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인간의 경제학 - 경제 행위 뒤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 탐구
이준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 제목이 많은 걸 설명해 주는 책.
 
 
  딱딱한 경제학을 귀를 쫑긋하게 만들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책이 있다. 『행동경제학』이란 책이다. 그 책을 통해,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며, 욕망을 위해 최선의 합리적을 선택한다는 기존의 경제학 이론의 무력함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합리적으로 선택하면, 어쩌면 더 나은 경제성장을 할 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실수도 많고 서투르고, 욕망에 허덕이는 인간의 모습을 좋아한다.
   
  행동경제학이란 이론은 냉정한 인간의 이성에, 따스한 감성이 있음을 알려주는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 36.5 인간의 경제학은, 형태경제이론 이라는 이름으로, 행동경제학을 설명하고 있다. 2-30년이 되지 않은 최신경제이론으로, 아직 학문으로 정립받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많은 검증과 새로운 연구를 필요로 하지만,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심리학 요소가 많이 결부되어 있어, 책을 읽는 일을 즐겁게 만든다.
 
 
# 주먹구구식으로 행동하는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경제 행위 뒤에 숨겨진 인간의 심리 탐구라는 부제처럼, 책은 인간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억편향, 휴리스틱, 부존효과, 틀짜기 효과 등 처음 듣기에는 생소해 보이는 용어지만, 저자의 친절한 설명을 통해, 듣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을 보게 된다.
 
  백화점과 자동차 판매 등, 마케팅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행동 뒤에 숨은 경제적 의도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읽게 되면, 왜 마트에서 5개로 묶어 판매하는지, 의미없는 숫자에 영향을 받아, 물건 구매에 흔들리는 심리와 단순한 언어 표현의 차이가 결정에 큰 영향을 주는 이유,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효과를 준 비합리적인 방식과 공포상황에 빠졌을때 경제가 흔들리는 이유에 대해 알 수 있다. 경제 이론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려워보이지만, 심리적인 행동과 실제사례가 결부되어 쉽게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각 장을 넘어갈때마다 생활속의 행태경제학이란 이름으로 각장의 내용을 정리하며, 실제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연관시키는 글이 흥미롭다. 네안데르탈인보다 교환과 분업을 했기에 현대인이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는 이론은 독창적인 면이 끌렸다. F 폭격기의 추억은 저자가 학생들에게 준 학점에 관한 이야기와 휴리스틱이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알 수 있어 신기했다. 자신이 받은 학점으로 선생을 평가하는 일,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서 많은 판단을 하는, 현대인의 비합리성을 잘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자선활동의 역사로 미국의 다양한 자선가를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한국에서도 그런 자산가들이 많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좋아 보인다고, 꼭 좋지 않은 것처럼, 다양한 욕망과 다양한 이득을 위한 행위를 통해, 인간은 구매와 경제적 결정을 행한다. 경제학이라는 딱딱한 학문을 소설처럼 재미있게 마음을 끄는 학문으로 소개하고 싶다는 저자의 바램이 충족되는 책이라 생각한다. 행동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이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이다. 외국 저자가 쓴 행동경제학 이론의 책과 함께 읽는다면, 더욱 도움이 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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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풀 컴퍼니 - 경영을 디자인하다!
마티 뉴마이어 지음, 박선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  기업경영에도 디자인 마인드가 중요하다.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 디자인의 힘을 처음 느꼈던 때는 MP3 CD가 한창이던 아이리버에서 디자인을 의뢰해서 제품을 출시했을 때, 제품의 인기가 좋았던 때가 생각난다. 제품도 기능도 중요하지만, 디자인이 사람들의 결정을 미치는데, 영향을 미치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다. 핸드폰, MP3 등 제품에도 디자인 마인드가 들어갈 뿐 아니라, 디자인에 맞춰 기능을 재조정하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고객에게 사랑받아야 살아남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감성의 시대, 보여지는 면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경영에도 산업시대에 벗어나, 혁신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제품의 기능 향상을 넘어서, 경영자들이 디자인 마인드를 갖는 일이 중요하다고 외치는 저자들이 있다.
 
