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의 257호 2009.10.05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누군가에게 말을 건넨다는 건, 나의 생각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언어를 이해하는 범주가 다르기에, 오해와 소통의 힘겨움을 느끼기도 한다. 기획회의 257호의 특집은, 말로 쓰여진 책, 강연을 책의 형식으로 옮긴 책들에 이야기한다.
 
  『유정아의 말하기 강의』,『인생사용설명서』,『인터뷰 특강』,『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거꾸로, 희망이다』까지, 강연이 책으로 옮겨진 책들에 대해, 출판사 관계자가 출간의도와 책에 관한 에피소드가 글로 담겨있다. 기획회의 격주간지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달라지는 특집 주제 속에서, 출판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하는 독자들의 질문에 부응하기위해, 『인생사용설명서』와 『인터뷰 특강』이 나오게 되었고, 말과 글로 소통을 잘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유정아의 말하기 강의』와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가 출간되었다. 지금 시대가 힘겹다고 느끼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현 시대의 흐름을 잡아주는 『거꾸로, 희망이다』이 시대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함을 알 수 있었다.
 
  정보화 시대,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인해, 이미지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가가 그를 결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말과 글, 기존의 가치들이 현재에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과도기의 흐름이기 때문에, 다양한 해결책들이 출간되는 책을 통해서 짐작해 볼 수 있음을 느낀다. 정답은 없다. 자신에게 잘 맞는 더 나은 답이 있을 뿐이다.
 
  2주간 새로 나온 책에 50권의 넘는 책들이 소개되었다. 밤에 잠들었다가, 눈을 뜨는 하루 사이에도 수백권의 책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독자에게 소개되고, 대부분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도, 책은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에게 말을 걸고 있어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기획회에서 연재되었던 두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편집에 정답은 없다』와 『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라는 책이다. 편집자에게 편집의 틀을 알려주는 『편집에 정답은 없다』연재분은 절반정도, 『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역시, 후반부부터 잡지로 만나게 되었다. 격주마다 한 꼭지로 만날때는 은은한 빛이 돋보였는데,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오니, 한 호흡에 읽게 되는 매력이 느껴졌다. 좋은 글은 홀로 서거나, 묶여 나오거나 독자의 손길을 받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에 힘이 실린, 작가들이 많이 출간되고, 다양하게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과 출판 시장에 대해 말해주는 책이 없기에, 257호까지 나온 기획회의가 힘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목차를 보면, 출판과 편집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출판계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독자의 눈에서 보는 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릴레이 형식으로 들어보는 일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다. 작가와 출판사의 직원, 독자, 세 명이 함께 이야기하는 공간이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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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에디터 - 고경태 기자의 색깔 있는 편집 노하우
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  재미 고경태 달인의 20년, 편집 이야기. - 제목만 봐도 내공 팍팍
 
 
  한 길을 10년 이상 걷는 이를 프로라고 한다면, 20년을 걷는 이는 달인, 30년 이상은 명인이나 전문가라 생각한다. 저자는 19년차, 1000번의 마감을 넘긴 달인이다. <한겨레 21>의 창간호부터 표지와 잡지광고의 문안을 작성하였다. 한겨레 주말섹션 <ESC> 편집장을 거쳐, 지금은 <씨네 21>의 편집장이다.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면, 적당한 뻥이나, 도를 넘지않는 낚시질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재미만이 살길이라 주장하는 독특한 편집론을 주장한다.
 
  목차의 제목만 보더라도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재미있으면 용서하라?에서 편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재미의 힘을, 다이어트, 다이어트와 제목을 갖고 놀자에서는 기사, 표지의 헤드라인을 뽑을 때, 핵심을 추려내는 압축과 관심가는 제목 뒤에, 진땀나는 제목짓기의 어려움이 드러난다. 그래, 사기 좀 쳤다!에서는 약 13년간 600여개의 표지와 광고문안에서 가려뽑은 스스로 평가했던 웃기거나 나빴거나, 논쟁적이였던 경험담을 보여주고 짧은 글을 덧붙인다. 코멘트를 읽다보면, 후배 편집자에게 들려주는 저자의 편집관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무기 사용 설명서에서는 국어를 다루는 편집자에게 필요한 글쓰기 능력에 대해, '음모'를 획책하라에서는 콘텐츠를 써 줄 필자관리법과 아이디어 찾는 방법을 소개한다. 첫 경품당첨의 기쁨, 주간지 <한국농어민신문>, 정치광고회사, <ESC> 편집장, <씨네 21>까지 에세이에서를 읽고나면, 문외한이 일을 맡으면서 두드렸던 노력과 실패의 경험, 도전하는 마음 등 긍정적인 저자와  고투 속 깨달음의 알맹이와 만나게 된다.
 
