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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역사 - 플라톤에서 만델라까지 만남은 어떻게 역사가 되었는가
헬게 헤세 지음, 마성일 외 옮김 / 북캠퍼스 / 2018년 11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1126/pimg_7796361642057728.jpg)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사제지간이 아니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까?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만나지 않았다면 역사는 바뀌었을까?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이 서로를 몰랐다면 미술의 역사는 변했을까? 아서 밀러와 마릴린 먼로, 존 레넌과 오노 요코가 서로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면 더 많은 명작을 남겼을까, 아니면 그 반대였을까?
독일 작가 헬게 헤세가 쓴 <두 사람의 역사>는 역사를 바꾼 문제적 만남 15가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피에르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요하네스 케플러와 알브레히트 폰 발렌슈타인, 데이비드 흄과 애덤 스미스, 요한 볼프강 폰 괴테와 알렉산더 폰 훔볼트, 율리시스 S. 그랜트와 윌리엄 T. 셔먼, 오토 폰 비스마르크와 페르디난트 라살,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과 닐스 보어, 윈스턴 처칠과 찰리 채플린, 아서 밀러와 마릴린 먼로, 존 레넌과 오노 요코, 넬슨 만델라와 프레데리크 빌렘 데 클레르크 등의 만남이 소개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대를 가리지 않고, 정치, 경제, 철학, 과학, 미술, 영화, 음악 등 여러 분야를 막론한다.
이 중에 맨 처음 내 눈길을 사로잡은 이야기는 아서 밀러와 마릴린 먼로의 이야기이다. 1949년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아서 밀러는 폭스의 영화 스튜디오에서 당시만 해도 무명 배우였던 마릴린 먼로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밀러는 먼로가 뛰어난 외모와 우수한 지성을 두루 갖춘 완벽한 여성이라고 칭송했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먼로는 밀러가 아버지처럼 자신을 보호해주고 지원해줄 수 있는 남성이라고 여기고 기댔다. 결혼 후 밀러는 먼로가 지독한 완벽주의자인 데다가 약과 알코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알고 실망했고, 먼로는 밀러가 자신이 기대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주지 않아서 분노했다. 결국 둘의 불행한 결혼 생활은 파국을 맞았고, 이는 둘의 커리어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존 레넌과 오노 요코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존 레넌은 이미 '비틀스'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슈퍼스타였던 반면, 오노 요코는 일본에서 온 신인 예술가에 불과했다. 존 레넌은 오노 요코가 자신의 외로움과 잠재된 예술성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사람임을 간파했고, 오노 요코는 존 레넌이 자신의 예술 활동과 반전 운동을 함께할 완벽한 동반자라고 여겼다. 두 사람은 결국 공개 연애를 시작했고, 이는 존 레넌의 결혼 생활은 물론 비틀스의 그룹 활동까지 파국으로 이끌었다. 만약 존 레넌과 오노 요코가 만나지 않았다면 비틀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도 역시 해체했을까? '이매진(imagine)'이나 '렛 잇 비(let it be)'같은 명곡은 나오지 못했을까? 아니면 더 좋은 명곡이 나왔을까? 역사에 만약(If)이라는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이런저런 가정과 상상을 해보는 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