 
#  16가지의 지렛대를 이용하라.
 
 
  인상적인 저자의 이야기는 디자인의 새로운 정의였다. 기존 상황을 원하는 상황으로 바꾸기 위한 목적으로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고안하는 행동은 모두 디자인이라는 사이몬의 이야기를 압축해서 디자인은 변화라고 정의 내리는 점이 독특했다. 더 나아지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고, 그 변화를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도구가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압축적으로 잘 설명한다고 느껴졋다. 저자는 미학을 사용해서, 자연에서는 최대한 효율적 기능을 위한 노력이 결국 아름다움으로 귀결된다며, 미학과 윤리학이 결합되었을 때, 좋은 디자인이라 말한다. 전문적인 미학 용어가 사용되지 않고, 쉬운 언어를 통해서, 디자인이 왜 중요한지 인식할 수 있는 점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경영마인드로 16가지 지렛대를 제시한다. 애써 보았자 해결이 되지 않고, 더 나아지거나 나빠질 뿐인 고약한 문제에 접근하라는 이야기부터 메타팀의 구성, 재능을 인정하라 등 독특한 아이디어가 많았다. 가장 인상적인 아이디어는 파워포인트를 금지하라는 이야기였다. 많은 글로 그려진 슬라이드식이 아닌, 짧고 압축적인 문구와 그림을 활용하라는 점은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경영자가 아니더라도, 기업에서 확실한 목표와 더 나은 꿈을 꾸게 만드는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책을 통해 깨닫는다.
 
  더 나아지기 위해 변화해야 하는 점은, 시대의 요구라 생각한다. 시대에 따라가기 위해, 디자인의 개념을 잘 활용한다면, 고객의 마음도 사로잡고, 나날이 발전하는 기업이 될거란 생각을 했다. 긴 내용이 담긴 책은 아니지만, 독창적인 일러스트와 간단명료한 정의에서 시작된 설명으로 개념이 확실하게 전달되는 책이다. 변화가 필요하고, 디자인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이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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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리뷰해주세요.
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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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시간 여행이 맺어준 사랑의 인연, 예정된 운명의 그들이 결혼 하기까지.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그 사랑이 꾸준한 결실을 맺어 서로 함께 하기로 약속을 하게 되면 결혼의 길을 함께 걷게 된다. 시간은 미끄럼틀에 타는 아이처럼, 한 방향으로 미래로 걸어갈 뿐, 시간을 뒤로 멈추거나 돌릴 수 없다. 서로의 아픔을 아프게 했거나, 선택을 되돌리고 싶은 순간들이 찾아오게 되면, 다시 그 때로 돌아가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꿈꾸기도 한다. 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은 축복일까? 불행일까? 유전병으로 추정되는, 갑작스럽게 정신을 잃고, 알몸으로 과거와 미래의 한 순간에 놓이는 남자 헨리가 있다 시간 여행을 통해, 클레어를 만나게 되고, 그들은 서로에게 사랑을 느낀다.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는 남성과 사랑에 빠진 클레어와 헨리의 사랑이야기, 2권으로 이루어진 책의 1권에서는 그들이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들이 결혼식을 올리는 부분을 이야기한다.
 
 
#  운명으로 이어진 사랑의 끈, 살아가며 확신할 수 있을까?
  
 
  늘 함께 같은 공간에 보던 커플이, 원거리로 떨어지게 도면 힘들어하는 이유는 외로움과 사랑에 대한 확신이 자신을 힘겹게 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운명처럼 어렸을 때부터 다가온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고, 평생을 그와 함께 사랑을 꿈꾸며, 인생의 다양한 순간들을 함께 하는 그들을 보는 일이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확고한 끈으로 이어지는 확신하는 그들의 사랑. 시간을 계속 뒤엉켜 걷는 헨리를 보며, 사랑을 이어주는 힘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뒤엉켜 흐르는 시간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서로의 모습을, 시간이 변한다하더라도, 사실을 바꿀 수 없는 현실에서는 미래를 알고 있다는 점이, 때론 상처를 더욱 힘겹게 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느꼈다. 

