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몸으로 말을 한다 - 과학과 종교를 유혹한 심신 의학의 문화사
앤 해링턴 지음, 조윤경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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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학창시절에 많이 보아온 꾀병.
 
 
  신체에 바이러스나 상처 등이 생기면 몸이 아프게 된다. 보통 병에 걸렸다는 말은 몸 안에 신체의 기능을 방해하는 물질이나 몸의 장기들의 활동을 저하시키는 물질이 몸에 있었다는 가정아래 논의된다. 몸안에 병을 일으키는 물질이 있어, 나는 통증과 아픔을 느끼고, 그것을 치유하면 병은 자연히 낫게 될 것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검사했을 때 이상은 없지만, 환자는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학창시절에 조퇴하고 싶던 아이가 선생님에게 헬쓱한 얼굴로 다가가서 조퇴에 성공한 후, 그 마음에 이끌려 실제 고통을 느껴 집에서 쉰 경우도 본 적이 있다. 마음이 몸에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이 한국에서는 그렇게 특별한 주장이라 느껴지지 않지만, 미국과 외국에서는 생소한 분야였나 보다. 저자는 중세시대부터 내려온 마음에 관련된 이야기로 병을 치유한 사례들을 살피면서, 심신의학의 변천사를 이야기한다. 최면술사에서 프로이트, 플라시보와 긍정적인 마인드, 동양의 기치료와 사랑, 티베트 승려의 명상까지, 6부로 이어진 이야기는 서양의학에서의 마음에 대한 시선의 변천사를 이야기한다.
 

 
  # 몸과 마음!  마음은 몸을 통해 고통을 이야기한다.
 

 
  신체 내의 물질의 이상을 체크해서 치유하는 현대의학의 빈틈을 마음에 대한 연구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저자의 생각이 잘 반영된 책이다. 저자는 서두에서 마음은 몸을 통해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글을 썼다고 했다. 최면과 암시,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스트레스, 그리고 동양의학으로 눈을 돌리는 과정을 통해, 6가지의 이야기들이 어떤 논리로 그 당시에 힘을 얻었고, 어떤 논리로 다른 이론으로 대체되게 되었는지가 꼼꼼한 저자의 연구조사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난다.
 
  현대의학을 맹신하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나, 현대의학을 철저하게 부정하는, 종교의 힘으로, 신앙의 힘으로 모든 병을 나을 수 있다고 믿는 두 가지 시각을 벗어나, 마음이 몸에 끼치는 영향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마음에 대한 확신으로 병을 다 나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종교와 신앙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정신의 집중, 긍정적인 마인드의 힘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신앙으로, 감성으로 치우칠 수 있는 가능성을 경계한 객관적인 시각이 책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준다.
 
  의학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서양 의학사에서 마음과 최면, 암시에 대한 생각들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가 미국인이다 보니, 미국의학에서 마음에 관한 연구가 어떻게 주류의학에 인정을 받게 되었는지가 친절하게 잘 설명되어 있다. 마음과 기에 대한, 무당과 미신에 대한 관념의 뿌리가 깊은 동양적 사고와 달리, 서양에서 마음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잘 볼 수 있다고 할까.
 
  과학과 종교의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그 경계에서 심신의학으로 뿌리내린 의학의 서양의학 정착기를 바라본 느낌이다. 그 과정에서 문화적 맥락에서 마음이 어떻게 다루어져 왔는지, 심신의학이 문화의 다양성에 어떻게 이바지 했는지를 바라볼 수 있다. 서양에서는 중국의 기사상과 침술, 티베트 불교의 명상을 새로운 의학으로 보고 접목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이미 오랜시간 내려온 대체의학을 바탕으로 해서, 서양의 의학적 기술을 잘 도입한다면, 환자의 마음과 주변 환경까지 잘 고려한 시선을 유지한다면 몸과 마음에 앞서, 환자의 정서적 유대에 큰 힘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과 종교, 동양과 서양, 두개로 경계지어 어느 한쪽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닌, 둘이 힘을 모아 하나의 큰 힘을 만들어낸다고 할까. 심신의학의 발달이 그 척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기 전, 과학과 종교를 유혹한 심신 의학의 문화사라는 부제에서 역사의 다가서기 힘든 거리감을 느꼈다. 머리말에서 저자의 풍부한 생각과 각 장마다 풍부한 사례를 살피다보면, 서양에서 어떻게 마음을 바라보았는지 느낄 수 있다. 아직까지 명상을 환자의 개인적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으로 인식하는 면에서, 아직은 서양과 동양의 거리차를 느낄 수 있었다.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미래의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한 글자 한 글자, 번역에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역자의 노고도 칭찬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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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천의 개 - 삶과 죽음의 뫼비우스의 띠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 하나의 사건, 한 장의 사진. 이야기는 거기에서 시작된다.
 
