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는 여자 -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이야기
성수선 지음 / 엘도라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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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메시지를 찾으려는, 정답찾기에서 벗어나다.
 
 
  책을 읽고, 스쳐지나가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을 글로 남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냥 쓰면 되지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줄거리를 요약하거나, 자신의 사변적인 글로 남은 공간을 채우기 쉽다. 평론가나 오랜 독서로 인해 다양한 지식의 폭이 넓은 이가 남긴 글을 보면, 거대한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이의 넓은 시선에 감탄한다. 작품을 자신만의 관점에서 다양한 어휘를 구사하며, 새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읽을 때는 압도당하지만, 읽고 난 후, 기억에 많이 남지 않는 건, 생각의 크기의 차이인 면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들만의, 어려운 어휘들이,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면이 더 크다.
 
  한동안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읽고 흔적을 남기는 일이 힘겨웠었다. 작가의 메세지를 잘 파악했을까, 내가 잘 이해하고 있는건가 하는 부담감이 글을 쓰는데 주춤거리게 했다. 『그녀에게 말하다』에서 만난 박민규 작가의 인터뷰를 읽고, 부담감을 덜게 되었다. 작가에게 자신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묻는 독자들에게, 그는 그냥 썼다 이야기한다. 획일화된, 정답을 주입하는 교육이 이렇게 만들었다는 그의 답변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평론가들의 모범답안을 보며, 정답을 찾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냥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여 듣고,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즐겁게 고민해보면 된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작가가 별난 놈도 아니잖아요라는 이야기가, 문학작품에 좀 더 다가서게 만들었다.
 
  『그녀에게 말하다』를 읽기 전 후로, 『밑줄 긋는 여자』를 두 번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문학작품을 많이 접하지 않는 회사원들의 눈높이에 맞춰 잘 썼구나라는 생각만 들뿐, 특별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꾸준히 책을 읽고, 밑줄을 긋고, 자신의 생각을 7년 이상 꾸준히 남기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이의 성실함이 돋보였다. 두 번째 읽었을 때는, 소소한 일상과 문학작품과의 연결을 시도한 점이 특별해 보였다. 있어 보이는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일상에서 느끼는 회사원의 소소한 일상과 책과의 만남은 자연스러웠다.
 
 
#  회사원으로 살아가며, 겪는 다양한 마음들, 책을 통해 다독이다.
 
 
  해외 출장을 많이 다니는, 13년차 샐러리맨이 겪었는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이 28편의 에세이로 채워져있다. 사회초년생, 프로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을 키우는 것보다 꾸준히 한 방향을 향해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꾸준함이라는 걸, 『달인』을 통해 이야기한다. 밥벌이의 힘겨움에 대해, 『남한산성』을 통해 위로받는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거기에 몰입되어 자기비하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자기 존중감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마음에 와 닿았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으며, 프로란 쉴때는 확실히 쉬면서, 자기관리를 하는 사람이라는 글도 좋았다. 『아침형 인간』을 따라하다가, 코피를 흘린, 경험담도, 무조건 따라하기보다 자신의 체질에 맞게 해야 한다는 교훈과 함께, 기억에 남는다.
 
  20대 직장여성에게는 사랑에 관한 다양한 글들이 생각해 볼 기회를 줄거라 생각했다. 곁에서 자신의 주변에서 서성이면서도,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상대의 진심을 이용했던 마음들, 외롭다는 이유로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그 사람과 함께 먹고 싶다면, 그 마음이 간절하다면 분명히 사랑을 하고 있는 거다는 글과 함께 소개된 『키친』과 『청춘의 문장들』에서 '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라는 한시와 저자의 이야기는 가슴에 간직하기로 했다.
 
