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혼잣말 10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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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삶의 낙... 11권까지 다 읽으면 한동안 읽을 게 없어서(사놓고 안 읽은 책이 책장 하나 분량 정도 있지만 '읽을 게 없는' 모순...) 고민일 지경... 


전부터 황충이 조금씩 언급될 때마다 황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볼 만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10권에서 시작된 황해의 여파가 대단하다. 그토록 진시가 경고했건만 제대로 듣지 않았던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마오마오를 비롯한 진시 일행은 진시의 명을 받들어 황충에 대해 조사하고 나름대로 대비책을 마련했는데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는다. 이런 일이 과거에 실제로 있었다면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그 전에 마오마오는 농촌 시찰 겸 찾아간 마을에서 예전에 발생한 황해에서 살아남은 노인을 만나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과거에 서도에는 제사를 주관하는 일족이 있었고, 이들은 새를 부리는 특수한 능력이 있었는데, 이들을 몰살한 후에 황해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족의 원한이 황해를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마오마오는 (약사=과학자답게)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짐작한다. 


10권에는 반가운 얼굴도 등장한다. 한때 정1품 비의 자리에 올랐으나 현재는 출궁한 리슈다. 의외의 장소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모습이 좋았다. 바센과의 인연도 계속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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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플라이트 오늘의 젊은 작가 20
박민정 지음 / 민음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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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을 알고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독자로서는 다소 맥 빠지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일부러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모종의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혹은 독자가 아는 결말이 진짜 결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기대의 소산이거나.


박민정의 소설 <미스 플라이트>가 그렇다. 이 소설은 5년 차 승무원 유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부고를 들은 유나의 아버지 정근은, 추리소설에서 형사나 탐정이 범인을 찾는 자세로, 딸이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유나의 전 남자친구, 대학 동기 등의 입을 통해 유나가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드러난다. 공군 대령의 외동딸로 태어나 부대 근처의 관사를 전전하며 살았고, 교대에 진학했지만 임용고시를 포기하고 항공사 승무원이 되었고, 유부남인 부기장과 불륜 관계라는 추문에 휩싸여 유명을 달리했다는.


하지만 이는 표면에 드러난 유나의 이력일 뿐, 유나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진실이라고는 할 수 없다. 유나의 아버지는 남들 눈에는 번듯한 군인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도 전라도 출신이면서 전라도 출신을 혐오하고, 부하들은 물론이고 아내와 딸에게도 손찌검을 서슴지 않았던 사람이다. 유나는 교사가 되려고 보니 학교가 군대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교사의 길을 포기하고 항공사 승무원이 되었지만 항공사도 조직 문화가 갑갑하고 각종 비리와 불합리가 만연하기는 같았다. 그러다 우연히 어릴 때 잘 따랐던 운전병 아저씨를 회사에서 만나 가깝게 지냈는데, 이 일이 유나의 발목을 잡았다.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유나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알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있느라 의식하지 못했는데, 소설을 다 읽고 결국 유나가 죽었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덧없고 허무한 기분이 들었다. 왜 늘 이렇게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은 죽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잘 사는 걸까. 한편으로는 유나의 '죽음'이 신체적, 물리적 의미의 사망이 아니라 구시대와의 절연, 구습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유나의 아버지처럼 '생'존, '생'계를 핑계로 부정, 불합리에 눈 감느니 차라리 생을 포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랄까. (그러나 그 의지를 표현하는 길이 죽음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한 여성의 죽음에 관한 소설인데, 남성들이 주로 말을 하고(아버지, 전 남자친구, 대학 동기, 운전병 아저씨 등) 여성들은 말을 거의 하지 않거나(어머니) 말을 아예 못하는 상태이거나(운전병 아저씨의 아내) 연락이 안 되는 상황(승무원 동료)이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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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식사 - 음식과 여행의 달콤한 추억
스기우라 사야카 지음, 심혜경 외 옮김 / 페이퍼스토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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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 좋아하지만 여행에 대한 기록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요즘에는 여행 유튜브를 열심히 찾아 보고 있지만 과거에는 여행 블로그를 즐겨 읽었고, 여행 에세이는 지금도 종종 읽는다. <여행자의 식사>는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여행 에세이다. 저자 스기우라 사야카는 일본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에세이스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여행의 추억을 특유의 사랑스럽고 깔끔한 그림으로 소개한다. 


책에는 저자가 그동안 방문한 유럽, 아시아 국가들에서 맛본 인상적인 음식들이 주로 나온다. 생애 첫 해외 여행지였던 영국에서 먹은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시작으로, 프랑스 노르망디의 굴 요리, 네덜란드의 길거리 음식, 노르웨이의 양고기, 체코 맥주, 홍콩의 돌솥 덮밥, 베트남의 시장 음식 등 다양한 음식에 얽힌 이야기가 그림과 함께 펼쳐진다. 한국 방문기도 나온다. 일 년 중 가장 추운 설날 무렵 서울에 와서 뜨겁고 얼큰한 순두부 찌개와 야채죽, 닭볶음탕, 파전 등을 맛있게 먹었다고. 


