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26
오스카 와일드 지음, 하윤숙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아름다운 영혼과 아름다운 얼굴, 둘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착한 마음과 아름다운 얼굴, 둘 모두를 꿈꾸지만, 하나도 제대로 갖기 힘들다. 아름다운 영혼과 아름다운 얼굴의 합을 100으로 해서, 사람들에게 나누어줬다고 해야 하나. 인생에서 겪어야 할 슬픔의 양과 기쁨의 양이 서로 같다는 말이 생각난다. 탱탱한 피부, 밤을 새워도 지치지 않는 체력은 어린 시절에만 가능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몸은 조금씩 굳어가고, 체력도 예전같지 않다. 본디 가졌던 것을 조금씩 잃어가는 일을 인정해야 하는 삶을 산다는 일은 얼마나 힘든 일일까. 소설을 읽으며 도리언 그레이의 열망과 70대 재벌 총수가 자신의 재산을 다 주고서라도 젊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이 닮음을 알았다.
 
  아름다운 얼굴과 부유함을 모두 갖춘 청년 도리언 그레이에 흠뻑 빠져, 화가 바질 홀워드는 그의 초상화를 그린다. "젊음! 젊음! 이 세상에 젊음만한 것은 절대로 없다네."라는 찬사를 보며, 젊음의 유한성을 깨달은 도리언은 '그림이 자신 대신 늙고, 자신은 영원히 젊음을 간직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빈다. 소원은 이루어지지만, 그는 조금씩 타락하는 자신의 영혼을 대면해야 하는데...
    

#  질문거리를 던져주는 소설.
 
 
  좋은 책은 하나의 질문과 하나의 답이 숨겨있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던지는 영혼과 소망에 대한 질문도 좋았지만, 교양있는 화가와 그의 친구 헨리경, 도리언과 도리언을 사모한 시빌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들에 음미할 내용이 많았다. 
  
  아 아름다운 사랑. 당신은 내 영혼을 감옥에서 꺼내어 자유롭게 했어요.  진짜 현실이 어떤 건지 내게 가르쳐줬어요.  당신은 내게 뭔가 소중한 것을 가져다 주었어요.  모든 예술은 그것을 그대로 반영한 것일 뿐이지요.  난 무대가 싫어요. 내 안에 아무 느낌도 없는 열정을 흉내 낼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나를 불태우는 이 뜨거운 불을 흉내낼수는 없어요. 

  사랑에 빠져있을 때의 열정, 사랑이 버림받았을 때의 불안, 공포, 낭만주의 시대의 작품이다 보니, 짧고 뜨겁게 타오르는 열정의 온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이보게, 시골에서는 누구나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네.  거기엔 유혹이 없으니까. 문명이란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거든. 문명에 이를 수 있는 길을 딱 두가지네. 하나는 교양을 쌓는거고, 다른 하나는 타락하는 거지. 시골 사람은 그 어느 쪽도 접할 기회가 없어. 그래서 정체되어 있는 거라네.
 
  오스카 와일드가 살았던 시대의 귀족과 농민의 차이, 교양에 대한 관점, 현대사회의 풍경과의 차이 등이떠오른다.  

  나는 다른 무엇보다 여자들이 잔인한 마음을 제대로 알아볼까봐, 노골적인 잔인성을 알아볼까 봐 걱정이네. 그들에게는 놀라울 정도로 원초적인 본능이 있어. 우리는 이런 본능을 모두 놓아버렸지만,  여자들은 여전히 노예 상태로 남아 주인님을 찾고 있지. 우리 모두 자기 안에 천국과 지옥이 함께 들어 있지요, 바질.
 
  인생은 늘 선택의 버튼을 누르며 살아간다 생각한다. 늘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해 고민한다. 최선보다 차악을 피해 선택하는 일이 흔하다. 자신의 모든 걸 걸면서 소망하기를 원하는 도리언 그레이의 선택이 부럽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다. 하지말라는 건 다 아름답고 달콤하다는 이야기처럼, 인생의 길 역시, 늘 유혹과 선택의 갈림길에서 좋은 선택을 하기도 하고, 잘못된 선택이 늘 마음에 남아 후회로 남아 자신에게 상처로 남기도 한다.
 
