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테일 안전가옥 FIC-PICK 2
서미애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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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장르 스토리 프로덕션 안전가옥의 주도로 기획되었으며, 밀리의 서재에서 연재된 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고전의 재해석'이라는 테마가 좋기도 하고, 서미애, 민지형, 전혜진, 박서련, 심너울 등 참여한 작가들이 워낙 유명한 분들이라서(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이기도 하고) 밀리의 서재에서 선공개 되었을 때 읽고 단행본도 구입했다. 단행본에는 작가 후기가 실려 있는데, 이 작가 후기를 읽어보는 게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으니 단행본도 꼭 구입해서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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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인 케미스트리 1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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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책읽아웃>의 애청자(광부)로서, <책읽아웃>에 소개되는 책들은 가능한 한 전부 읽어보려고 하는 편이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책읽아웃>의 코너 중 하나인 '오은의 옹기종기'의 패널인 엄지혜 작가님(프엄)이 추천하신 책으로 기억한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아무 책이나 좋다고 하는 분이 아니라서 이 분이 추천하는 책은 믿고 읽는 편인데, 언젠가 이 책을 강추하셔서 어떤 책인지 궁금했다. 구입하고 보니 1, 2권으로 되어 있어서 무거운 책 싫어하는 엄지혜 작가님이 이 책이 얼마나 좋았기에 추천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더욱 강렬하게 들었는데, 읽어보니 과연 그럴 만하다 싶다. 읽는 내내 너무 즐거웠고, 애플TV+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무척 기대된다(심지어 주연 배우가 <캡틴 마블>의 브리 라슨이라고!). 


이야기는 엘리자베스 조트라는 여성이 우연히 TV 요리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발탁되면서 시작된다. 오래지 않아 엘리자베스는 미국 부통령이 팬을 자처할 만큼 인기 있는 유명 인사가 되는데, 사실 그 때까지 엘리자베스가 살아온 인생은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책임감 없는 부모 슬하에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하나뿐인 오빠는 비극적인 선택을 했고, 힘들게 화학 전공으로 대학원에 들어갔지만 담당 교수의 성폭행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쫓겨났다. 화학자의 경력을 잇기 위해 연구소에 들어갔지만 유일한 '여자' 과학자라는 이유로 남자 과학자들은 물론 여자 사무 보조원들의 견제와 질투를 받았고, 캘빈 에번스라는 남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지만 그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비혼모가 되고,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연구소에서 쫓겨난다. 


드라마로 제작될 만큼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이후에도 이어지는데, 아무래도 엘리자베스와 같은 여성인 나에게는 이 소설이 그저 '드라마'로만 읽히지는 않았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5,60년대이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정과 학교, 직장, 미디어 등으로부터 자신의 능력과 성취에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각종 차별과 폭력을 당하는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는 여성만을 선입견과 편견의 피해자로 그리지 않는다. 남성인 캘빈 에번스도 고아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고, 천재라는 이유로 시기와 질투를 받으니까(하지만 남성이라는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런 캘빈조차도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성별로 인한 한계를 자기 자신의 성취로서 극복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엘리자베스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청혼을 하고, (결국 엘리자베스도 좋아하게 되기는 하지만) 자신의 취미(조정)를 강요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프로그램을 통해 요리에 담긴 화학의 원리를 설명하고, 이를 통해 남자들이 '멍청하고 무식하다'고 무시하는 여자들이 실은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일을 해내고 있는지를 알게 한다. 이 과정에서 화학을 비롯한 과학 공부의 즐거움에 눈뜬 주부가 당시만 해도 '여자라서 할 수 없다'고 여겼던 의사가 되기 위해 입시에 도전하게 되기도 하고, 엘리자베스처럼 과학자로서 수많은 성취를 해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인정받지 못하고 역사에서도 사라진 여성 과학자들이 뒤늦게 빛을 보기도 한다. 


이 소설은 자연과 인간, 과학과 종교에 관한 소설이기도 하다. 인간을 남성 또는 여성, 이성애자 또는 동성애자, 백인 또는 황인 또는 흑인으로 태어나게 하는 것은 자연이고, 그것 중에 어떤 것이 더 우월하거나 열등하다고 구분 짓고 차별하는 것은 인간이다. 종교는 그러한 구분이나 차별을 합리화하는 방식으로 공고히 하고, 과학은 그것이 합리적이지 않음을 밝힌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과학자와 종교인도 있고, 이 소설에도 모태 신앙임에도 과학에 기반에 자신의 종교에 의문을 가지는 목사가 등장한다. 작가는 과학 중에서도 화학이, 인간을 포함한 자연 만물은 결국 비슷비슷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결합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존재로 변화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세상을 바꾸는 데 강력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제까지 화학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문과 출신), 조만간 화학 입문서라도 읽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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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
정멜멜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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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정멜멜 작가의 이름을 많이 들었다. '여둘톡' 황선우 작가님의 인터뷰집 <멋있으면 다 언니>, '편집자K' 강윤정 편집자가 만든 <디 에센셜 한강>의 사진 작업을 한 분이 정멜멜 작가라고 들었고, 그 밖에도 다양한 매체와 다양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정멜멜 작가에 대한 예찬을 접했다. 그래서 대체 어떤 이력을 거쳐온 분일까, 어떤 생각을 바탕으로 사진을 찍는 분일까 궁금했는데, 마침 정멜멜 작가님의 에세이집이 보여서 읽어보았다. 


