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이상한 나라 - 꾸준한 행복과 자존감을 찾아가는 심리 여행
송형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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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나도 모르겠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마음인데, 이따금 나조차 내 마음을 이해하기 힘든 이유는 뭘까.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법은 없을까.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 <나라는 이상한 나라>를 읽어보면 어떨까. <무한도전>, <마이 리틀 텔레비전>, <김제동의 톡투유> 등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들과 꾸준히 소통해 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송형석이 쓴 이 책은 저자의 전작인 <위험한 심리학>, <위험한 관계학>을 잇는 일종의 3부작이다.


다중지능 이론에 따르면 자기 내면을 관찰하고 파악하는 것은 '내적 성찰 능력'이라는 이름의 지능의 일종이다. 이 지능이 좋을수록 마음의 형태나 형성 과정을 시각 정보나 은유적인 이야기로 이해하는 것이 쉽고, 자신의 능력과 장단점을 정확히 이해한다. 반대로 이 지능이 좋지 않을수록 자기 내면에 관심이 없고, 자기 내면에 관심이 없는 만큼 자신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모른 채 삶의 액셀을 더욱 세차게 밟는다. 내적 성찰 능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할 수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일기 쓰기가 있고, 전문적인 방식으로는 꿈 분석, 그림 분석 등이 있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으로는 내 소지품 생각해보기,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나열해보기, 내가 계속 숨기는 것이 무엇인지 추리해보기 등이 있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때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은 '방어 기제'다. 자기 자신이 방어를 하거나 저항하는 포인트를 알기 위해서는 평소 자신의 사소한 감정들에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 타인과 대화할 때 약간 말하기 불편한 주제, 대화하기 어색한 주제, 상대의 놀림에 순간 발끈하는 지점 등이 자신의 콤플렉스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이 세워놓은 방어벽을 무너뜨리려면 자기 논리의 파괴가 일어나야 한다. 자기가 믿고 있는 불변의 진리조차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왜?"라고 질문하며 의심하고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심리 상담은 결국 한 사람의 내면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집요하게 질문하는 것이며, 이는 과학적 사고나 인문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히고 있는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기가 절대적으로 옳다는 믿음을 걷어내고 나면 타인을 증오하거나 혐오하는 마음도 줄어든다. 세상에 절대적으로 옳은 사람은 없고, 누구나 틀릴 수 있고 어떤 부분은 모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할 때, 마음은 한결 너그러워지고 인간관계도 훨씬 편해진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인간의 무의식을 이해하기 위한 꿈 분석 사례가 나온다.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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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읽는 남자 - 삐딱한 사회학자, 은밀하게 마트를 누비다
외른 회프너 지음, 염정용 옮김 / 파우제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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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산 것을 말해주세요. 그러면 내가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줄게요."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이 사람의 이름은 외른 회프너. 대학에서 정치학과 사회학을 공부했고, 현재는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조형예술대학에서 이동성, 사회, 미래에 관한 테마를 연구하고 있는 사회학자다. 그의 책 <카트 읽는 남자>는 연령, 성별, 수입, 학력, 혼인 관계, 주거 상황 같은 간단하고 측정 가능한 자료들을 이용한 통계 분석 자료의 한계를 지적한다. 나아가 개인의 소비 성향을 통해 훨씬 더 정확하게 사회의 상태와 변화를 포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한 사회의 구성원은 크게 10가지 그룹으로 나뉜다. 일과 여가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시민 중산층', 한계나 경계에 구애받지 않는 창의적인 '디지털 원주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는 '사회생태적 환경주의자', 주도권을 쥐고 사회의 가치를 수호하려는 '보수적 기득권층', 성공, 진정성,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진보적 지식인층', 융화와 사회적 안정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순응적 실용주의자', 절약, 겸손, 의무 이행을 충실히 따르는 '전통주의자', 스타일과 생활 태도에서 남보다 앞서 나가려는 '성과주의자', 자기중심적이고 즐거움과 체험을 중시하는 '쾌락주의자', 일상의 활동에 대한 자기 참여 지분을 확보하려는 '불안정층' 등이다. 


어떤 사람이 어느 그룹에 해당하는지 알고 싶으면 슈퍼마켓 카트를 들여다보는 것만큼 정확한 방법이 없다. 물론 설문조사나 서베이를 통해서도 알아낼 수 있지만, 말로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는 사회생태적 환경주의자라고 주장하면서 막상 슈퍼마켓에 가면 값비싼 친환경 제품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저렴한 대기업 제품만 구입하는 사람이(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있는 까닭에 저자는 획일적인 설문조사보다 실제적인 관찰을 중시한다. 