 
#  하나도 놓치면 안돼 - 헤드라인과 지면관리, 글쓰기 능력, 기획력
 
 
  일간지에서 편집만을 배우는 이가 아닌, 때에 따라서는 기획도 해야 하는 기획편집자를 마음에 두고 쓴 책이다. 중소잡지, 일간지에서 둘 다 잘해내야 하는 이가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편집에 뛰어든 저자의 삽질과 모방, 응용뒤에 오는 노하우는 자주 읽을수록, 약이된다. 저자는 편집자에게 필요한 능력으로 헤드라인과 지면관리, 글쓰기 능력과 기획력을 강조한다. 편집실무강의에서 경험한 수강생과의 상호교류의 흔적과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주고, 자신의 생각을 코멘트한 점이 인상적이다. 실제 수강생의 당혹스러운 감정과 그 후 변화된 자세까지 솔직하게 고백하는 부분을 읽었을 때는, 실력과 대면할 땐 괴롭더라도, 만남 이후, 성장의 힌트를 가장 잘 느끼게 만드는 수업이라는 생각을 했다.
 
 
# 해 봤더니... - 표지와 헤드라인의 뒷이야기, 나를 딛고 넘어봐.
 
 
  이 책 만의 강점은 600개가 넘게 만든 표지와 헤드라인을 추려 뽑아,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논쟁적인 부분을 짚으며, 자신의 편집관을 설명한 4부이다. 표지의 목차를 구해, 자신이라면 어떤 표지를 넣을 것인지, 연습하고, 차이를 찾다보면 자신의 강점과 개선점을 찾게 될거라 생각한다. 주간지 편집 일을 처음 한 <농어촌 신문>에서 모르는 기사는 물어가며, 도서관에 들려, 다른 주간지와 신문을 보며, 레이아웃과 글씨체, 헤드라인과 제목짓는 요령을 6개월간 꾸준히 노력한 저자의 경험기는, 편집을 하고 싶지만, 경험이 없다는 생각에 빠져있거나, 편집을 하고 있는데, 넘기 힘든 벽을 느끼는 편집자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오래 엉덩이를 붙이고 궁리하다보면 결국 이름이 나오더라는 말처럼, 꾸준히 노력하고, 응용하고, 배우려는 노력이 자신의 강점을 찾고, 자신을 더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란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즐겁게, 재미있게 하려는 마음가짐은 엉덩이를 붙어있게 하려는 큰 힘이다.
  
  편집에 관한 많은 책들이 나와있지만, 편집에 관심이 있는 문외한이나, 편집외에 기획안도 내야 하는 중소편집자들에게 노하우를 전해주는 책은 없었다.   원리를 가르치려 하지, 실제 하나하나 꼼꼼히 지적하지 않는 현실에서, 저자의 지적은 핵심을 짚고, 예리하기에 소중하다. 경험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용기, 하나로도 편집자의 삶을 꿈꾸거나, 실무에 편집이 필요한 이에게 반면교사 또는 따라하고 싶은 배움의 의욕을 전해주는 책이다. 편집자 생활, 19년을 돌아보는 회고록과 닮은 책이기에, 노하우가 강조된 책이다. 이론만 내세우거나, 요령을 가르쳐 주지 않는 글보다  매혹적이고 끌린다. 자신을 넘어 자기만의 글쓰기와 편집 스타일을 찾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바램처럼, 모방하거나 발끈하는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자기만의 편집의 결이 나올거라 생각한다. 변하고 싶거나 배우고 싶은 생각은 간절한데, 방법을 찾기 어려워 고민하는 이에게 도움을 주는 책이다. 경험의 엑기스가 담긴 알찬 책이다. 노하우를 지닌 편집자들의 다른 책들도 출간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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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처럼 나비처럼 1
야설록 지음 / 형설라이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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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사랑이야기로 다시 만나는, 역사의 흔적.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 언제 떠올리느냐에 따라 그 순간들은 달라진다. 인간은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시기라 생각한다. 청소년 시절, 사내아이들이 무협지를 읽고, 여자 아이들이 로맨스 소설을 읽는 이유는 타인과의 관계를 고려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사랑보다 더 소중한 우정, 사랑을 위해 다 버릴 수 있는 용기, 어른이 되면, 보잘것 없어 보이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걸 배우기 때문에, 질풍노도의 시기, 더욱 더 그런 이야기들에 끌린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무협소설계에 이름이 높은 작가이다. 그런 그가,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된 한 여인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마음 먹는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무협이야기를 통해, 명성왕후에 대해 이야기한다. 쓸쓸하고 외로운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그녀를 위해 저자는 한 남성을 그녀의 공간에 놓아둔다. 오직 그녀의 빠져, 그녀만을 위해 헌신했던 한 사내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사내가 모든 것을 걸고 싶을 만큼, 사랑받는 여인으로 만들어, 그녀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는 저자의 글이 기억에 남는다. 원망과 한을 품은 한 사내가 사랑에 빠져, 불꽃처럼 나비처럼,  치열하게 산 인생의 흔적을 담은 소설이다.
 
