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벚꽃 에디션) - 인생이라는 장거리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한 매일매일의 기록
심혜경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728/pimg_7796361643500397.jpg)
얼마 전에 <채링크로스 84번지>의 작가 헬레인 한프의 런던 여행기를 담은 책 <마침내, 런던>을 읽었다. 그 책의 번역가가 심혜경 님이었는데 처음 보는 이름이 아닌 것 같아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 보니, 최근에 읽은 스기우라 사야카의 <여행자의 식사>도 번역하셨고, 읽으려고 벼르고 있는 책 중 하나인 세라 그리스트우드의 <비타와 버지니아>도 번역하셨고, 오래 전에 재미있게 읽은 <언니들의 여행법> 1, 2권의 공저자로 참여하셨다고.
번역가이자 작가이며, 영어뿐 아니라 일본어, 중국어 번역도 하신다니! 이 자체로 너무 대단한 데다가, 책과 외국어를 좋아하는 나의 미래 모습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곧바로 올해 초에 출간된 이 분의 책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를 구입해 읽었다. 읽어보니 짐작한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분이신 듯하다.
저자는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대학에선 국문학을 전공했고, 교생 실습을 나갔다가 사서 교사의 존재를 알게 되어 사서 공부를 시작해 서울시 공공도서관 사서로 취업했다. 그 후 27년 동안 정독도서관, 남산도서관 등 여러 도서관에서 사서로 재직하는 동시에, 취미로 배운 다양한 외국어 능력을 활용해 번역가로서 경력을 쌓았다.
일만 해도 힘든데, 일부러 돈과 시간을 내면서까지 공부를 계속한 이유는 뭘까. 저자는 뭐니 뭐니 해도 '재미'가 그 이유였다고 말한다. 저자는 재미있어 보이는 분야가 있으면 앞뒤 재지 않고 바로 시작한다. 그렇게 손을 댄 분야가 피아노, 바이올린, 클래식 기타, 목공예, 옷 만들기, 태극권, 수채화 등 한 트럭이다. 이 중에 경력이 될 만큼 오랫동안 지속한 취미는 외국어 공부와 번역 정도로 손에 꼽지만, 중도 하차했다고 해서 후회하지는 않는다. 뭐라도 해보면 배우는 것이 있고, 배우는 것이 없어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이 아니면 아예 시작도 못하기 때문이다.
뭔가를 배우기 위해 학교나 학원 등 전문교육기관을 찾는 것도 좋지만(저자는 방송통신대학교를 추천한다), 저자는 저자처럼 독립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는 대안연구공동체나 스터디 모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런 식으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베트남어, 심지어 에스페란토까지 공부했다니. 단순히 외국어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열심히 배운 외국어 지식을 활용해 번역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다니 너무 멋있다. 나도 이렇게 멋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