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장소, 환대 현대의 지성 159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인류학자 김현경의 저서 <사람, 장소, 환대>에 따르면 사람이 된다는 것은 일종의 자격이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리/장소가 필요하고, 사람에게 자리를 주는 행위, 즉 환대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러한 개념 정의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서 마땅히 제공되어야 할 자리/장소를 제공받지 못한 존재들을 하나씩 거명한다. 


그중에는 여성도 있다. 가부장제가 여전히 만연해 있는 한국 사회 내에서 여성은 독립적으로 자기만의 자리/장소를 가지지 못하며, 오로지 아버지의 딸, 남편의 아내, 아들의 어머니로서만 존재한다. 여성이 자기만의 자리/장소를 가지지 못하는 것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억압, 남편의 통제, 아들의 부양에서 벗어난 여성은 제아무리 자기 힘으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노는 여자, 난잡한 여자, 불쌍한 여자 취급을 받는다. 


"가부장 제도 하에서 여성은 사회 안에 어떤 적법한 자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 여성은 단지 스스로를 비가시화한다는 조건으로, 물리적인 의미에서 사회 안에 머무르는 것을 허락받고 있을 뿐이다." (78쪽)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의 지배에 굴복해 노예가 되거나, 남성의 지배에서 벗어난 아웃카스트가 될 수 있을 뿐이다. 노예가 된다는 것은 주인의 소유물(物)이 된다는 것이다. 노예는 자신의 이름을 가지지 못한다. 호주제가 철폐된 지금도 아버지의 성씨를 따르는 자식이 어머니의 성씨를 따르는 자식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 - 또는 (<82년생 김지영>이 지적한 것처럼) 갓 태어난 아이의 성씨를 정할 때 어머니의 성씨를 택할 수 있음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버지의 성씨를 택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부부 사이에서, 가정 내에서, 사회 내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열등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페미니스트들은 남성에게 복종하고 길들여진 노예가 되느니 남성에게 저항하고 자기만의 살 길을 찾는 아웃카스트가 되는 편을 택한다. 이런 여성들에게 남성(및 페미니스트가 아닌 일부 여성)들은 '더러운 년'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더럽다'는 수식어 또한 지배 계급의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표현이다. 지배 계급에게 있어 더럽다는 것은 깨끗하지 않다, 정결하지 않다, 신성하지 않다는 뜻이다. 지배 계급은 자신들을 더럽지 않은, 정결하고 신성한 존재로 여기기 때문에 자신들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거나 벗어나려고 하는 이들을 더럽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떤 페미니스트들은 '더러운 년'이라는 비난을 명예 또는 훈장처럼 여긴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환대는 여전히 조건적이다.


여성은 어디서나 모욕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으며, 멋진 옷과 가방도, 자격증도, 명패와 직함도 완전한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한다. 여성은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이등시민이다. 흑인 변호사나 흑인 교수 심지어 흑인 대통령의 존재가 전체 흑인의 지위를 판단하는 데 별다른 영향을 줄 수 없듯이, 몇몇 성공한 여성이 있다고 해서 이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여성은 자리를 위한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 환대의 권리 - 환대 받을 권리와 환대할 권리 -는 그러므로 당분간 우리의 어젠다를 구성할 것이다. (294쪽) 


부모들은 재산을 직접 물려주는 대신에, 자녀의 몸에 그것을 투자하고 그 몸을 물려주기로 마음먹는다. 그리하여 아이들은 상속자이면서 동시에 투자 대상, 즉 재산 자체가 된다. (중략) 상속이 특정한 시점이 아니라 양육 기간 전체에 걸쳐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족은 만성적인 갈등상태에 놓인다. 부모의 상속 프로젝트에 동의하지만, 물건 취급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아이들, 재산관리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엄마, 가장이면서도 이 프로젝트에서 소외되어 있다고 느끼는 아빠가 갈등의 세 주역이다. (187쪽) 


그렇다면 적(敵)을 환대하는 것은 가능할까. 저자에 따르면 사회란 본디 절대적 환대를 통해 성립된다. 어떤 사람은 환대 받고 어떤 사람은 환대 받지 못하는 기준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환대를 제공할 지위 또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를 오용 또는 남용하고 있을 뿐이다. 가족 내에 권력의 차등이 존재하지 않고, 국가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이라면, 가장이 다른 가족 구성원들보다 우위에 있고 국가가 국민과 외국인을 차별하는(또는 국민이 외국인을 차별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환대하거나 또는 환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곧 권력이라는 사실은 일부 정치인 또는 연예인이 봉사 활동을 하는 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 동료에게 '봉사'하지 않는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돈이나 선물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웬만해선 가까이 다가가 끌어안지 않고, 몸을 씻겨주지도 않는다. 봉사를 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봉사를 하지 않아도 별다른 비난을 받지 않지만, 봉사 받을 입장에 있는 사람이 봉사 받을 것을 거부할 경우 무례하거나 주제넘는다는 비난을 받는다. 


