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갤러리 한 장으로 보는 지식 계보도 2
김영범 지음 / 풀로엮은집(숨비소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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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역시, 서양철학은 어렵다.
 
 
  철학을 모른다고 해서, 사는데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다. 학교에서 잠깐 윤리와 수업시간에 책을 접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철학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생을 살아가는 데 큰 장벽을 느끼거나 곤란한 적은 없었다. 철학은 꼭 학창시절에 가까이 하고 싶지만 너무나 멀게 느껴지는 친구 같은 느낌이다. 함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공통점도 없어 보이고 왠지 느껴지는 거리감이 다가서기 힘들게 한다고 할까. 그 친구가 절대 먼저 다가오진 않는다. 어떤 학문을 공부하더라도 그 정점에는 철학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모든 학문은 철학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한다. 다만 지금의 철학과 달리, 많은 학문이 포괄적으로 포함되었다고 할까. 철학자의 이름과 유명한 일화들은 체면치레로 들은 기억이 나는데,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기억나지 않는다. 윤곽만이라도 크게 정리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기초 수준에서 핵심을 잡아주는 책은 만나기 어려웠다. 깊은 내용에서 더 깊이, 아니면 어느 정도 철학을 아는 이들에게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정도의 책은 보았지만, 가장 기초적인 철학적 용어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보니, 머리속에서 생각이 떠돌리만 했다. 결국 역시, 서양철학은 어렵다로 정리해버리고, 읽으려 했던 책들은 서가의 눈길가지 않는 쪽에 모셔두었다.
 
  탈레스에서 시작된 서양철학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계보로 정리했다는 부제가 끌렸다. 부록으로 함께 온 계보도는 50명이 넘는 사상가들의 관계가 빨강과 파란 선으로 이리저리 뒤엉켜있었다. 계단을 타고 오르듯이, 모래를 모아 성을 만드듯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상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새로운 사상이 등장하고, 때론 정치적 사건을 통해 철학 자체에 대한 논의가 없어지기도 하였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부딪치고 넘어지고 물러서기도 하면서 성장하듯이, 인간의 학문, 철학 역시 여기저리 부딪치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할까. 1장을 펼치니, 그리스 에게해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상가들의 얼굴과 숫자가 보인다. 101, 105 이런 숫자가 무엇인가는 읽어가다보면 자연스럽게 파악되게 된다.
 
 
# 한 줄로 사상가의 이론을 설명하는 포인트와 영향을 끼친 관계가 잘 설명된 책.
  
  
  340페이지의 책에 50명이 넘는 사상가가 소개되었다. 산위에서 마을을 내려다 보았을 때, 특징적인 부분만 보이듯, 개괄적인 사상가의 포인트가 첫 시작글에 잘 설명되어 있다.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사상가 소개 첫 머리에 그가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고, 누구에게 영향을 끼쳤는지가 기호와 숫자를 통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정리된 점이다. 포스트잇을 사용한 것처럼, 오른쪽 상단부터 차례로 체크되어 있는 숫자들은 빠르게 책을 찾아볼 수 있게 배려되어 있었다. 탈레스를 설명하는 글에서 니체가 나왔다. 니체의 이름에 파란색 바탕글과 함께 오른쪽 끝에 그를 바로 찾을 수 있는 페이지도 적혀있다. 철학에 문외한이여서, 바로바로 새로 등장한 사상가들을 살펴보면서 읽어보니, 저자가 정리한 사상가의 이야기가 쏙쏙 잘 들어왔다. 작은 배려에 감동과 함께 학습의욕도 고취된 기분이다.
 