  시간을 움직일 수 있는 남자를 어떻게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가가, 책을 계속 읽을지 결정하는 가장 큰 열쇠인데, 이야기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여행을 하는 그와, 그가 처하게 되는 한계를 받아들이게 하는 구성이 인상깊었다. 그들의 만남과 첫 만남, 알고 있지만, 그 흐름에 맞게 기다리는 노력의 과정을 거치면서, 헨리와 클레어는 상처를 감싸안기도 하고, 서로에 대해 더욱 큰 신뢰를 쌓아간다는 점이 좋았다. 

  정교하게 짜여진 납득의 틀 안에서는, 시간이 비틀어지더라도, 사랑하는 연인은 그 사랑을 지속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시간을 이동하면서, 얻게 되는 정보가 달라지게 마련인데, 저자의 촘촘한 구성이 이야기가 복선이 되는 효과를 얻으면서 다음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궁금하게 되었다고 할까. 늘 노년의 헨리와 소녀의 클레어가 만나다가, 그들이 사랑할때는 정보가 역전되는 현상을 토해, 다양한 사랑을 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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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은 사람>을 리뷰해주세요.
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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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내 맘을 몰라주는 걸까.
 
 
  다른 사람이 '내 맘을 몰라'준다고 생각했을 때, 오해가 생기고, 인간관계의 힘겨움을 느낀다. 사회생활이 힘든 이유는 내 맘같지 않은 사람들의 행동을 지켜보거나, 따라야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가족은 가장 많은 공간을 함께하고,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낼 기회가 많지만, 늘 서로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가족이니까, 내 편을 들어줄거라고, 나를 더 생각해 줄거라고 기대하고, 의존하고, 사랑받기를 원하거나,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방인, 가족, 잘 되기를 바라지만, 노력해도 우리는, 그저 좋은 사람.
 
 
  작가가 인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영국 런던 출생의 작가이기 때문일까. 미국으로 이민간 저자의 체험이 묻어있는 듯,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미국에서 생활하는 이민 1세대 또는 2세대의 인도계 미국인이 등장한다. 영어를 자유롭게 생활하는 딸과 이민 1세대인 뱅골어에 능숙한 아버지 사이의 화해와 오해를 다룬 「길들지 않은 땅」, 낯선 인도에서 외로움을 느꼈던 엄마에게 따스한 애정의 대상이 되었던 삼촌의 결혼과 이혼의 과정을 다룬 「지옥-천국」, 매혹적인 첫사랑을 내심 질투했던 아내와 첫사랑에 대한 묘한 동경을 가진 남편. 부부가 첫 사랑의 결혼식에 가게 되면서 경험하는 감정의 변화를 다룬 「머물지 않은 방」, 갑작스럽게 이민와 느끼던 차별을 동생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누나 수드하와 알콜중독으로 망가져가는 라훌의 이야기가 담긴「그저 좋은 사람」이 포함된 1부와 세 편의 단편소설이 연작형식으로 얽혀있는 2부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가까워, 이해가 가능할거라 생각되는 가족마저도 이방인일 뿐,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심리묘사가 담긴 이야기로 전한다. 함께 있지만, 결국 혼자일 수 밖에 없는 소통의 힘겨움이 느껴진다. 호의를 가지고 동생을 대하지만, 동생을 구하지도 못하고, 남편에게 신뢰를 잃고, 자식도 이해할 수 없는 몰락에 빠져버린 훌리아의 이야기가 담긴 「그저 좋은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해할 수 없다는, 가족은 내 뜻과 다르게 생각하는 현실을 인정했을 때, 서로 숨기고 싶던 사실을 공포했을 때, 그 사실이 서로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는 계기가 된다는 아이러니가 책의 매력이다. 아버지가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자가 생겼음을 인정했을 때, 딸인 루마는 아버지가 딸에게 숨기려 했던 엽서에 우표를 붙인다. 매력 넘치고 예쁜 첫사랑과 결국 사랑을 나누지 못했다는 숨기고 싶은 진실을 아내에게 말했을 때, 그는 아내와 자식을 둘 낳은 후, 서로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던 시간에서 벗어나 특별한 추억을 만들게 된다.
 