페미니즘도 마찬가지다. 남성은 페미니즘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거부해도 별다른 사회적 제재를 받지 않지만, 여성은 페미니즘을 연상시키는 사진을 찍거나 SNS 글을 리트윗하기만 해도 악플 세례를 받거나 직장에서 해고된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 장소와 환대라면, 한국 사회는 장소도 환대도 제공하지 않은 채 여성이 사람 되길 바라는(혹은 바라지 않는) 무정하고 부당한 공간이다. 이런 곳에서 버티고 있는 모든 약자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아폴로 8
제프리 클루거 지음, 제효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 제리. 지구가 정말 작게 보여." 

"그렇죠. 앞으로 더 작아질 거예요." (343쪽) 



한 번의 성공이 있기까지 수백, 수천 번의 도전과 실패가 있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잊거나 간과한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아폴로 8>은 그런 사람들의 머릿속에 경종을 울릴 만한 책이다. 이 책은 1969년 3명의 우주인을 태운 아폴로 11호가 미국 최초로 달에 착륙하기 이전에 달 궤도를 돌며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대비한 임무를 수행했던 아폴로 8호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폴로 11호가 달 궤도에 진입하기 이전에 기술적 문제와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사실은 아폴로 11호의 성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아폴로 1호는 발사 테스트 중에 우주선 화재로 우주인 3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겪었다. 아폴로 5호는 로켓이 추락했고, 아폴로 6호의 로켓도 엔진 이상을 보였다. 미소 냉전이 절정에 달했던 시대였으므로 기술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거나 아예 없어질 위기에 처했던 적도 있었다. 아폴로 8호는 바로 이런 악재 속에서 달 궤도 진입이라는 무거운 임무를 지고 우주로 떠났다. 


아폴로 11호의 우주 비행사이자 인류 최초로 달의 표면을 밟은 닐 암스트롱의 이름은 알아도 아폴로 8호에 탑승했던 우주 비행사의 이름을 아는 이름은 적을 것이다. 아폴로 8호에 탑승해 인류 최초로 달 궤도에 진입한 이들은 모두 세 명이다. 프랭크 보먼, 제임스 러벨 주니어, 윌리엄 앤더스. 이 책은 마치 소설처럼 세 명의 우주 비행사가 아폴로 8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사정과 아폴로 8호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 그 이후의 삶 등을 자세하게 그린다. 


아폴로 8호의 여정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덕분에 아폴로 8호에 탑승한 우주 비행사들은 전 지구인을 위해 우주선 창밖으로 보이는 달과 지구의 모습을 '최대한 시적으로' 설명하는 역할도 맡았다. 보먼과 러벨, 앤더스는 임무를 수행하기 전에 수차례 월면도와 달 지형도를 공부했지만 막상 육안으로 달의 표면을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거대한 우주에 떠 있는 위대한 오아시스'처럼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 아시아, 심지어는 냉전 중인 소련까지도 아폴로 8호의 방송을 시청했고 아폴로 8호가 보내는 소식에 열광했지만, 이들의 방송을 결코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아폴로 8호에 탑승한 우주 비행사들의 가족들이다. 보먼과 러벨, 앤더스의 가족들은 아폴로 8호가 달 궤도에 진입했을 때가 아니라 아폴로 8호가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했을 때 비로소 마음 편히 아폴로 8호의 성공을 축하하고 기뻐할 수 있었다. 아폴로 8호가 우주를 비행하는 내내 마음 졸였던 가족들의 모습도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지금이야 인류가 달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폴로 8호 프로젝트가 준비 중이던 당시만 해도 인류가 달에 간다는 발상 자체가 무모하고 허황된 것으로 여겨졌다. 보먼과 러벨, 앤더스는 죽음을 각오하고 아폴로 8호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고 지구로 귀환하는 순간까지 조금도 마음을 놓지 않았다. 실패가 당연시되고 죽음까지 각오해야 했던 임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결국 훌륭하게 완수해낸 이들의 도전과 헌신이 경이롭고 숭고하게 느껴진다. 아폴로 11호의 성공만큼 아폴로 8호의 성공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4차 산업혁명 이야기 - 빅 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보다 중요한 것
강명구 지음 / 키출판사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차 산업혁명이 이미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정작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화폐, 블록체인 기술 등의 개념을 언급할 수 있는 정도라면 그나마 낫지만 그것들이 4차 산업혁명의 전부는 아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4차 산업혁명 이야기의 저자 강명구는 4차 산업혁명 전도사이자 IT, 사물인터넷 분야 전문가다. 저자는 서울대 공학 박사,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 방문연구원을 거쳐 삼성전자에서 20년간 재직했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의미와 방향성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1차부터 3차까지 산업혁명은 그 특징이 동일하다. 공업화, 소품종 대량생산, 효율 극대화, 풍요, 권력 중앙 집중, 과도한 경쟁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익숙해져 있는 그것이다. 이로 인한 사회적 영향도 유사하다. 중산층의 성장과 민주주의 발전, 정부 역할의 비대화 등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산업혁명과 그 특징이며 결과가 전혀 다르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산업혁명의 결과인 획일화, 중앙 집중, 폐쇄성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해해도 큰 무리가 없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을 크게 맞춤, 분권, 개방으로 요약한다. 맞춤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 중심으로의 변화, 분권은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현상에 대한 반발, 개방은 중앙 관리자 또는 중개인 없이 당사자가 직접 거래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일컫는다. 맞춤, 분권, 개방은 가정과 직장, 도시와 농촌에 모두 적용될 것이다. 저자는 내 삶에 맞춤 환경을 제공하는 집,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한 맞춤 생산 시스템의 공장이나 농장, 각 시민의 기호와 취향, 필요에 따른 서비스를 맞춤 제공하는 도시의 미래를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미래의 청사진은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을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행정, 경영 및 사회 문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 홈서비스이다. 영화 <아이언 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인공지능 자비스에게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던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이렇게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사용자가 주문한 행위를 대신해주는 기술이 현재 개발되어 있고 상용화되기 직전이다. 


