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은 사랑이었다
이민혁 지음 / 미래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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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란 것을 잘 몰랐습니다. 그래도 써보았습니다. 그러니 세상의 빛이 조금 보였습니다. 그리고 잔잔한 평온이 남았습니다. 행복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독자들과 소통하는 작가 이민혁의 산문집 <모든 순간은 사랑이었다>의 서문에 나오는 문장이다.


저자는 그동안 쓴 글을 사랑, 이별, 행복, 인생, 여운이라는 테마로 엮어서 한 권의 책으로 완성했다. 책을 완성하고 보니 모든 글의 바탕에 '사랑'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의 바탕에는 사랑이 있다. 사랑은 기쁘고 즐거운 것만도 아니다. 슬픔과 고통 역시 사랑으로 인해 만들어지고, 사랑으로 인해 사라진다. 저자는 사람이 태어나 죽을 때까지 겪는 수많은 희로애락의 바탕에 사랑이 있음을 전한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결국엔 사랑이 모든 것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줄 거라고 말한다.


이 책은 크게 다섯 파트로 구성된다. 제1장 '높고도 한없이 깊은, 알 수 없는 사랑'에서는 저자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면서 느낀 수많은 감정들에 관한 솔직한 고백이 이어진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고 연인이 되는 일은, 우연한 행운 같기도 하고, 하늘이 준 선물 같기도 하고, 찌든 삶의 기회 같기도 하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랑이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가 된다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수없이 이별을 하고 실연의 아픔으로 고통받아도 또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고 기어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제4장 '기쁨과 슬픔이 공평하지 않은 인생'에서는 저자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얻은 삶의 교훈을 간결한 문장으로 전한다. 젊을 때는 남들보다 더 많이 벌고, 남들보다 더 크게 성공하길 꿈꾼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남들만큼만, 남들처럼만 편안하고 행복하길 바라게 된다. 그저 오늘 하루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보내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서 맛있는 밥 먹고, 때 되면 집에 들어가 편안히 쉬다 자는 삶이 최고라는 걸 깨닫게 된다. 별것 아닌 일 같지만, 질병이나 사고 같은 예기치 않은 일 때문에 일상이 망가지고 뒤흔들린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이 밖에도 하루의 끝에서 누구나 공감과 위로를 얻을 만한 글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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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린느 메디치의 딸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박미경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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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 그동안 뒤마의 작품 하면 <삼총사>, <몽테크리스토 백작> 밖에 몰랐는데, 이번에 뒤마의 또 다른 작품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을 읽고 새로운 면모를 보았다.


<카트린느 메디치의 딸>은 16세기 프랑스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왕비 카트린느 메디치(카트린 드 메디시스)와 그의 딸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의 이야기를 그린다. 카트린느 메디치는 피렌체 공화국을 실질적으로 지배했던 금융 가문 메디치 가(家) 출신으로, 1519년 피렌체에서 출생해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1533년 프랑스의 왕 프랑수아 1세의 둘째 아들 오를레앙 공 앙리(앙리 2세)와 정략결혼했다. 1546년 남편 앙리 2세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위에 등극하자 카트린느는 왕비가 되었고 프랑스 왕국의 실세로 부각되었다. 이후 아들 프랑수아 2세가 왕위를 잇자 카트린느는 본격적인 섭정을 펼치며 실권을 장악했다.


소설은 카트린느가 딸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를 나바르 공화국의 왕인 앙리 드 나바르와 결혼시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이 결혼은 당시 대중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이 결혼은 가톨릭과 신교도의 결합이었고, 프랑스 왕가와 부르봉 왕가의 결합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신부 마르그리트의 어머니 카트린느가 신랑 앙리 드 나바르의 어머니 잔 달브레를 독살했다는 소문이 흉흉했다. 물론 공식적인 사인은 늑막염이었지만, 카트린느의 불같은 성미와 잔혹한 성품을 아는 대중들이 이를 믿을 리 없었다.


카트린느의 딸 마르그리트는 뛰어난 지성과 미모로 프랑스 왕실의 진주로 불렸다. 어머니 못지않게 영리한 마르그리트는 어머니가 신교도를 몰살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과 앙리 드 나바르를 결혼시켰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남편 앙리를 돕는다. 앙리를 위기에 몰아넣으려는 카트린느의 계략과 이를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는 앙리의 지략이 맞부딪치면서 이야기가 점점 재미있어진다. 역사 소설과 왕실 소설, 추리 소설과 법정 소설의 면모를 모두 가진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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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이 떠날 차례 - 여기 아닌 저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여행의 이유
강가희 지음 / 책밥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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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밥을 먹고 사는 방송작가는 언제 가장 떠나고 싶을까. 어디를 어떻게 여행할까. EBS <시네마 천국>, SBS <컬처클럽>, <접속 무비월드>, KBS <뉴스라인> 등에서 집필한 15년 차 방송작가 강가희의 여행 에세이 <이제, 당신이 떠날 차례>에 그 힌트가 나온다.