 
# 인정하자. 우리가 서로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를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둥지에 놓인 동상이몽의 서로를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점이 좋았다. 우리가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점이 당연하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할까. 그 첫점에서 서로의 공존과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의 크기를 넓힐 계기가 생길거라는 생각을 했다. 서로 이해할 수 없기에, 내 마음을 모르는 일이 당연하기에, 더 많이 표현하고, 생각을 가깝게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사랑하기에 그를 이해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사랑하기에 이해할 수 없는 그를 공감 할때까지 다가서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쓸쓸해진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읽으며, 생각했던 소통의 힘겨움이 더욱 부각됨을 느낀다. 예측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기에, 지금의 현실이 힘들더라도 내일, 나아질거라는 꿈을 꿀 수 있다. 타인을 이해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현실, 오랜 시간 우리를 힘들게 한 뿌리 깊은 편견의 족쇄를 발견한 기분이다. 족쇄가 단단해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쉽게 벗어나기 힘들다.  족쇄를 보았기에 아무것도 모르고 즐겁게 보냈던 순진했던 시간은 사라져 버렸다. 어린아이처럼, 사랑만으로 많은 일들이, 이해와 행복이 가능하다고 믿는 순진한 이에게 권하고 싶지 않은 소설이다. 한계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포용력을 지닌 이와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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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 - 책과 사람, 그리고 맑고 서늘한 그 사유의 발자취
김풍기 지음 / 푸르메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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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책하면 떠오르는 몇가지 이미지들.
 
 
  조선시대와 책을 연관해서 생각을 하다보면, 몇 가지 이미지가 떠오른다. 김홍도 그림에 나오는 회초리를 맞아가며, 공부하던 학동과 훈장 선생님, 선비와 정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다, 글과 시를 남겨 정표로 간직한 일도 눈에 그려진다. 금서로 지목되면, 소장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큰 처벌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몰래몰래 책을 전달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벼슬을 얻기 위해서는 논술처럼 과거라는 제도에서 글을 잘 써야 했고, 그 과거의 병폐로 정해진 글만 읽는 형식적 글쓰기의 바보로 만드는 교육을 한 점은, 현대 교육의 경직성과 닮음을 느낀다. 뜻 있고 의미있는 책들이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팔리지 않으면 출간조차 되지 못하는 현실, 안타깝다. 태어나면 신분이 고정되어, 글을 배우는 일이 특권이 된 사회를 생각하면, 현재를 사는 일이 그렇게 슬프지 만은 않구라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와 영화, 책을 통해 조선시대의 이야기를 접하곤 하지만, 조선시대에 유행하던 책들이 어떤 경로로 보급되고 유통되었으며, 지금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모른다. 관심이 없었다. 천자문과 경서를 읽는 선비들의 딱딱한 이미지만 떠오른다. 한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사유와 지식은 책의 유통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저자는 한 권의 책으로 학파가 만들어지고, 책을 통해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왕조의 몰락으로 지금은 소외된, 당대와 후대의 조선의 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던 책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 한 권의 책, 뒤에 스민 다양한 의미들.
 
