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역사 2 - 치욕의 역사, 명예의 역사 땅의 역사 2
박종인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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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간 우리 땅 구석구석을 직접 답사하며 취재하고 글을 써온 여행문화 전문기자 박종인의 책 <땅의 역사> 1,2권이 출간되었다. <땅의 역사> 1,2권은 저자가 그동안 역사 현장을 답사하고 신문에 연재한 글들 중에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 땅의 역사에 큰 상처를 입힌 사건들에 관한 글을 주로 엮었다. 그중에서도 1권은 자기 자신의 영달을 위해 민족과 나라를 배신한 소인배들과 그와 반대로 민족과 나라를 위해 사리사욕을 부리지 않은 대인들에 관한 글이, 2권은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찬란한 5000년 역사만 알고 있는 독자들은 잘 모르는 치욕의 역사, 명예의 역사에 관한 글이 실려 있다. 


<땅의 역사> 2권은 민족과 나라를 배신한 친일파들의 행적을 다룬 '나쁜 놈들', 사람이었으되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한 여성들의 역사를 다룬 '여자, 그녀들', 역사에 크게 기록되지 않았으나 굵직한 행적을 남긴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남자, 그들', 조선 시대 당시 왕실 안팎을 뒤흔든 사건을 소개하는 '왕조 스캔들', 우리 땅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는 일제 강점기 시절의 흔적을 담은 '식민 시대', 비루하게 태어났으나 품격 있게 살다간 민중들의 역사를 소개하는 '민초, 우리들' 등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 내가 제일 먼저 펼친 장은 '여자, 그녀들'이다. 제주는 돌과 바람, 여자가 많다고 해서 예부터 '삼다도'라고 불렸다. 제주에 여자가 많은 것은 남자들이 험한 뱃일을 하다가 목숨을 잃어서이기도 하지만, 조선 정부가 지나치게 과한 공물을 요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 피하기 위해 아들이 태어나면 죄다 뭍으로 보내니 제주에는 여자만 남은 것이다. 조선 전기까지만 해도 여성의 지위가 낮지 않았으나 성리학이 보급되면서 여성의 지위가 크게 낮아졌다. 같은 양반집 규수인데도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의 생애가 크게 달랐던 걸 생각하면 성리학이 여성 인권에 미친 폐해가 얼마나 큰 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는 우리 땅 곳곳에 남아 있는 역사의 흔적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다룬다. 세 왕조 흥망사가 있는 삼척, 의정부 함흥차사의 진실, 고양 칠공자 묘와 연산군 금표비, 재동 헌법재판소의 비밀과 경술국치, 식민 흔적이 남은 목포와 현대판 문익점 와카마쓰, 문경새재 강도 사건과 혁명가 허균 등 제목만 보아도 흥미가 생기는 글이 가득 실려 있다. 우리 역사에 관심 있고 지리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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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역사 1 - 소인배와 대인들 땅의 역사 1
박종인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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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살고 있는 땅과 이 땅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27년 차 여행문화 전문기자 박종인의 책 <땅의 역사> 1,2권을 읽으며 절실하게 든 생각이다. 


<땅의 역사> 1,2권은 저자가 그동안 역사 현장을 답사하고 신문에 연재한 글들 중에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 땅의 역사에 큰 상처를 입힌 사건들에 관한 글을 주로 엮었다. 그중에서도 1권은 자기 자신의 영달을 위해 민족과 나라를 배신한 소인배들과 그와 반대로 민족과 나라를 위해 사리사욕을 부리지 않은 대인들에 관한 글이, 2권은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찬란한 5000년 역사만 알고 있는 독자들은 잘 모르는 치욕의 역사, 명예의 역사에 관한 글이 실려 있다. 


한국사를 심도 있게 다룬 책인데도 의외로 술술 읽히고 웬만한 소설 못지않게 재미있다. 명색이 임금인데도 백성이 왜구의 손에 죽도록 내버려 두고 도주한 선조의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분통이 터졌고, 명성황후가 진령군이라는 무당에게 크게 의지해 국정을 농단했다는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국정이 피폐하고 나라의 기강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대의를 떠올리며 품격 있게 살다 간 이순신, 사육신들, 김창숙, 장지연, 이회영 등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우리나라의 역사뿐 아니라 지리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 책을 읽고 얻은 또 다른 수확이다. 제주가 육지와는 외따로 떨어져 있어서 예부터 유배지로 쓰인 것은 알았지만, 광해군과 소현세자의 아들이 제주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는 건 몰랐다. 저자는 잘하면 조선의 체질을 바꾸는 개혁군주가 될 수도 있었던 광해군과, 마찬가지로 청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조선을 개혁하는 일에 앞장섰을 수도 있었던 소현세자와 그의 아들, 그리고 유럽 최강의 해양국가 네덜란드에서 온 하멜까지, 이들이 비슷한 시기에 제주에 온 것은 천운이었으나 그것을 알아보지 못한 것은 어리석은 인간들이 만든 불행이라고 설명한다. 