 
  1995년 1월에서 3월 사이에, 일본을 뒤흔든 고베 대지진과 독가스 살포로 시야가 보이지 않는 고통을 느끼면서 괴로워하는 테러를 일으킨 옴 진리교 사건이 일어난다. 컬트 종교집단의 이해할 수 없는 행위라고 보도되는 언론보도와 달리, 저자는, 교주 아사하라의 인도 행보에 주목하며 비슷한 경험을 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로 결정한다. 이야기는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다. 한 장의 사진을 통해, 기억을 떠올리고, 기억을 더듬으며 삶을 돌아본다.
 
 
#  그의 글에는 만남과 성찰이 공존한다.
 
 
  1장에서의 옴 진리교 교주 아사하라 쇼코 형과의 만남, 2장에 도시화된 폐색상태에 빠진 젊은이와의 인터뷰,  3장에서는 쇼코가 종교단체가 되기 전 명상모임일 때 출간한 책의 사진, 탄트라 승려와의 만남, 4장에서는 인도의 종교행사에 반항했다 몰매맞은 기억과 공중부양을 자랑했던 프랑스 청년과의 만남, 5장에서는 티베트 고원에서 약물을 하다 피해망상증에 빠진 Y를 달래기 위해 떠났다가 만난 경험 등 그의 글에는 만남과 사진, 에피소드가 등장하고, 에피소드 뒤에는 삶에대한 성찰이 덧붙여 진다.
 
  20년이라는 시간의 간격을 두고 인도로 떠났던 두 인물이 비슷한 경험을 하였지만,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된 결과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공업화를 넘어 정보화로 넘어가던, 인간으로서의 감각이 무너져내리던 삶의 공포를 두 사람은  똑같이 자각했지만, 저자는 ’리얼’의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떠났고, 아사하라는 삶의 도피처로써 깨달음이라는 답을 구하기 위해 그곳으로 떠났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기에 앞서, 미나마타병으로 앞을 못보게 된 아사하라가 독가스 테러로 사용했던 독가스의 증상이 앞이 안보이는 시야협착이었다는 점에서, 옴 진리교가 선택했던 수행방식이 은둔형 외톨이인 히키모토리와 비슷한 모든 감각과 정보를 차단한 채, 어두운 곳에서 자신의 감각을 느끼는 것이였다는 점에서, 산업화의 선택으로 인한 결과가 다시 되돌아오는 건 아닌가 하는 섬뜩함을 느꼈다.
 
  인간을 소중히 여기던 관리사회의 일본사회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재가 들개와 까마귀에 먹힐 수 있는 인도에서 인간사회의 그물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느끼는 저자의 경험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는지 모른 채, 하루하루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작은 충격과 변화의 계기가 될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경험한 생의 공포의 에피소드를 인터뷰 했던 젊은이는 TV 프로그램의 하나로 인식하며 웃는다. 미디어 매체에서 성장한 젊은이는 인디아나 존스나 할리우드 영화의 큰 스케일과 파괴의 이야기들의 의사경험하는 하나의 허상으로 인식한다. 젊은이의 이야기와 저자가 만났던 티베트 승려의 만다라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허상과 파괴, 생을 살아가면서 느끼지 못하는 삶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기회를 주는 점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 개인의 삶을 너머, 현대 사회의 풍경을 바라볼 여유가 있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책.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세대간의 차이의 한계를 넘어 청년들이 고민하게 되는 방황과 고투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념의 큰 줄기와 시대의 외침에 고민했던 386세대와 한단계 민주주의 넘어, 생존을 위해 개인의 삶에서 고투해야 하는 지금의 20대는 주어진 삶의 환경은 다르지만, 청년의 시기에 느꼈던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똑같이 인식했다고 생각한다. 청년이란 사리나 이치가 아닌 동물적 감성으로 세계를 헤아리고, 온몸으로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려고 한다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꼭 가르쳐주지 않아도 사춘기부터 20대에 걸쳐, 사회의 족쇄들은 여러가지 면에서 정교하게 갖추어져 있고, 벗어나는 일은 많은 고통과 자유를 필요로 한다.
 
