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내려놓기 - 나는 걱정 없이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강용 지음 / 메이트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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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불안은 어떻게 다를까. 한국 심리상담센터 대표와 한국우울증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강용의 책 <걱정 내려놓기>에 따르면, 걱정과 불안은 서로 비슷하지만 경험하는 심리에 따라 다르게 구분된다. 불안은 막연한 개인의 내적인 심리상태를 말하고 어쩐지 모든 게 잘못될 것 같은 느낌을 말한다. 걱정은 합리적인 원인에 근거해서 부정적인 결과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우리는 머리에서 걱정을 하고, 신체로부터 불안을 경험한다. 


그렇다면 남들보다 더 걱정하거나 불안을 느끼는 기질이나 성격이 따로 있을까. 평균보다 조금 더 걱정을 하는 기질 유형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기질을 가졌다고 모두 다 걱정이 많은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이든 근심과 걱정을 계속 반복하거나 외부에 의해 학습한다면 작은 문제나 사건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과도한 걱정을 하게 될 수 있다. 특히 한국 사회처럼 가부장적 사회, 남성 중심적 사회, 자기주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회적 환경에 놓이면 자신의 걱정이나 불안을 남에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주변을 과도하게 의식하거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을 띠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고 작은 걱정을 하기 마련이라면, 자신의 걱정을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없는 한국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영원히 살아야 한다면, 대체 어떻게 걱정에 대처하고 걱정을 다스려야 할까. 저자에 따르면 자신의 걱정을 노트에 적고 그것을 반박하는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걱정을 쉽게 없앨 수 있다. 걱정을 비롯한 부정적인 생각을 단순히 '기분이 나쁘다', '걱정이 많다'고 뭉뚱그려 표현하는 대신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해 본다. 분노, 난처함, 죄책감, 후회 등의 다양한 부정적인 감정을 구분하고 상황에 맞게 사용하면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지고 해결 방법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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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올 여성들에게 - 페미니즘 경제학을 연 선구자, 여성의 일을 말하다
마이라 스트로버 지음, 제현주 옮김 / 동녘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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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국의 노동계급 출신 여성이 편견과 차별을 깨고 한 사람의 교수로 우뚝 서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책이라는 점에서, 마이라 스트로버의 <뒤에 올 여성들에게>는 호프 자런의 책 <랩 걸>에 비견할 만하다. 


차이가 있다면 조교수 임용을 앞두고 성차별의 현실과 뼈아프게 맞닥뜨린 저자가, 그에 굴하거나 타협하지 않고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가 페미니즘을 학습하고 '페미니즘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할 만큼 용감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호프 자런도 훌륭한 페미니스트이지만, 마이라 스트로버는 그 자신이 페미니스트인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사람들이 성차별의 현실을 인식하고 극복하게끔 했다는 점에서 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 책은 일종의 회고록이다. 1940년 미국 동부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는 영리하고 꿈 많은 소녀였다. 저자는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지만, 노동계급 출신이고 대학도 졸업하지 못한 저자의 부모는 딸이 하루빨리 취업을 하거나 교원 자격증을 취득해 교사가 되기를 바랐다. 저자가 성차별을 경험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그 자신이 그것을 '성차별'이라고 인식한 것은 조교수 임용을 앞둔 어느 날이다.


남편이 있고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조교수 임용이 거절되었을 때, 저자는 더 이상 차별의 현실을 개인의 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여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저자는 곧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가 페미니즘 서적을 탐독하고, 버클리대학교 경제학과에서 '여성과 노동'이라는 강좌를 개설했으며, 스탠퍼드대학교 경영 대학원 사상 최초의 여성 교수가 되었다. 성별에 따른 직업 분리, 가사 노동의 가치 정량화, 차별의 비용 등 새로운 개념을 정립해 '페미니즘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경제학 분야를 확립했다. 