이 밖에도 우리가 사는 땅과 이 땅의 역사를 바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 실려 있다. 저자가 직접 촬영한 아름다운 사진들이 이야기에 운치를 더한다. 우리 역사에 관심 있고 지리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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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마음 -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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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고 싶어서 정치외교학을 전공으로 택했으나,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면서 나의 관심은 사람으로 옮겨갔다. 정치적인 발언을 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알아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지금의 생각이다. <바른 마음>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뉴욕대학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현재 영미권에서 가장 핫한 사회심리학자로 손꼽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어떻게 도덕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현재는 정치심리학을 연구하게 되었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한다. 


민주당 지지자인 저자는 오랫동안 공화당 지지자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같은 이슈에 대해 왜 민주당 지지자는 찬성하고 공화당 지지자는 반대하는지(혹은 그 반대), 왜 '우리'와 '저들'은 다른지, 영영 접점을 찾을 수 없는 건지 알고 싶었다. 대학원에서 도덕심리학을 전공으로 택한 저지는 연구실 사람들과 다수의 심리 실험과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사람들은 스스로 타당한 근거에 의해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최적의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사람들에게 어떤 문제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다음 근거를 물으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예를 들어 조사원이 "낙태에 찬성하는가?"라고 물으면 참가자가 "예" 또는 "아니오"라고 답하는 것까지는 쉽게 하지만, "왜 찬성(또는 반대)하느냐?"라고 따져 물으면 "그래야 하니까",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쳐서", "학교에서 그렇게 배워서", "종교 단체에서 그게 옳다고 해서" 등등 빈약한 논리를 대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어떤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할 때 타당한 근거와 합리적인 추론에 기반하는 경우는 극히 적다고 말한다. 그보다는 성장 과정이나 가정 환경, 교육, 직업, 또래 집단, 언론 매체 등이 영향을 받아 어떤 입장인지 먼저 정하고, 그에 맞춰 근거를 수집하거나 사고방식을 교정한다고 설명한다(어떤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받아들이는 방식과 상당히 유사하다). 또한 사람들은 스스로 감정을 배제한 상태에서 전적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어떤 입장을 정할 때 감정이 좌우하는 비중이 높고 이성이나 합리성은 비중이 매우 낮다.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 사이에 교집합은 없을 것 같지만,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의외로 둘 사이에 교집합이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수만 명을 대상으로 배려/피해, 자유/압제, 공평성/부정, 충성심/배신, 권위/전복, 고귀함/추함 등 6가지 가치에 대한 입장을 평가하는 설문 조사를 실시해 왔다. 결과는 매번 비슷했다. 보수주의자는 6가지 가치를 골고루 중시한 반면, 진보주의자는 배려/피해, 자유/압제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충성심/배신, 권위/전복, 고귀함/추함 가치를 덜 중요하게 여겼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을 보면, 그 대상만 다를 뿐 입장은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진보주의자는 이민자, 성소수자 등에 대한 배려를 외치는 반면, 보수주의자는 상이군인, 노인 등에 대한 배려를 외치는 식이다. 결국 둘 다 타인에 대한 '배려'를 외치는데 그 대상이 멀거나 가깝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문장이 간결하고 저자의 일화가 많아서 술술 읽힌다. 저자의 TED 강연 영상도 볼 만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RsRi2oq6ZR8). 저자의 다음 저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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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는 처음인가요?
박정훈.김선아 지음 / 사계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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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산발적으로 알고 있었던 지식들을 이 책 <라틴아메리카는 처음인가요?> 덕분에 깔끔하게 정리했다. 라틴아메리카를 이해하려면 우선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해야 한다. 라틴아메리카는 혼종성이 강한 지역이다. 원주민인 아메리카 인디언(인디오)과 에스파냐계 또는 포르투갈계 백인과의 혼혈인 메스티소를 비롯해 백인과 흑인의 혼혈인 물라토, 인디오와 흑인의 혼혈인 삼보 등이 존재했는데, 현재는 이들 간의 혼혈이 거듭되면서 구분 자체가 무색해졌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콜럼버스가 도착하기 이전 역사에서 대표적인 문명으로는 아즈텍 문명과 잉카 문명, 마야 문명 등이 있다. 이들은 종이나 바퀴 같은 도구 없이도 매우 뛰어난 문명을 만들어냈는데, 그중에는 지금도 인류의 주요 식량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옥수수와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등이 있다. 15세기와 16세기에 걸쳐 유럽의 백인들이 라틴아메리카로 건너와 원주민을 학살하고 문명을 파괴하면서 찬란했던 라틴아메리카 역사에 먹구름이 드리워진다. 스페인은 라틴아메리카에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는 금과 은을 채굴해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베네치아) 등과 교역하는 데 썼다. 그 결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은 제조업 국가로 성장하고, 스페인은 제조업 국가로 전환하는 데 실패하고 쇠락의 길을 걸었다(자업자득이다). 