  저자는 인도여행을 통해 인간의 삶이 지나치게 강조된 현대사회의 모습을 엿보았고, 아사하라는 거기에 전염되어 인간의 의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망상을 선택했다. 인간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믿음, 자연과 인간의 삶을 별개이며, 인간의 몰락과 자연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은 고베 대지진 이후, 사회의 건물들을 파괴되었지만 자연과 숲은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인식할 수 있다. 공업화와 자원의 낭비가 심해질수록, 태풍과 폭우와 같은 자연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들은 더욱 더 강렬해질 것이라는 느낌, 문제는 자연의 변화가 아니라, 폭우나 태풍의 피해들을 자원의 사용으로 이익을 가장 크게 추구한 사회의 고소득자가 당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힘없고 돈 없는 약자들이 그대로 피해를 경험하는 현실이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리는 비, 태풍이 문제가 아니라, 반지하에서 피해당하는 사람을 ’그러길래 돈을 벌어 거기서 안 살면 되지’라고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이, 능력부족으로 바라보는 그 시각이 몰락하는 사회의 첫걸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과 절망을 느낀 사람이, 약자에 대한 그 느낌도 이해할 수 있다 생각한다. 물론 이해는 하지만, 거기에 대한 반발로 부유하게 산 자신을 긍정하며 과거를 외면하고 능력의 부족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존재할 거라 생각한다. 인도에서의 동일한 경험도 누가 경험했느냐에 따라, 삶의 변화의 계기가 되기도 하고, 파괴의 시초가 되기도 하는 것이니까. 단순한 여행에서, 만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인간사회, 인간 존재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국가의 경계를 한 번 건너뛰면, 자국에서 크게 고민되는 사건이 한 단계 건너면 절실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고베의 대지진, 이세신궁의 교체, 옴 진리교 사건 등 일본의 사례일 뿐 우리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에게는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책이다. 표면에 보이는 사건의 뒤에 숨겨진, 현대 사회에 대한 시선, 공업화 정보화의 삶에서 무너져 내리는 현대인의 풍경과 그들이 선택한 두 가지 길의 결과가 궁금한 이에게는 생각의 변화의 계기를 선사할 것이라 믿는다. 타인의 행동에서 호불호의 감정을 살피는 이가 아닌, 그 행동의 감정과 그 뒤의 풍경까지 헤아릴 마음의 여유가 있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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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요리책>을 리뷰해주세요.
비밀의 요리책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 이 책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어!라는 소문이 떠도는 르네상스 시대.
 
 
  '아니 땐 굴뚝에 먼지나랴.', '三人成虎 - 세명의 말이면 호랑이도 만든다', 소문에 관한 격언들이다. 르네상스 시대, 늙고 병든 허수아비 총독 뒤에는 십인평의회라는 집단에서 전체의 일을 결정하고 있다. 교황 보르자가 언제든지 자신의 세력을 넓히려고 벼르고 있고, 교황은 매독에 걸려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킬 비법을 찾는다. 십인평의회는 교황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꾼다. 죽은자도 살릴 수 있고, 모든 병을 지킬 수 있으며, 모든 것을 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연금술의 비법,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물약의 비법이 담긴 비밀의 요리책이 있다는 소문이 베네치아에 떠돈다. 그와함께 총독과 교황 모두, 비밀의 책을 신고하는 이에게는 막대한 재산과 부를 준다고 말한다. 박정희 군부정권 아래, 간첩을 신고하면 일반인에게는 막대한 돈과 군인에게는 전역과 다름없는 휴가를 준다는 소식이 떠오른다. 그래, 알고 있다. 정권이 하는 일은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한 정치적 쇼가 다분하다는 것을. 지금의 시대보다 더 빈부와 계급의 차, 삶이 팍팍했던 르네상스를 배경으로, 소매치기를 하며 하루를 연명했던 소년이 지식의 수호자인 요리자로 성장하는 한 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 욕망을 이루어 주는 비밀의 요리책! 하지만, 진실은..
 
