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읽는 CEO - 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 읽는 CEO 8
김진애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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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과 마을이 사라지며, 생겨난 도시. 최고의 문화 형태인 도시의 결을 들여다보다.
 
 
  50년대에 태어난 아버지 세대가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산업화 세대였다면, 80-90년대 태어난 세대는 도시화가 진행된 공간에서 정보사회를 살아가는 새로운 세대이다. 쥐불놀이, 제기차기, 모내기, 품앗이 등 농촌사회의 문화가 사라진 공간에는 익명의 군중과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의 관계를 맺어가는 새로운 문화가 채워진다. 도시에서 먹고, 마시고, 잠을 자면서 생활하지만, 도시의 풍경과 결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뛰어난 정치가들과 행정가, 건축가들이 모여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일이지, 도시의 소시민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저자는 도시에는 인간의 위대함과 비열함이 동시에 버무러져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며, 당신이 하는 일상의 행위 하나하나가 도시를 만든다고 말한다. 문제없는 도시란 이 세상에 없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문제는 없어지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모습을 달리하며 도시에 나타난다는 말에서 약점이 없는 인간이 없다는 말과 약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약점이 달라지며 삶을 고민하게 만든다는 글이 떠올랐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어떤 모습이고, 내가 꿈꾸는 도시는 어떤 특색이 있으며, 세계의 각 도시의 장단점을 저자의 이야기로 알 수 있겠다는 기대로 책을 읽었다. 도시와 인간은 독립되어 있다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뜨거운 볕에 놓인 얼음처럼 샤르르 녹기 시작했다.
 
 
#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과 인간의 의지에 의해 만들어진 도시들을 만나다.
 
 
  저자는 도시에 끌렸던 자신의 체험에서 시작해서, 다양한 도시들을 살펴본다.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기도 하고, 시각부터, 후각, 미각, 촉각, 눈을 감고 느끼는 직관까지, 몸으로 체험하는 도시의 매력을 이야기한다. 꿈을 그리며, 미래의 도시들에 대한 상상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도시 뒤에 스며있는 인간의 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인간의 삶과 문화가 스며있는 도시를 보며, 우리가 살아왔던 풍경과 문화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도시의 지도를 그리듯이,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찾아보기도 했다. 길을 잃어야 보물을 찾는다는 이야기에서는 정해진 길이 아닌, 자신이 직접 체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길을 찾게되고, 예상치 못한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지혜을 알게 되었다.
 
  200개국이 넘는 지구에,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서,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쿠리티바와 두바이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부분에서는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서, 뉴욕의 두 얼굴에서는 경쟁력과 삶의 균형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소수의 탐욕이 극한으로 추구되었을 때, 언제나 위기로 치달았고, 그 위기는 사람들을 오랜시간 고통의 늪으로 몰아갔다는 사실에 공감하였다.
 
  인권도시 워신턴과 혁명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스민 파워플레이, 권력의 속성으로 비교하는 부분과 '이데아'를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인 독일과 한국의 분단 도시의 비교에서는 포용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비되는 두, 세 도시를 통해 비교하는 방식으로 설명하였기에, 저자의 메시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 가장 단순한 진실, 사람이 살면 도시가 살아나고, 사람이 떠나면 도시가 죽는다.
 
 
  도시는 다 거기서 거기라 생각했었다. 맛으로 기억되는 도시, 걷고 싶은 도시, 하루를 소비하고 싶은 도시, 공원에 누워 잠들 수 있는 도시, 눈에 피로감이 덜한 자연친화적인 도시 등 다양한 도시의 풍경이 보인다. 지금 살고 있는 도시의 결은 도시가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도시에 사는 시민들과 다양한 정치적 이해와 선택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개인이 도시의 풍경을 바꿀 순 없지만, 개인이 먼저 시작해서 도시의 풍경에 대해 고민하고, 다른 이들과 변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한다면, 그 선택에 의해 도시의 풍경도 자연스레 바뀐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정치가와 행정가, 건축가에게 도시를 무작정 맡겨둘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리고 싶은 도시와 풍경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 선택을 옹호하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정치행위를 하는 일이, 자신이 원하는 도시를 만드는 데 가까워지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제목처럼 CEO에게 도시의 결과 도시에 사는 인간의 문화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책이다. 특히, 20대와 대학생이 읽고 자신이 바라는 꿈의 도시를 디자인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부에 나오는 호기심을 일깨우는 점은 자신의 꿈을 디자인 하는 비법이 숨겨져 있다고 할까. 막연하게 느껴지는 '도시'속에 문화, 예술, 정치, 사회 등 다양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음을 깨닫게 해 주는 책이었다. 깊이 있게, 진지하게 읽는다면, 책 읽는 시간과, 책 값이 아깝지 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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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 인권을 넘보다 ㅋㅋ - 청소년인권 이야기
공현 외 지음 / 메이데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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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어디까지 보호하고,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
 
