 포기할 만한 훌륭한 가치가 남아 있지 않다.

... 우리는 종교도 기복종교이고 출세를 위한 것이지 고유의 종교행위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

기도 많이 하면 합격하고 기도가 불성실하면 승진에서 누락시키는 그런 자비 모르고 사랑 없는 절대자를 어찌 믿을까 (p.136)

 

 

이 책에는 출세의 이유와 의미, 법칙, 완성에 대한 방송 내용과 제작진의 후기가 총 4부에 걸쳐 담겨 있다. <출세의 이유>편에서는 방송 당시 큰 화제를 모았던 '완장촌'의 제작 동기와 촬영 당시의 일화들, 후기 등이 나온다. 다른 다큐멘터리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형식으로 권력의 속성과 한국인들의 권력에 대한 생각을 알아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재미있었다.

 

<출세의 의미>편에는 부모들의 학력도 낮고 가난한 시골마을 '야소골'에서 출세한 사람들이 많이 배출된 이유를 추적한 내용이 나온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도 있듯이 한국사회는 유독 어려움을 딛고 부와 명예를 얻은 사람들에 대한 '신화'가 많다. 하지만 마을 최초로 행시에 패스하여 큰 기쁨을 주었던 아들이 몇 년만에 과로사한 송무개 할머니의 이야기, 한의사, 변리사 자식을 두고도 '고시 합격'을 못했다며 마땅찮아 하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한국의 교육열은 국가 차원에서는 플러스 요인이었을지 몰라도, 개인에게는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을 했다.

 

 

 

 



한두 세대 만에 이룬 산업화 과정에서 한국인들이 경험한 놀라운 계층이동은

누구든 노력하면 출세할 수 있다는 희망의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그 주된 통로는 교육이었고 최종 목적지는 고시합격으로 상징되는 '완장'차기였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점차 그 이동의 문이 닫혀가고 있는 것이다.

모두 소가 될 수 있다고 믿었던 닭들의 이야기가 보여주는 혼란스럽지만 역동적 모습이 완장촌의 풍경이었다면

앞으로 우리는 소가 닭 보듯, 그리고 닭이 소 보듯 하는 절망적인 양극화된 사회로 진입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p.93)

 

 

<출세의 법칙>편에는 출세의 요인과 그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성적, 운(관운) 등 수많은 요인들이 출세를 좌우한다고 말하지만, 제작진이 주목한 것은 출세의 요인 자체보다는 그 변화였다.

 

과거의 출세는 자수성가, 개천 용으로 대표되며, 교육, 돈, 고시, 정치권력 중 하나만 갖추어도 가능했지만, 현재의 출세는 명문가, 재계 혼맥 등으로 이루어진 신흥 귀족계급으로 진입하는 것이고, 교육, 돈, 고시, 정치권력 중 하나로도 부족하여 '이중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 그러고보면 우리 사회는 이승기, 김태희, 엠마 왓슨 등 연예인이면서 공부까지 잘 하는 스타들에게 더 큰 찬사를 보내는 것 같다. 그러면서 공부만, 일만 잘 하기에도 벅찬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과거보다 현재는 출세하기가 더욱 힘들고, 미디어에 나오는 출세한 사람들(정치인, 연예인, 재벌 등)과 나를 비교하며 좌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마냥 좌절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마지막 <출세의 완성>편에는 박용만 두산 회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유시민 전 장관, 이인제, 김홍신, 박원순, 정형근 등 출세했다고 일컬어지는 사람들과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인터뷰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출세'했지만, 모두가 '성공'적인 삶을 산 것은 아니다. 분명 이 책에 실릴만큼 '외적으로는' 잘난 사람들인데도 세간의 평가에 대해 변명하듯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 중에는 모두가 우러러보는 직위에 있었지만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는 일을 한 적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대단한 사람들의 입에서조차 출세가, 부와 명예가 봄날의 꿈처럼 느껴진다는 말이 나오다니. 과거의 출세가 이런 식으로 저물어가고 있고, 현재의 출세 공식에도 내 상황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 세상에서 뭔가를 찾아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본인에게 달렸다.

지금 시대에 출세한 사람들의 길은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한 분야를 발견하고 그것을 향해 열정을 다해 달렸을 때 찾아온다.

우리 시대의 별이 된 사람들도 그렇게 남들이 가지 않는 길,

자기가 좋아서 간 길을 오래도록 묵묵히 걸어가서 마침내 출세할 수 있었다.(p.252)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제작 후기라는 특성상 한국 사회의 단면을 고발하는 르포성이 짙은 책이지만, 책 중간 중간에는 이런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힌트도 조금씩 숨어 있다.

 

'출세'는 '나만 잘 되면 땡'이 아니라 가족, 친척, 가문, 동네, 학교, 국가를 빛내야 비로소 성공이라는 뜻이 담긴 말이지만, 요즘 세대가 추구하는 '성공'은 서구의 의미 그대로 무언가를 추구하여 달성하는 것 그 자체일 뿐이다. 세상에 공헌하겠다는 뜻을 품어야 성공이 아니라, 성공 그 자체가 세상에 공헌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 같으면 각광을 받지도 못했을 박지성, 김연아, 박태환 같은 이들이 현 시대의 롤모델이 되는 것이다.