  철학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렵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는데, 저자가 소개한 사상가들은 어떤 의미인지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이성을 가까운 거리에서 세밀하게 볼 수 없지만, 먼 발치에서 그의 특징을 알아챈 느낌이랄까. 기원전 육백년전 너머, 탈레스가 정의내린, 세계의 근원은 물이다라는 외침에서 시작된 철학의 의문은 시대와 문화에 맞게, 기존의 지식을 발전, 한계를 반박하면서, 때론 독창적인 생각이 등장하며 다양하게 발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철학자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지금 문명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지라는 감탄과 함께, 말하지 않았으면 철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하는 못된마음이 함께 떠오른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소개된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소장하게 되었는데,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많아 포기하고 말았다. 책을 읽고 나니, 멀게만 느껴졌던 철학자들의 이야기에 좀 더 귀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친절하게 큰 틀에서 보여준 설명 덕분이다. 서양철학자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고 싶은데, 너무 아는게 없어 주춤주춤하는 이에게, 한 권으로 큰 얼개를 잡아줄 책으로 추천할 만한 책을 만났다. 독자를 배려한 편집부의 노고의 흔적이 보여,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책도 주목하게 될 것 같다. 서가에 두고, 철학자들이 소개되었을 때 어떤 이인지 살짝 맛보기에 좋은 책이다. 깊은 내용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연예인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해 찍는 프로필 사진처럼, 철학의 알갱이를 함께 모은 사진첩같은 책이다. 프로필로 그를 다 알 수 없다. 호감도를 체크한 후, 그를 이해하는 일은 다른 책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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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가 존재할 수 없는 수학적 이유
권은아 지음 / 펜하우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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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화 형식으로 최신 연구결과를 전달하는 독특한 형식의 책.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뉴스와 신문 기사들을 챙겨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지 싫은 마음과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대화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최소한의 화술과 대인관계술을 익혀야 한다. 유머와 재미난 이야기, 화제거리의 이야기들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좋은 윤활유가 된다. 무언가를 아는 것과 그것을 전달하는 능력은 별개라 생각한다. 기사를 통해 최신의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그 정보를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친분들 높여가는 대화의 시간으로 만드는 일은 다른 노력을 필요로 한다.
 
  대화에서 존재감을 확! 살려주는 시크한 그녀들의 지식쇼핑이라는 부제가 인상적이다. 대화와 지식쇼핑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책을 설명할 수 있다. 모든 이야기는 최신의 연구결과를 이야기하고, 상식과 고정관념과 다른 연구결과를 대화형식으로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쉽게 말해, 실제 둘이서 최신정보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글이 채워져 있다.
  
  
#  지식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형식에 점수를 준다.
 
 
  화제의 연구결과 등의 기사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지만 딱딱한 면이 많다. 책에서 전달하는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구결과를 전달하는 방식은, 스토리 텔링, 이야기의 형식을 갖추고 있어 독자가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기사보다 편하게 느껴진다. '새로운 사실'에 주목하기 보다, '새로운 스타일'이 인상적인 책이라 할까. 인터넷, UCC, 포스트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정보와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다매체 정보화시대에 정보를 전달하는 새로운 형식에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다.
 
  연구 결과는 한정된 시간동안, 한정된 변수를 두고 연구한 결과라는 점을 유념한다면, 독특한 정보를 대화에 활용할 수도 있고, 상식에 틀에 갇히지 않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식사시간에, 담소를 나누는 도중에 독특한 정보를 통해, 대화에 주도자로 나서는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다. 지식을 '지혜'로 과장하기 쉬운 마음과 뽐내려는 마음을 억제한다는 전제조건을 지킨다면 말이다.
 
  새로운 지식에 호기심이 있고, 대화를 주도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이가 참고로 하면 나쁘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이 대화의 비밀을 가르쳐 준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라면 더 많은 걸 챙겨갈 수 있을 것이다. 시나리오와 다양한 책을 쓴 작가의 경력이 글에 스며, 읽지 시작하면 끝까지 한 호흡에 읽을 수 있는 리듬감이 있다. 큰 기대없이, 화장실이나 편한 곳에 두고, 짬짬이 읽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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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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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영혼을 지닌 권정생 선생님, 그의 작품을 만나다.
  