  누구나 쉽게 아는 감정들을 이야기하는 글은, 노련한 전달 방식이 필요하다. 자칫하면, 진부하거나 나도 그정도는 쓰겠다며 평가절하되기 쉽다. 독특한 사유를 제시하는 글이 아니라, 인용된 책의 글귀를 통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을 만나게 하는 책이다. 책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꾸준히 하다보면, 나도 책을 쓸 수 있겠다는 희망을 주는 책이기도 하다. 내가 책을 읽으며 위안을 받았듯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오랜 꿈에 걸맞은, 책을 전혀 접하지 못한 여성 회사원에게 특히 힘을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책이 지루하거나 너무 딱딱해서, 읽기 힘들었다면, 이 책을 시작으로 해서, 마음이 닿았던 책부터 읽어보는 일도 나쁘지 않을거라는 생각한다.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한적한 카페에서 조근조근 즐겁게 책과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매력 넘치는 여성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면, 그 시간의 추억이 친밀감을 느끼게 한다. 다른 공간에 있어도,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는 건 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이다. 소통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회사생활도, 타인과의 관계의 문제도, 쉽지 않다는 사랑에서도, 도망치거나 외면하지 않는 여유가 생길거라는 생각을 했다. 책을 좋아하는 저자의 마음이 전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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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지원금 백서
황매 편집부 엮음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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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어나는 복지예산, 내가 지원받는 혜택은 얼마나 될까?
 
 
  힘겨운 취업난, 어려운 경기 속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2009년도 겨울을 다 되어간다. 산업화에서 정보화 사회로, 신자유주의의 영향에 의해, 부익부 빈익빈의 차이는 커질테고, 좋은 사회는 승자가 거두는 이익만큼, 소외받은 이에게도 햇살이 비춰, 다시 시작할 용기를 주는 사회라 생각하지만, 아직 대학민국의 정서는, 억울하면 출세하라라는, 능력없는 이들이 변명만 한다는 정서가 지배적이라 생각한다. 지금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시대에 살고 있다. 정부에서는 복지 예산의 비율을 늘렸다고 하는데,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혜택은 보이지 않고, 그저 말 뿐으로만 들린다. 『대한민국 지원금 백서』라는 책을 읽기로 결정한 까닭은, 주변에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정부에서 지원해 준다는 혜택을 정확히 알아두어, 필요할 때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 저출산, 고령사회를 준비하는 정부의 방향은...
 
 
  들어가는 글에, 책이 나오게 된 이유가 설명되어 있다. 저출산과 고령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06년부터 대응을 시작했고,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을 통해, 대응한 결과가 책에 소개되어 있다고 한다. 기업활동을 하지 않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여, 기업과 장애인복지에 대한 부분은 뺐고,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는 지원금과 상담 및 교육 서비스를 지원하는 형태로 나누고 있다.
 
  임신과 출산, 영유아 관리, 가정생활, 아이의 방과후 활동, 취업준비, 재취업 지원, 창업지원, 노인건강까지, 크게 3가지 방향에서 지원 받을 수 있는 지원 정책의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배우자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노동시장 복귀 지원 프로그램은 정책의 내용처럼, 실제로 여성들이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의 강력한 정책의 의지와 사회에서의 유연한 시각이 필요함을 느낀다. 10년 전에도, 이런 대책들을 논의했을 때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컸었는데, 지금은 그에 비해 시선이 많아 나아짐을 느낀다. 정책이 세워지더라도, 현장에서 실제적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지 않으면, 찾아서 자신의 혜택을 받는 일이 쉽지 않은데, 가끔씩 블로그에서 정책의 방향과 달리, 현장에서 지원을 거부하는 사례들을 보기도 한다. 이런 일은, 정부에서 감독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고, 홍보를 잘 하는 일이 시급하다 생각한다.
 
