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다운 생활문화 일본어
오쿠무라 유지.임단비 지음 / 사람in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외국어를 익힌다는 건...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어를 능통하게 잘 이야기한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저 사람들하고 이야기하고, 보고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 이가 많다. 낯선 언어를 익히기 위해서는 그 나라 문화를 좋아해야 하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한국어와 다른 그 나라의 자음과 모음을 익혀 어느정도 발음을 쓰고 읽는데 익숙해지게 되면, 초급 단계를 뗐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중급, 단어와 친숙해져야 하고, 그 나라와의 문화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 소설과 같은 문화상품을 넘어, 배우고 싶은 외국인이 사는 고장의 풍속과 살아가는 모습을 궁긍해하고, 더 알고 싶어졌을 때가 중급에 한 걸음 내 딛었을 때라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교재라도, 한 권으로 그 나라의 언어를 익히는 일은 불가능하다. 좋은 외국어 교재는 한 권으로 많은 걸 알려주고, 해결해 주는 해법 모음집은 아니라 생각한다. 나의 한계를 알게 해주고, 그 다음을 꿈꾸게 하는 교재가 좋은 교재라 생각한다. 그럴려면, 배우려는 이가 자신의 수준을 알아야 하기에, 자신의 수준과 목표를 정하는 일이 어떤 교재를 선택하는 일보다 더욱 중요하다 생각한다.
 
  생활문화를 이야기하는 접근방식이 마음에 든 책이다. 가나다라를 익히고, 한국어사전을 옆에 끼고 외운다고 해도, 그나라의 풍습과 문화를 알지 못하면 회화실력이 늘지 않는다. 일요일 낮에 KBS에서 하는 가요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도 외국인이 보게되면 그냥 하나의 노래경연프로그램과 갈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옛날 오일장터에서 모여, 사람들과 흥정하고, 남사당패가 공연을 벌였던 풍속과 지금의 노래자랑의 모습이 닮았음을 생각해본다면 한국인만의 특유의 정서가 거기에 깃들여 있음을 알게 된다. 정보만으로는 문화를 다 설명하지 못한다. 문화에 대한 힌트가 책에 숨겨져 있는 이 책은, 일본어를 좀 더 깊게 공부하려는 이에게는 특별한 책이라 생각한다.
 
 
# 단어와 문장 사이에 숨어있는 생활 풍속들..
 
 
  히라가나와 가타가나를 떼고, 어느정도 일본어 어휘에 익숙해진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집안거리, 먹을거리, 자랑거리, 느낄거리, 큰일거리, 하늘거리, 놀거리 등 집안의 대화, 식당, 축제 등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10개의 테마로 잡아, 그곳에서 일어나는 단어와 문장들을 익힐 수 있게 정리된 책이다. 일러스트를 사용해서 눈에 쏙 들어오게 하는 단어설명과 회화문장을 바로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회화에 동사를 사용하는 일이 많은 것처럼, 동사에 대한 표현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문장을 통해 복습이 가능하다.
 
  일본에 매년 12월 초에 유행어 대상이라는 시상식이 있다는 사실과 분향하는 방법과 조전의 예와 문상하러 할 때 쓰는 표현이 다양하게 있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실제 걷고, 마시고, 이야기할 때 필요한 표현을 익힐 수 있어 좋았다. 기분이 나쁘다, 속이 나쁘다로 쓰이는 어휘가 싫은 말을 듣게 되었을 때와 숙취로 속이 좋지 않을 때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는 사실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놀거리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다른, 장기에 대한 설명이 있는 점도 독특했다. 생활문화의 특색에 맞게, 특징을 잘 잡았다고 할까. 깊은 내용은 또다른 책에서 익혀야 하지만, 생활의 결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간략하게 나와있는 점이 좋았다.
 