'고작' 슈퍼마켓 카트 안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한 사람을 전부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처음엔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의 주장에 설득되었다. 퇴근 후 동네 인근의 펍에서 수제 크래프트 맥주를 마시는 사람과 편의점에서 파는 만 원에 네 개짜리 맥주를 사서 마시는 사람,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꼬박꼬박 김장을 하는 사람과 브랜드 김치를 주문해서 먹는 사람, 손수 만두속과 만두피를 만들어서 만두를 빚어먹는 사람과 새로 나온 냉동만두 제품을 줄줄 꿰고 있는 사람은 소비 성향과 라이프 스타일은 물론 인생관과 정치 성향, 경제 사정 등이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과연 나는 어느 그룹에 해당하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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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컬 라이프 - 알아두면 쓸모 있는 생활 속 화학 이야기
강상욱.이준영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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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건, 액체질소 과자 사건, 생리대 파문, 살충제 달걀 파동 등등 최근 언론에서 줄줄이 터지는 사건들의 공통점은 화학물질에 관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섭취하는 음식이나 사용하는 물건 중에 주의해야 할 화학 성분은 무엇일까. 상명대학교 화학에너지공학과 강상욱 교수와 상명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이준영 교수가 공저한 책 <케미컬 라이프>에 그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은 크게 위험한 장소, 위험한 음식, 위험한 물건, 위험한 정보 등의 장(章)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험한 화학물질이 상존하는 장소로는 욕실과 부엌이 대표적이다. 욕실을 청소할 때 사용하는 락스는 인체에 해로운 염소가스를 발산한다. 그러니 락스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물에 희석하고 고무장갑을 착용해야 하며 사용 후에는 환기를 해야 한다. 부엌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 사용하는 도시가스는 인체에 유해한 메테인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PVC 재질로 만들어진 아이들 장난감과 네일 아트 제품도 인체에 해롭고, 외출 시 입은 옷에 묻은 미세먼지는 세탁을 해도 잘 떨어지지 않으니 실내에 보관하지 않는 편이 좋다. 


햄, 소시지 등의 가공육과 간식으로 즐겨 먹는 감자칩도 몸에 해로운 성분을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캡사이신 성분이 인체의 작용과 순환을 활발하게 하지만 그만큼 항암 작용을 하는 NK 세포의 작용을 더디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 만두, 김말이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당면에는 인체에 해로운 알루미늄 성분이 들어 있다고. 이 밖에도 생리대, 화장품, 샴푸, 세제 등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제품들의 리스트가 줄줄이 나온다. 뭘 어떻게 믿어야 할지. 알수록 갑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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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만 분의 1 - 이정모의 자연사 이야기
이정모 지음 / 나무나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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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만 분의 1>은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기로 유명한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 관장이 쓴 교양 수준의 과학 에세이다. 저자의 전작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 좋았기에 망설이지 않고 <250만 분의 1>도 구입했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 저자의 신변잡기에 관한 서술 비중이 높았다면, <250만 분의 1>은 (책의 목적인) 자연사에 관한 설명 비중이 훨씬 높고, 자연사 중에서도 공룡이 활약한 중생대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과학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은 '과알못'인 나로서는 처음 접하는 이야기가 무척 많았다. 거대한 중생대 파충류 엘라스모사우루스를 둘러싸고 19세기 과학자 에드워드 드링커 코프와 오스니얼 찰스 머시가 벌인 '추잡한' 경쟁을 벌였다는 것도, '쥬라기 공원'은 '쥐라기 공원'이라고 쓰는 것이 외래어 표기법상 맞다는 것도, 새가 공룡의 후손이 아니라 새 자체가 공룡이라는 것도, 닭으로 공룡을 만드는 실험이 가능하다는 것도, 낙타의 고향이 북아메리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곤충의 날개 덕분에 척추동물의 귀가 진화했고, 25억 년 전 바다에 산소 농도가 높아지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며 발생한 탄산칼슘으로 인해 지구상 처음으로 삼엽충에 눈이 생기고 입이 생겼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백악기의 백악(白堊)이 분필의 원료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하루살이 수컷은 암컷을 찾는 데 짧은 삶을 온전히 투자하기 위해 먹는 것을 포기해 입이 없다. 펭귄 수컷은 다수의 암컷으로부터 구애를 받으며, 암컷의 투쟁으로 선택받은 수컷은 겨울에 새끼를 위해서 몇 달씩 굶고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길을 오간다. 해마 수컷은 임신을 하고 출산까지 하는 지구상 유일한 수컷 동물이다. 해마 수컷은 육아주머니 안에서 알을 부화시켜서 새끼를 출산한다. 모든 젖먹이 동물이 월경을 하는 것은 아니며, 소나 말, 돼지 등은 배아가 단지 자궁벽의 표면에 붙는 정도라서 모체에 주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인간의 배아는 자궁내막을 파헤치고 깊이 들어가서 엄마의 혈액으로 목욕을 할 정도이기 때문에 모체에 주는 영향이 크다. 이 밖에도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해 읽는 내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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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무감각한 사회의 공감 인류학
김관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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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아프다고 하면 이런 사람 꼭 있다. "자기만 아픈가. 나는 더 아파.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고." 아프다는 사람을 앞에 두고 내가 더 아프다며 난데없이 '아픔 배틀'을 벌이는 사람의 심리는 뭘까.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의료인류학자인 김관욱의 책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을 읽고 짐작건대, 한국 사회에서 아픔은 단순히 신체상의 질병이나 질환, 혹은 고통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권력의 문제, 힘의 문제, 도덕과 윤리의 문제로 쓰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서 이런 불상사가 벌어지는 것 같다. 