  유혹이 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늘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내면에 많은 악의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보낼 수 밖에 없는 도리언 그레이의 모습을 보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더 예뻐지기 위해, 더 사랑받기 위해, 더 잘나보이기 위해, 많은 유혹에 휘둘리며 살아가는 현대인의 풍경이 보인다. 초상화의 얼룩된 그림만큼, 그의 용모는 더 아름다워졌지만, 그는 늘 괴로워했다. 보이지 않는 영혼을 팔면서도 괴로워 하는 인간의 모습이 양심적인 모습인지, 바보같은 모습인지, 단정짓기 어렵다. 강렬한 햇살을 받은 물체일수록, 더 강한 그림자를 남기다는 말이 생각날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 최영미 산문집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눈여겨 보던, 작가의 눈에 띄는 산문집을 만나다.
 
 
  최영미 시인의 책을 처음 만난 건, 『시대의 우울』이라는 산문집을 통해서였다. 미술관을 좋아하지 않지만, 마음의 풍경을 저미기 위해, 떠나는 시인의 여정을 통해, 렘브란트를 만나게 되었고, 멀게만 느끼던 미술이 가깝게 다가왔다. 저자의 출간된 책은 가능하면 읽으려 노력하고 있다. 작가는 시인으로 문단에 데뷔했는데, 다른 분야의 책을 더 만나게 된다.
 
  1993년부터 2009년까지, 17년간의 산문을 모은 책이다. 길고 긴 시간동안, 느껴지는 기운에서 당당함을 느꼈다. 자신의 시에 대한 해석을 반론하는 글을 맞이한 주말의 아침을 망친 괴로움을 토로하는 글은 예전에 만난 기억을 통해 글의 매력을 느꼈는데, 다시 만나게 되어 좋았다.
 
 
#  일기에 가까운, 솔직한 글들.
 
 
  솔직한 글을 만날때면 즐겁다.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라는 제목처럼, 솔직 담백한 글이 많다. 월드컵의 열기를 즐기면서, 선수들이 죽기살기로 하기보다, 경기를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고, 월든을 보며, 새로운 관점에서 보는 글도 흥미로웠다. 30대, 40대, 50대를 지나면서 좀더 여유로워진 시인의 글을 보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토로한 글은 여전함을 느낀다.
 
 
  일기는 내 문학의 시작이자 끝이다.
  내가 쓴 최초의 시들은 일기장에 발표되었고, 또 내 인생이 종말을 고하는 그날, 내가 세상에 남길 마지막 작품은 최후의 그날 아침, 혹은 그 전날 밤에 내가 썼던 일기일 테니까.
 
   소소한 일상에서 새로운 시선을 관찰하는 일이 작가가 지닌 최고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글감을 찾아, 충분히 독자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힘을 느꼈다. 모두에게 좋은 곳은 없고, 정치적이나 사회를 보는 시선이 다른 교수님의 차이를 인정하는 글을 볼 때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일상에 많은 글감이 있지만, 그걸 잘 활용하는 이는 많지 않다. 쓸 말이 없는게 아니라, 쓰지 못하는 능력부족의 현실을 산물을 보며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일상이 무료해질 때, 힘을 주는 책이란 생각을 했다. 등단 소감에서 다짐했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겠다는 목적에 맞게 살아왔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결국 사랑과 연민만이 나 아닌 너를 더듬고 이해할 힘을 준다는 것과 잘 보낸 하루가 그저 그렇게 보낸 십 년 세월을 보상해줄 수도 있다는 말에 적극 동의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착한 가슴 -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100가지 질문 프로젝트
리즈 베스틱 외 지음, 강나은 옮김 / 홍시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  불안함을 이기려면, 알아야한다.
 
