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 모든 것을 설명하는 생명의 언어
칼 짐머 지음, 이창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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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려고 인터넷 검색창에 '진화론과 창조론'을 검색했다가 의외로 많은 한국인들이 창조론을 믿는 걸 알고 크게 놀랐다. 화성으로 탐사선을 보내고,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개발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도 신이 6일 만에 세상을 창조했다, 원숭이가 인간의 조상일 리 없다고 진심으로 믿는 사람들이 있다니 경악스럽다. 한편으로는 18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할 때 느꼈을 두려움과 불안함을 손톱만큼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신의 존재를 의심하기만 해도 죄가 되던 시대에 인류 최초로 '진화'라는 아이디어를 들고 나온 그는 얼마나 외롭고 두려웠을까.


과학 저술가 칼 짐머의 <진화 : 모든 것을 설명하는 생명의 언어>는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부터 최근 개발 중인 진화 컴퓨팅까지 진화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책이다. 인류 최초로 진화론을 주창한 찰스 다윈은 의사인 아버지와 도자기로 유명한 웨지우드 집안의 딸인 어머니 슬하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그가 의학을 공부하기를 바랐지만 다윈은 의학 공부보다 자연 탐구에 관심이 더 많았다. 그런 그를 비글호의 선장 로버트 피츠로이가 눈여겨봤고 말벗 역할로 항해에 데려갔다. 비글호에 탑승한 다윈은 영국에서 출발해 남아메리카 대륙과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 대륙 등을 방문했고, 지질학, 고생물학, 생태학 등의 다양한 자료를 축적했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경악했고 많은 과학자들이 앞다투어 다윈의 주장을 배격했다. 1870년대에 이르러서야 영국의 거의 모든 과학자들이 진화론을 받아들였고, 다윈은 생전에 과학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았다. 문제는 진화론을 인정하지 않는 일반인들과 이를 조장하는 종교 지도자들이다.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미국이다. 일부 보수적인 개신교 신자들은 진화론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이 자연선택의 산물에 불과하다면 우리가 어떻게 신의 특별한 피조물이란 말인가? 신의 특별한 피조물이 아니라면 성서를 믿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반론은 이렇다. '왜 인간만이 신의 특별한 피조물이란 말인가? 성서를 반드시 믿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심지어 미국 캔자스주 교육위원회는 학생들이 진화와 판구조론, 지구의 나이, 대폭발 같은 것을 배우지 못하게 하고 있다. 


진화론을 인정하지 않는 대가는 결코 작지 않다. 진화론을 배우지 않은 학생들은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 직업들을 가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석유나 광물을 탐사하려면 생명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진화는 생명공학에서 더욱 중요하다. 진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새로운 약을 만들거나 투약 방법을 올바르게 결정하기 어렵다. 백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유전자 서열을 밝히는 작업도 그렇다. 우수한 인재들이 올바른 과학 교육, 의학 교육을 받지 못하면 그만큼 그 나라의 과학과 의학 수준은 뒤떨어질 것이다. 다윈을 비롯한 진화론자들이 그러했듯이, 상식을 의심하고, 합리적인 증거를 찾고, 타당한 추론을 하는 태도는 자연 과학뿐 아니라 인문 사회 분야에서도 꼭 필요한 자세다. 


무엇보다도 삼라만상을 그저 신의 섭리로 이해하는 태도는 인간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와 능력을 부정하는 태도로 이어지기 쉽다. 지진과 태풍이 신의 뜻이라면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건 신의 뜻에 거역하는 행위란 말인가. 인간의 삶과 죽음이 정해진 팔자라면 아프지 않으려고 운동을 하고 식이 조절을 하고 아플 때 병원에 가는 건 쓸모없는 짓이 아닌가. 허황되고 나약한 소리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과학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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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두뇌 - 마흔부터 시작하는 기적의 두뇌 습관
하세가와 요시야 지음, 조해선 옮김 / 북라이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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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 들어 부모님이 대화 도중에 "뭐였더라?" 하고 깜빡하는 일이 늘었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나한테 대신 찾아달라고 하거나, 외출하다 말고 빠트리고 간 물건을 다시 가지러 들어오는 경우도 늘었다. 그때마다 "치매인가 봐"라고 자책하는 부모님에게 별일 아닐 거라고 위로해 드리기는 하지만 내심 불안하다. 어느새 육십 줄에 들어선 부모님이 이대로 점점 기억이 흐릿해지고 치매가 되는 건 아닐지... 