 
  어린 시절, TV에서 방영된 『몽실언니』의 원작자로 그를 알게 되었다. 작은 마을의 종기지로 가난하지만,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는 삶을 살아온 사람, 작품으로 받은 인세를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검소하고 청빈한 삶으로 자신의 인세를 모두 모아, 가난한 어린이를 위한 재단기금으로 모두 기부하고 떠난 천사같은 마음을 지닌 이. 그의 사후 1주년을 기념해서 나온 『권정생 - 동화나라에 사는 종지기 아저씨』를 읽으며, 광복 이후 힘겨웠던 민중의 삶과 가난과 질병의 고통을 견뎌내면서도, 글쓰기와 책읽기를 놓지 않고,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동화를 삶을 마칠 때까지 꾸준하게 쓴 그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작품에 스민 고통과 고뇌의 흔적, 작가의 삶을 닮은 아이들, 그리고 밝고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기만 하지 않고, 힘들고 현실이 미워질만큼 고통과 좌절의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는 힘을 전해주는 그의 글은, 미안함과 고마움에 눈물을 맺히게 한다.
 
  "다른 사람들은 잉크로 글을 쓰지만, 권정생은 피를 찍어서 글을 쓴다"고 이야기한 이오덕 선생님의 말도 떠오른다. 신춘문예 등단 이후, 문학상으로 인정을 받은 첫 작품이 『강아지 똥』이다. 매우 짧은 단편이라, 아주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매우 짧지만, 읽고나면 마음이 뭉클해지는 책이다. 지난 주 즐거운 만남 때, 좋은 인연이 되어 서가에 자리 잡은 책이다. 일상에 치여 몸과 마음은 지치고, 문득 내가 이뤄놓은 건 하나 없이 나이만 먹어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울적해졌다. 희망을 씨앗을 얻고 싶은 마음으로, 권정생님의 책을 읽기로 결정했다.
 
 
# 짧지만, 긴 여운이 느껴지는 책.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은 아무리 쓸모 없는 것이라도 정작 사용해야 할 때, 보이지 않음을 의미하는 속담이다. 동화의 주인공은 길가에 흰둥이가 눈 똥, 강아지 똥이다. 골목길 담 밑 구석에, 지나가던 참새와 흙덩이 등이 더럽다고 놀리는 강아지 똥이 책의 주인공이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소외받기 십상인 외면당하는 존재가 스스로 자신감을 찾아 사회에 기여하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책의 내용은 5분만에 읽을 수 있을만큼, 짧고 메시지도 분명하다.
 
  가난한 아이들이 가장 힘겨운 부분은 부모가 생존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겨우 삶을 지탱할 수 있기에, 자식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해 사랑을 주지 못한다고 할까. 함께 놀아주고, 사랑하고 있다고, 넌 소중한 존재라는 말을 어른이 될때까지 많이 들은 아이들이 자기존중감이 생겨, 자신감있게 사회생활을 하기 마련인데, 가난은 부모에게 아이들에게 신경 쓸 여유를 주지 못한다. 아이들 역시, TV와 인터넷에서 보이는 많은 물질과 현실과의 괴리 속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기 십상이다. 어렸을 때는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기 보다는 자신에 대해 집중하기 마련이라 생각한다.
 
  가장 먼저 아!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존재가 없구나,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학교에서 배웠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였지만, 때론 한 편의 동화가 그 메시지를 마음으로 이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소곤소곤 대화하는 구어체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어두운 골목길 밝음 보다는 어둠이 익숙한 존재들에게 시선을 돌리는 따스한 마음씨를 가진 작가의 따스한 마음이 느껴진다. '가난해도,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해도, 무언가 잘 할 줄 아는 것이 없더라도 괜찮아.',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런 마음이 전해진다. 동화의 제목이 똥이라니! 뭔가 어울리지 않은 느낌이었는데, 책을 읽고나니 참 제목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정생님이 빚어낸 아름다운 글에 정승각 선생님의 그림이 덧붙여져, 눈의 즐거운 그림책으로 만들어졌다. 
 