 
  얼마 전, 어머니께서 건강검진을 통해 유방암 검사를 받으셨다. 유방 엑스레이로 검진을 받았는데, 병원에 다시가서 초음파를 받아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의료분야는 일반인이 아는 분야가 아니다보니, 검사를 받아보라는 이야기만 나와도 불안해지고 초조해진다. 불안함에 처한 어머니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드리기 위해, 책을 찾다 만난 책이다. 병의 문제는 원인을 안다고 해서, 다 해결이 가능한 문제는 아니다. 발병 요인도 많고, 치료되는 방법도 많기 때문에, 늘 다 낫길 바라지만, 현실은 기대에 늘 미치지 못한다는 현실을 이해한다. 하지만,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두는 건, 자신의 불안의 마음을 없애는데는 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유방암의 발병 가능성부터, 치료 뿐 아니라, 여성의 생리부터 임신, 유방성형, 수유와 관계된 가슴에 관한 이야기가 100가지 담긴 책이다.
 
 
#  유용한 정보들.
 
 
  일반인에게 유용한 의학서적은 어떤 모습이 이상적일지 생각해보았다. 너무 많은 분야를 설명하다보면, 페이지가 길어져, 사람들이 찾지 않게 된다. 많이들 궁금해하는 내용을 순서대로 알려주는 방식이, 그 분야의 병이나 신체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에게 어울리는 구성이란 생각을 했다. 이야기 할 내용은 많지만, 범위는 한정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다보니, 의료정보를 다룬 책의 내용은 전부를 다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인식하게 됐다.
 
  세세한 정보들을 다 담지 못했지만, 가슴에 관해 일반인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가슴에 대한 상식, 유방성형, 유방암에 관한 정보, 3분야로 나눠 설명되어 있다. 내 몸에 꼭 맞는 브레지어 고르기와 체형별 브레지어 선택법, 가슴에 탄력을 더하는 팔굽혀펴기가 소개된 Tip은 알아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방암의 위험성과 좋은 검사법, 치료과정과 좋은 식습관이 궁금해서 고른 책이다. 유방 엑스레이와 유방 초음파가 검사하는 분야가 다르다는 점과 다른 검사법이 있다는 점과 유방암의 조기검진의 중요성을 확인하여 좋았다. 조기검진이 잘 되면, 완치률이 높고, 한 번 발병하고 10년이 지나고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되었다 생각해도 좋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아쉬웠던 점은..
 
 
  어머니께서 유방 엑스레이를 받고, 병원에서 자주 하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다. 책에서도 유방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을 때 아팠다는 질문을 통해, 엑스레이를 받을 때 쬐는 낮은 조사량의 엑스레이에 대해 걱정하는 여성들도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그 정도 양이 몸에 해로울지 모른다는 미미한 가능성에 비해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훨씬 크다고 정리하고 있다. 미미한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언급되지 않아 좀 미심쩍은 점도 사실이었다. 병원을 찾을 때, 대부분 검진 위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병에 대해 인식했을 때 가기 때문에, 검진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엑스레이 검사를 자주 받아도 되는지에 대해, 궁금했는데, 책에 소개된 짧은 글로는 확신하기 어려웠다. 이 분야에 대한 정보는 다른 책과 정보들을 알아봐야 하는 숙제로 남았다.
 
 
#   건강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책.
 
 
  저출산, 짧은 수유 기간,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 등 생리적으로 왕성한 시기에 여성호르몬의 자극을 받는 횟수가 늘어나 2001년에는 여성 암 환자의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는 정보를 Tip에서 확인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생각한다. 50대를 지나는 어머니의 나이를 보며,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늘 마음은 가득하지만, 실제 행동에서는 그렇게 잘하지 못하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좀 더 신경써야 함을 느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험한 심리학 - 천 가지 표정 뒤에 숨은 만 가지 본심 읽기
송형석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 유심히 관찰하면 그의 특성은 자연히 드러난다.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루에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기분과 태도가 달라지는 걸 보면, 가끔 나 자신도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다. 상대에 따라 내 모습도 함께 변하는 움직이는 거울이 생각난다. 최근에 생각한 나라는 존재에 대한 답이다. 푸른 하늘의 솜사탕을 풀어놓은 듯한 예쁜 흰구름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후 누군가를 만나면, 상대가 꺼려지는 이라도 유연하게 넘기기도 한다. 감정을 가지고 있는 움직이는 거울이다.
 