문제는 냉장고는 A사, 텔레비전은 B사, 세탁기는 C사의 제품을 구입한 경우, A사와 B사, C사가 서로의 기술을 공유하지 않는 한 영화처럼 원활하게 스마트 홈서비스를 누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는 폐쇄적인 자세를 취할 경우 미래가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본다. 나아가 종국에는 기업이 만든 기성품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맞춤 주문 또는 맞춤 제작한 제품을 사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이 미래의 교육과 직업 안정성도 크게 바꿀 것이라고 본다. 현재 미국에선 의사 대신 인공지능이 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된 상태다. 미국 주요 병원에서는 약사 대신 로봇이 약을 제조하고 있다. 인간과 달리 인공지능이나 로봇은 오류를 거의 일으키지 않고 사적인 감정 없이 냉철하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한다. 일의 정확성과 신속성 면만 따지면 인간보다 훨씬 낫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인간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 저자는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기존의 직업 자체를 없애기는 어렵다고 본다. 다만 인공지능 기술을 모르는 의사보다는 인공지능 기술을 아는 의사가, 로봇 기술을 모르는 약사보다는 로봇 기술을 아는 약사가 더욱 경쟁력이 있고 지속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러므로 자신의 전공이 아니더라도 IT를 비롯한 신기술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이 책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내용을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챕터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개념을 정리하고 풀어서 설명한 코너가 마련되어 있고, 4차 산업혁명을 선두에서 이끄는 독일과 미국, 중국의 전략을 소개한다. 4차 산업혁명의 개념과 방향, 구체적인 사례와 전략을 포괄적으로 알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험한 민주주의 - 새로운 위기, 무엇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
야스차 뭉크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박근혜를 청와대에서 성공적으로 끌어내린 일은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옹호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부패하거나 포퓰리즘적인 정부의 권력 공고화를 막기 위해, 시민들은 민주주의적 규칙과 규범의 위반을 적발해야 한다. 포퓰리스트가 전체 국민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거리로 나와야만 한다. (239쪽) 


민주정이 군주정보다 나은 정치 체제임은 명백하다. 그렇다고 민주정이 완전무결한 정치 체제인 건 아니다. 지난날 이 나라에서 다수 국민의 이익이 아닌 소수 기득권층을 위한 정치, 사리사욕을 채우고 부정부패를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서 정치를 이용했던 이들을 지도자로 선출한 건 다름 아닌 국민이다. 포퓰리즘에 취약한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까. 미국의 정치학자 야스차 뭉크가 쓴 <위험한 민주주의>는 포퓰리즘의 부상과 민주주의의 위기를 경고하고 그 대책까지 제시하는 책이다. 이 책은 크게 세 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에서 저자는 현대 민주주의가 무너져내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최근 수십 년 동안 그리스,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극우정당이 득세했다. 극우정당은 하나같이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이들이 표방하는 민주주의는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권 향상에 힘쓰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전체주의, 민족주의와 썩 다르지 않은 '반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이다. 극우정당은 자신들의 반자유주의적 성향을 가리고 민주주의만 내세우며 자신들의 발언을 정당화하고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려 한다. 