 
  수녀원에서 딸로 태어나기를 기대받았으나, 남자아이로 태어나 베네치아의 매춘골목에 버려진 아이 루치아노는 소매치기로 자신의 생을 이어간다. 그에게 소매치기와 생존의 기술을 알려준 마르코와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유일한 벗은 고양이 베르나르도 뿐이다. 석류를 훔치다가 한 요리사의 눈에 띄어 총독의 요리를 책임지는 요리사의 견습생으로 들어간다. 생명을 연장시키려는 총독의 생체실험을 목격한 루치아노에게는 수녀원에서 무료한 삶을 도망치고 싶어하는 프란체스카가 있다. 사랑, 욕망, 우정, 다채롭게 펼쳐지는 유혹과 갈등의 시간들, 실수하고, 후회하며 좌충우돌 벌어지는 사건 속에서, 루치아노는 조금씩 성장하게 되는데..
 
  글을 읽으면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광경과 매력적인 재료와 음식의 풍경이 눈에 그려진다. 작가의 섬세하고도 매혹적인 글 필치에 매혹되고, 베네치아의 풍부한 역사적 사실의 바탕아래, 요리재료들만 현대에 들어오는 재료들이 사용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비밀의 요리책을 사용한다는 상상의 틈을 작가가 잘 활용하고 있다. 처음에 등장하는 총독이 생명연장을 위한 실험하는 모습을 보며, 추리소설을 떠올렸었다. 비밀의 요리책, 그 주인은 누구인가!!! 책을 읽어갈수록, 추리소설보다는 성장소설에 가깝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한 번 읽기시작하면, 좀처럼 멈추기 힘든 이야기에는 다양하게 얽혀있으면서도 그 구도가 탄탄하기에 중간쯤 가면 끝을 미리 짐작할 수 있지만, 글의 힘에 이끌려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이다.
 
  예순의 삶이 도달할때까지, 미국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독일에서 결혼생활을 한 저자가 다양한 나라와 다양한 직장을 경험한 삶의 체험이 이야기 속에 잘 담겨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잊지 않고, 꾸준히 습작하면서 드디어 그 꿈을 이룬 놀라움과 다양한 삶과 경험 속에서 터득한 삶의 지혜들은 이야기 속에 페레로의 이름으로 루치아노의 독백으로 잘 담겨있다.
 
  종교의 핍박, 권력의 협박 속에서도 지식과 지혜를 이어가려는 지식의 수호자들의 삶을 잘 담아낸 수작이다. 세간에 떠도는 오해와 달리, 지식을 기반으로 해서 떠도는 소문들을 풀어가려는 노력과 스스로 자신의 삶을 극복하는 이에게는 기회가 찾아온다는 이야기는 수많은 자기계발서보다 더욱 자신감을 갖게 만든다.


# 책들은 사람의 인생처럼 변화하고 성장한다. 현재의 순간에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읽다보면, 현재에 집중하라는 대목이 많이 나온다. 중세시대의 모든 건 신이 결정짓고 구원하다는 메시아적인 이상속에서, 현재에 집중하라는 이야기는 도전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의 책을 지키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그 한 권의 책보다 후계자,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그 책을 태워버리는 결정도 내린다. 책도 중요하지만, 사람도 소중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어린 아이의 모습, 지금의 나, 10년 후의 나, 같은 이름의 같은 몸으로 살아온 나지만, 그때의 지식과 지금의 지식과 미래의 지식은 각각 다르다. 사람과 같이, 책 역시, 변화하고 성장하다는
이야기가 길게 남는다. 삶을 살면서 가장 슬픈건, 죽어있는 사람처럼, 죽어버린 책처럼, 늘 한결같이 그대로인 사람은 아닐까. 책은 한 번 출간되면 다시 고칠 수 없어 죽어버린거라 생각했는데, 다시 개정판이 되면 또 다른 삶을 살게된다. 하나의 사상, 하나의 이야기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오래 사랑을 받기도 하고, 짧은 시간에, 때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인간의 삶이 아름다운 것처럼, 모든 책은 존재의 가치가 있다. 누군가에겐 평가의 잣대에 따라 쓸모없다고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처음 출간되었을 때, 자비로 출간되었다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잊혀졌다가, 입소문에 의해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라고 한다. 사람 역시, 처음부터 잘 기회되어 좋은 조건에서 성공을 이룬 사람이 있는 반면, 묵묵히 때를 기다리다가, 시간의 흐름에 의해 연이 닿아 그 빛을 달하는 사람이 있는 느낌이다. 많은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많은 걸 담았지만, 흥미가 떨어지지 않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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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를 리뷰해주세요.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 오해만큼 인간의 기분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 있을까?
 