 
  청소년기는 불씨와 같은 시기인것 같다. 자신을 매혹시키는 일이나 대상을 만나게 되면, 자신을 연소시켜 활활 타오르지만, 차갑고 냉랭한 여건 안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태가 된다. 매일 반복되는 등교와 도망치면 체벌과 꾸지람이 따르는, 불잡아두기만 하는 학교를 생각하면, 군대처럼, 그때로 돌아가라면 절대 응하고 싶지 않은 시기이다.
 
  아이들과 청소년 인권 보호대상자들이 모여, 청소년을 문제의 대상이 아닌, 인격을 갖춘 ’존재’로 봐달라는 책이 나왔다. 대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은 딱 1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고등학교 3학년과 대학교 1년 사이, 아이들의 인격이 급상승한 것도 아닌데, 왜 대학생들의 차림새는 규제하지 않고, 고등학생의 차림새에는 규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청소년 인권이 나아지지 못하는 이유는 관심의 대상도 적고, 통제로 보는 시선이 여전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지금 나와 절실한 연계가 없는 청소년 인권 문제라 생각하니, 그다지 마음이 와 닿지 않았다. 예쁜 조카들과 만약 내 아이들이 태어나 학교의 과정을 밟게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왔다. ’내 일은’ 직접적으로 아니지만, 결국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문제라 생각하니,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 책을 읽게 되었다.
 
 
#  아직도 남아있는 획일주의, 통제 위주의 시스템을 학교에서 발견하다.
 
 
  책에서는 입시경쟁의 사회구조, 교사와 청소년과의 관계, 학교를 다니지 않는 비학교-청소년의 인권, 청소년 노동인권, 친권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걸 결정하는 어른과의 갈등, 동성애와 성인식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해 청소년의 ’문제’가 아닌, 인권의 시각으로 이야기한다.
 
  모두가 머리를 짧게 자른다고 해서 학업성취률이 올라가지 않는다 생각한다. 통일된 복장을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나 교육감 등의 위에서 관리를 해야 하는 어른들이 보기에 불편하지 않을 뿐이라 생각한다. 두발문제와 복장규제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변명과 저자들의 주장을 듣다보면 10여년이 지났지만 세상은 여전히 그 발자국에 머물러 있음을 알게된다.
 
  학부모들도, 교사들도 다 복장규제와 두발문제에 동의하지 않았을텐데, 왜 사회는 변하지 않는걸까?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모든 사회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의 원인은 무관심에서 시작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르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지하지 않는, 굳이 나서지 않는 과정에서, 변화는 일어나지 못하고, 정체되고, 당사자들은 지쳐버리게 된다.
 
  당연히, 복장규제를 풀면 다양한 문제들이 생겨날 것이고, 두발문제를 개방하면 다양한 문제들이 생겨날 것이다. 문제가 생겨났을 때, 구성원들과 진지하게 토론해서 변화하는 방향을 논의하는 것이 아닌, 무조건 안된다고 규제만 하는 시선에서, ’청소년’을 ’문제’의 대상으로,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유지됨을 인식했다.
 
  사실, 언론에서 보도되는 자극적인 내용들을 보면 지금의 10대들은 무섭고 두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금의 성인들이 청소년이었을 때에도,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행동을 못마땅하고, 불온한 시선으로 보았다는 점이 알 수 있다. 대화하기보다, 이건 나쁜거니까 하지 않아야 해, 넌 몰라도 돼, 어른들이 어련히 알아서 좋은 길로 유도할까, 이런 말들이, 결국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개인적으로 어른들에게 종속하게 만드는 아이어른을 만드는 일의 연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  애들이 문제라는 시선이 아닌, 함께 대화하고 토론하고 해결책을 고민해 봐야 하는 시대.
 