 
  많은 전란 때문이었을까? 인쇄술을 가진 기관이 권력의 선택적 책의 출간 때문이었을까. 책과 책 속에서 소개된  많은 책 중, 많은 책들이 전해지지 않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남아있는 책들의 조각 사이에서, 원본이 아닌, 필사본과 이본들의 연구를 통해, 조선시대 서재들의 책들을 조각난 퍼즐을 맞춰가듯, 의미를 찾고 있는 국문학자들의 노고가 느껴진다.
 
  조선과 서가라는 단어를 보면 재미없네, 딱딱해, 지루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딱딱한 분위기를 독자의 관심을 끄는 에피소드로 채우고, 소개된 책의 저자와 유통경로, 내용을 간략히 설명한 후, 지금 책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짚어준다. 지인에게 책을 빌렸는데, 책을 분실했다가, 신문광고를 내고, 광고를 본 다른 이와 연결되어 책을 다시 찾게 된 에피소드에서는 책을 소중히 생각하는 학자의 마음과 어디에 머물지 알 수 없는 책의 인생이, 인간의 삶과 닮은 부분을 생각했다. 재미있게 읽다보면, 정보도 얻게 되고, 책을 읽는 의미에 대해 알게되고, 읽고 난 뒤, 책의 운명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남겨진 완벽하지 않은 책이 많은 정보를 읽고, 생각거리를 던져준다는 사실이 좋았다. 발해고를 통해, 앞 시대의 역사정리를 마무리 하지 못하는 일이, 현대에 어떤 영향를 미치는지, 남북관계에 대해 다시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연암집의 보존에 일정 역할을 한 친일파 박영철을 통해, 자신이 한 일의 역사적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 채 눈 앞의 일을 대하는 인간을 대면하게 된다. 딱딱한 성리학의 거목으로 알고 있던 율곡 이이에게서 좋은 시를 통해, 사람들의 수준을 높이려는 마음을 엿보며, 지구에서 볼 수 없는 달의 뒷모습 같은 새로운 모습을 재발견하기도 했다.
 
 
# 긴 호흡으로,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
 
 
  기획회의라는 격주간지에 실린 글이다. 한 호흡에 읽기보다, 일주일에 한 번이나, 서가에 두었다가 문득 생각이 날 때, 끌리는 글로 읽기 좋은 책이다. 조선지식인의 서가도 돌아보고, 자신의 서재도 살펴보면 좋겠다 생각한다. 한 권의 책에 스민, 시대의 풍경과 사회의 모습, 개인의 운명과 책의 운명, 그 책을 통해 인생이 바뀌어진 사람들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한자로 된 멀게만 느껴지던 책이, 컴퓨터 옆 서가에 있는 책들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한 시대의 변화를 통해, 지금은 사랑받지 않은 많은 책들을 보니,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책들도 시대가 변화게 되면, 사라지고 잊혀지고 말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후대에 사랑받지 못하지만, 내가 원하면 얻을 수 있는 책들에 스민, 편집자의 노고와 저자의 땀흘린 글에 대한 정성을 알아주는 일은, 책을 읽고 책이 주는 의미에 대해 한 번 곱씹어보게 된다.
 
  조선시대와 관련된 저자는 정민 선생님과 안대회씨가 떠오른다. 새 책을, 챙겨보게 되는 저자가 한 명 늘어 좋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건,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의미를 넘어, 다양한 책의 유통의 관계자와 인연을 맺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과 정보화 시대의 발달로, 책의 흔적을 남기면, 다른 이에게 영향을 주는 일이, 글을 남기는 이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루어진다. 멀게만 느껴졌던 조선 지식인과 작은 유대의 끈이 연결된 느낌이다. 이미 존재하지만, 사람들에 손길이 적어 수풀로 가려진 길을 알게 된 기분이다. 내가 걷기 전에, 길을 걸었던 수 많은 사람들, 그 길을 알려준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기억하기 위해, 글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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