 
  사람들과 부딪치다 보면, 내 의사가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을 느낀다. A라는 뉘앙스로 A라고 말했는데, 상대는 자신의 여건을 고려하며 B라고 해석한다. 해명하는 과정에서 더욱 쌓이는 오해. 오해를 해명하는 것을 포기하다 보면, 오해가 오해를 낳아 이상한 이미지로 구축된 자신을 느끼게 된다. 만나는 모든 이에게 오해를 해명할 수도 없는 일, 일상의 삶을 살며, 보다 깊어지는 관계를 맺고픈 이에게만 오해를 풀려고 노력하게 된다. 오해의 시작, 이야기는 누명을 쓴 아이가 집에서 도망치는 일에서 시작된다.
 
  여섯살 때 어머니와 헤어져 길을 잃은 심리적 충격을 가진 나는 친어머니의 죽음 이후, 아버지와 혼자 살고 있다가 아버지와 재혼한 교사인 배씨와 함께 살게 된다. 배씨가 결혼하며 함께 데리고 온 무희와 함께 지내게 된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일이 서툰 나는 학교에서도 큰 오해를 받기 일쑤이고, 집에서는 배씨의 강압적이고 위압적인 행동을 피하려다 나만의 공간에서 웅크리며 지내게 된다. 함께 밥먹는 일도 얹짢게 생각하는 배씨를 피하기 위해 근처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각종 빵을 사다먹는다. 무희가 성추행을 당한 뒤, 여러가지 사건이 터지게 되고, 범인은 잡히지 않는다. 악에 바친 배씨가 무희를 패면서 범인을 추궁하고, 무희는 아픔에 견디지 못하다. 범인을 나로 지목한다. 엉겹결에 파렴치한 범인으로 몰린 나는 집을 뛰쳐나오게 되고, 경찰과 사람들을 피하다 24시간 영업하는 위저드 베이커리에 숨겨달라고 부탁을 한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오븐에 숨게 되면서 놀라운 일들을 경험하게 되는데....
 
 
# 의뢰자의 욕망을, 이뤄주면서 후회하게 만드는 위저드 베이커리의 주인.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숨어지내면서 홈페이지를 관리하게 된 나는 그곳을 찾아오는 다양한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색다른 빵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사연을 경험하게 된다. 착하지만 더 공부를 잘하는 친구에게 골탕을 먹이기 위해 빵을 구입했다가 그 빵이 효과가 너무 좋아, 시험을 망친 친구가 자살을 하게 되자,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찾아온 친구도 있고, 짝사랑을 이루기 위해 빵을 구입했다가 그 이후의 삶에 지쳐 그를 망가뜨리는 부두인형을 주문하려는 여인도 만나게 된다. 원하기만 하면, 그 시간으로 되돌릴 수 있는 타임 라마인더까지, 다양한 빵들이 베이커리에 전시되어 있다. 기쁨과 행복을 전해주는 마법이 아닌, 불순한 의도, 도피하려는 마음을 이뤄주면서 그 결과를 후회하게 만든다고 할까. 목이 말라서 탄산음료를 마셨을 때 그 순간에는 갈증이 해소되지만, 조금 지나면 다시 더 크게 갈망하게 되듯이, 현실이 팍팍하고 힘들고 서글프더라도 환상이나 타인의 삶에 기대는 모습은 좋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 나는 더욱 더 어이없는 상황에 빠져,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빵을 선택할 수 있는 판단을 얻게 된다. 저자는 친절하게 Y의 경우와 N의 경우로 나누어, 그들이 선택한 삶의 풍경을 보여준다.
 