그래서 읽은 책이 <백년 두뇌>이다. 이 책을 쓴 하세가와 요시야는 28년간 현재까지 매달 약 1천여 명의 치매 환자를 진료하는 신경내과 및 치매 전문의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진찰한 수많은 환자의 사례를 토대로 터득한 뇌 건강 노하우,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사고법, 뇌를 건강하게 만드는 운동법, 나이가 들어도 쌩쌩한 뇌를 만드는 환경 관리법 등을 집대성해 소개한다. 


뇌의 수명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며 젊을 때부터 뇌, 신체, 외부환경을 의식하는 생활습관을 들이면 평생 건강한 뇌를 유지할 수 있다. 저자가 제시하는 백년 두뇌를 만드는 세 가지 습관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억 끄집어내기(아웃풋)를 반복하거나 메모를 남겨 생각을 정리하는 두뇌 정돈법을 습관화한다. 둘째, 건강한 신체를 만드는 운동법과 식습관을 실천한다. 셋째, 자신을 둘러싼 외부 환경을 관리하고 유지한다.


자주 깜빡한다는 것은 뇌 기능이 약해졌다는 신호다. 흔히들 나이를 먹으면 새로운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사실 기억 자체를 못하는 게 아니라 기억한 것을 끄집어내는 능력이 약해진 것이다. 기억한 것을 끄집어내는 능력을 강화하려면 평소에 기억한 것을 끄집어내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저자는 책을 한 권 읽으면 A4 용지 한 장에 내용을 정리하는 'A4 독서법'과 기억해내지 못한 일을 정리하는 '깜빡 노트' 작성을 추천한다. 


제아무리 두뇌가 명석해도 신체가 건강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중, 노년에 접어들면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고, 그 상태에서 식생활을 바꾸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살이 찐다. 살이 찌면 비만, 당뇨병의 위험이 높아지고, 뇌경색, 뇌출혈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 아이스커피나 맥주 등 차가운 음료와 짠 음식, 매운 음식 등 지나치게 자극적인 음식 또한 뇌 건강에 좋지 않다. 끊임없이 사람들과 교류하고 새로운 취미 생활을 가지는 것도 치매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뇌 건강 비결'이다. 꾸준히 베스트셀러를 내는 고령의 한 작가는 "박식해서 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책을 쓰기 때문에 박식해지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과학적으로도 타당하다. 기억의 인풋, 아웃풋을 반복하다 보면 두뇌 기능이 원활해져 나이가 들어도 기억력이 좋다.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취미가 뇌 건강과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니 반갑다. 부모님께도 강력하게 권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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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잘 자고 있습니까? - SBS 의학전문기자가 알려주는 잠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
조동찬 지음 / 팜파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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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대 내내 불면증에 시달렸다. 삼십 대인 지금도 조금만 긴장하면 잠을 설친다. 그래서 늘 궁금하다. 어떻게 하면 자고 싶을 때 바로 잠들 수 있을까. 밤새 뒤척이느라 숙면을 취하지 못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번을 자더라도 푹 잘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래서 읽은 책이 한양대 의대 출신의 SBS 의학전문기자 조동찬의 책 <지금 잘 자고 있습니까?>이다. 이 책에는 수면이 왜 중요하며, 수면을 제대로 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수면과 관련 있는 호르몬으로는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이 유명하다. 행복 호르몬으로도 알려진 세로토닌은 무조건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 세로토닌이 지나치면 별것 아닌 일에도 과하게 기뻐하는 경조 증세를 일으킬 수 있고 불안, 초조, 고열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비만한 사람은 복부 세로토닌이 증가하고, 증가한 복부 세로토닌이 갈색 지방의 기초대사량을 줄여서 열을 못 만들어내 살이 더 찌는 이른바 '비만 악순환의 고리'가 발생한다. 멜라토닌은 세로토닌으로부터 생성되어 세로토닌의 양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멜라토닌은 항암제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암을 예방하고 물리치는 효과가 탁월하다. 잠을 잘 자면 멜라토닌 분비가 원활해져서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을 예방해주고,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비만, 당뇨병, 성조숙증 등을 막는다. 