제2장 '위기는 어디서 왔는가'에서 저자는 현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인을 제시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소셜 미디어, 경제 침체, 정체성 등이 있다. 소셜 미디어는 정보를 전파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지만, 가짜 뉴스를 전파하고 여론을 왜곡하는 부정적인 역할도 한다.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고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한정된 부와 자원을 둘러싼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성별, 종교, 민족, 성적 정체성 등에 따른 다양화, 다원화가 심화되면서 사람들 사이의 협력과 조화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민주주의의 위기로 작용한다. 


제3장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서 저자는 박근혜를 탄핵하고 적폐 청산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대한민국 촛불 혁명을 긍정적인 사례로 제시한다. 최고 권력자의 지위를 남용해 부정부패를 일삼은 지도자는 박근혜 외에도 많다. 하지만 최고 권력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한 예는 촛불 혁명 외에 거의 없다. 저자는 포퓰리스트들이 앞으로 다시는 권력을 잡지 못하게 하고 장기적으로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촛불 혁명처럼 직접적이고 강력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촛불 혁명에 참여했던 1인이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위기의 한국 민주주의를 촛불 혁명이 구했다는 분석을 읽으니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몸 연대기 - 유인원에서 도시인까지, 몸과 문명의 진화 이야기
대니얼 리버먼 지음, 김명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은 왜 아플까. 인간은 왜 병이 들까. 하버드대학교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 대니얼 리버먼이 쓴 <우리 몸 연대기>는 이제 그 답을 의학이 아니라 진화인류학에서 찾아야 한다고 설명하는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인간을 괴롭히는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아니라 인간 종이 병에 걸리는 이유를 알아내야 한다. 왜 인간은 당뇨병에 걸릴까? 의학에 따르면 당뇨병은 몸의 세포들이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을 때 생긴다. 인슐린은 혈류에서 당을 꺼내 지방으로 저장하는 호르몬이다. 그런데 세포들이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으면 혈당 수치가 높아지고 당뇨병에 걸린다. 그렇다면 왜 다른 영장류에게는 생기지 않는 당뇨병이 인간에게만 생길까? 진화인류학에 따르면 인간의 몸은 현대의 식생활과 활동 부족에 잘 대처하도록 적응되지 못했다. 


인간의 몸은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고 끼니를 자주 걸렀던 과거를 기억한다. 그렇기 때문에 먹을 것을 보면 먹게 되고, 먹은 것은 몸에 저장한다. 인간 몸의 역사를 이해하면 당뇨병 외에도 비만, 심장병, 뇌졸중, 암, 당뇨병, 골다공증, 알레르기, 천식, 근시, 불면증, 매복 사랑니, 평발 등의 원인을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이들을 '불일치 질환'이라고 부른다. 불일치 질환이란 현대의 특정 행동과 조건에 충분히 적응되어 있지 않거나 부적절하게 적응되어 있는 구석기의 몸이 일으키는 질병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예가 매복 사랑니다. 구석기 시대에는 날고기를 뜯어서 씹어야 했기 때문에 이가 튼튼하고 강해야 했고 어금니의 사용 빈도가 높았다. 요즘은 고기를 익혀서 먹는 경우가 많고, 밥, 면, 빵 등 부드러운 음식이 주식이다 보니 강한 힘으로 씹는 일이 많지 않다. 이로 인해 턱이 작아지고 좁아지면서 사랑니가 비뚤게 나고 각종 통증과 질환을 야기한다. 


과체중, 비만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몸은 들어온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향으로 적응되어 있다.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은 에너지 과잉이 아니라 마른 사람과 똑같이 에너지 균형인 상태다. 그러므로 살을 빼겠다고 음식을 덜먹거나 운동을 하면 쓰는 양보다 적은 열량을 섭취하는 셈이니 배가 고프고 피곤할 수밖에 없다. 평소보다 더 먹고 싶고 덜 움직이려 하는 건 본능적인 반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을 빼고 싶고 건강을 되찾고 싶다면 습관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저자는 가능한 한 현대에 새로 만들어진 음식이 아닌 구석기 시대부터 먹었을 법한 음식을 먹으라고 충고한다. 과일 맛 과자보다는 과일을 먹는 편이 낫고, 과일도 개량을 통해 단맛이 강해진 과일보다는 개량을 하지 않은 듯한, 시거나 쓴맛의 과일이 낫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