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을 어따 써먹어? - 13살부터 99살까지, 진정한 평등을 위한 페미니즘 수업
손냐 아이스만 지음, 김선아 옮김 / 생각의날개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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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여성들은 남성들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고 있지 않아?", "페미니스트들은 남자를 혐오하는 것 아냐?", "여자가 남자보다 돈을 더 적게 버는 것은 여자들 책임 아냐?" 이런 질문을 듣는 게 한국의 페미니스트만은 아니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책을 쓴 손냐 아이스만은 독일의 여성주의 잡지 <미시 매거진>의 공동 창업자이자 공동 발행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페미니즘의 의미와 종류를 소개하고, 페미니즘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다. 


제1장 '인식하기'에서 저자는 성평등이라는 목표에 완전히 도달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객관적인 숫자와 통계를 제시한다. 남성들은 전 세계 자산의 99%를 소유한 반면, 여성들은 고작 1%만을 소유하고 있다. 한국 여성은 한국 남성보다 시간당 30.7% 적게 받는다(2017년 기준). 한국 여성은 하루 평균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 194분인 반면, 한국 남성은 40분에 불과하다(한국, 2014년 기준). 한국에서 기업 내 여성 간부의 비율은 1.5%(2013년 기준), 한국 여성의 성폭력 경험 비율은 72.7%이다. 





제2장 '실천하기'에서 저자는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성차별적인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은지 그 방법을 제시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남성과 여성의 관점을 바꿔보는 연습이다. 텔레비전 뉴스 진행자를 중년 남성과 젊은 여성에서 중년 여성과 젊은 남성으로 바꾸면 어떨까. 남자는 조직의 '꽃'이니 매일 출근할 때마다 화사한 화장을 하고 짧은 스커트를 입고 높고 뾰족한 구두를 신으면 어떨까. 여자는 나라의 '기둥'이니 정부는 물론 각종 국가 기관의 요직을 맡기면 어떨까. 남자가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면 여자들의 성욕을 자극할 수 있으니 통금 시간을 정하는 게 어떨까. 여자는 밖에서 큰일 하는 사람들이니 부엌 근처에는 가지도 말고 살림에는 손도 대지 않는 게 어떨까. 


마지막 제3장 '선언하기'에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이 나온다. 작게는 페미니즘 서적 읽기, 친구들과 페미니즘 토론하기, SNS에 해시태그 공유하기부터 크게는 집회 참여하기, 법 개정 요구하기 등이 있다. 인류 역사상 여성들은 늘 남성보다 적은 권리를 누려왔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수많은 여성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면 여성들은 아직도 투표권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고,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을 것이고, 정규직으로 취업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의 용기와 희생에 보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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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 - 중국의 눈으로 바라본 마이클 샌델의 ‘정의’
마이클 샌델.폴 담브로시오 지음, 김선욱.강명신.김시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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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2010년 이후 한국에 '정의' 열풍을 일으켰던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신간 <마이클 샌델, 중국을 만나다>에 그 양상이 자세히 나온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샌델은 한국을 방문한 이후 중국에서도 여러 번 강연을 했다. 그때마다 강연장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어서 중국 당국이 제재할 정도였다. 