 
# 치열하게 드러나는 명성왕후와 대원군의 갈등.
 
 
  권력은 둘에게 자리를 주지 않기에, 대원군과 명성왕후는 치열하게 대립한다. 외척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던 대원군이, 명성왕후에 의해, 자리를 밀려나고, 다시 그 자리를 되찾아가는 나타난다. 역사소설이 아니기에, 왕후를 위해 헌신했던 무명의 뛰어난 활약을 중점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원한과 슬픔에 빠져있던 악귀에 가득찬 사내가, 한 여인을 만나, 그녀를 위해 모든 걸 거는 과정이, 뛰어난 적수와 스승을 만나 변하여 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무협소설의 특색에 걸맞게, 그는 수없이 곤경에 처하고 많은 위기를 겪지만, 마지막 그녀를 위해 죽기 전까지 실패의 아픔이 큰 만큼, 딛고 일어나 더 큰 내공과 마음을 얻게 된다.
 
  보더라도 만질 수 없는 한계. 닿을 수 없는 거리는 더욱 큰 사랑을 내기 위한 디딤돌이 되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건이 나빠서 사랑을 할 수 없는게 아니라, 사랑할 용기가 없기 때문에, 사랑이 힘든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소설이다.
 
  1편에서는 무명의 성장과정과 민자영과 만나는 인연들이 복선처럼 얽혀진다. 궁궐에 들어간 그녀가 겪는 외로움과 허전함이 드러나고, 다시 무명을 만나고, 대원군과 대립을 결심하며 무명에게 부탁을 하고, 무명이 그 부탁을 위해 목숨을 거는 일이 드러난다. 한 남자의 순정과 성장과정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영화에서 뚝뚝 끊어지거나 이해되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는 이라면, 꼭 소설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상영시간 때문에 이야기하지 못한 사연들이 소설에 가득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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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 소통의 기술,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방법
유정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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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말하기, 참 어렵다.
 
 
  말하기에 관한 어려움을 피부에 와 닿도록 느낀 적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개학을 하고 한 달이 지났을 때로 기억한다. 길고 긴 자율학습과 지친 학생들을 위해, 기억과 학습에 좋은 방법을 알려주시기도 하고,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하셨던 담임선생님께서 종례를 마치면서 놀라운 제안을 하셨다. 담임선생님이 종례를 하는  때에는, 반장을 시작으로, 어떤 주제라도 상관없으니 1분 스피치를 하고, 노래 한 곡을 부르도록 했다. 반장이 제일 먼저 하고, 다음 차례는 반장이 지목한 이가 하는 릴레이식였다.  스피치와 노래를 부른 다음, 다음 학생을 지목할 때면, 발표자의 눈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얼굴이 빨개지고, 더듬더듬 거리면서, 모두가 한 차례의 발표를 끝났을 때,  서로 조금은 더 친해진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친구들 앞에서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직접 이야기를 해 보니, 단상에 앞에서 무언가 말을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잘 들어주는 일이 말하는 이에게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3명이서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잘 하던 아이가, 생각과 달리, 단상에서 발표할 때는 더듬더듬 떠는 모습과 평소에 말이 없던 친구가, 단상 앞에서 씩씩하게 이야기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들이 다르게 보이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트로트와 댄스곡을 불러,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친구들도 있었다. 말하기가 어렵을 뿐 아니라, 오랜시간 함께 학교에서 생활했지만, 서로가 알지 못하는 각자만의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느꼈다.
 