불면증은 단기간에 쉽게 교정할 수 있는 증상이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생기는 증상이기 때문에 바로잡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은 유전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저녁형 인간이 억지로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도 무리다. 제대로 푹 자고 싶으면 잠자리 환경을 잘 만들어야 한다. 예전에는 낮잠을 잠깐 자라는 주장이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낮잠을 안 자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 대세다. 카페인과 니코틴, 술처럼 뇌를 자극하는 물질은 피하라, 10분 동안 유산소 운동을 하라, 과식을 피하라, 낮에 햇빛을 받아라, 조명을 최대한 어둡게 하라, 일정한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라 등의 조언이 이어진다. 


수면은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욱 중요한 문제다. 최근 뇌기능 MRI를 통해 뇌의 연결망에서 남녀가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남성은 뇌의 앞뒤를 연결하는 신경망이 여성보다 발달한 반면, 여성은 뇌의 좌우를 연결하는 신경망이 남성보다 발달했다. 이는 남성이 공간 파악 능력과 근육 운동 정확성이 뛰어나고, 여성이 추리력과 언어 능력이 탁월한 이유를 설명한다. 이런 남녀의 뇌 차이는 수면 패턴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에 따르면 불규칙한 수면이 미치는 피해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컸다. 연구팀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뇌를 더 폭넓게 구조적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인터넷과 SNS에서 화제가 되었던 '4-7-8 호흡법'을 비롯해 주말에 잠 몰아서 자기, 수면제의 위험성, 커피냅(커피를 마시자마자 자리에 누워서 20분 동안 자는 것)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잠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팩트 체크하는 형식이라서 흥미롭고, 국내외 최신 연구 결과가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어서 믿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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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공격자들 - 뒤끝 작렬하는 사람들을 위한 8가지 제언
안드레아 브랜트 지음, 박미경 옮김 / 영인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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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괜찮다", "화 안 났다"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뒤끝 작렬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에게 분노를 직접 표현하지 않고 그가 시킨 일을 "잊어버렸다"라고 말한다든가. 업무상 중요한 전화를 같은 팀의 경쟁 상대인 동료에게 전해주지 않는다든가. 어떤 사람 혹은 어떤 일에 대한 분노로 20분 안에 마칠 일을 한 시간씩 뭉그적거린다든가. 미국의 심리학자 안드레아 브랜트의 <소심한 공격자들>은 바로 이런 사람들에 관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심리학은 사람의 성격을 4가지 패턴으로 분류한다. '공격적 성격의 소유자'는 분노를 느끼면 바로 표현하고 상대에게 거리낌 없이 상처를 준다. '수동적 성격의 소유자'는 분노를 느껴도 쉽게 표현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 '자기주장적 성격의 소유자'는 분노를 느끼면 일단 심호흡부터 하고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진 다음 긍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문제를 해결한다. '수동 공격적인 성격의 소유자'는 공격적 성격과 수동적 성격이 더해진 성격이다. 이들은 분노를 느꼈을 때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화를 내지 않고 나중에 당한 대로 돌려준다. 


수동 공격적인 성격이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대체로 사람들이 자신은 힘이 없다고 생각할 때, 또는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 나쁜 결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 때 수동 공격적인 성격이 되기 쉽다. 수동 공격적인 성격은 가정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힘이 약한 아이들이 힘이 센 어른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방법으로 수동 공격적인 성격을 취득한다. 문제는 수동 공격적인 방식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어낸 경험이 많은 아이들이 점점 이 방식에 의존하는 어른으로 자란다는 것이다. 이들은 겉으로 분노를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뒤로는 타인을 조종해 분노를 해결하고 원하는 바를 얻는다. 