저자 강가희는 20대 초반에 방송국에 발을 디딘 후 단 한 번의 쉼 없이 직진만 했다. 하루하루 아이템 전쟁 속을 헤매고, 쉼 없이 섭외 전화를 돌리고 원고를 쓰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30대를 앞두고 있었고, 어릴 적 동경해 온 어른의 모습과는 한참 멀어져 있었다. 친구를 만나 떠나야겠다고, 같이 떠나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친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가자고 했다. 가는 김에 일 년에 한 번씩 둘이서 여행을 가자는 약속도 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이 벌써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책에는 저자가 친구와 함께 떠난 여행의 장면과 단상이 편안한 문장으로 기록되어 있다. 혼자가 아닌 둘이 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터키, 헤어 나오고 싶지 않은 꿈같았던 그리스, 사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일본, 드라마틱한 체험이 이어졌던 라오스, 영혼을 치유해준 아이슬란드, 예술가의 낭만이 뭔지 깨닫게 해준 덴마크, 세월의 흐름을 느낀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 이름만 들어도 매력적인 여행지에서 저자가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한 일들이 연이어 소개된다.


그동안 혼자 떠나는 여행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친구와 둘이서 떠나는 여행도 좋아 보인다. 저자는 친구와 십여 년에 걸쳐 꾸준히 여행을 하면서 각자 자신도, 우정도 성장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도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성격이나 취향 차이로 다투거나 헤어지기 쉽다는데, 저자는 오히려 여행을 통해 우정이 깊어졌다니 신기하고 부럽다. 앞으로도 계속 친구와 여행을 떠날 거라는 저자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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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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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도쿄타워>인 일본 소설이 둘 있다. 하나는 중년 여성이 스무 살 연하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의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 작사 작곡가, 방송인, 배우 등으로 활약하는 릴리 프랭키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공교롭게도 두 소설 모두 큰 인기에 힘입어 영화화 또는 드라마화되었고,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내가 읽은 <도쿄타워>는 후자다(전자는 고등학교 때 읽었다. 그때 내가 오카다 준이치를 많이 좋아했다... ). 2005년에 발표되어 230만 부 이상 팔리고, 서점인들의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제3회 서점대상까지 수상한 이 작품을 왜 이제야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알겠다. <도쿄타워>가 왜 출간 당시 수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는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베스트셀러인지 직접 읽어보니 잘 알겠다.


이야기는 릴리 프랭키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청년기로 이어진다. 릴리 프랭키의 본명은 나카가와 마사야. 1963년 후쿠오카에서 태어났다. 변변한 직업이 없는 아버지 때문에 '엄니(저자는 어머니를 '엄니'라고 부른다)'는 일찍부터 온갖 일을 전전했다. 행실이 좋지 않고, 이따금 술을 마시면 가족들에게 행패를 부리기 일쑤였던 아버지는 얼마 후 집을 나갔고, 그때부터 몇 년에 한 번씩 큰일이 있을 때만 가족들을 찾았다.


결코 유복한 환경이 아닌데도 저자는 나름 즐겁고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집이 없어서 친가와 외가를 전전하는 생활도 나쁘지 않았고, 탄광촌의 아이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기억은 지금 떠올리면 흐뭇하기만 하다. 없는 살림에도 하나뿐인 아들의 부탁이라면 엄니는 뭐든 들어줬다. 아들이 음악을 좋아하면 외출할 때마다 레코드판을 사다 주고, 아들이 미술학교에 보내달라고 하면 군말 없이 보내줬다. 입학이나 취업 같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같이 살지 않는 아버지까지 나타나 아들을 챙겼다. 저자가 아버지를 원망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이 소설의 백미는, 언제까지나 엄니 품 안의 자식일 줄 알았던 저자가 어느새 어른이 되고 철이 들면서 엄니를 한 여자로, 한 인간으로 보기 시작하는 대목이다. 기모노 장사를 하는 집에서 비교적 유복하게 자란 엄니는, 당시로서는 늦은 서른한 살에 네 살 어린 남자와 결혼했다. 당시 의사인 남자친구도 있었는데 변변한 직업이 없는 남자를 택했다. 그 후 인생이 크게 꼬였다. 남편은 돈을 못 벌고 집에도 안 들어왔다. 하나뿐인 아들을 혼자서 길러야 했다. 아직 삼십 대니 다른 남자를 택할 수도 있었다. 아들을 친가에 맡기고 새 삶을 시작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엄니는 그러지 않았다.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아들을 지켰다.