  가족, 연인, 친구라 하더라도, 내가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으면, 그들이 내 마음을 알 수 없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통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알면서도, 말과 글을 통해, 다양한 매체의 수단을 활용해서,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상대의 마음을 듣기 위해 노력한다. 사회생활이 힘든 일 중 하나는, 상대의 마음을 알더라도, 적확하게 그 사실을 전하지 못했을 때 느끼는 무력함, 마음과 달리 다르게 발언하는 자신의 말하기, 듣고 싶지 않는 말을 들어야 하는 소통의 어려움이 큰 역할을 한다 생각한다. 스피치와 말하기에 관한 책이 많이 소개되어 있지만, 설득적인 말하기와 토론의 발언에 무게를 둔 책들이 많다.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는 말하기의 본질에 대한 깊은 바라보기를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많은 말하기 책들 속에서 빛을 잃지 않은 이유이다.
 
 
#  한 학기 말하기 강좌의 강의실을 옮긴 듯한 알찬 내용들.
 
 
  서울대에서 5년간 강의했던 말하기 강좌의 강의록을 정리한 형식의 책이다. 말하기를 배워야 하는 이유로 저자는 말이 소통의 수단임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  세상과 타인에게 말을 걸고 싶지 않는 이는, 말을 잘 해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자신’만의 입장을 상대가 늘 이해해 줄 수 없듯이,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자신의 말하기 방식을 돌아보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이다. 남들 앞에서 말할 때 자주하는 말하기 불안 증상이, 이제까지 자신이 살아온 말하기에 대한 경험과 마음의 자세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타인과 잘 소통하기 위해서, 자신과 먼저 소통해야 하듯, 내가 어떤 불안감을 가지고 있고, 이 불안감의 원인을 살펴,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자신감은 높아지고, 상대 역시, 말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인정하게 되며 상대의 발언에 귀기울여 듣는 배려의 마음이 생긴다. 잘 들어주려는 노력은, 자연스럽게 말하기의 능력을 키운다는 점을 배웠다.
 
  말하기의 맞춤 강의 시리즈로 대화, 인터뷰, 토론, 정보 스피치와 설득 스피치를 할 때 알아두어야 할 사항과 범하기 쉬운 실수와 개선점에 관한 정보도 좋았지만, 말하기를 할 때 가져야할 소통의 마음가짐과 발성과 발음, 낭독의 기술의 중요성을 설명한 1,2장의 내용이 알찼다. 좋은 재료(바른 언어,이야기의 내용)를 확보하려는 노력과 좋은 쟁반(바른 발성)이 좋은 음식을 만드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비유가 좋았다. 아랫배에 힘을 주고, 자신에 걸맞는 발성을 찾아,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말하기 방식을 선택한 후, 바른 언어와 바른 발음을 하는, 형식적인 틀이, 말하기에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읽고 따라해보며 인정하게 되었다.
 
 
# 잘 선물했구나.
 
 
  먼 거리에 있는 지인을 2년만에 만날 기회가 있었다. 뜨거운 햇살과 선선한 저녁날씨를 걷고,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지인이 학교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일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헤어지기 전, 기차역의 서점에 들릴 기회가 있어『세계의 끝, 여자친구』사인본과 함께, 서점에서 이 책을 사서 선물했다. ’말하기까지 공부해야 하나요?’라는 부담섞인 농담도 들었지만, 주변의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주라며 안겨주었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선물한 건, 인간은 아무리 노력해도 타인을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메시지를 잘 전하는 소설이었기 때문이였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통의 노력이 필요하고, 그 노력은 말하기와 글쓰기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말하기는 천부적인 능력이 아니라, 누구나 노력하는 마음을 가지고, 꾸준히 실천하면 가능한 일이기에, 그가 말하기에 힘겨움을 느꼈을 때, 이 책이 해답은 아니더라도, 지인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길잡이가 되어줄거란 마음으로 2장까지 밖에 읽지 못했지만, 그에게 선물했다. 시간이 흘러, 책을 다 읽고 나니,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꼭 필요한 말하기의 기술과 마음가짐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설교가 될 것 같아, 차마 얼굴보고 있을 땐 이야기 하지 못했다. 글을 통해, 대신 그때의 마음을 남겨둔다.
 