  아이와 함께 읽으며 대화를 나눠도 좋고, 부모가 읽으면서, 아이들에게 무의식적으로 하는 기대를 점검해 보는 것도 괜찮다. '널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라는 이름으로, 자식에게 자신의 한을 풀려하는 부모. 사회에 뒤쳐져선 안된다며, 원하지 않은 공부를 무리해서 시키는 어른들이 많다. 아이를 완벽한 사회구성원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만드는 것 보다, 어떤 재능을 가진 아이던지 사회에서 제몫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게 부모의, 어른들의 몫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 자식은 그러지 않았으면'하는 마음이 아이도 병들게 하고, 부모도 힘들게 한다.
 
  아이일때 바랬던 건, 사랑과 나의 존재를 인정해 주는 것, '내가 어떤 짓을 하더라도 난 널 사랑할 것이다'라는 정서적 지지인데, 많이들 놓쳐가는 것 같다. 사회가 각박해진만큼, 아이가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그게 다시 경쟁을 내면화하게 된다고 할까. 사회가 잘못된 건 부모 한 사람이 고칠 수 없는 문제지만, 모든 부모들이 함께 고민하면, 아이들이 자라나는 교육환경을 경쟁하지 않고 친구를 미워하지 않고, 다니는 학교가 되게 할 수 있다 생각한다. 나중에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고 난 후, 태어난 아이가 자라날 환경을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강아지똥 같은 아이라도, 놀림받지 않고, 민들레씨에게 쉽게 갈 수 있게 해 주는 환경이라고 말할수 있을까.
 
  유년시절보다, 학창시절보다 더 경쟁이 치열해진 지금의 삶의 풍경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모두가 연대해야 풀 수 있는 문제인데, 그것을 동의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삶이 힘들다고 할까.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어른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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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리뷰해주세요.
루머의 루머의 루머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5
제이 아셰르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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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단순하다. 연속된 루머들에 의해 그녀는 죽었다. 그녀가 죽은 이유가 밝혀진다.
  
  '최민수는 어떻게 괴물이 되었나', '고 최진실씨 자살사건', '고장자연씨가 자살까지 결정할 만큼 고민했던 일'등의 사건을 바라보면 사람들은 타인의 평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공통점이 보인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속담과 '모든 일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은 오해에서 빚어졌던지, 타인의 악의에서 벌어졌던지간에 당사자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깊은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
 
  제목만 봐도 루머에 관한 이야기겠구나 연상이 가능하다. 그 루머들이 보이지 않는 끈이 되어, 그녀의 숨을 조이고 잘못된 선택의 디딤돌이 된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살아있는 자를 위해 고인과의 추억은 재구성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생을 마감했던 해나는 달랐다. 그녀는 자신의 죽음과 연관된 의도와 관계없이 연루된 이들에게 7개의 카세트 테이프와 지도를 남긴다. 그녀가 제시한 명령은 단순하다. 일단 듣고, 다음 순서의 사람에게 카세트를 남길 것. 지도에 표시된 그녀가 루머와 연관된 장소에서 그녀의 메세지를 들으면 된다. 그녀와 첫키스를 나누었던 그녀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던 순간에, 그녀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여 멀어졌다고 느낀 화자는 카세트를 받고 당혹스러움을 느낀다. 그녀를 많이 아끼고, 멀리서 오래 짝사랑했지만, 그녀의 루머를 듣기도 했지만, 그녀와 깊은 대화를 하지 못했던 화자 클레이.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제서야 클레이는 그녀가 오래 고민하고, 방황했던 이유를 알게 된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었을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는데...
 