이 책은 아홉 명의 중국 철학 연구자들이 마이클 샌델이 그동안 전작들에서 제시한 논점들에 대해 살피고, 이에 대해 샌델이 답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체로 유가나 도가를 연구하는 중국 철학 연구자들의 눈에 샌델이 연구하는 서양의 정치 철학은 어떻게 비칠까. 놀랍게도 중국의 전통적인 정치 철학과 서양의 정치 철학은 통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싱가포르 난양이공대학 철학과 교수 리첸양의 글에 따르면, 샌델이 추구하는 공동체 이론은 유가의 사회 정치철학과 상당히 유사하다. 샌델은 자유 또는 경제 원칙에 입각한 개인의 선이 공동체의 선과 충돌할 때는 공동체의 선을 따라야 한다고 보는데 이는 공자가 말한 인의예지 사상과 일치한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글은 로욜라메리마운트대학교 철학과 교수 로빈 왕의 글이다. '젠더, 도덕적 불일치 그리고 자유'라는 제목이 붙은 글에서, 저자는 공동선에 관한 샌델의 관점과 중국의 열녀 사상에 관해 논한다. 알다시피 열녀는 먼저 죽은 남편을 따라 죽거나 남편 대신 죽는 여자를 가리킨다. 이는 여성 개인으로 보면 상당히 비합리적인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가부장제가 '공동선'으로 작용하는 사회에서는 죽은 남편을 따라 죽지 않는 것보다 죽은 남편을 따라 죽는 것이 공익적이고 도덕적인 행위로 여겨진다. 잘못된 이념이 지배 원리로 작용하는 사회에서도 공동체, 도덕이 가능할까. 이에 대한 샌델의 자세한 답변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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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듀어 - 몸에서 마음까지, 인간의 한계를 깨는 위대한 질문
알렉스 허친슨 지음, 서유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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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영국의 로저 배니스터가 역사상 최초로 1마일을 4분 이내에 주파했다. 그전까지 1마일을 4분 이내에 주파하는 건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겨졌다. 로저 배니스터의 성공 이후 1년도 안 되어 37명의 선수들이 배니스터와 같은 일을 해냈다. 그리고 이후 몇 년에 걸쳐 300명이 넘는 주자들이 1마일을 4분 안에 주파했다.


<인듀어>의 저자 알렉스 허친슨 역시 1마일을 3분 44초 만에 주파한 적이 있다. 그는 이 기록으로 캐나다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되었고, 1500m 달리기, 크로스컨트리, 로드 레이싱 사이클, 산악마라톤 분야에서 활약했다. 그는 현재 달리기 선수 출신의 물리학 박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살려 운동 기록과 스포츠과학에 관한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과학자와 운동선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천착한 질문은 이것이다. "무엇이 인간의 한계를 결정하는가?" 


로저 배니스터가 1마일을 4분 이내에 주파한 이후 수많은 학자들이 지구력의 생리학적 측면과 심리학적 측면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연구했다. 이들은 배니스터가 지금껏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도전에 성공한 순간, 수많은 운동선수들의 잠재력을 가로막고 있던 정신적 장애물이 사라졌고 덕분에 더 좋은 기록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다는 것을 밝혀냈다. 저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로저 배니스터 같은 신기록 보유자들이 어떻게 자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는지 연구했다. 바로 그만두고 싶은 충동과 계속해서 싸우며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능력, 즉 인내(endurance, endure의 명사형)다. 


저자는 먼저 인간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과 작동 원리를 설명한다. 운동선수의 인내를 방해하는 요인으로는 통증, 근육, 산소, 더위, 갈증, 연료 등이 있다. 끝까지 버티는 사람이나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나 도중에 통증을 느끼고 더위나 갈증 등에 시달리는 건 마찬가지다. 똑같이 힘들고 아픈데 누구는 끝까지 버티고 누구는 끝까지 버티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저자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운동선수들의 사례 외에 산소통 없이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려는 등반가, 더 깊은 바닷속으로 더 오래 내려가려는 프리다이버, 차량 밑에 깔린 아이를 구하기 위해 자동차를 들어 올리는 사람 등의 사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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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성, 인간의 재능
앤서니 스토 지음, 이유진 옮김 / 심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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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공격성이라는 중요한 재능을 갖지 못했다면, 결코 지금처럼 세상을 장악하지 못했을 것이고 심지어 하나의 ‘종’으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주장한 이는 영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세계적인 정신분석학자인 앤서니 스토다. 앤서니 스토가 1968년에 출간한 책의 한국어판 <공격성, 인간의 재능>에는 저자가 공격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일단 공격성은 정의하기가 매우 어려운 단어다. 타인에게 비난을 퍼붓고 폭력을 휘두르는 성질도 공격성에 포함되지만, 젖병을 달라고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울어대는 아기도, 절도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30년 형을 선고하는 판사도, 자신에게 무관심한 배우자의 애정을 되찾기 위해 갖은 수를 쓰는 사람도 공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넓은 의미의 공격성을 긍정적으로 본다. 공격성은 모든 살아 있는 생물체의 특성으로 보이는, 성장하고 삶을 파악하고자 하는 타고난 경향에서 비롯된다.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에 등장하는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에 따르면, 공격성의 다른 이름은 권력에의 의지, 우월성 추구, 완벽 추구, 상승 추구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공격성이 화, 분노, 증오 등으로 바뀌는 경우다. 인간의 선천적인 본능인 공격성이 부모와의 대립이나 그로 인한 독립에의 욕구, 형제자매와의 경쟁, 또래집단 내부에서의 갈등, 사회와의 마찰 등을 통해 적당하게 분출되고 조절되는 경우에는 괜찮다. 하지만 공격성 자체를 부정당하거나 과도하게 공격성이 억눌러질 경우에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부모가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가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기회조차 박탈하거나, 반대로 부모가 아이가 일탈적인 행동을 할 때에도 아무런 재제를 하지 않을 경우 아이는 공격성을 억누르거나 제대로 표출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게 된다. 