 
# 홍보의 부족과 아직도 많이 다듬어야 하는 정책의 세밀함.
 
 
  지원부분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다문화가정을 위한 부분이었다. 외국인 거주 100만 시대를 맞아, 농어촌에는 급속도록 다양한 국가가 맺어지는 다문화가정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10-20년 후, 이 지역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코시언이라는 이름으로 눈에 보이는 차별을 피할 수 없다 생각한다. 한국에서 자란 이 아이들을 지원하는 대책은 한부모 가족을 위한 경제적 지원을 빼고는, 그 지원도 저이자로 대출을 해 주는 부분밖에 없다.  직접적으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지원책이 보이지 않는다. 방향은 잘 잡았지만, 세부화 되고, 치밀하지 못하다고 할까. 행정편의를 위해 보이는, 그럴듯한 말들은 번드르르한데, 실속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졸업자는 늘어나는데, 취직을 할 자리가 없는 이들을 위한 대책 역시, 경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계약직인 청년인턴 뿐이다. 실제 필요한 부분은, 취업과 연결이 가능한, 인턴제도와 마음껏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지원 혜택인데, 절차가 복잡하거나 홍보가 잘 되어있지 않아, 이번 책을 통해서, 그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일단, 숫자만 채워 보이는 통계지표인 실업률을 낮추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사회 분위기에 맞게, 창의성과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지원이 많아져야 하는데, 대부분 열심히 빌려드립니다 등의 대출지원만 있을 뿐, 도전을 해 보고 싶게 만드는 분야는 보이지 않는다. 왜 청년들이 인턴제도를 기피하는지, 무조건 힘든일을 피한다는 변명으로 희생을 강요하지 말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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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258호 2009.10.20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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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편집자가 가려뽑은, 편집자에게 권하는 책
 
 
  격주마다 출간되는 기획회의에서 눈여겨 보는 기사는 특집이다. 258호의 특집 주제는 편집자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현직 출판사의 편집에 몸담고 있는 17명의 편집자가 세 권씩 51권의 책을 권하였다. 편집이 기본이라 생각되는 교정과 관련된 한국어 관련 도서부터, 마케팅,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소개되었다. 50권이 넘는 책 중에서, 분야별로 인상적인 책을 골라보았다.
 
  가장 많이 추천된 책은 제임스 마치너의 『소설』이었다. 제임스 마치너가 쓰고,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이 책은, 작가와 편집자, 비평가, 독자, 책과 관련된 4명을 중심으로 책 만드는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흥미롭게 소개되어 있다고 한다. 수 많은 원고에서 주목받을 원고를 골라, 책을 만들어 내지만, 킹메이커처럼 자신은 드러나지 않는다. 편집자로써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추천의 글이 기억에 남는다.
 
  편집과 한국어와 관련된 책에서는 고종석씨의 『감영된 언어』가 눈에 띄었다. 누구보다 언어에 대해 깊은 사색을 한 흔적이 느껴지는 길이기에, 한국어의 위치와 책에 사용되는 언어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자신만의 사색의 꺼리를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이오덕님의 우리말 바로쓰기와 우리 문장쓰기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용하는 자연스런 입말을 사용하자는 주장이 마음에 들었다. 가진자들이 타자와 자신을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의 벽이, 출판계에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에, 책은 지식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생각하기에, 책을 추천한 편집자의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편집과 디자인에 관련된 책에서는 궁리 출판사의 『세계만물그림사전』이 눈에 띄었다. 11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5개국어로 다양한 사물의 정확한 명침이 담겨있는 사전은, 편집자 뿐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가까이 해야 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편집과 관련해서는 마쓰오카 세이고의 『지의 편집공학』이 눈에 띄었다. 편집을 책을 넘어, 세상을 모든 것을 해석하고, 재조직하는 방향으로 관점의 틀을 키우는 그의 주장은 고민거리가 되어, 가슴에 남았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마케팅 전쟁』이, 디자인 분야에서는 프로파간다 편집부가 엮은『GRAPHIC』이 눈여겨 볼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고, 고뇌하는 편집자의 노고가 있기에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등장한다 생각한다. 이제까지 저자와 독자와의 만남으로 책을 생각했다면, 기획회의가 중간에 매개자가 되어, 편집자의 눈에서, 마케팅의 관점에서 책이 어떻게 독자에게 말을 걸고, 소통하는지도 생각해 보게 된다. 다양한 유통과정과, 다양한 흐름들이 출판계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느껴진다.
 
 
#  편집자가 알아야 할 디자인의 재발견.
 
 
  아트북스 정민영 대표의 편집자가 알아야 할 북디자인 연재물이 다양한 좋은 연재물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이미지와 보여지는 모습이 중요한 시대이기에, 표지와 책 내의 디자인이 저자의 콘텐츠 못지않게 큰 영향력을 지니는 시대가 되었다 생각한다. 디자이너가 보는 책의 관점과 편집자가 보는 표지와 문안의 접근 방식의 차이가 인상적이었다. 한 권의 책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들, 그 모두를 조율해내는 일을 편집자가 해야 하기에, 편집자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디자인 쪽은 자꾸 주춤하게 되는데, 이번 연재 시리즈를 통해, 어색함을 친근함으로 바꿔보기로 마음먹기로 했다. 어려워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어렵다고 생각하기에, 거기에서 벗어나오지 못하는 자신이 보였다.
 