 
  ’인권’이라는 시선에서 접근한 책이기에, 의무는 없고 부당한 권리를 침해받는 사례와 변화의 주장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살기에, 청소년 내에서도 변화를 바라는 아이와 그냥 이대로 지냈으면 하는 아이 등 다양한 아이들이 존재할 거라 생각한다. 그런 아이들이 공통된 시선을 볼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은 청소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 생각한다. 제목처럼,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건방진 것들’, ’고생을 해 봐야지’라는 어른들의 시선을 충분히 만족하는 책이기도 하다. 어쩌면 변화는 익숙해진 시선을 고치려는, 다른 곳을 바라보는 고통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교육이 바로서면, 그 나라의 백년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입시경쟁의 문화, 좋은 대학이 더 나은 경제적 여유의 기회를 줌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시대, 우수한 성적이 1등급 쇠고기처럼 우수한 품종으로 선택되는 사회는, 행복에 이르는 방법이 적기에 아무리 경제적으로 발전해도 후진국이라 생각한다. 청소년을 ’문제’의 시선이 아닌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다. 보수적이고, 아이가 행복하게 학교를 다녔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부모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부모에게 마음이 들지 않겠지만, 지금 아이들의 생각은 여기까지 나아갔음을 인식하는 점은 아이와의 대화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누구라도 아이와 연관되지 않는 삶을 사는 이는 없다 생각한다. ’나’만의 문제가 아닌, 내가 사랑하는 이가 겪어야 할 문제라 생각이다. 교사가 억지로 아이들을 단속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와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사회가 나아가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 생각한다. 단시간에, 바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외면한 채로, 자기의 일에 몰두하는 이 시간에도, 아이들의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 보호해야 하는 시선이 아닌, ’인격’적으로 당연히 받아야 하는 권리라는 시선에서, 꼭 책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두 건강한 꿈을 안고 사회를 살아야 하지만, 특히 청소년 시기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괴로워하고 꿈을 잃어버리는 시기가 아니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청소년 때 느꼈던 마음이,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잠재의식에 남아있기에, 청소년 인권에 대해, 건강한 사회를 위해, 사회구성원으로서 고민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생각한다.
 
  세상을 바꾸는 데는 큰 힘이 필요하지 않다. 작은 관심과 대화를 계속해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하면서, 조금씩 세상은 더 나은 방향으로 간다 생각한다. 아이들의 외침을 들어야,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점이 잘못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나는 힘들었어도, 아이들은 그 과정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따뜻한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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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김영선 옮김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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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도, 병원도 가난하기에 구해주지 않는 빈민가. 누가 그들을 돌보고 있었을까?
 
 
  현실세계는 두가지 축으로 움직인다. 권력이라는 이름의 영향력과 실제 생활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돈. 빽도 없고, 돈도 없고 희망도 없는 빈민가에는 사람은 살지만, 그들을 돌봐주고 구해주는 경찰과 병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시대, 기회의 소중함을 알고, 그 기회를 활용할 배경이나 여유가 있는 이에게는 보물섬에서 황금을 구하는 도전의 나날이겠지만, 아무것도 없는 맨손을 지닌 이에게는 하루의 삶이 투쟁과 절박함의 연속이 된다. 여성이 아닌 이상, 밤거리의 공포와 여성이기에 차별받은 설움을 이해하지 못하듯이, 절대적 빈곤의 늪에 빠질 여력이 없는 이에게는, 자신이 가난을 겪지 않았기에, 가난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자신에게 기회가 있다며, 더 많은 부유함을 얻기위해 노력하는 이와 가난한 이와 함께 공존하기를 토론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이기에,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으로 인해 절박한 처지에 놓이는 사람들과 끝없이 대화하며 공감의 폭을 넓혀야 한다 생각한다. 극단적 빈곤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에, 이 책의 저자의 의문에 공감했다.
 
  10년간 빈민가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졸업논문을 준비한 독특한 대학원생의 논문준비의 흔적이 잘 담겨있다. 1989년 가을, 과학적이나 수치적인 통계를 통해 특정 문제에 답을 얻기보다,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어울리고 싶었던 저자는 빈민가정의 젊은이들과 대화를 나눠보기로 결정한다.
 