   
# 희망을 잃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소하지만 진실된 관심.
 
 
  자살을 결심한 이에게는 다섯 가지 전조증상이 있다고 한다. 머리를 자르던가, 헤어스타일 등의 변화가 나타나기도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다른 이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자신에게 나쁜 루머들이 쌓여가는 괴로움과 불운이 겹치면서 해나는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어나가고, 루머의 루머의 루머들에 의해 잘못된 선택을 결정한다. 죽기 직전까지 그녀가 원했던 것은,  사소하지만 진실된 관심과 자신의 외침을 귀기울여 줄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우연과 오해의 연속으로 무너지는 해나를 사랑했던 화자는 그녀가 그런 상황이었다는 점을 전혀 알지 못한다. 진실을 뒤늦게 알게 된 클레이의 안타까움은 책을 읽는 내내 전해진다.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건, 모두가 해나를 죽이는데 동조했다는 비난이 아니라, 사건과 연루된 13명, 아니 그녀의 주변에 있던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면, 잘못된 선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재환기시키는데 초점을 맞춘 듯 보인다.
 
  루머에 의해 그녀는 죽었고, 죽은 줄 알았던 그녀가 테이프를 통해 살아나 그동안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한다. 단순한 구조이지만 하나씩 이야기가 벗겨질수록, 더욱 관심과 흥미에 쏠리게 된다. 그녀를 힘들게 했던 사건은 엄청 큰 사건이 아니라, 장난으로 여길 수 있는 사소하고 미묘한 사건들이었다. 불운이 조금씩 쌓여가며 그녀는 무기력해져 갈 뿐이었다. "괜찮아. 루머일뿐이야, 해나, 너를 믿어"라는 한 마디를 듣고 싶었지만, 누구나 그런 말을 전하지 않았다.
 
  경제고와 자신의 상황을 절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나약한 사람의 비겁한 변명이라 말할수 있는 사람도 있고, 내가 구할 수 있었는데, 자책하는 사람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누군가의 자살을 한 사람이 온전히 막아낼 수는 없다 생각한다. 단지 자살의 순간을 뒤로 유예할 수 있을 뿐이다. 혼자가 아닌, 많은 이들이 사소한 관심을 더 기울인다면, 그들이 잘못된 순간을 하는 시간이 늦춰질 것이고, 그러는 와중에 생을 살고 픈 희망의 기회도 돌아온다. 희망을 잃은 그들이 필요한 건, 돈과 실제적인 도움이 아니다. 시간을 조금 내면 충분히 귀기울일 수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작은 시간이다.
 
  자살에 대한 통계를 검색하던 중, 아침 기사로 할리우드 톱스타 데미 무어의 훈훈한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데미무어는 블로거 사이트에 접속해 팬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 샌디가이라는 닉네임의 블로거의 "죽고싶다"는 대화내용을 보게된다. 이후 "지금 칼을 꺼내고 있고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번에 끝내겠다"는 또다른 메시지를 받은 그녀는 "농담이길 바란다"며 답메시지를 보내며 네티즌과 대화를 통해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 남편인 에쉬튼 커쳐는 사이트에 포스팅을 해 도움을 요청했고, 글을 본 다른 네티즌들은 자살하려는 샌디가이가 사는 경찰서로 연락을 취해, 경찰이 그녀의 집에 방문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경찰은 상처를 입기 전에 그녀를 발견했고, 그녀는 48세의 나이로 직업을 구하려다 삶에 행복을 느끼지 못해 자살을 시도하려 했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죽고싶다는 작은 메시지를 받고 신속하게 대응한 데미무어와 남편, 네티즌과 경찰의 힘으로 하나의 생명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일을 멈출 수 있었다.
 
