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사 순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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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시리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한반도의 대표적인 신사 22곳을 소개한 글만 추려 엮은 책이다. 새로운 글이 아닌 건 아쉽지만, 올해 6월 30일 바레인에서 열린 제42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 봉정사, 부석사, 통도사 등 7곳이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하여 낸 책이라고 하니 수긍이 간다. 이 책에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산사 중에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총 4곳을 비롯해, 그에 못지않은 아름다움과 가치를 지닌 남한의 사찰 15곳, 북한의 사찰 2곳에 관한 글이 실려 있다. 


저자처럼 정기적으로 국내의 산사를 답사해본 적도 없고 전문적으로 공부해본 적도 없건만, 책에 나온 산사 중에 직접 가본 곳도 많고, 학교 또는 책을 통해 배워서 알고 있는 지식이나 문화유산도 제법 많았다. 가장 최근에 가본 곳은 영주의 부석사다. 저자는 부석사를 가리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집'이라고 극찬한다. 부석사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이자 국보 제18호인 무량수전이지만, 부석사의 아름다움은 그것만이 아니다. 부석사 매표소에서 절집으로 이어지는 은행나무 가로수길, 가로수 건너편의 사과밭, 일주문과 당간지주, 석등까지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예술이고 아름다움이다. 가을에 특히 아름답다는데 나는 여름에 가보았다. 기회가 된다면 가을에 꼭 가보리라.


저자가 1997년 방북했을 때 방문한 묘향산 보현사와 금강산 표훈사에 관한 글도 실려 있다.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이고, 공산주의 국가는 종교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에는 절이 없는 줄 알았는데 몇 곳은 남아있다는 것이 일단 놀라웠다. 보현사는 북한에서 가장 큰 절일 뿐만 아니라 북한 불교의 총림이다. 표훈사는 금강산 4대 사찰 중 한 곳인데 나머지 셋은 퇴락했고 표훈사만 목숨을 건졌다. 표훈사의 사방을 두르고 있는 것이 말로만 듣던 금강산 일만 이천 봉. 나는 언제쯤 내 눈으로 이것들을 볼 수 있을까. 상상만 해도 마음이 설렌다. 어서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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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심리 수업
테리 앱터 지음, 최윤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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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남의 인정이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자유롭게 산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간의 정신은 무릇 자아와 초자아로 구성되고 초자아는 부모와 가족, 사회 등에 의해 형성되는 법. 나는 남한테 조금도 영향받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도 실제로는 적어도 한 명 이상의 타인으로부터 영향받고 평가 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타인의 판단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또한 타인의 칭찬과 비난이 부담스럽고 힘겨울 때 이에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칭찬과 비난만 30년 이상 연구해 온 케임브리지 대학교 심리학과 테리 앱터 교수의 최신작 <나를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의 주된 내용이다. 


저자는 자신 또한 타인의 칭찬에 목마르고 타인의 평가와 비난에 상처받은 경험이 있다고 고백하며, 이 같은 경험이 개인의 내면을 어떻게 뒤흔들고 인간관계를 무너뜨리는지 설명한다.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인 칭찬과 배제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낳는 비난, 가족과 친구, 부부와 직장, 소셜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평가의 양상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정적인 심리 상태를 소개한다. 칭찬이라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부모의 칭찬이 지나치면 아이는 과도한 관심과 부담감에 혼란과 짜증을 느낄 수 있다. 직장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아내에게 남편이 무조건 잘하고 있다, 힘내라고 말하면 아내는 조롱당하는 느낌이 들고 죄책감마저 가진다. 


비난 역시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타인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생각이나 행동을 개선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비난도 분명히 존재한다. 자신의 비판을 상대가 비난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려면 최대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 "오늘도 지각했구나."라는 말과 "오늘도 지각한 걸 보면 너는 무척 게으르고 무책임하구나."라는 말은 느낌이 전혀 다르다. 저자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얄팍하고 무성의한 비난을 주고받는 것을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이른바 '악성 댓글'의 폐해다. 저자는 마음 챙김 또는 명상이나 수련을 통해 자신의 날선 감정을 다스리고 타인에 대한 평가를 멈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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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구하라! - 수학으로 푸는 아이돌 실종 사건 창비청소년문고 29
안소정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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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전공자인 저자가 수학을 어려워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쓴 소설이다. 청소년을 위해 쓴 소설이지만 줄거리가 흥미진진하고 수학을 이용한 추리 소설로서의 면모도 뛰어나 성인이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다(외려 학창 시절 수학을 포기한 '수포자'였다면 책 내용이 다소 어려울지도...). 


어느 날 갑자기 아이돌 그룹 폴리헤드런의 리더 강해가 강화도에서 사라진다. 그러자 강해를 찾기 위해 강화중학교 수학 동아리 아이들이 나선다. 단서는 강해가 SNS에 남긴 사진과 그동한 발표한 노래의 가사 정도. 아이들은 얼마 안 되는 단서를 이용해 강해가 낸 문제들의 '해'를 구한다. 한 문제 한 문제 풀어갈수록 새로운 힌트가 나타나고 강해가 그동안 간직해온 복잡한 사연이 드러난다. 