 
#  한 걸음 더 내딛고 싶은 이를 위한 책.
 
 
  단순히 일본을 여행하거나, 일본에 흥미가 있는 이 보다는, 일본사람과 좀 더 깊은 대화를 하고, 그들의 문화를 더 알고 픈, 중급 수준의 일본어 학습자에게 어울리는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에 나온 단어와 어휘를 안다고, 일본 사람과 모든 이야기를 다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원어민과 이야기하려면, 그나라의 생활문화에 대해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 생각한다. 자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에 용이한 책이기도 하다. 특히 1년 놀거리를 두고, 한 달에 하나씩 공부하다보면, 일년이 금새 지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매일 꾸준히 1시간씩, 공부하는 성실한 이에게는, 시간이 흐른 후 자신의 일취월장한 실력을 다지는데 큰 보탬이 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미도의 아이스크림 천재영문법 1 : 백살 공주와 일곱 아이돌 - 영재로 키우고 싶은 우리 아이에게 꼭 필요한 미국식 영문법
이미도 지음, 최진규 그림 / Faust(파우스트)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  아이들과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의욕은 넘치지만, 공부방법을 모르거나,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지닌 아이에게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방식으로 다가서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공부보다는 게임을 하거나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한다. 매우 많은 시간 책상위에 앉아서 지내야 하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일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재미있게, 스스로 공부하고 싶어하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쉽지 않다.
 
  많이 친해지지 않았을 때, 의욕만 앞서서 영어를 가르치려다 실패했던 경험이 있다. 촉박한 시간에 영어를 알려줘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과, 열의는 없고, 부끄러움이 많았던 아이에게 너무 시작부터 아이가 원하지 않는 부분을 시작해서 초반에 아이의 마음을 잡는 데 실패했었다. 외국어는 아무리 좋은 교재가 있더라도, 가장 기초적인 따라읽고, 반복해서 귀가 열리고 자신있게 말하는 연습을 하는 일을 게을리하면, 외국인과 대화를 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을 이기는 일은 어른이나 아이, 모두에게 쉽지 않다. 좋은 교재는 즐겁게 읽다보면, 어느새 내용이 머리에 들어와 있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아이스크림 천재영문법』은 딱딱한 문법을 이야기하지만, 아이스크림처럼 거부감 없이 영어와 친숙하게 다가서게 한다. 조금 더 빨리 출간되어서, 아이와 함께 이 책으로 공부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책을 읽고 처음 떠오른 생각이었다.


#  패러디와 애니메이션의 친숙함으로 딱딱함을 없애다.
 
 
  만화와 SF, 아이들이 친숙한 장르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과 만화, SF 등을 함께 이야기했을 때, 아이들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함께 무언가를 하는 시간을 지루해하지 않았다. 수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번역한 영어 전문번역가 이미도님의 책이다. 슈렉과 백설공주, 다양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의 다른 에피소드들이 서로 만나면서, 만화책을 읽듯이 재미있게 이야기에 빠질 수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이야기의 소재가 책의 첫 번째 장점이라 생각한다.
 
  집중력이 뛰어나지 않는 아이를 긴 시간 한 자리에 있게 하는 건 게임과 영화라 생각한다. 게임과 영화 모두에는,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 숨어있다. 무엇보다 스토리가 탄탄한 책이다. 백설공주와 마녀의 친숙한 대립관계를 활용해서, 영어울렁증이 있는 마녀를 영어를 사용함으로써 곤란하게 만드는 과정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GRAMMAR의 문법 7글자와 일곱난장이를 대응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맞춘점은 많이 캐릭터를 만드는 데 고심했다는 점을 엿보게 한다.
 
 
# 회화가 살아있는 영문법
 
 
  읽고 쓰기에 친숙한 영문법 위주로 공부했던 학창시절과 비교해보면, 최근의 영어교재들은 말하기와 의사소통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 생각한다. 회화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영문법의 틀을 제대로 아는 점이 중요하다. 영문법의 기초를 다지면서, 마녀와 백살공주, 일곱 아이돌과의 대화를 통해, 살아있는 회화표현들이 충실히 반영되어 있는 책이다. "Do not enter"라든지, "Go to the back of the line" 등 쉬운 표현으로 얼마든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문법에 벗어나지 않는 표현을 사용하여, 문법과 회화, 양쪽을 익히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1권에서는 전체 시리즈의 도입편으로, 아이들이 어떻게 공부하게 될지 미리 알려주는 책이다. 영문법에 관한 내용은 많이 줄이고, 왜 이 책이 아이들에게 영어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2권 명사편부터 시작되는, 단어을 통합해서 문장만드는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도 기대가 된다. 아이의 부모님이 아이의 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이가 이야기하는 시리즈 속 캐릭터와 전체 줄거리,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질문을 통해 창의력도 키워주고, 아이와 대화도 나누면서, 영어까지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다고 할까. 암기하고, 점수매기는 대화가 아닌, 아이의 말을 들어주고, 아이에게 많은 표현을 할 수 있게 많이 들어주는 멘토가 되어준다면, 꼭 영어가 아니더라도 아이는 부모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어 더 나은 생활을 하게 될거라 생각한다.
 