  타인에게 희망을 기대기보다, 자신이 스스로 강해져야 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힘든 세상도 나를 지지해주는 한 사람이라도 존재한다면 그 길이 힘들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 어려운 일이지만, 대단히 큰 부와 권력,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다. 사소한 루머, 장난으로 보이는 루머가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것, 누군가를 살리는 힘은 돈과 직업이 아니라, 그의 말을 주의깊게 들어주는 사소한 관심이라는 사실을 책을 통해 다시 느끼게 되었다. 지쳐버린 이에게 작은 힘을 건낼 수 있는 힘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누구에게나 존재하기에 주변의 사람이 생을 잃은 선택을 했을때, 더 많이 자책하게 되나보다. 지금도 주변에서 힘들다며 보이지 않는 신호를 보내는 이가 많을 것이다. 내가 힘들다고, 때론 나약한 생각이라며 외면했던 마음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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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루머를 바라보는 시선, 일상생활에 쉽게 퍼질 수 있는 루머를 다룬 소재의 힘에 끌린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친구가 루머로 인해 곤란을 겪는 모습을 보거나 겪은 모두에게.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그러고 보면 문제는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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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가 전하는 건강 이야기 - 현대인을 위한 눈높이 한의학
김이현 지음 / 가치창조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 TV 프로를 보다가...
 
 
  TV 프로그램에서 인기있는 한의사가 동의보감에서 배울 수 있는 삶의 건강법 이라는 내용으로 강연을 한 내용이 떠오른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침을 삼키라는 이야기와 새우처럼 구부려서 자는 수면법이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침, 뜸, 보약, 약재 등이 한의사, 한방의학을 보면 떠오른다. 약초의 이름을 알려주지만, 잘 알지 못하기에 낯설다고 할까. 의사들이 처방하는 약이 생소한만큼, 한방역시 어려운 한자와 치료방법, 보약 이름등으로 거리감이 느껴진다. 한의학에 문외한이 편하게 한의원에서 하는 처방 등을 쉽게 알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때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짧고 간단한 내용, 방송국에서 잘못된 한방상식을 바로잡는 방송자료를 모아 한 권의 책이 만들어졌다. 기획의도가 마음에 들었다.
 
 
# 상식속에 숨어있는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문외한에게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을 기회를 선사한다는 점이다. 한약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는 내용과 머리가 좋아지는 한약은 없다는 말, 한약 복용시 주의점과 달이는 시간, 우황청심환과 쌍화탕의 바른 용도 등을 읽다 보면, 많이 알려진 정보 속에, 바르지 않은 정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뭘 알더라도 제대로 알아야한다고 할까. 상식속에 숨어있는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주는 내용이 알찼다.
 
  어렵고 딱딱한 내용은 피하고, 친절하게 요점만 간단히 설명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한방의 처방과 보약의 이름은 한자가 섞이어 낯선점을 극복해야하지만, 다른 정보들을 알려주는 부분에서는 친근한 외모의 털보 아저씨가 전해주는 이야기처럼, 글 속에 숨어있는 친절함이 느껴진다. 고혈압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와 매일 타인의 과한 주량에 가까운 아버지를 위해 건강에 관련된 책들을 조금씩 읽고 있는데, 도움이 되는 목욕법과 음식법 등이 소개되어 있어 유용했다.
 
  전체 구성은 8부로 나뉘어 음식, 한약 복용법, 한방 치료법, 여성과 한방, 비만, 중풍, 건강상식, 질의문답으로 채워져 있다. 문외한들이 알아두면 좋은 생활속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음식과 방법등이 소개되어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 분야에 깊이 있는 내용보다는 짧고 간단히, 생활속 작은 지혜에 집중해서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이 책 한 권으로 건강을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한의학에서 어떤 치료와, 약초와 재료를 사용해 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한의학에 관심은 있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감을 느끼는 이와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한의학 지식과 생활 속 잘못된 정보를 바로 알고 픈 이가 읽으면 나쁘지 않을 책이라 생각한다. 한의학에 어느정도 조예가 있는, 건강상식을 많이 알고 있는 독자에게는 알던 내용이 다시 소개된다고 느낄 수 있다. 목차를 보고, 결정한다면, 자신에게 맞는지 바로 판단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건강에 관한 책은 한 두페이지 정도 읽어보면, 읽을 유무가 결정된다. 서평을 보기 보다는 서점에서 직접 살펴보는 것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건강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보지 못해 최고의 책이라 말하기 곤란하다. 저자가 바라보는 독자에 대한 눈높이가 높지 않아 마음에 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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