  빈민가에서, 마약을 파는 갱들과 마주친 그는 대학을 다왔지만, 더나은 승진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다시 자신이 살던 빈민가로 돌아와 마약파는일의 중간보스를 맡은 블랙킹스의 두목 JT의 부하들에게 잡힌다. 상대조직의 끄나풀이 아님을 확인한 JT는 얼간이 같은 질문을 하지 말고, 왜 거리에서 살고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질문을 싫어하는 갱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함께 생활해야 함을 그는 깨닫는다. 10년의 시간, 자신의 삶에 대한 자서전을 써준다고 오해하는 JT와 함께 저자는 빈민가의 사람들과 부딪치며 그들의 삶을 관찰하게 된다. JT가 고위두목이 되어 성공하고, 마을이 재개발이 확정되는 그날까지, 저자가 경험한 에피소드를 통해, 빈민가의 삶이 그대로 드러난다.
 
 
#  법률과 의료의 보호가 없는 빈민가를 보호하는 것은 갱들과 영향력 있는 지역유지들..
 
 
  노숙자들이 서로 싸우고, 총기가 있기에, 총기사고도 잘 일어나는 빈민가에서는 싸움이 나더라도 경찰이 찾아오지 않고, 구급차를 불러도 오지 않는다. 싸움과 응급상황, 치안을 유지하는 일은 도리어 갱단이 맡게 되는 현실을 저자는 알려준다.
 
  갱단과 주민대표와 경찰이 은밀히 서로 협력하는 과정이 저자의 시선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사회안정망이 빠진 자리에 들어서는 지하경제에서 움직이는 원칙들을 볼 수 있다고 할까. 공공의 힘이 빠진 영역에서는 어둠의 영역에서 대가를 담보로 해서, 대신 세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사실과 대면하게 된다. 기회를 상실한 이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살아가는지, 매 순간순간이 권력의 싸움의 현장이라는 점을, 로또처럼 대박을 노리고 마약판매의 가장 위험한 이를 떠맡는 이들이 기회비용으로 막대한 대가를 치루는 현실이 보인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중간보스 JT대신 일일보스를 맡은 저자의 두목체험기였다. 쉽게 보이는 두목의 위치가 많은 선택지에 최선의 답을 써내려는 과정이라는 점과 대기업의 기업구조와 비슷한 관리형식을 취한다는 점을 저자의 체험을 통해 생생히 전해진다. 공공의 힘이 미치지 못한 곳에서는 지하세계의 사람들이 영향력과 세금을 걷는 수탈이 반복된다는 점과 철거를 통한 협상의 과정에서도, 주민대표는 혜택을 얻지만, 주민들은 결국 새로운 곳에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떠나는 현실이, 용산철거와 앞으로 강화될 양극화가 계속되었을 때의 풍경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앞으로 20년 후에, 지금 농촌에서 활발하게 태어나고 있는 코시안들이 민족의 벽이 높은 한국에서, 새로운 소외계층으로 될 수 있음이 보인다고 할까. 낯선 외국인에게 한국인과 동등한 시선으로 보는 연습이, 국가와 사회, 개인 차원에서 활발해져야 함을 생각했다.
 
  에피소드를 통해, 낯선 환경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생생하게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다. 객관적으로 사안을 바라보려 하지만, 결국 자신 역시, 이기적으로 주민들을 통해 이익을 얻었음을 인정하는 저자의 성찰과 소외받았지만, 그 안에서 서로 연대하는 공동체의 가능성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점이 좋았다.
 
  모두가 빈곤했을 때는 힘들때 서로 돕고, 응원하는 문화가 있어 외롭지 않았지만, 양극화의 시대에는 누구는 부유하게 살고, 누구는 늘 바닥에 있어야 하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므로 더욱 구성원들 사이에 돈독함이 사라지는 면이 있다 생각한다. 양극화의 흐름을 설사 막을 수 없더라도,  사회안전망의 확충과 가난한 이가 자신의 가난함을 억울하다고 느끼지 않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믿는다. 이제 세상을 떠나버린, 한 정치가가 남긴 글귀가 생각난다. 개인의 성공이 강조되는 시기, 우리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글귀를 통해 한 번 더 곱씹어봐야 함을 느낀다.
 
  가난이 두려운 것이 아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가난한 자들이 자신의 가난을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회는 아무리 물질적으로 성장하더라도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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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 김대중 잠언집
김대중 지음, 최성 엮음 / 다산책방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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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그렇듯이...
 