일본 국내 여행기도 있다. 도쿄역의 명물인 도시락 파라다이스에서 사 먹을 수 있는 다양한 도시락들부터 미야기현 나루코 온천, 오이타현 스기노이 호텔의 뷔페, 후쿠시마현 아이즈와카마쓰시의 명물인 소스 돈가스 덮밥, 시즈오카 오뎅, 오사카 야키니쿠 등 다양한 음식들이 소개되어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아름답게 채색된 귀여운 일러스트가 글보다 먼저 눈에 들어와 글로 눈을 옮기기가 힘들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 그만큼 그림이 무척 예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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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망가진 책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재영 책수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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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책이라는 사물 자체에 대한 애착은 없는 편이다. 매달 2~30권의 책을 사지만 대부분 읽고 나서 바로 팔아버리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책은 책장 하나 정도이며 그마저도 넘치지 않는 상태로 유지하려고 노력한다(쉽진 않다). 그런 나에게도 평생 소장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 몇 권 있다. 닳도록 보았던 만화책, 삽화 하나까지 기억나는 동화책 등등. 이런 책들을 지금까지 소장했더라면, 책을 대하는 나의 자세나 태도도 지금과는 달랐을지 모르겠다. 


책 수선가 '재영 책수선' 님의 책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에는 오래되어 낡고 망가진 책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수선을 맡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입원 중이신 할머니의 젊은 시절 일기를 책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손녀, 아버지가 생전에 남기신 천자문 글씨를 책으로 엮고 싶어 하는 딸, 자신이 어릴 때 즐겨 읽은 해리포터 시리즈 원서 세트를 아이의 생일에 선물하고 싶은 부모, 삼십여 년 전에 찍은 결혼 사진 앨범을 새 것처럼 만들어 아내에게 깜짝 선물하고 싶은 남편 등 사연 하나하나가 감동적이고 사랑스럽다. 


책 수선가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이 책을 통해 얻은 수확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책 수선가라는 직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심지어 책 수선을 가르치는 대학, 대학원 과정이 있고, 수많은 학교와 기관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도. 수선과 수리, 복원의 차이도 이 책을 읽고 알았다. 책을 오랫동안 최적의 상태로 보관하고 싶다면 핸드크림을 바른 손이나 장갑을 낀 손으로 책을 만져서는 안된다는 것, 책을 고친답시고 테이프를 붙였다가는 더 큰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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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채의 모험
케이채 지음 / 호빵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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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케이채 님 SNS에서 이 책이 절판될지 모른다는 글을 읽고 서둘러 구입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다행히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읽어보니 진짜 재밌는데 세일즈 포인트가 왜 이렇게 낮지. 사진가의 여행 에세이인데 사진이 없어서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사진이 없어도 이 책, 충분히 알차고 재밌다. 


일단 저자가 갔던 곳들의 목록이 엄청나다. 아마존과 서아프리카, 갈라파고스, 수단, 심지어 남극과 북극까지. 저자는 또한 놀고 먹고 관광하는 평범한 여행을 하지 않는다. 저자의 목적은 오로지 좋은 사진을 남기는 것. 그러다 보니 유명한 곳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곳을 선호하고, 현대식 건물이 많은 도시보다는 문명의 영향이 덜한 오지를 선호하고, 인간보다 동물이 많고 기왕이면 펭귄이나 북극곰처럼 희귀한 동물이 많은 곳을 선호한다. 좋은 사진을 위해서라면 헬기 촬영을 불사하고 개 썰매에서 몇 번을 떨어져도 상관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나도 거기 갔으면 그 사진쯤은 찍을 수 있었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는데, 가는 일이 사진의 절반이다. 사진 찍는 일의 절반은 그곳에 가는 것이다. 사진의 순간 앞에 자신을 위치시키는 것. 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자리로 자신을 데려가는 것. 그것은 사진을 찍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다." (78쪽) 


관광지 같은 데 가서 사람들이 몰려서 사진을 찍고 있으면 '나도 찍어야지' 하고 그쪽부터 가보는 사람이 있다. 나는 정반대였다. 사람들이 경쟁하듯이 무언가를 찍고 있다면 그것은 죽은 풍경이었다. 나까지 찍을 필요가 없는 장소였다. 그런 광경을 발견한다면 언제나 반대편으로 향한다. 오직 나만이 가치를 발견한 어느 장소에서 어떤 순간을 찍고만 싶었다. (215쪽)


남들과는 다르게 살고, 누구보다 빠르게 좋은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하는 저자의 자세는, 사진가가 아닌 사람도 귀감으로 삼을 만하다. 언젠가 이 책에 소개된 사진들을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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