저자가 경제학자로 이룬 성취는 저자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맞닥뜨려야 했던 차별과 혐오의 경험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저자를 끔찍이 예뻐했던 할아버지는 '원래 그런 것'이라며 여자인 저자를 예배당에서 내쫓았다. 저자에게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일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고 가르쳤던 부모님은 저자가 집에서 가까운 공립 대학에 진학하길 바랐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하길 바랐고, 교원 자격증을 취득해 교사가 되길 바랐다. 교사가 아니라 교수가 될 수도 있다며 학업을 독려했던 남편은 집안일을 분담하자는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저자는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고 말하면서, 남성과 여성은 동일한 권리를 지닌다고 말하면서, 어째서 수많은 가정에서 아들과 딸을 차별하고, 남학생과 여학생이 다른 교육을 받고 다른 직업을 가지며, 같은 교육을 받고 같은 직업을 가진 남성과 여성 간에도 차별이 반복되는지 묻는다. 저자와 나는 국적도 다르고 나이도 한참 차이가 나는데 어쩌면 이렇게 비슷한 경험을 했을까. 페미니즘을 단지 알고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몸담은 분야에 적용하고 현실을 바꾸려고 노력한 - 그리고 성공한 - 참 멋진 선배를 알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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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의 심리학 -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김영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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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나는 그동안 몇 번이나 속임수에 걸려들었을까. 이제까지 눈에 띄는 사기나 속임수에 걸려본 적이 없어서 단 한 번도 속임수에 걸려든 적이 없다고 믿었는데, 이 책 <속임수의 심리학>을 읽으며 두 눈 똑바로 뜨고 당한 속임수가 얼마나 많을지 헤아릴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쓴 김영헌은 현직 검찰청 수사과장이자 25년 차 베테랑 검찰 수사관이다. 사기와 횡령 등 각종 형사 사건을 전담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인들이 유난히 속임수에 잘 넘어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속임수가 악용하는 세 가지 심리를 분석하며, 사기꾼의 정체나 속임수를 간파하는 노하우를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여러 속임수 기법에는 공통적으로 세 가지 심리가 있다. 바로 '욕망'과 '신뢰', 그리고 '불안'이다. 한국인들이 유난히 속임수에 잘 넘어가는 이유도 욕망과 신뢰, 불안과 관련이 깊다. 대박을 꿈꾸며 매주 로또를 사는 사람들, 너에게만 알려주는 정보라는 말에 혹했다가 쪽박 차는 '묻지 마 투자', 청와대와 국정원을 사칭하는 사람들의 말에 홀랑 넘어간 사람들은 전부 채울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노예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범죄는 모르는 사람에게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는 사람에게 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 2017년 경찰의 범죄 통계에 따르면 타인에게 살해당하는 경우는 15.7%에 불과하지만, 동거 친족, 지인 등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당하는 경우는 52.6%에 달했다. 사기도 마찬가지다. 모르는 상대에게 금융 사기를 당하는 경우는 12.7%에 불과하지만, 아는 사람에게 당하는 경우는 87.3%에 달한다. 다단계 역시 친구, 선배, 후배 등 아는 사람에 의해 빠지는 경우가 80%를 차지한다.


저자는 상대의 말과 행동에 쉽게 현혹되지 않으려면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사업이 잘 된다고 말하면서 갑자기 급하게 돈이 필요한다고 말한다. 언뜻 보기엔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넘길 수도 있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면 사업이 잘 되는 사람이 급하게 돈 빌릴 구석이 나밖에 없을 리 없다. 만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이 나에게 큰돈 벌 기회를 알려줄 가능성 역시 만무하다. 속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속기 전에 의심부터 하고 보라는 저자의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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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문장 수업 - 하루 한 문장으로 배우는 품격 있는 삶
김동섭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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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에 관심이 생겨서 라틴어 교재를 찾아봤는데 마땅한 교재를 찾을 수 없었다. 라틴어를 정식으로 배우기 전에 라틴어와 친해지고 싶은데, 시중에 있는 라틴어 교재는 대학에서 사용할 법한 문법책이 대다수라서 아쉬웠다. 