  책과 출판에 대해 이야기하는 매체가 드문 현실에서 258회까지 꾸준히 출간되는 기획회의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잡지가 세상의 흐름을 읽는 전부가 될 수 없지만, 잘 짜여진 책은, 사회의 흐름을 읽는 좋은 키워드가 된다고 믿는다. 포멧은 다양하게, 원칙은 꾸준하게 유지하는 기획회의가 되었으면 한다. 읽어보고 싶은 책의 목록이 또 늘어났다. 열심히 시간을 쪼개, 책을 읽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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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책쟁이들 - 대한민국 책 고수들의 비범한 독서 편력
임종업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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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에 들여놓은 책들. 한 권씩 모을때마다 쌓이는 이야기들.
 
 
   다 읽지도 못할 책들을 서가에 쌓아두고, 살아가는 지인이 있다. 읽는 책 속도보다, 쌓이는 책의 속도가 더 빠르다. 언제 다 읽을거냐며 타박하지만, 언젠가는 다 읽을거라 답하며, 오늘도 그는 책을 서가에 모은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책이 모이고, 모으다 보니,  책에 자신의 공간을 넘겨주게 된다. 누가 상을 주는것도 아니고, 도리어 책에 매이는 운명에 빠지는 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있다. 저자는 그들을 책쟁이들이라 부른다.
 
  돈과 아름값에 미친 세상에서, 책에 미친 미련퉁이들이 있어 살 만한 세상이란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볼 때, 다소 비켜서서, 타인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색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참 다행이다. 27개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만남의 흔적이 글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누군가는 책을 모으고, 누군가는 책을 가치를 알아보는 이에게 나누기 위해, 어찌 할 수 없는 마음에, 다양한 인연으로 그들은 책을 모은다. 한 권의 책에 저자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의 숨결이 묻어있다면, 서가에는 서가를 책으로 채우는 이의 다양한 선택과 인연의 흔적들이 모인 공간이다.
 
  그들은 책을 모았다. 왜, 모았을까? 일년에 책 다섯 권 읽는 사람을 찾기 힘든 한국에서, 그들은 사람들의 흐름과 다른 선택을 했다. 책과 함께, 세월을 살아가는 그들의 책이야기는, 책을 좋아하는 이에겐 매력적인 이야기라 생각한다. 그들처럼 장서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한 권의 책을 만나, 서가에 두고 싶었을 때, 설레는 그 마음을 알고 있는 이가 있다는 사실은,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구나 하는 마음의 기쁨을 준다.
 
 
  #  만화에서 SF, 무협, 신학, 토라까지, 다양한 분야, 다양한 책을 모으는 책쟁이들의 이야기.
 
 
  다양한 장르에서 책을 모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다양한 장르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책을 읽는 즐거움, 책을 모으는 즐거움,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치를 잘 헤아리고 있었다. 책이 좋아, 책을 모으는 이도 있었고, 다음 후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책을 모으는 이도, 어쩌다 보니, 책이 아니라, 책을 주인처럼 모시고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유행에 따라가지 않고, 자신만의 패션감각을 유지하는 이처럼, 멋져보였다.
 
  책과 함께,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보니, 현재의 경기의 흐름, 일상에서 책에 빠져드는 삶을 택하게 된 계기, 헌책방이 점차 사양화되어가는 사회의 변화도 느껴졌다. 부족한 도서관의 현실, 군대에서 부족하기만 병영도서관, 장서가가 모아둔 책을 맡기려 해도, 책의 가치를 알아보는 이가 없어 거절당하는 현실도 보였다.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들을, 헌책방이 책의 다양성의 폭을 넓어주는 역할을 했는데, 그런 책들이 살아가는 풍경들이, 작지만 존재가치가 넘치는 책들이 머물 공간이 사라지게 되어 안타까웠다.
 