  어릴 적 타인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자가 되고 싶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했다. 그다지 잘못한 거 같지 않은데, 크게 화를 내거나, 전혀 엉뚱한 반응을 보이는 이를 만나게 되었을 때, 저자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 저자는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순 없지만, 남을 보고 유심히 관찰하면, 다른 사람의 특성도 읽을 수 있고, 거기에다 자신도 발견할 수 있다 이야기한다. 하루에도 남 걱정을 해 주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 사람들을 보면, 사람들마다 각자 자기만의 시각을 가지고, 타인을 재단한다는 생각을 했다. 나와 비슷한 이에게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와 다른 이에게는 부정적인 반응으로 대한다. 타인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지만, 이야기했던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타인에 대한 관심은 내게도 넘친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이를 읽는 말투, 표정, 상대의 반응 등 소소하지만 일리있는 도구들이 소개된다. 가장 눈길이 갔던 설명은 그 사람이 어떤 단어에 집착하는 가였다. 반복되는 말을 잡애낸 다음, 그 단어의 특성을 분석하라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말에는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 녹아있다는 설명이 마음에 와 닿았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이 그 사람의 성격을 만들고, 성격이 그 단어를 반복되게 사용하게 만드는 순환구조를 이룬다는 생각을 했다.
 
 
# 성격 문제가 심한 이들은 가능하면 피해라.
 
  상대하기 힘든 사람을 만나게 되면, 가능하면 피하게 된다. 보통 많은 책들에서는 문제점이 나오게 되면,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제시해주는데, 저자는 견디기 힘는 이는 가능하면 피하라는 솔직한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 이런 사람을 보면,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끌려 깊은 관계를 맺게 되지만, 어떤 사람인지 감당할 수 있는지 정도는 판단을 하고 만나라는 이야기가 좋았다.
 
  대신, 하나씩 문제를 벗어날 수 있는 힌트는 남겨둔다. 고압적이고 위압적인 이에게는 당당함과 이성적인 면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대화의 초점이 타인에게 가는 걸 못 참는 이에게는 무한한 인내심을 가진이가 어울린다 이야기한다. 독특한 점은, 다 개성적이고 독창적이여서 어울리는 이들이 없어 보이지만, 각자의 특성들이 묘하게 맞물려 각각 어울리는 이들이 생긴다는 점이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 말이 책을 읽으며 자꾸 떠올랐다. 자기 얘기만 하고,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사람들의 내면에는 어떤 요소들이 있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다보니, 심하지 않지만 우리 주변에 많이 볼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 정신과에 관한 편견이 사라졌으면...
 
 
  에필로그를 보면,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글이 나온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게 되면, 마음의 상처가 따라오기 마련인데, 사람들은 마음의 상처를 쉽게 외면하거나 남에게 알리지 않으려 한다. 숨기려고, 숨기려고 하는 마음이 쌓이다 보니, 더 큰 마음에 종기가 생기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자살률 1위인 한국, 항우울제만 조금 더 쉽게 생각하고 먹어주더라도 지금의 자살률은 반으로 떨어질 것이라 자신하는 저자의 말에, 우리의 정신과에 대한 시선이 드러나 안타까웠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이, 마음이 아팠을 때 병원에 가는 일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따뜻하길 바란다.
 
  21세기에 들어오며, 뇌에 대한 연구결과가 하나씩 나오고 있다. 마음이 뇌에서 만들어지고, 마음의 변화와 뇌의 작용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정보들이 계속 나온다. 인간의 성격이 분류되는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건, 서로에 대한 배려라 생각한다. 넌 이런 사람이니까 안돼가 아니라, 이런 당신도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려는 모두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식할 때, 사회는 더 밝아지고, 마음의 상처와 스트레스로 인한 범죄도 줄어들거라 생각한다. 늘 경제는 어렵고, 흉흉한 사건들을 보면, 인간에 대한 신뢰가 자꾸 떨어진다. 그래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더 많기에, 사회가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감당하지 못한 이는 상대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요령이다. 타인을 열심히 들여다보니, 특히 공감하는 부분은 나의 일면도 있다는 점을 알게되었다. 성격을 바꿀 수는 없지만, 내 마음의 결과를 다르게 하는 건 가능하다 생각한다. 나와 매우다른 이를 만나도 쉽게 당황하지 않게, 도와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세현의 얼굴 - 그의 카메라가 담는 사람, 표정 그리고 마음들
조세현 지음 / 앨리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 늘 떠올리면 흐뭇해지는 한 장의 사진.
   