사진가의 책 하면 보통 사진과 에세이가 결합된 형식을 상상하기 쉽고, 주로 저자의 사진 철학이나 사진 찍는 방식 등을 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저자가 어떻게 퇴사를 결심하고 자영업자의 길을 택했는지, 어떤 식으로 스튜디오와 빈티지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지에 관한 내용이 더 많다. 작업실을 옮기면서 경험한 시행착오부터 친구나 가족과 동업을 할 때의 장단점, 상점에 들일 물건을 고르는 기준이나 손님을 접대하면서 배운 것들 같은 내용이 나와서 사진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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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6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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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대표작 하면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어쩌면 영원히) <어린 왕자>일 테지만, 생텍쥐페리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고 싶다면 <어린 왕자>보다는 <야간비행>을 읽는 편이 좋을 것 같다. 1931년에 발표된 생텍쥐페리의 두 번째 소설 <야간비행>에는 작가인 동시에 비행기 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가 직접 아르헨티나 야간비행 항로 개척에 참여했던 경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밤낮 가리지 않고 비행기가 운행되지만, 생텍쥐페리가 비행기 조종사였던 시절에는 조종을 담당하는 조종사와 무선을 담당하는 무선사가 반드시 한 팀을 이루어서 탑승해야 할 만큼 비행기 기술이 발달하지도 않았고 항로도 개척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그래서 낮에도 위험한 비행을 밤에 하는 게 무모하고 위험하다고 보는 여론의 비율이 높았고, 이는 항공 회사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야간비행을 수행한 조종사들이 있었고, 이들의 뒤에는 이들을 지휘, 감독하는 책임자와 감독관, 이들을 서포트하는 무선사, 정비사, 잡역부, 가족 등이 있었다. 소설은 이러한 인물들의 상황과 입장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직장이 배경이고 인물들이 각자의 직책이나 사내에서의 입지에 따라 어떠한 인식 또는 행동의 차이를 보이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소설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케이도 준이 떠오르기도 한다.) 


오피스 드라마라는 장르가 떠오를 만큼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문체도 <어린 왕자>에 비해 훨씬 건조한 편이지만, 이 소설에는 작가가 훗날 <어린 왕자>를 쓸 법하다 싶은 대목도 종종 나온다. 조종사 파비앵이 홀로 드넓은 자연을 상대한다는 점에서 비행기 조종사와 양 치는 목동이 비슷하다고 느끼는 대목이 그랬고, 오랜 시간 어두운 밤 하늘을 비행하며 고독감에 사로잡힌 파비앵이 문득 어느 농가의 불 켜진 모습을 보고 마치 밤 바다의 등대 같다고 느끼는 대목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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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책 읽기 - 책 좋아하는 당신과 나누고픈 열 가지 독서담
윤성근 지음 / 드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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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에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하는 윤성근 작가는 자신의 헌책방에서 읽은 책들과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쓴다. 그 중 <헌책방 기담 수집가>는 내가 올해 읽은 책들 중에서 (재미+감동+유익함 등 여러 면에서) 훌륭하기로 열 손가락 안에 들 만하고, 뒤이어 읽은 이 책 <이상한 나라의 책 읽기>도 못지 않게 훌륭하다. 


<헌책방 기담 수집가>가 제목 그대로 헌책방에서 겪은 기담과도 같은 이야기들을 엮은 책이라면, <이상한 나라의 책 읽기>는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손꼽히는 다독가였고 종국에는 IT 기업을 그만두고 헌책방 주인까지 된 저자가 책 읽는 방법 10가지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적으로 책 읽는 기술에 대해서만 설명하는 자기 계발서 풍의 책은 아니고, 저자가 헌책방을 운영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이제까지 읽은 책들 중에 소개하고 싶은 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책 읽는 방법을 알려주는 형식의 책이다. 


저자는 어떤 식으로 읽을 책을 고를까. 저자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청년이었을 때는 어땠을까 궁금해하다가 아버지가 청년 시절을 보낸 1960년대에 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1960년대의 한국은 박정희, 미국은 우드스톡 페스티벌과 비트 세대, 유럽은 68혁명과 실존주의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중에서 비트 세대와 실존주의에 관해 깊이 파기 시작했다. 그 결과 사르트르와 카뮈, 사뮈엘 베케트 등의 저작을 섭렵하게 되었고, 프랑스의 한 시대를 자세히 알고 나니 프랑스의 다른 시대(특히 양차 세계대전 사이의 전간기)와 다른 유럽 국가들의 문학, 철학에 관심이 생겼다고. 





책은 때로 우리를 알지 못하는 곳으로 데려간다. 누가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는가? 오히려 책은 길을 잃게 만들기에 더 매력적인 물건이다. 우리는 그렇게 잃어버린 길 위에서 방황하다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길로 흘러 들어간다. 계획된 것은 무엇도 없으며 운명은 누구의 편도 아니다. (369쪽) 


저자의 독서 목록에는 인물들의 평전이나 철학, 사학, 문학 등 인문학 분야의 책이 많은데, 딱 한 권 있는, 평전도 아니고 인문학 분야에 속하지도 않는 책이 마침 나도 읽었고 몹시 좋아하는 책이라서 반가웠다. 그 책은 바로 사토우치 아이의 <모험도감>. 저자는 이 책을 어른이 된 후에 서점에서 보았다고 했는데, 나는 이 책을 초등학교 저학년 때 부모님께 선물로 받아서 읽었다. 동화나 만화를 좋아했던 동생과 달리, 나는 이 책을 주야장천 읽었고 그 결과 유튜브에서 캠핑 영상 보는 걸 좋아하지만 직접 캠핑을 하지는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책 읽는 게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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