이 책에는 수동 공격적 성격의 소유자들 스스로 자신의 성격을 다스리는 방법이 여덟 가지나 소개되어 있다. 숨겨진 분노 인식하기, 감정을 생각과 재연결하기, 몸에 귀를 기울이기, 건강한 경계선 정하기, 자기주장적인 소통하기, 갈등의 프레임을 다시 설정하기, 현재에 집중하기를 통해 서로 소통하기, 해로운 조력자 역할 그만두기 등이다. 


소심한 공격자의 파트너를 위한 충고도 실려 있다. 수동 공격적인 행동을 일삼는 사람과 같이 살거나 일하는 사람은 그들이 자기주장적인 소통을 하도록 이끌어낼 수 있다. 그들의 행동을 '잘못'이라고 낙인찍지 않을 테니 자유롭게 말하고 표현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수동 공격적인 사람은 혼나는 것도 싫고 혼낼 수도 없는 어린아이나 다름없는 상태라는 걸 기억하고, 어린아이를 대하듯이 너그럽고 인자하게 대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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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역사 - 플라톤에서 만델라까지 만남은 어떻게 역사가 되었는가
헬게 헤세 지음, 마성일 외 옮김 / 북캠퍼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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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사제지간이 아니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까?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만나지 않았다면 역사는 바뀌었을까?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이 서로를 몰랐다면 미술의 역사는 변했을까? 아서 밀러와 마릴린 먼로, 존 레넌과 오노 요코가 서로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면 더 많은 명작을 남겼을까, 아니면 그 반대였을까? 


독일 작가 헬게 헤세가 쓴 <두 사람의 역사>는 역사를 바꾼 문제적 만남 15가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피에르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요하네스 케플러와 알브레히트 폰 발렌슈타인, 데이비드 흄과 애덤 스미스, 요한 볼프강 폰 괴테와 알렉산더 폰 훔볼트, 율리시스 S. 그랜트와 윌리엄 T. 셔먼, 오토 폰 비스마르크와 페르디난트 라살,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과 닐스 보어, 윈스턴 처칠과 찰리 채플린, 아서 밀러와 마릴린 먼로, 존 레넌과 오노 요코, 넬슨 만델라와 프레데리크 빌렘 데 클레르크 등의 만남이 소개된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대를 가리지 않고, 정치, 경제, 철학, 과학, 미술, 영화, 음악 등 여러 분야를 막론한다. 


이 중에 맨 처음 내 눈길을 사로잡은 이야기는 아서 밀러와 마릴린 먼로의 이야기이다. 1949년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아서 밀러는 폭스의 영화 스튜디오에서 당시만 해도 무명 배우였던 마릴린 먼로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밀러는 먼로가 뛰어난 외모와 우수한 지성을 두루 갖춘 완벽한 여성이라고 칭송했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먼로는 밀러가 아버지처럼 자신을 보호해주고 지원해줄 수 있는 남성이라고 여기고 기댔다. 결혼 후 밀러는 먼로가 지독한 완벽주의자인 데다가 약과 알코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알고 실망했고, 먼로는 밀러가 자신이 기대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주지 않아서 분노했다. 결국 둘의 불행한 결혼 생활은 파국을 맞았고, 이는 둘의 커리어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존 레넌과 오노 요코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존 레넌은 이미 '비틀스'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슈퍼스타였던 반면, 오노 요코는 일본에서 온 신인 예술가에 불과했다. 존 레넌은 오노 요코가 자신의 외로움과 잠재된 예술성을 이해해주는 유일한 사람임을 간파했고, 오노 요코는 존 레넌이 자신의 예술 활동과 반전 운동을 함께할 완벽한 동반자라고 여겼다. 두 사람은 결국 공개 연애를 시작했고, 이는 존 레넌의 결혼 생활은 물론 비틀스의 그룹 활동까지 파국으로 이끌었다. 만약 존 레넌과 오노 요코가 만나지 않았다면 비틀스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래도 역시 해체했을까? '이매진(imagine)'이나 '렛 잇 비(let it be)'같은 명곡은 나오지 못했을까? 아니면 더 좋은 명곡이 나왔을까? 역사에 만약(If)이라는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이런저런 가정과 상상을 해보는 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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