 
  소중한 사람은 늘 그렇듯이, 떠난 후에야 그 빈자를 느끼게 된다. 정치가를 욕하고, 정책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자유를 너무나 크게 누렸기 때문이었을까. 새로운 정부가 바뀐 이후, 누군가에 어떤 언급을 하는 자체에 법률적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됨을 느끼는 현재에 살고있다. 이렇게 막무가내일 줄은 몰랐기에, '언론의 자유'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해, 소통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는 요즘이다.
 
  '전라도'인이였기에, DJ에 좀더 냉정했던 고종석씨의 DJ에 관한 글을 시사인에서 읽었다. 적어도 다른 대통령들에 견주어 준비된 대통령, 유신잔재세력과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던 힘이 없던 대통령, 자식들에 관대해서 오점을 남겼던 대통령이었다는 말에 공감했다. 솔직히 5월 학살의 주범들이 사과의 말조차 꺼내지 않는 시기에, 화해와 용서를 외쳤던 그의 선택은, 많이 서운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남아있기도 하다. 전라도인이기에 더욱 그의 사소한 잘못에도 마음이 아팠던, 자기검열에도 심했던 점도 많았다.
 
  떠나기 전에는 큰 거목이었던 그의 그늘에 기대 쉬는 점이 당연하다 생각하고 고마움을 몰랐었는데, 이제 나무가 떠나버린 후, 쨍쨍 내리찌는 햇살과 뜨거운 바람과 마주하고나니, 그의 소중함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그는 흠결 없는 완벽한 지도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을 내던질 줄 알았고, 평화와 인권을 위해, 말로만 외치지 않고, 늘 선두에서 행동하는 양심으로 호소하고 애원했다. 그가 떠나버린 후, 그의 외침에 더 귀기울이지 못했던 점은, 살아가며 늘 마음에 짐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
 
  정치인 DJ가 아닌, 저술가로서의 DJ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의 '김대중_옥중서신'을 읽고 싶었지만, 서점에 이미 절판되어 구할 수 없다. 가장 최근에 그가 저술한 글 중, 역자가 좋았던 글을 가려뽑아 엮은 책을 발견했다. 글은 그 사람을 드러낸다. 빨갱이와 대통령병환자 등 다양한 이미지에 가려 보지 못했던 그의 흔적을 글을 통해 만나고 싶었다.
 
 
# 정치인 DJ가 아닌, 독서인, 인간 DJ를 알고 픈 이에게 어울리는 책.
 
 
  정치가로서의 생애를 다룬 김대중 자서전보다 이 책을 먼저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정치색을 떠나, 무엇이 되기보다, 어떻게 살기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DJ의 모습이 글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진다. 수많은 지식을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늘 비판의 눈을 잃지 않고, 정독하면서도 사색하는 일을 꼭 함께 했던 DJ, 보통사람이 견디지 힘든 고난을 여러번 겪었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비결이 그의 메모속에 생생하게 드러난다. 겁 많고, 두려움이 많았지만, 두렵지만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용기에 대한 생각에 공감이 갔다.
 
  국민은 잘못 오판하기도 하고, 흑색선전에 현혹되기도 하며, 엉뚱한 오해를 하기도 하고, 집단 심리에 이끌려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국민 이외의 믿을 대상이 없다며, 국민과 손을 잡고 반 발짝만 앞에 서서 이끌어야 한다고 외쳤던 DJ, 혁명보다 개혁을 좋아했던 DJ, 화려한 건축물 뒤에 숨은 이름 없는 석수, 화공, 목수 등의 백성의 무리가 있었음을 알고 있었던 DJ, 무엇보다 이상에 빠져있지 않고, 늘 현실속에서 최선의 길을 찾아 노력했던 그의 모습은 진흙탕 속에서 피어오르는 연꽃을이 생각난다.
  
 
# 말과 행동이 일치한 이를 만나 행복했던 시간들.
 
 
  DJ니까, 당연히 민주주의를 위해, 평화와 인권을 위해 싸우는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가 떠난 이후, 그만한 정치인이 없다는 현실이 힘겹다. 솔직히, 정치는 이제 관심을 두고 싶지 않다. 어차피 서민에게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도둑놈이라는 말이 공감이 간다. 하지만, 먼저 떠나버린 두 전직 대통령이 공통으로 외쳤던 민주주의를 지키는 이는 현명한 시민들이라는 말에, 이제 비어있는 자리는 시민들이 서로 지혜를 모아 속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수 밖에 없음을 깨달았기에 더욱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사람들과 어떤 세상을 꿈꿔야 하는지 많이 논의해야 함을 느낀다.
 