저자가 공부하는 의료인류학은 몸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읽는 학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랑의 매'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고 있는 가정 내 아동 학대, 국가권력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폭력과 학살 등의 문제를 비롯해 장애인 특수학교, 미투 운동, 가습기 살균제, 삼성전자 산업재해 노동자 등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사회에서 큰 이슈로 다루어진 문제들을 언급하며 몸과 사회의 관계를 분석한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들은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사회와 정부와 공공기관과 대기업에게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의 비명에는 귀 막은 대가라고 봐도 다르지 않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제4장 노동의 아픔'이다. 이 장에서 저자는 2017년 전주의 한 특성화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여학생이 5개월간 한 콜센터의 해지 방지 부서에서 현장 실습을 하다가 "아빠, 나 아직 콜 수 못 채웠어."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저수지에 몸을 던져 숨진 사건을 사례로 든다. 저자가 이 사례를 영국의 한 대학에서 열린 포럼에서 소개했을 때, 영국인들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그 학생은 그렇게 힘든데도 왜 콜센터를 그만두지 않았죠?" 사건을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그 학생은 죽기 전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수차례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때마다 가족과 친구들은 이렇게 타일렀다. "어려워도 참고 이겨내야 한다." "다른 직장 가면 다른 게 있느냐." 


이는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에선 학교든 직장이든 사업이든 결혼이든 뭐든 간에 그만두거나 포기하는 것을 실패라고 여기고 재도전하거나 새로운 길을 찾을 기회를 주지 않는다. 고통을 가하는 집단이나 상황에서 문제를 찾지 않고,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는 개인에게 책임을 돌린다. 다른 예로, 한국에서 가장 흔한 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두통과 안구 건조, 어깨 결림, 불면증 혹은 수면 장애, 우울 경험, 불안 장애 등 역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에게 과도한 업무량을 부과하고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다. 저자는 박카스 같은 피로 회복제가 1963년부터 오늘날까지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은, '한국 사회에 옳지 못한 통증, 탈정치화된 통증이 존재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구체적 증거'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지난여름 세상을 떠난 친구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험 회사에 다니던 친구는 과도한 업무량과 실적 압박으로 인해 우울증과 수면 장애를 앓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상을 떠나기 전, 친구는 수차례 가족들과 상의했다고 한다. 회사 다니기 싫다고. 그만두고 싶다고. 그때마다 친구의 부모님은 무조건 참으라고, 나약한 소리 하지 말라고 타일렀다고 한다. 그때 누구라도 친구에게 참지 말라고, 그만둬도 괜찮다고 말 한마디 해줬으면 친구는 죽지 않았을까. 왜 나는 친구에게 그 짧은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을까. 만약 친구를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고, 우리 더는 아프지 말자고 말하고 꼭 끌어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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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9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키치 2018-10-29 18:30   좋아요 0 | URL
아이고 저 때문에 괜히 마음 편치 않게 해드린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ㅠㅠㅠ 마음 써주시고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10-29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키치 2018-10-29 18:30   좋아요 0 | URL
덕분에 저 역시 큰 위로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편안한 저녁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