마침 내가 원하는 라틴어 책이 나왔다. 대학에서 10년 넘게 라틴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동섭 교수의 책 <라틴어 문장 수업>이다. 이 책은 7개의 큰 주제 아래 80여 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문장의 배경과 의미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라틴어 문법을 익힐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작년에 출간된 한동일의 <라틴어 수업>과 비교하면 구성은 비슷하지만 라틴어 학습 비중이 훨씬 높다. 나처럼 라틴어로 배우는 인생의 교훈보다도 라틴어 자체에 더욱 흥미가 있는 독자에게는 <라틴어 수업>보다 <라틴어 문장 수업>이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저자는 라틴어를 배우면 좋은 열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영어 어휘의 50퍼센트 이상이 라틴어이다, 현대 학문의 용어들은 대부분 라틴어이다, 법률과 논리의 언어이다, 인간이 만든 가장 논리적인 언어이다, 인지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언어이다, 전 세계에 라틴어의 후예들이 있다, 서구 문명의 뿌리가 되는 언어이다, 기독교의 언어이다, 문화적 수준을 높이는 언어이다, 라틴어를 배우는 것은 자기완성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등 누구라도 하나쯤은 혹할 만한 이유다. 


이 중에 나는 라틴어가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다시 산다는 것이다(Apprendre une langue, c'est vivre de nouveau)'라는 라틴어 격언이 있는데, 라틴어를 배우고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까지 배우면 대체 나는 몇 번의 인생을 다시 살게 되는 걸까. 한국어로 사는 인생도 제대로 못 사는 주제에 다른 언어로 사는 인생에 욕심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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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 - 성교육 전문가 엄마가 들려주는 43가지 아들 교육법
손경이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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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을 듣고 알게 된 손경이 강사의 책.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남편 사이에서 아들만큼은 '좋은 남자로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직접 성(性)을 배워 아들에게 성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건, 저자가 처음부터 성교육 강사로 커리어를 쌓은 게 아니라 아들 유치원 보내고 시간이 남아서 자치단체에서 주부들 대상으로 개최하는 이런저런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다가 성교육 전문가가 되었다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경우는 많이 봤지만 경력을 새로 시작한 경우는 본 적이 없어서 놀랍고 신선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봤는데, 나는 성교육이라고 할 만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생리와 배란, 임신과 출산에 관해서는 과학 시간에 배운 게 전부이고, 고등학교 때 보건 교사가 교실마다 들어와서 성교육 비슷한 걸 한 기억이 있기는 한데 순결 캔디를 하나씩 나눠준 기억만 남아 있고 나머지는 전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이 책 내용이 더욱 유익했다.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해서도 배웠지만, 남성의 몸과 성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다. 초등학교 때 남자애들이 초경을 맞은 여자애들을 놀렸던 기억, 남동생이 자신의 생리대를 보고 기저귀라고 놀렸다며 내 앞에서 울었던 친구의 모습 등 오래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갔다. 어릴 때부터 편견이나 왜곡 없이 성교육을 받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면 덜 상처받고 덜 눈물 흘렸을 것이다. 


성 교육만큼 젠더 교육을 강조한 점도 좋다. 아무리 성교육을 철저히 하는 집안일지라도 아이들 앞에서 "너는 아들이니까", "너는 딸이니까", "너는 남자애가", "너는 여자애가" 같은 성차별적인 표현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남자는 고추가 있고 여자는 고추가 없다고 가르치면 안 되고, 남자는 음경과 고환이 있고 여자는 소음순과 대음순이 있다고 가르쳐야 한다는 조언도 인상적이었다. 남자는 고추가 있고 여자는 고추가 없다고 가르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여자는 고추가 없는 열등한 존재'라는 인식을 주입하는 것이다. 주 양육자가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있어도 보조 양육자가 올바르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으면 아이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그러니 주 양육자가 부모인 경우,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 조부모, 이모, 고모, 삼촌 등이 어떤 식으로 성교육을 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성폭력은 남자가 여자에게 가하는 것이다'라는 편견이 만연해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아들이 성폭력 피해자가 되는 경우에 대한 예방이나 대비는 미흡한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 남성 우월주의적인 교육이 이루어진 경우, 성폭력의 피해자가 된 남자아이는 자존심 때문에 부모님에게 털어놓으려 하지도 않고 '나는 남자인데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더욱 수치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높다. '좋아하니까 괴롭힌다'는 말은 해서도 안 되고 들어서도 안 된다. 괴롭힌 아이는 '좋아해서 그런다'라는 면죄부를 얻게 되고, 괴롭힘당한 아이는 '괴롭힘=애정'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입하게 된다. 이 밖에도 남녀노소 누구나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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