스페인의 국력이 약해진 틈을 타 민족 운동을 벌여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파나마 등 6개국을 해방시킨 영웅이 있었으니 그의 이름이 바로 볼리바르다. 볼리바르는 라틴아메리카가 미합중국과 유사한 연방국으로 거듭나길 바랐지만 그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후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 같은 혁명가가 등장하고 차베스, 룰라 같은 정치 지도자들이 나타났지만, 여전히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의 지역이 혼란스럽고 빈부 격차가 심한 것은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의 오랜 식민 지배와 이들이 남긴 플랜테이션 농업,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미국 정부의 정책 탓이 크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책에서 배운 것 중에 가장 놀라웠던 것은 (생뚱맞을지 모르지만) 스페인의 이름 짓는 관습이다. 스페인어권에서는 아버지 성만 표기하지 않고 아버지 성과 어머니 성을 함께 표기한다. 1982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콜롬비아 출신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경우, 가르시아가 아버지의 성이고 마르케스가 어머니의 성이다. 볼리비아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우유니 소금사막의 면적은 강원도 전체 면적보다 크다. 강원도만한 소금사막이라니. 대체 볼리비아는 얼마나 넓고 라틴아메리카는 얼마나 광활한 걸까.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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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로 맛보는 와삭바삭 프랑스 역사 이케가미 슌이치 유럽사 시리즈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강혜영 그림 / 돌베개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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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어렵지만 외국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래서 틈틈이 외국의 역사를 가능한 한 쉽게 설명한 책을 찾아 읽고 있다. 이 책도 그렇게 만났다. 이 책을 쓴 이케가미 슌이치는 프랑스 국립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유학한 학자다. 유럽 중세사 전공이지만 자신이 유학한 프랑스를 특히 애정한다는 저자는 이 책에서 과자를 비롯한 맛있는 디저트를 통해 프랑스의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흔히 중세 시대의 가톨릭 문화라고 하면 검소하고 금욕적인 분위기를 떠올리기 마련이고 과자 같은 건 입에도 대지 않았을 것 같지만, 짐작과 달리 프랑스에서 과자 문화가 자리 잡은 건 중세 시대, 그것도 가톨릭 사원에서였다. 갈리아족(켈트족)과 라틴족, 게르만족이 혼재해 있던 사회를 통합하기 위해 들어온 것이 가톨릭이었고, 가톨릭 사제들은 영주가 기사에게 봉토를 나누어 주듯이 농민들에게 과자를 나누어주며 이들을 신도로 끌어들였다(교회나 성당에서 어린아이들이나 군인들에게 과자나 빵을 나누어주며 전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특별히 개발한 디저트 레시피를 후세에 전한 수사와 수녀도 적지 않다.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화려한 디저트와 미식 문화가 꽃을 피운 건 역시 절대 왕정 시대이다. 절대 왕정 초기만 해도 음식 문화가 형편없었다. 하지만 카트린 드 메디시스, 마리 앙투아네트 등을 비롯한 외국 귀족, 왕족 출신의 왕비들이 왕실의 음식 문화를 바꾸고, 루이 14세의 총희 몽테스팡, 루이 15세의 총희 퐁파두르 부인 등의 활약으로 디저트 문화가 발전했다. 마카롱, 프란지판 같은 디저트는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음식이고, 퐁파두르 부인은 냉증과 불감증 때문에 아침마다 향료를 잔뜩 넣은 초콜릿 음료를 마셨다고 한다. 


이 밖에도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 그중에서도 음식 문화, 디저트 문화가 알기 쉽게 잘 정리되어 있다. 역사보다는 디저트 문화에 관한 설명 비중이 높은 편이고, 귀엽고 깜찍한 일러스트가 다수 실려 있어서 눈이 즐겁다. 이 책이 포함된 '이케가미 슌이치 유럽사 시리즈'의 다른 책으로는 <왕으로 만나는 위풍당당 영국 역사>, <숲에서 만나는 울울창창 독일 역사>, <파스타로 맛보는 후룩후룩 이탈리아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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