 

모두가 명문대에 들어가고, 모두가 공무원, 고시 패스를 해야할 필요는 없다. 상인은 물건을 잘 팔고, 학자는 학문을 발전시키고, 기술자는 열심히 연구하고, 예술가는 창작을 열심히 하면 그것이 곧 세상에 도움을 주는 일이고 성공이다.

 

그리고 바로 그렇게, 평생 농부로, 상인으로, 회사원으로 제자리에서 열심히 산 어른들이 우리 사회에는 훨씬 많고, 그 분들이 실제로 이 사회를 지탱하셨으며, 이 책에 나온 출세한 '개천의 용'들은 사회의 극히 일부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제까지 그분들에게까지 관심을 돌릴 여유가 없었고, 그래서 60년대에나 2011년 현재나 여전히 재벌가 프린스와 평범녀가 사랑에 빠지는 판타지가 인기를 끄는 것이다.
 

비단 출세, 성공을 바라지 않더라도, 삶의 의미, 사람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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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 행복한 사회 재건의 원칙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아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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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버트런드 러셀이 1916년 런던에서 행한 ’사회 재건의 원칙’이라는 주제의 연속 강연을 기반으로 쓰여졌다. 러셀은 1차 대전이라는 소용돌이에 빠진 세계 정세를 보며 전쟁을 야기하는 인간 행동의 본성은 무엇이며, 국가의 개인, 종교와 교육 등의 의미는 무엇인지 고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총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장 ’성장의 원칙, 충동과 욕구’에서 저자는 인간 행동의 두 가지 동기인 욕구와 충동에 대해 논한다. 인간의 행동은 흔히 욕구에 의해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저자는 욕구보다 더욱 본능에 가까운 충동이야말로 인간 행동의 근본이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충동은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과학과 예술, 사랑의 원천이 되지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경우에는 전쟁을 야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리고 강연을 통해 어떻게 하면 충동을 긍정적으로 발현시키고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억제할 수 있는지 강구하고자 한 것이다. 

계몽주의가 지배했던 18세기 이후, 더군다나 경제학의 출발지라고도 볼 수 있는 영국에서, 인간의 행동이 경제적 이기심이 아닌 충동이라는 비이성적인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는 주장을 한 점이 참신하게 느껴진다. 
   


이어서 2장 ’왜 사람들은 국가에 순종하는가?’에서 저자는 국가의 중립성, 완전성을 부정하고, 일반 개인이 주체적으로 외교에 관심을 가지고 권리를 행사할 것을 촉구한다. 국가를 부정한다고 하여 저자가 아나키스트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보건, 의무교육, 아동정책, 학문연구 등 사조직에 맡길 경우 한계가 있는 것은 국가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3장 ’전쟁은 제도다’에서는 2장에 이어 국가의 중립성을 부정하고,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국가가 전쟁으로 나아가는 것, 또는 국가의 선동으로 국민이 전쟁에 찬동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정치에 대한 관심을 통해 전쟁욕을 발산하는 것, 세계연합체 구성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4장에서는 부의 재분배, 5장에서는 교육, 6장에서는 결혼과 인구, 7장에서는 종교에 대해 논한 다음, 8장에서는 결론에 이른다. 약 100년 전의 논의라서 현실과는 맞지 않는 부분도 일부 있기는 하지만, 당시의 생활상과 1차 대전 당시 지식인이 무엇을 고민하였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전쟁과 국제 정세에 대한 그의 고찰은 미국에 대항하여 중국이 새로운 패권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유럽이 하나의 연합체로 구성되는 등 급격히 변화하는 약 100년 후의 미래ㅡ 즉 현재의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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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뇌, 남자의 발견 - 무엇이 남자의 심리와 행동을 지배하는가
루안 브리젠딘 지음, 황혜숙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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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뇌, 남자의 발견]의 저자 루안 브리젠딘은 하버드대에서 의학을 전공한 의학교수로, 미국 최초의 임상연구소 '여자의 심리와 호르몬을 위한 클리닉'의 설립자이자 소장이며, '여자 뇌의 기능'을 주제로 대중 강연을 하고 있는 여성이다. 페미니즘의 영향을 받은 저자가 아들을 키우면서 겪은 해프닝은 놀랍기 그지없다. 그동안 나 역시 '성차는 없고 개인차만 있다'고 믿었는데, 어쩌면 남녀간의 신체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성격차이라는 것이 존재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2차 페미니즘의 수혜를 받은 여성으로서 그는 자신의 아들을 '공격적으로 무기와 경쟁에만 몰두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예민하고 섬세한 남자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바비 인형을 선물했다. 바비 인형을 쥐어주면 자연히 여자아이들의 놀이에도 익숙해지고, 여성적인 성향이 길러질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대실패. 아들은 바비를 칼처럼 휘두르며 여느 남자아이들처럼 놀았다.(p.40)


