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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수학공부법 - 스스로 답을 찾는 힘
조 볼러 지음, 송명진.박종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누구도 수학을 아는 채로 태어나지 않고, 수학을 배울 능력이 부족한 채로 태어나는 사람도 없다." 스탠퍼드 대학교 수학교육학과 교수이자 온라인 학습 사이트 유큐브드(www.youcubed.org)의 공동 설립자인 저자 조 볼러는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처럼 '수학 두뇌' 또는 '수학적 재능'과 같은 것은 없다고 단언한다.
문제는 '마인드세트'이다. 어떤 마인드세트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학습 태도는 물론 학습 결과 또한 달라진다. 성장 마인드세트를 가진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점점 더 똑똑해질 것이라고 믿는다. 반면 고정 마인드세트를 가진 사람들은 어떤 일이나 사물에 대해 어느 정도는 배울 수 있지만 자신의 기본적인 지적 수준을 바꿀 수는 없다고 믿는다. 수학은 하나의 '재능'이며, 그러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따로 있다는 믿음, 즉 고정 마인드세트를 가진 사람은 수학에 실패하고 낮은 성적을 거둘 수밖에 없다.
블랙 캡의 운전기사에 지원하는 사람은 런던 중앙부에서 반경 25마일(약 40km) 내에 있는 2만 5천 개의 거리명과 2만 개의 랜드마크를 모두 외워야 하는데, 대략 2년에서 4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중략) 연구진은 훈련 기간이 끝날 무렵 운전기사의 두뇌 속 해마 부분이 현저히 커진 것을 발견했다. 해마는 학습과 기억, 특히 공간 기억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다른 연구에서는 블랙 캡 운전기사와 런던 버스 운전기사의 두뇌 성장을 비교했다. 버스 운전기사는 단순히 버스 노선 하나만 익히면 되기 때문에 블랙 캡 운전기사와 같은 두뇌 성장을 찾아볼 수 없었다. (22~3쪽)
재능이나 적성보다 훈련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다른 연구를 통해서도 밝혀졌다. 런던의 블랙 택시, 즉 블랙 캡 시험 연구가 대표적이다. 2000년대 초반, 과학자들은 블랙 캡 운전기사들의 두뇌가 런던 버스 운전기사의 두뇌에 비해 월등히 성장한 것을 발견했다. 블랙 캡 운전기사가 되려면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으로 유명한 '지식(knowledge)'이라고 불리는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블랙 캡 운전기사들의 두뇌가 놀라울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성장 마인드세트를 형성하고 복잡한 훈련도 감당할 수 있는 끈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습관을 유념하는 것이 좋다. 뉴욕 타임스의 필진 피터 심스에 의하면, 성공하는 사람들은 틀리더라도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다. 엉뚱해 보이는 아이디어를 실행해 본다. 색다른 경험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아이디어를 판단하지 않고 즐긴다. 고정관념에 저항하려는 의지가 있다. 어려움을 뚫고 헤쳐 나간다.
이러한 습관은 수학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 저자는 딸이 수학 문제를 풀다가 틀렸을 때 야단치지 않고 "문제의 답을 틀렸을 때 네 뇌가 자라는 거야. 네가 정답을 맞혔을 때는 뇌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자라지 않는 거야."라는 말로 성장 마인드세트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외려 아이가 학교 수험이나 시험에서 모든 문제를 맞혔을 때는 "참 안됐구나. 그건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뜻이니까."라고 답하며, 100점을 맞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정답을 맞혀야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넘어서도록 가르치라고 조언한다.
사람들에게 수학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물어보면, 보통은 주택 담보대출 상환액이나 물건의 할인가 계산을 생각한다. 하지만 수학적 사고는 그 이상의 것이다.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하루 스케줄에 몇 건의 회의와 업무를 넣을지, 지구가 들어갈 공간이나 차를 돌릴 공간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행사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SNS로 메시지를 보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것인지를 생각하는 방법의 핵심이 수학에 있다. (71쪽)
계산을 빨리하는 사람, 정답을 금방 찾는 사람이 수학을 잘한다는 편견도 바로잡아야 한다. 계산이 느리고 정답을 바로 찾지 못해도 색다른 사고방식을 하고 수학으로 뭔가 재미있는 일을 계속해 나가는 사람이야말로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다. 로랑 슈바르츠는 학창 시절 학급에서 가장 느린 학생이었고 오랫동안 스스로를 멍청하다고 생각했지만, 11학년 말에 민첩성과 지성 사이에는 명확한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마침내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았다.
저자는 맞거나 틀리거나 둘 중 하나의 답만을 요구하며 수학을 편협하고 빈약하게 가르치고 있는 교육현장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를 만드는 주범이지만, 수포자를 줄이고 진정한 수학적 사고를 가르칠 수 있는 공간으로 역시 교육현장을 든다. 여학생과 유색인종 학생들이 '선천적으로' 수학을 잘 못한다는 생각도 오류임을 밝힌다. 이 책에는 또한 교육현장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수업 방식과 예시 문제가 담겨 있다. 학창시절 이 책을 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책을 만날 학생들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