참고로 강해가 속한 아이돌 그룹 '폴리헤드런'은 다면체라는 뜻이고, 폴리헤드런의 다섯 멤버는 모두 각자 다른 다면체에서 이름을 땄다. 강해의 활동명은 '도데카헤드런'인데 십이면체라는 뜻이라고. 인기 아이돌 그룹이 수학을 이용해 콘셉트를 잡고, 수학을 이용해 가사를 쓰고 SNS를 통해 팬들에게 수학 문제를 낸다면 팬들 중에 수포자는 1도 없을 것 같다. 이거 괜찮은 아이디어 아닌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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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하다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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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 '시크 : 하다'에서 '시크'는 '프렌치 시크'를 일컫는다. 저자 조승연은 프랑스에서 2년간 유학했다. 미국 대학 졸업 후 프랑스로 유학을 간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말렸다. 프랑스는 더 이상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고, 더 이상 배울 게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저자는 프랑스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프랑스 사람들은 언뜻 보기에 무심하고 이기적이고 까칠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주관이 뚜렷하고 삶의 철학이 분명하고 각자의 개성과 가치관을 존중할 줄 아는 멋진 면을 가지고 있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지내면서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미국 문화, 미국이 상징하는 자본주의, 성공 중심 문화에 젖어 있었는지 깨닫고 다양한 관점과 문화를 수용하는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 


프랑스 사람들이 무심하고 이기적이라는 평을 듣는 건, 이들이 여느 나라 사람들에 비해 '주관'을 중시하는 탓이 크다. 프랑스 사람들은 절대로 다른 사람이 자기 인생을 '성공했다'느니 '실패했다'느니 하는 정의를 내리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 '성공했다'느니 '실패했다'느니 하는 평가를 내리지도 않는다. 프랑스 사람들은 오직 자기 자신의 삶에만 관심이 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남들처럼 살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그래서 존재를 중요시하는 실존주의 철학이 발전했다. 맛을 중시하는 미식 문화가 발달했다. 멋에 신경 쓰는 사람이 많다 보니 패션과 향수 산업 등이 발달했다. 가족 관계가 유연하고 성에 개방적인 것도 오로지 나 자신의 기쁨, 현재의 즐거움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프랑스 사람들의 주관이야말로 현재 한국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말한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든, 누가 나에 대해 뭐라고 하든, 타인과 사회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나의 개성과 즐거움을 최대한으로 만끽할 자유와 용기. 이것이 한국인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이자 추구해야 할 목표라고 말한다. 이는 소확행, 워라밸 같은 키워드가 각광받는 시대의 흐름과도 맞아떨어진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사는 게 프랑스 사람들의 행복의 비결이라니. 프랑스 사람들 전부가 무심한 듯 시크하게 살고, 전부가 행복한 건 아니겠지만, 한국인들이 불행한 이유 중 하나가 남들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자기 자신의 행복에 대한 무관심인 걸 생각하면 흘려들을 조언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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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프로젝트 - 페미니스트를 위한 여성 성기의 역사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10
리브 스트룀키스트 글.그림, 맹슬기 옮김 / 푸른지식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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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를 생리라고 부르지 못하고 '마법' 따위의 단어로 지칭하는 것처럼, 여성의 성기 또한 마땅한 명칭 없이 '그곳', '거기'라고 불린 지 오래다. 그런데 알고 있는가. 이런 식으로 여성 성기를 '터부시' 한 것은 고대로부터 이어져 온 일부 남성들의 여성 혐오와 근대 이후 본격화된 여성차별 문화 때문이라는 것을. 애초에 '터부(taboo)'라는 단어 자체가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폴리네시아어 '투푸아(tupua)' 혹은 타푸(tapu)'에서 비롯되었고, 사실 터부는 '금지된 것'이 아니라 '성스러운 것'을 뜻한다는 것을.


스웨덴의 페미니즘 예술가 리브 스트룀키스트가 쓴 <이브 프로젝트>는 여성들조차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여성 성기의 역사를 만화로 쉽게 알려준다. 우리가 여성의 성기를 적확한 용어로 부르지 못하고 '그곳', '거기' 등 애매모호한 용어로 부르게 된 것은 여성 성기에 대해 관심이 너무 많은 나머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한 남성들의 탓이 크다. 여성의 흥분을 가라앉히려면 성기에 산(酸)을 들이부어야 한다, 여성의 히스테리, 두통, 우울증, 식욕부진 등을 고치려면 음핵을 제거해야 한다 등 온갖 미친 소리가 줄지어 나온다. 남성의 흥분과 히스테리, 두통, 우울증, 식욕부진 등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이에는 이 눈에는 눈?). 


여성의 성기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음경(penis)의 부재, 결핍이나 공백, 구멍 등으로 표현되는 것도 잘못이다. 장 폴 사르트르는 이런 말을 남겼다. "여성은 성기가 없고, 여성은 구멍 뚫려 있고, 여성은 자신의 결핍(생식기 위치에 있는 공백을 메우고자 남성 성기를 호출해야 하는 고로 여성은 자신을 열등하다고 지각한다." 남성들의 이러한 인식은 여성의 성기에서 (자신들의 성기가 삽입될) 질에만 주목한 것이다. 그 결과 여성의 성기에서 외음부가 지워지고 음핵이 지워지고 음순이 지워지고 여성의 성기 전체가 지워져 텅 빈 구멍으로만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여성의 오르가슴과 섹슈얼리티에 관련한 모든 논의는 언제나 육체와 남성의 오르가슴과 남성의 섹슈얼리티에 빗댄 것이라는 점입니다. 역사적으로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먼저 남성의 섹슈얼리티의 하위에 있다고 여겨졌고, 그다음에는 그와 반대의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평등한 객체로서는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겁니다. (84쪽) 


이 밖에도 여성의 성기에 관한 오랜 편견과 오해를 구체적인 근거와 예시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직도 여성의 성기를 '남성에게는 달려 있는 것이 달려 있지 않은 불완전한 신체 기관' 또는 '남성의 성기를 받아들일 용도로만 쓰이는 성적 도구'로 인식하고 있거나 그런 인식과 맞닥뜨려 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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