 

저자에 따르면 남성은 전 생애에 걸쳐 총 7단계의 뇌의 변화를 겪는다. 남자와 여자의 뇌는 구조와 세포 자체가 다른데, 거기에 이 7단계의 변화가 더해지면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여자에게는 없는 Y염색체로 인해 남자는 아기 때부터 성적 추구, 모험적 행동, 근육 회로 등이 발달하게 된다.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거나 인형 놀이를 하는 여자 아이들과 달리 남자 아이들은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도 이 같은 신체적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테스토스테론이 대량 분비되는 청소년년기의 남자는 시한폭탄이나 다름 없다. '테스토스테론을 맥주라고 치면 9세 남자아이는 매일 한 컵 정도를 마시는 셈이다. 하지만 15세에 이르면 하루에 7리터에 달하는 양을 마시는 꼴이 된다.(p.68)' 성적욕구가 급격히 높아지고, 어른에 대한 반항심이 극도에 치닫고, 충동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것도 모두 '인체의 신비'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누가 힘이 더 센지 약한지 겨루기 좋아하는 남자들. 특히 남자들이 '여자같다'는 말을 싫어하는 게 여성을 차별하는 사회적 편견 때문인 것 같아서 싫었는데, 책에 따르면 그저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확인 받고 싶어하기 때문일뿐이라고 하니 한숨 놓인다. 



하지만 일생동안 남자의 뇌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이 죄다 공격성, 성욕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바소프레신'은 여성에 대한 헌신과 일부일처제의 호르몬으로, 남성으로 하여금 배우자와 자식을 보호할 수 있게끔 책임감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프로락틴'은 예비아빠의 공감 임신(쿠바드 증후군)을 유발하고 아기의 울음을 알아 듣는 아빠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호르몬이다. 프로락틴 분비가 활발해지면 성욕이 감소하기 때문에, 아내가 임신하고 있는 동안 남성으로서의 욕망을 절제할 수 있는가보다. 남성의 뇌와 호르몬이 일생 동안 어떤 변화를 겪는지 알아두는 것은 남녀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 특히 여성이라면 애인 혹은 남편, 아버지와 남자 형제, 그리고 아들ㅡ 일생동안 만나는 수많은 '화성에서 온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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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심리학 - 미래의 나를 완성해주는, 20대를 위한 인생강의
곽금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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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심리학>은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가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쓴 심리학 책이다. 곽금주 교수는 서울대에서 '흔들리는 20대(약칭 흔들이)'라는 이름의 인기 강의를 맡고 있다. 현재 20대의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학생들을 많이 만나고 계신 분이 쓰셔서인 사례들이 매우 생생했다. 대학에 들어와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깨닫고, 이전과는 다른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진로를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는 20대라면 공감이 될 것이다.

 


책에서 '자기효능감'에 대한 내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얼마전 교육 다큐멘터리를 한 편 봤는데, 선생님이 아이에게 문제를 풀게 한 다음 '높은 점수를 받았구나, 머리가 좋구나'하면서 결과를 칭찬하니 아이는 틀리기 쉬운 고난이도의 문제에는 도전하지 않고 쉬운 문제만 풀려고 한 반면, '열심히 풀었다'며 과정을 칭찬하니 틀리더라도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고 싶어했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은 20대에게 꼭 필요하다. 20대는 실패가 많은 때다. 원하는 학교와 학과에 처음부터 철썩 붙은 사람, 지원한 회사마다 합격통보를 받는 사람은 극소수이며 그렇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나만 늘 실패한다고 단정짓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그러느니 작게라도 성취한 일들을 되뇌이는 것이 낫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주일에 한 권씩 책 읽기, 일기 꾸준히 쓰기, 돈 아껴쓰기,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자기 같은 것도 좋다.



저자는 오늘날의 20대는 완전한 성인이 아니며, 신체는 성숙하지만 자아는 덜 형성된 '이머징 어덜트후드'라고 했다. 학업, 취업, 연애, 인간관계 등 온갖 세상일에 시행착오를 겪고 혼란스러워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구나. 그런 점에서 20대인 나는 아직도 성장기다. 다만 10대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아닌 내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해야한다는 점일까. 좀 더 고민해보자.  


 

성인기로 이행하기 위해 인생의 매핑을 시작한 20대 역시 자기효능감이 충만해야 자신의 길을 설계하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공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자기효능감이 잘 단련되어 있어야 한다. (p.42)


사실 20대 청년들이야말로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다. 하지만 도전에는 언제나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모든 도전에는 실패와 좌절이라는 리스크가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도전을 멈출 수 없는 것은 리스크 너머에 그보다 훨씬 더 크고 아름다운 것, 바로 가능성과 성취감이 있기 때문이다. 20대에 다양한 도전을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성취감으로 가슴을 채우면 성인기로의 이행이 한결 매끄러워진다. 어떤 일이 주어지건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도전을 즐거워하게 된다.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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