 
  초등학교 때, 이웃에 사는 형 친구네 가족과 함께, 대도시에 있는 동물원을 구경한 적이 있다. 지금은 디지털 카메라와 핸드폰 카메라 기능이 흔한 시대이지만, 그때만해도 사진 한장을 찍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사진은 찍었지만, 사진을 받기는 힘들었다고 할까. 찍은 사진은 많았지만, 앨범에 가지고 있는 사진은 흔치 않았던 옛 기억이 떠오른다. 쉽게 찍고, 쉽게 사진을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
 
  늘 떠올리면 흐뭇해지는 한 장의 사진이있다. 살랑이는 바람결을 따라 지인과 함께 걷다가, 지인이 끝마치지 못한 책을 읽는 모습을 기억에 남겨두고 싶어 지인 모르게 한 장 찍었다. 편하게 앉아 책을 보고 있는 사진이었다. 뜨거운 햇살이 비치는 낮에서, 조금씩 어두워지는 밤의 길목에 찍은 사진은 지금 생각해도 흐뭇해진다. 처음엔 사진에 보았을 땐, 평소에 보는 지인의 모습보다 훨씬 잘 나왔기에 좋았고, 시간이 흘러가며, 열심히 밝은 조명과 다양한 포즈를 취해가며, 사진을 찍어도 그 사진보다 더 나은 사진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지금은, 사진을 떠올리면, 그 장소까지 갔던 추억과 많은 이야기들이 아직도 그때처럼 새록새록 살아있어 좋다. 세월이 많이 흘러도, 그 사진을 떠올리게 되면, 그때 느꼈던 바람소리와 그때 보고 듣고, 느꼈던 많은 기억들이 다시 그때의 시간으로 돌아간 것 처럼 생생하다. 내게 사진은 잊고 사는 시간으로 떠나는 타임머신이다.
 
 
#  인간미 넘치는 사진과 이야기.
 
 
  사람들의 눈을 보는 걸 좋아한다. 눈에 비치는 생기넘치는 표정과 환하게 웃는 미소를 보면,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곤 한다. 사진 작가 조세현씨가 장안으로 많이들 알고 있는, 중국 시안에 가서, 아직 맑은 미소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소수민족과 시골사람들의 풍경과 얼굴을 담아왔다. 무엇보다 맑게 웃는 얼굴이 많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얼짱각도와 준비된 조명이 아닌, 사람냄새가 풍기는 사진들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잃어버린 표정을 다시 만나 반갑다. 7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은 정겨웠다.
 
  글에는 그 사람의 내면이 드러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그의 글에는 그의 생각처럼 밝은 마음을 지닌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작가는 따뜻함과 편안함을 좋아하는 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림자 연극과 시장의 풍경, 한 시대의 획을 그은 진시황병마용경과 실크로드의 길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그리는 후이족까지, 그가 보고, 느끼고 겪은 사진에 관한 이야기와 사진들이 담뿍 담겨있다.
 
  에세이라 하기에는 사진이 풍성하고, 사진집이라 하기에는 인간과 사진에 대한 글이 돋보인다. 글과 사진, 한쪽으로만 이야기하기에는 둘의 조화가 자연스럽다. 낯설고 멀게 느껴졌던 사진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아무나 찍을 수 있지만, 누구나 사진을 찍는다고 말하기 어렵다 생각했었다. 작가의 이야기에는 공감하는 마음으로 피사체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무엇을 찍을것인지 명확히 하며, 소통하며 찍으면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증명사진이나, 면허증에 쓰이는 딱딱한 정면사진과 달리, 사람들의 얼굴에는 다양한 표정, 특히 웃는 표정이 많았다. 맑은 표정을 따라해보았더니, 기분까지 즐거워진다. 많이 친하지 않더라도, 맑고 밝게 웃으며 거리를 걷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언어를 다루더라도, 누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기쁨을 준다. 사진 역시,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많은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음을 느꼈다. 열화당 대표가 출간한『세상의 어린이들』 이라는 사진집이 생각났다. 맑고 순수한 사진이 풍성담긴 책이다. 사진에 대한 저자의 개성있는 이야기를 듣는 건, 덤이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