  가장 좋은 말하기는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가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대화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몸짓, 말 한마디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는 그 시선이, 아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더욱 더 자신있게 말을 하는 아이로 만들어 준다 믿는다. 사랑에 빠진 이가 전하는 언어는, 그 언어가 세련되지 않더라도, 연인에게는 매혹적인 언어로 전달된다고 믿는다. 진정을 담은, 진심이 담긴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믿는다. 잘 들어주는 이가 없다면, 잘 말하는 이도 존재하지 않는다.
 
  책이 인생을 바꿔준다는 글을 좋아한다. 책이 인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라도 변화해야 겠다는 마음을 먹은 이에게, 그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 그를 변화시키게 만드는 힘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는 글의 힘을 믿는다. 변화하려는 마음만 있다 하더라도, 꾸준히 실천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변화하기 힘들다. 말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더 나은 말하기를 열망하는 이에게, 시간내어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책에 있는 내용을 다 알고 있지만, 말하기가 힘들다면, 정보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잘 말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간절히,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쪼개서 자신을 돌아볼 용기를 지닌 이에게, 특히 청소년과 대학생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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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스터, 영원한 방랑자 - 시간의 숲에서 고대 중세 근세의 문화영웅을 만나다
최정은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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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가 추천하는 친구와 사귀듯이, 알게 된 책.
   
   
  한 권의 책을 알게 되어, 읽게 되는 일은 누군가와 친해지는 과정과 흡사하다. 가까이에 있다고 해서 다 친해진다 말하기 어렵다. 계기가 필요하다. 어렸을 적에서는 자연스레 같은 환경에 지내는 계기로 친해진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마음 속의 결정에 의해 그 사람과 친해지거나 책을 읽게 된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아가씨, 대중문화의 숲에서 희망을 보다』라는 책을 즐겁게 읽다, 디지털 유목민의 탄생이라는 짧은 평론의 글이 좋아서, 책을 읽기로 결정했다. 광고 카피에서 나오는 인생을 즐기라는 달콤한 유혹과 달리, 유목민의 느낄 수 있는 자유 뿐 아니라, 감당해야 하는 고통과 책임까지 냉혹하게 그려냈다는 글과 사물의 가치는 우리가 그 사물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성취를 통해서가 아니라, 그것 때문에 우리가 버려야 할 가치를 통해 결정되는 것은 아닌지라는 글을 읽고, 직접 책을 읽어봐야 겠구나 결심했다.
 
 
# 트릭스터, 규칙을 깨며 규칙을 만들어 가는 자.
 
 
  미술사학을 전공한 저자는 소중한 친구에게 서양의 전체 역사 혹은 미술사를 바라보는 잣대가 되는 유용한 개념을 하나 설명해야 한다면, 무엇을 말해줄까 고민하였다고 한다. 그가 찾아낸 개념은 데코룸이였다. 적절함과 적합함으로 번역되는 데코룸은 어떤 장에서 생활할 때 적절하고 적합한 행동을 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데코룸에 대해 연구하던 그는 경계의 안과 밖 사이에서, 규칙을 깨어가며,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내는 트릭스터를 발견하게 된다. 미치광이나 바보로 표현되는 그들은, 조롱의 대상이거나, 경계의 대상인 트릭스터는 욕망의 절제가 아닌, 극한을 추구한다.
 
  신화에 등장하는 트릭스터를 모른다고 해서, 일상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생기는 건 아니다. 트릭스터를 알게 된다면, 고대와 중세, 근세까지 서양에서 전해내려온 규범의 틀이 어떻게 깨어지고, 만들어졌는지, 현대의 영화와 소설, 애니메이션 등의 미디어에서 그 규범이 어떤 시선으로 정의되어 있는지 엿보게 된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데코룸과 트릭스터를 즐겁고, 재미있는 앎의 기쁨의 시간으로 만들어 준 건, 저자가 이야기의 소재로 삼은 현대에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미디어 작품들 덕분이었다.   <유브 갓 메일>과 <오만과 편견>을 통해, 사회적 지층 변화에 대응하는 이상적인 인간의 초상을 알게 되었고, 상실은 또 다른 만남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포카혼타스>를 통해, 살아가기 위해 다른 문명을 선택해야 하는 이의 갈등과 제국주의의 재생산의 위험을 이야기한다. 귀족에서 부르주아로 권력이 넘어가면서, 신분이 아닌 그들의 우수함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된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도 알려준다. 애니메이션 ’원령공주’를 통해서는 인간의 규범과 동물의 규범 모두를 깨어가며, 갈등할 수 밖에 없는 두 경계의 인물들을 구해내고, 치유하는 아슈타카의 여정을 통해, 인간은 스스로를 치유하거나 구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천공의 성 라퓨타와 디오니소스와 할리퀸을 통해서는 경계를 넘어, 스스로 문제를 내고 스스로 해결하는, 제꾀에 속아 자신을 망치는 트릭스터의 모습도 보여준다.
 