  아이들에게 착한 마음과 선한 의도만 있으면 오해는 풀리기 마련이라는 동화적인 상상력을 전해주는 소설이 아닌, 오해와 루머는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 그 공포와 무력해지는 마음 역시 지나기 마련이라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불친절하면서 매력적인 책이다. 공부만 잘 하면, 돈을 많이 벌면, 성공을 하면, 이라면서 많은 욕망과 차별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욕망을 포기하고, 현실을 인정하고 견뎌가는 삶을 제시하는 책이 나왔다는 점이 독특했다. 
 
  밑바닥의 삶을 보여주면서, 이런 삶도 있고 끔찍하지만 못 견딜건 없다고 알려준다고 할까. 매혹적이고 외래어가 가득한 빵의 재료에 익숙하지 않기에, 위저드 베이커리의 빵의 재료들이 불편했지만, 빵과 외래어에 친숙한 지금 세대들은 충분히 매혹적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아이와 동화를 함께 읽을 땐, 부모들은 동화에 식상하기 마련인데, 『위저드 베이커리』는 성인들에게도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라, 아이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함께 대화하면서 이야기의 소재의 폭과 방향을 넓히기 좋은 책이다.
 
    - 언제나 옳은 답지만 고르면서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은 인생에서 한 번도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없나요?
 
  -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거야. p 170.
 
 
  아무도 탓할 것은 없다 처음부터도 서로 잘해보자거나 친해지자는 노력 대신 우리는 각자 택했던 것이다. 배 선생은 통제와 압력 또는 권력에의 욕망을, 나는 나대로 거기에 전혀 감응하지 않는 냉소와 무관심을. 배 선생의 일련의 태도들은 약간 왜곡되긴 했으나 그것도 나름대로 '내 엄마가 되고 싶어하는(엄마의 요건 가운데 지배력 행사에만 집착한?)' 몸부림의 일종이었을 터다. 내가 아버지에 대한 한 점의 분노도 없이, 가족의 기원과 속성에 순종하며 그녀의 욕망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 주었다라면 모든 일이 지금과는 달라졌을까.
 
  왠지 꼭 그러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눈앞의 광경을 보고 들었다. p 181.

 
 
  망각이라는 주제를, 성장하는 아이의 시선에 맞춰 잘 끌어낸 작품이다. 아이들은 무조건 예쁘고 좋은 것만 보아야 한다고 믿는, 아이는 부모하기 나름이라고 착각하는 부모님과 극악적으로 선과 악의 경계짓기를 좋아하고, 자신은 선의 품안에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으면서 잘 해왔다고 믿는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나름대로, 성인에게는 잊고 지냈던 자신의 유년시절과 여러가지 주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극한의 오해의 상황에 처하면, 죽음, 자살을 생각하는데 주인공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죽어버린 자는 말을 할 수 없기에, 살아남은 자에 의해 재해석되고 그들의 편리에 의해 이미지가 쌓이고 만다는 것을 아이는 이미 알아버린 것일까. 오해와 욕망의 물결에서 하루도 벗어날 수 없는 현대사회, 그 무거운 공기 속에서 잠시 숨을 쉴 수 있는 틈을 주는 산소같은 책이다. 책을 다 읽어내는 그 시간만큼, 욕망에서 자유로워짐을 느낄 수 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그 시간만큼 말이다. 그 추억을 연장시키고 기억하려는 독자는 그 노력만큼 더욱 욕망과 망각의 충동에서 자유로울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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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꿈과 희망을 키우는 책이 아니라, 환상과 도피를 하는 것은 삶에 도움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려주는 책.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비밀의 요리책.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성공을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아는 아이들, 욕망을 꿈꾸기보다 욕망을 멈추는 법을 알고픈 성인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언제나 옳은 답지만 고르면서 살아온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은 인생에서 한 번도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없나요?
 
  -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거야. p 170.
 