  서점에 유통되는 순간부터, 헌책방을 지나, 폐지로 사라지는 순간까지, 다양한 순간에서 책과 함께 살아가는 이와,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향유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나만의 서재를 넘어, 좀 더 책을 곁에 두려는 이에게는, 장서의 방향을 정하는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가 만난 책쟁이들의 관심의 폭이 다양한 만큼, 자신의 독서의 방향설정에 도움이 될 이를, 한 명은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책과 함께 즐겁게 생활하는 이들이, 주변에서 찾기 힘들지만, 살아가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보이지 않지만, 그들의 존재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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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대, 자취의 달인 - 반지하와 옥탑방에서도 잘 살기
김귀현.이유하 지음 / 에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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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의 독립 - 누추한 나만의 공간이지만 괜찮아.
 
 
   집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크게 3가지로 나눠 본다. 일반 주택과 아파트, 제 3지대이다. 제 3지대는 고시원(쪽방)과 옥탑방, 반지하 등 원룸이나, 전세 등의 집을 얻을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이, 누추하고, 불편한 생활공간을 감수하고, 선택해야만 하는 공간을 이야기한다. 수입이 적거나, 꿈을 위해 돈을 많이 모아야 하는 20대는 아파트나 일반 주택에서 사는 날을 꿈꾸며, 제 3지대에서 삶을 살아간다. 2005년 통계청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330만 가구 중 10분의 1인 33만 가구는 반지하에서 산다고 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힘겨운 삶의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서울이 주는 문화공간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극한의 더위와 추위를 견디지 못하는 남성은 반지하를 선택했고, 넓은 공간을 원했던 여성은 옥탑방에 삶의 보금자리를 선택했다. 부모님이 해주시던 따뜻한 밥과 빨래 등의 살림살이를 스스로 해야 하는 상황이다. 혼자서 선택하는 자유와 혼자이기에 외로움도 이겨내야 한다. 불편한 조건들이 많지만, 저자들은 자신들은 젊고 꿈이 있기에 괜찮다고 한다. 옥탑방과 반지하에서 겪은, 슬프지만, 즐겁게 이야기해서 웃긴 다양한 추억들이 모여있다.
 
  
#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마음을 움직이다.
 
 
  솔직한 표현과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좋았다. 혼자살게 되면 가장 귀찮은 일이 빨래와 음식준비 등의 가정일이다. 음식을 준비하고 남은 재료들의 처리와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곤란했던 상황들과 그에 대처하는 반지하남의 이야기에 웃다가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낯선 공간에서 혼자사는 어려움과 집주인과의 소통의 힘겨움 등 처음에는 힘겨운 이야기들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환경에 적응하여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즐거웠다. 우정을 소중히 해서, 친구에게 기꺼이 자신의 공간도 빌려주기도 하고, 스포츠 게임과 관람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하며, 불편한 방문객을 독특한 방법으로 응징하는 그의 경험담은 반지하에 살았던 경험이 있던 사람들과 대화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작가를 꿈꾸는 옥탑녀의 글에는 웃음의 에너지가 문단과 문단 사이에 스며있었다. 옥탑방에서 라디오를 켜두고 라면을 먹다, 밖이 시끄러운지 확인하려 갔다가 방문이 잠겨버려, 열쇠아저씨를 불러야 했던 일과 5천원을 아끼기 위해 출장을 간 3일간 집에 보일러를 꺼두고 나갔다가, 보일러가 얼어, 뚜껑에 얼굴을 맞고, 보일러를 교체하여 55만을 주인과 반반 보태서 물어야 했던 이야기들이, ’감정’이 살아있는 표현들 덕분에, 웃으며 읽었다.
 