  DJ에 대해 많은 이들이 글을 남겼지만, 서두에 언급했던 고종석씨의 칼럼의 마지막 글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모래위에 성을 쌓듯, 쉽게 무너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인권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많이 헌신했던 그의 삶을 철학이 담긴 글귀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이제, 기쁨도 슬픔도 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내가 그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1987년에도, 아니 투표권이 없었던 1971년에도 이미 나는 그의 지지자였음을. 그리고 나는 또 안다. 1998년 2월 말부터 다섯 해 동안, 자신이 있어야 할 바로 그 자리에 그가 있었음을. 지난 쉰 해 동안 그와 동시대인이었던 것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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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팅 페이스 요가
다카츠 후미코 지음, 구계원 옮김 / 열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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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짱, 동안 열풍! 이미지가 중요해지는 시대.
 
 
  서비스업의 증가와 동안 열풍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의 흐름이 느껴진다. 모두들 생기넘치는 젊음의 몸을 가지고 싶어하고, 노력한다. 부정하고 싶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가보다 어떤 모습인가가 중요해진 사회에 살고 있다. 시대의 흐름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시대를 변화하게 만들 수 없기에 그 흐름에 따라가야 한다.  『페이스닝』이라는 책을 읽고, 저자의 새 책을 지인에게 선물한 적이 있다. 얼굴 표정의 근육을 이해하고, 꾸준히 스트레칭으로 관리를 해 주면, 피부에 탄력이 생긴다는 점을 그때 알았다.
 
  시청률이 좋은 TV 프로그램 <스타킹>에서 저자의 1분 페이스요가의 효력을 직접 본 적이 있다. 단시간에 효과를 보여주는 현상도 좋았지만, 저자가 10년 전의 자신의 얼굴과 현재의 얼굴, 10년 후의 얼굴을 보는 방법을 설명하는 원리에 반했다. 저자는 정면으로 바라본 자신의 얼굴이 현재의 모습, 고개를 90도로 젖혀 하늘을 향해 바라본 거울에 비친 모습이 10년 전의 얼굴, 90도로 고개를 숙여, 거울에 비친 모습이 10년 뒤 자신의 모습이라 주장하였다. 인간은 중력에 의해, 근육이 쳐지기 마련이다. 중력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그 원리를 적용하여 얼굴을 탄력있게 만다는 일은 쉽지 않다. 과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한 설명이라, 저자의 스트레칭 동작에 믿음이 갔다.
 
 
# 초보자를 배려한 설명,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동작들.
 
 
  원리를 강조하는 과학적 설명보다는, 바로 따라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요가의 자세와 얼굴 동작 20가지가 소개되어 있다. 바쁘고 여유가 없는 현대인을 위해, 짧은 시간 할 수 있는 효과만점의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오전부터 잠자리에 들때까지 시간마다 어울리는 동작이 소개된 점도 좋았다.
 
  혈액순환과 신진대사가 활성화 되면, 몸도 건강해지고, 얼굴에 혈색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초보자를 배려하는 동작들이 따로 소개도어 있어 좋았다.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눈 요가', 입술선을 또렷하게 해 주는 '입 요가'는 쉽게 따라할 수 있고, 건강해지는 활력이 느껴진다. 몸의 부기를 풀어주는 바퀴벌레 자세는 전에도 알고 있던 동작을 만나기도 했다. 쉽지 않은 동작을 확인하게 되면, 몸이 그만큼 뻣뻣하고 긴장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현재의 건강상태를 자연스레 확인하니, 더욱 좋다.
 
  탄력있는 얼굴근육을 단련하고 싶은 이가 참고하면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원리보다는 실천적인 동작이 필요한 이에게 더욱 알맞은 책이다. 모든 운동은 마음 먹는다고 효과를 볼 수 있지 않다. 꾸준히 100일간,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듯이 동작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 번 마음먹으면, 독하게 해내는, 멀리 볼 줄 아는 인내심 있는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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