 
  아무도 탓할 것은 없다 처음부터도 서로 잘해보자거나 친해지자는 노력 대신 우리는 각자 택했던 것이다. 배 선생은 통제와 압력 또는 권력에의 욕망을, 나는 나대로 거기에 전혀 감응하지 않는 냉소와 무관심을. 배 선생의 일련의 태도들은 약간 왜곡되긴 했으나 그것도 나름대로 '내 엄마가 되고 싶어하는(엄마의 요건 가운데 지배력 행사에만 집착한?)' 몸부림의 일종이었을 터다. 내가 아버지에 대한 한 점의 분노도 없이, 가족의 기원과 속성에 순종하며 그녀의 욕망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 주었다라면 모든 일이 지금과는 달라졌을까.
 
  왠지 꼭 그러지는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눈앞의 광경을 보고 들었다. p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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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 숙고해서 말을 하더라도, 본의대로 전해지지 않는 소통의 힘겨움.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가장 힘든 부분은 속마음이 타인의 마음속으로 그대로 전달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무의식적으로 말하기도 하고, 상황을 고려해서 내뱉은 말들은, 글로 옮겼을 때 그 마음을 오롯이 전할 수 없다. 사랑은 타인의 언어를 즐겁게 착각하면서 타인의 마음속으로 다가서려는 노력이 병행되기에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사랑에 빠진 동안은 말이 전하지 못하는 많은 부분은 비언어적인 수단을 통해 충분히 극복해낸다고 할까. 무기력에 빠진 연인에게 힘이 되어주는 건 달변의 말보다 가벼운 포옹과 어깨를 토닥이는 안마, 그의 말들을 경청하면서 공감해주는 것이 때론 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제목에 속은 기분이다. 엄밀히 말하면, 제목을 보고 떠오른 추측과 실제 이야기의 내용이 전혀 달랐다. 『사랑을 말해줘』라는 제목을 보고, 즐거운 연애이야기를 상상했었다. 상황에 따라 마음을 다독이는 말을 하는 법이 서툰, 말로 관계를 더욱 깊게 하기 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더 쉬운 남성이 사랑을 시작할때 고려할 수 있는 로맨틱한 이야기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읽어가며 소통의 힘겨움, 전달의 어려움들을 다시 확인하는 곤혹스러움으로 변했다. 사랑이 좋은거구나라는 기분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사랑이 깨어지기 쉬운 일상의 작고 다양한 관계를 무너뜨리는 지뢰들이 선명하게 눈에 보인다.
   
  
# 소리가 넘치는 세계 VS 소리 없는 세계.
  
  
  다큐멘터리 PD로 해외 여러곳을 돌아다니는 하야카와 슌페이는 집 앞 공원에서 소리 없는 세계를 사는 료코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서로의 속마음을 알면서도 말로 다투기 일쑤였던 그는 필담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그녀와 데이트를 하며, 소리가 없는 침묵의 세계의 매력에 빠진다. 등 뒤에서 이야기하는 외침은 전혀 들을 수 없고, 윗층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더라도 잠을 자거나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는 그녀가 매력적으로 보인다. 지낼수록 더욱 끌려 함께 있고픈 마음에 동거하자고 제안하지만, 그녀는 돌아갈 곳이 있으니까 여기 있을 수 있는 기분이 든다며 시간을 달라고 거절한다.
 
  행복한 순간과 함께, 아파트 지배인과 얽힌 소통곤란의 미묘한 사건과 회사에서의 일을 그녀에게 전달하는 일이 초조함이 아니라 초라함으로 느껴져 전하지 못하는 어려움, 등 뒤에서 격투사건이 일어나더라도, 외침으로 누군가 알려줘도 듣지 못하는 광경을 지켜보는 두려움 등 소통과 전달의 힘겨움도 함께 느끼게 된다. 한 번 일에 빠지면, 일에 몰두하는 슌페이는 바미안 대불 폭파와 관련한 핵심인의 인터뷰를 취재할 기회가 생기자 료코가 오랫동안 고민하다 결심해서 함께 떠나기로 한 하와이 여행을 취소하게 된다.
 
  악의 없이, 여행사 직원에게 이야기한 "일단, 취소하죠."라고 말한 후, 저녁에 그녀에게 이야기하려 했지만, 새 여권을 보며 기뻐하는 그녀를 보고 이야기할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급하게 결정된 파키스탄에 있는 인터뷰어와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온 후, 그는 외로워졌다며 연락을 달라는 그녀의 편지를 보지만, 인터뷰내용을 편집하고 보고하느라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사흘간 연락을 끊어진 후 그녀에게 연락을 남겼지만, 일주일 동안 그녀는 연락두절이 되는데...
 