  처음부터 부모님이 전세를 얻어 주거나, 나만의 집을 살 여력이 있는 20대가 아니라면, 20대 집에서 벗어나 독립하는 이들은 돈이 모일때까지, 고시원, 반지하, 옥탑방의 제 3지대에서의 생활에서 자신의 인생을 시작한다. 세입자이기에 서러운 부분도 많고, 혼자서 모든 걸 결정해야하기에, 때론 피곤해서 집안일을 미루기도 하고, 집의 제약조건 때문에, 끼니를 더 거르기도 한다. 그냥 바라보기에는 힘겹고 안타까운 생활이지만,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슬픈 이야기도 즐거운 추억으로 이야기하는 저자들의 자신감 넘치는 마음이 글에 배어, 읽는 이도 무겁지 않게, 글에 빠져들게 된다. 실제로 반지하와 옥탑방에 거주하는 지인과 친구들에게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더니, 다들 크게 웃으며, 자신들만의 에피소드를 알려주었다.
 
 
  # 20대, 반지하, 옥탑방에서 살아도 괜찮아. - 지금 살아가고 있으니 괜찮아.
 
 
   너무나도 경험하고 싶은 일이 많거나 내가 뭘 해야 할지 확신하는 일이 쉽지 않아 고민하는 20대의 시기, 불편하고 힘겨운 생활공간인 반지하와 옥탑방에서의 생활을 감수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20대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서울에서, 반지하와 비슷한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공간에, TV도 컴퓨터도 없이 일주일간 생활을 하게 되었다. 책에서 옥탑방녀가 이야기했던 라디오를 듣는 즐거움과 음식을 했을때 재료들과 음식 쓰레기를 처리할 때의 힘겨움, 빨래와 청소의 귀찮음 등 그들이 겪었던 상황을 경험했다. 경험하기 전에는, 저자들을 안타깝게 보는 시선이 더 많았다. 겪어보니, 힘들고 가능하면 피하는게 좋지만, 그래도 20대, 젊기에, 상황이 어려워도 충분히 살아가는 일이 가능함을 깨달았다.
 
  386세대가 이데올로기 세대라면, 10대들은 촛불세대라 이야기한다. 중간에 낀, 2,30대들은 정치적으로 대변해주는 이도 없고, 연대도 힘들다. 정글에서 혼자서, 생존하는 외로움과 공포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생각한다. 공포와 불안의 세대라고 할까. 취업난도 힘들고, 20대이기에 꿈을 정하는 일도, 꿈을 꾸었다고 해서 그 일을 달성하는 일도 힘들다. 누구 도와주는 이도 없지만, 그래도 잘 살아남기를 응원해주고 싶다. 불편하고 힘겨운 시간을 겪어내는 그들의 힘겨운 경험들이, 시간이 흐른 후, 다시 그 길을 걸어야 하는 사회진입생들을 바라보았을 때, 따스한 온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혜가 되기를 기원한다.
 
  반지하남과 옥탑방녀가 서로의 공간을 방문한 추억을 기록한 <그 남자, 그 여자의 습격기>는 ’남성/여성’과 ’반지하/옥탑’의 생활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새로운 시선이 잘 담겨있다. 제 3지대에서 살아가는 고시원 남성과 옥탑, 반지하 남녀의 총 5명이 나누는 취중토크도 솔직함 속에, 삶의 애환이 담겨 좋았다. 책의 마지막에는 자취를 하거나, 자취를 하게 될 이들을 위해, 좋은 방을 구하는 일부터, 생활하면서 느껴지는 고충들의 해결책을 정리한 특별부록이 실려있다.
 
  반지하와 옥탑의 열악한 조건을, 역으로 생각해, 집 안에만 있지 말고, 많이 집 밖을 걸어보라는 이야기와 이웃과 안면을 익히고 친해지다 보면, 외로움이 가득한 생활도 이겨낼 수 있다는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소통이 힘겨운 시대에 살고 있다. 소통이 힘든 이유는 상대의 사정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누군가와 친해지면,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 쉬워진다. 제 3지대에서 열심히 자취하고 있는 이들과 조금 가까워진 기분이다. 꿈을 찾지 못한 이는 꼭 꿈을 찾아 생을 살아갈 힘을 얻기를, 꿈을 찾았지만 여건이 힘겨워 고민하는 이들은, 꼭 꿈에 도전해보기를 두 손을 모아, 달님과 햇님을 보며 기원해 본다. 두 저자들이 지닌 희망과 밝은 마음이 20대 청춘에게도 그대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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