"어머니란 욕심 없는 것입니다. / 내 자식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 내 자식이 큰 부자가 되는 것보다 / 하루하루 건강하게 지내주기만을 /진심으로 바라고 기원합니다. / 아무리 값비싼 선물보다 / 내 자식의 다정한 말 한마디에 / 넘칠 만큼 행복해집니다. / 어머니란 / 실로 욕심 없는 것입니다. / 그러므로 어머니를 울리는 것은 / 이 세상에서 가장 몹쓸 일입니다." (495~6쪽)


방송이나 영화, 잡지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릴리 프랭키의 모습에만 익숙했기에, 이토록 서글픈 사연을 간직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새삼 놀랐다. 릴리 프랭키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활동하고 있는 건, 역시 하늘에서 그를 지켜주는 엄니 덕분일까. 언제 다시 도쿄에서 도쿄타워를 보게 되면 나도 모르게 이 소설이 준 가슴 벅찬 감동을 떠올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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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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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에 적힌 문장 그대로, 언제부터인가 나에게 '설레는 이름이 된' 정세랑 작가님의 첫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를 읽는 중이다. (지금 보니 띠지에 실린 사진 속 정세랑 작가님, 왠지 일본 배우 아야세 하루카와 닮은 듯 ㅎㅎㅎ) 전부 아홉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한 편씩 아껴 읽을 작정인데, 자꾸만 한 편 읽으면 다음 한 편을 더 읽고 싶고, 다다음 한 편 내용도 궁금해져서 미치겠다. 정세랑 작가님 소설을 열심히 읽고 있기는 하지만 다 읽은 것도 아니면서. 오늘 트위터에서 보니 정세랑 작가님의 2012년작 <지구에서 한아뿐>이 조만간 재출간될 예정이라는데 그 책 나오기 전까지 천천히 읽으면 될까.


맨처음에 실린 <웨딩드레스 44>는 한 벌의 웨딩드레스를 대여해 입은 44명의 신부들의 이야기를 이어붙인 구성의 소설이다. 어떤 신부는 남자 친구와 동거하다가 양가 부모들의 협박 비슷한 간청에 못이겨 식을 올리게 되었다는 이야기, 어떤 신부는 졸업도 하지 않았는데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남자 쪽 집안이 서두르는 바람에 결혼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등등이 이어진다. 


흥미진진한 사연들을 매끄럽게 읽어가다가 이따금 과속방지턱에 걸린 것처럼 속도를 늦추게 되는 대목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신랑보다 한참 어린 신부에게 사람들이(아마도 신랑 쪽 집안 사람들이 아닐까) "어리고 깨끗하지."라고 말했다는 대목이라든가, 여자의 목에 새겨진 타투를 보고 남자가 비난을 했다는 대목이라든가, 남편과 같은 시험에 붙었는데 가족들이 여자 쪽에게만 '살살 다닐 직장'에 들어가라고 요구했다든가 하는 대목들. 아무리 남편이 좋아도 남편 쪽 집안 사람들이 잘해줘도, 결혼은 굴욕적이고 가부장제가 가하는 압박은 여성 한 사람이 극복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건 진작부터 알았지만 더 잘 알게 되었고, 이미 굳어있던 비혼 결심은 더욱 굳어졌다.


이어지는 <효진>은 한국의 2,30대 여성이라면 친구와 가볍게 할 법한 전화 통화를 그대로 옮겨 쓴 듯한 소설인데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다. 똑같은 자식인데도 아들은 귀하고 딸은 만만하고, 똑같이 나가 살아도 아들은 애틋하고 딸은 원망하는 한국의 부모들. 다행히 나는 남자 형제가 없어서 부모님에게 아들과 비교당하는 일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아들 없는 집의 딸, 그것도 장녀로 산다는 건 그 또한 고역스런 일이다(없는 오빠, 없는 남동생과 경쟁하는 기분이랄까). 집에선 딸이라서, 집 밖에선 여자라서 당하는 무시와 차별, 배제.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장한 걸까. 아님 독한 걸까. 씁쓸한 기분으로 다음 소설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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