  탈레반에 의해 바미안 대불 폭파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과정과 소리가 없는 다른 세계에 사는 료코에게 필담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일이 힘겨워지는 일을 깨닫는 슌페이와 료코의 관계가 교차해서 이야기에 등장한다. '설마 바미안 대불이 폭파될까?'라는 안이한 생각이 탈레반 정부 관계자조차 예상치 못한 폭파사건이 발생하는 결과로 된 큰 사건과 '작은 소식'을 전하는 일에 소홀함으로써 관계에 어긋남을 크게 인식하게 된 슌페이의 두려움이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듯, 선명하게 잘 드러난다. 특별한 사건을 통해, 주인공의 생각이 크게 변하기 보다, 일상의 작고 소소한 부분을 보여주며 발생하는 사건들을 조금 깊게 바라보는 주인공의 독백에서 현대인의 외로움과 불안함이 잘 드러난다고 할까. 가볍고 부담없는 필체가 요시다 슈이치의 책이 인기있는 비결이라 생각한다. 한국보다 가족주의 경향의 색이 옅어, 주위여건보다 주인공 개인의 문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일본문화의 특색도 잘 드러난다.
 
 
# 일본어판 제목은 『조용한 폭탄』
 
 
  소설의 일본어판 제목은 『SHIZUKANA BAKUDAN』, 조용한 폭탄 이라고 한다. 한국어 원제보다 일본어판 제목이 작가가 말하려는 주제를 더 잘 드러낸다 생각한다. 일본어 뜻을 알려준 지인과 전화를 통해 제목에 대해 이야기하다, 회사생활을 하며 대화할 때 소통하기 힘든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타인의 말을 듣기보다 자신의 말만 하기를 좋아하는 직장내의 인물은, 자신이 혼자서 말하려하는 경향,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 외로워서 그래"라고 응답했지만, 그렇지 않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뭔가가 있다고 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이야기하지만 대화만으로는 그가 전달하려는 의도를 오롯이 이해하는 일은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지인과의 대화를 통해 다시 느끼게 되었다.
 
  그의 말을 100프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계속 이야기하며, 소통의 노력을 하다보니, 그가 어떤 뉘앙스로 이야기했다는 전체적인 맥락에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굳이 제목과 연관해서 사랑과 연관시켜 이야기한다면, 한 번에 소통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신뢰의 관계의 비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에 대해 많이 알게될수록, 그를 잘 알고있다는 착각, 그 사람은 이럴거야라는 자신의 착각으로 그를 고정화시키지 않고, 끊임없이 배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할까.
 
  지인에게는 전부를 이해해 달라 애쓰지 않아도, 편하게 마음을 열 수 있지만, 연인에게는 사랑하기에 상대를 더 많이 알고 싶어지고, 더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들은 관계를 더욱 삐걱거리게 한다. '사랑하기에' 더욱 외로워지고, 더욱 불안해지는 마음. 머리로 이해하지만 막상 그런 관계에 처하게 되면 이성의 외침은 들리지 않고, 감성이 지배하여 마음이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소설이라 홍보되는 책을 읽는다는 건, 그만큼 사랑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사랑을 바꾸어 볼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는 건 아닐까.
 
  소설 속의 슌페이와 료코는 공원 내 미술관 앞 작은 연못이 보이는 돌계단에서 함께 앉게되고 서로의 이름을 계단에 써서 알린 후, 할 말이 없어 멍해진다. 나눌 말이 없다는 건 볼 일이 없다는 말이고, 볼 일이 없는데도 함께 있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생각에서 슌페이는 연못 안을 들여다보는 어린아이가 잉어를 잡으려하는 모습을 보며, 멍한 시간을 극복해낸다. 아이와 잉어는 말을 나누는게 아니었다.(14p)
 
  소통의 불완전보다는 불완전한 소통방식도 극복해낸 두 주인공의 초기의 관계에 주목한다면, 연애하는 동안 즐겁게 의사소통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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