  친구의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 왕따와 희생양을 만드는 폭력, 소수인에 대한 학살의 내면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하기에,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모방하려는, 주류에 휘둘리려는 욕망에 빠진 사람들의 내면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유행과 대세라는 말이 자연스러울수록, 미디어와 보여지는 모습에 의해 모방하고, 그를 통해 안주하려는 의존적인 사람들의 마음이 깃들여 있음을 알게 되었다.
 
  판화와 조형물을 통해, 지배계층의 질서를 위한 룰을 지키려는 모습에서, 놀림받었던 바보와 농부에 대한 조롱의 판화와 글들에서, 경계를 넘으려고, 자신의 한계를 넘으려고 시도했던, 독일농민운동의 흔적을 볼 수 있었고, 이러한 조롱에는 ’다른 것을 나쁜 것으로’바라보는 타자를 재단하는 시선과 목소리가 있음을 인식하였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My Fair lady>이야기는 인상적이었다. 꽃파는 아가씨는 히긴스 교수의 교육에 의해 귀족과 다를 다 없는 행동과 규범을 익히지만, 그녀는 히긴스 교수에게서 귀족으로 존중받지 못한다. 이미 세계운 세계를 알아버린 그녀는 귀족도 될 수 없고, 꽃 파는 아가씨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규칙에 대해 이해한 뒤 비로소 자유로워진 그녀는 자신 스스로의 가치를 깨닫고, 히기슨 교수의 한계를 이해하게 되며, 그의 잘못도 옹렬함도 감싸주면서, 진짜 숙녀의 품격을 얻게 된다.
 
  탈식민지화 된 자가, 신자유주의 시대에, 자본주의의 자기번식의 화폐에 욕망에 빠져,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깨달음의 열쇠를 줄거란 생각을 했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수록, 많은 영향력을 행할 수 있는 시대, 자본의 게임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자본 없이도 즐겁게 생활 할 수 있는,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는 마음에서부터,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겨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현실이 어렵고, 규칙이 더 많이 가진 이들이 스스로 규칙을 정할 수 있을만큼 불합리를 감수해야 하더라도, 주어진 삶을 기쁨으로, 진실된 마음으로 받아들인 자는 살아남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쉽지 않은 주제를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100만이 넘는 비한민족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다양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곱씹어 읽어볼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혼혈과 소수인에 대한 차별이 일상화된, 장의 질서를 오인할만큼, 우리는 폐쇄적인 사회에서 살고 있는건 아닌지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초등학교 다닐적만 해도, 마을에 한 명씩, 바보가 있었고, 장난도 치고 돌아주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격리와 수용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책을 읽다가, 바보처럼,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었다가, 많은 것을 가진 이에 의해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버린 누군가를 생각했다. 원칙과 상식을 미친듯이 열망한 그 덕분에, 지금 한국 사회에 지배층의 규범의 현실이 어떠한지, 어떤 꿈을 잊지 말아야 하는지, 절실하게 느낀다. 그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서문에 나온 지은이의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본다.
 
  사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미치지 않으면 어떤 상황을, 주어진 조건을 타개할 수 없다는 것을. 어떤 종류의 바보와 미치광이 들은 사회에 소금이 된다는 것을. ... 사회가 씌운 관계의 굴레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자는 위반에 따르는 오명을 감수해야만 했다. 자기 자신을 인식하려는 노력이 어떤 상황에서는 적합한 반면 다른 상황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각각의 행위들은 특정한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는 찬미되나 다른 순간에서는 어리석은 것으로 낙인찍히고 단죄되고 좌절된다. 여기에는 법과 묶인 위반, 욕망 추구의 극한이라는 현대철학이 직면하는 문 존재가 바로 트릭스터이다.(12-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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