공격성이 부정적으로 나타나는 경우의 예로는 소수자 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증오를 들 수 있다. 어느 지역 또는 사회에나 다수 또는 주류인 사람들이 소수 또는 비주류인 사람들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서구 사회의 유대인, 인도의 불가촉천민, 일본의 부락민 등이 그렇다. 저자는 증오의 실체는 결국 투사이며, 사회적 약자를 증오하는 말은 결국 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열등감 또는 콤플렉스의 발현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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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심리학 수업 - 개인과 사회가 빚어낸 마음의 변천사 웨일북 한문장 시리즈 1
박홍순 지음 / 웨일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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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에서든 심리학에 관심을 갖는다는 건 각자의 인생에 매우 소중한 기회가 찾아왔다는 의미다. 자기 마음에 생긴 어떤 증상을 이해하고 진단해 그 정체를 밝히다 보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인류의 가장 오랜 화두에 가닿기 때문이다. (책갈피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기 어렵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간의 심리가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심리를 알고 이해하려고 만들어진 학문이 바로 심리학이다. 그렇다면 심리학은 어디서 출발해 어디까지 왔을까. 심리학 전체의 흐름과 경향을 알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하고픈 책을 만났다. '웨일북 한 문장 시리즈' 첫 번째 <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심리학 수업>이다. 이 책은 칸트, 니체, 프로이트, 융, 칼 야스퍼스, 가스통 바슐라 등 내로라하는 대표적 심리학자 30명의 문제의식이 압축되어 있는 주요 명제들을 중심으로 심리학의 학문 경향과 분화 과정을 알기 쉽게 정리한 심리학 입문서다. 저자는 30명의 학자를 각각 집단심리학, 사회심리학, 언어심리학, 개인심리학, 진화심리학 등의 분야로 나누고 학자 개개인의 사상과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이 책은 나처럼 심리학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어디서 주워들은 건 많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칸트와 니체, 프로이트의 사상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게 되었다. 칸트 사상은 '지각에 의한 내적 경험은 심리학적이다'라는 문장으로 요약된다. 칸트는 인간이 스스로를 생각의 대상으로 놓고 관찰하거나 반성할 수 있는 인식능력을 가졌다는 것이 동물과 구별되는 점이라고 보았다. 반면 니체는 지각이나 인식보다 본능을 중시했다. '죄를 고안하여 심리를 지배한다'라고 생각한 니체는, 인간은 본능에 의해 추동되는 동물이며 본능을 억압하기 위해 종교와 정치가 만들어졌다고 보았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이 인식이나 본능이 아닌 무의식에 의해 추동된다고 보았다. 프로이트는 '정신은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이행한다'라고 보았다. 


<자유로부터의 도피>, <사랑의 기술> 등을 쓴 에리히 프롬의 학문 세계는 '심리학은 개인과 세계의 특수한 관련성이다'라는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프롬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으로 여겨지는 성적 충동 역시 사회적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보았는데, 이는 성적 충동의 유발과 그 강도를 성애라는 생리적 욕구로만 파악한 프로이트의 주장과 배치된다. 독일 출생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마르쿠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 자체에 심리학의 정치적 본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다. 마르쿠제는 또한 현대의 지배자들이 피지배자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다스리기 위해 '정치적 지배'를 '스스로를 위한 자유로운 선택'처럼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정치학 전공자로서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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