  귀엽운 조카와 함께 영어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만든 책이였다. 아이들과 놀아주려면 몸을 많이 쓰게 되어, 쉽게 지치게 되는데, 이 책을 통해, 아이들과 상상의 바다를 여행하면서, 영어지식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지루한 수업이 아닌, 즐겁게 아이들과 영어와 친숙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하는 책이다. 시작이 좋으면, 그 다음을 내딛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학교에서 내주는 수업에 힘겨워하는 아이에게, 영어에 대한 친근감을 갖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저자의 다음 시리즈가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ew York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
신유경 지음 / 사람in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뉴욕을 꿈꾸다.
 
 
  뉴욕하면, <SEX AND THE CITY>의 네 주인공이 생각난다. 쌍둥이 빌딩과 거대한 빌딩과 지하철에서 공연하는 예술가들도 떠오른다. 매우 비싼 집값을 내야하지만, 많은 이들이 뉴욕의 삶을 꿈꾼다. 『뉴요커』라는 책을 통해, 예술가들이 모여살던 소호가 이제는 쇼핑의 중심지로 변해버린 이유와 아직도 많은 예술가들이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이라는 부제가 마음을 끌었다. 여행지를 정하고, 쇼핑을 하는 그 과정을 책을 통해 들여다보고, 정보도 얻고, 무엇보다 살아있는 영어를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 살면 살수록, 뉴욕은 절대 만만한 도시가 아니며, 이 속에서 내 삶을 꾸려나가려면 스스로 더 강해지고 더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저자의 글도 좋았다. 뉴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뉴욕을 돌아볼 때 사용하는 어휘들이 MP3로 소개되어 있고, 가볼만한 곳의 정보가 담겨있는 책이다.
 

# 여행의 출발에서 종점까지.
 
 
  스토리가 갖추어진 책들이 유행하는 출판의 흐름에 맞게, 출국에서 입국의 과정까지의 순간들이 담겨있는 책이다. 호텔과 서블렛으로 머물 곳을 정하는 것부터, 먹고, 지하철과 택시, 버스 이용하는 방법과 다양한 쇼핑의 장소들과 저녁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장소와 야경과 미술관, 시장, 공원까지 빠짐없이 소개되어 있다.
 
  소소하지만, 알아두면 좋은 팁이 많은 점이 장점이다. 뉴욕의 오래된 아파트가 많아, 라면 물을 끓이거나  샤워만 해도 화재경보기가 울린다는 사실과 미국에는 아메리카노가 없다는 사실, 병에 담긴 물을 주문할 때, 유용한 유명한 브랜드 정도는 소소하게 다른 실제 상황에서의 회화에 도움을 주는 내용이라 생각한다.
 

#  짧고 간단하게!
 
 
  언어에는 자신이 이해하는 인지 언어와 실제 사용하는 어휘가 있다고 한다. 역시 인지하는 어휘는 어렵고 복잡한 단어가 많지만, 실생활에 사용되는 어휘들은 짧고 간단하다는 점을 배웠다. 짧고 간결한 어휘를 사용해서 자신의 의사를 전할 수 있는 이가, 가장 말을 잘한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확인했다.
 
  20대, 패션을 좋아하는 이가, 관광이나, 생활을 목적으로 만나면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인종이 부딪쳐 만들어 내는 문화공간은 한 번 쯤은 발로 걸으면서 다녀보는 것도 좋다 생각한다. 다양한 재료가 섞여 독특한 색과 맛을 내는 칵테일같은 매력이 넘치는 뉴욕을 상상을 통해, 여행 다녀온 기분이다. 빛이 강한만큼, 다니면 안되는 위험한, 그림자가 많은 공간이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어휘와 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이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꾸준히, 열심히, 반복해서 좋은 문장을 반복해서 익히는 일이 외국어를 익히는 가장 큰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다양하게 소개된 문화공간과 음식점을 경험한다는 꿈을 가지고, 열심히 익힌다면, 어느새 뉴욕을 거니는 자신을 만날거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워킹 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데이비드 K. 쉬플러 지음, 나일등 옮김 / 후마니타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  당신이 성공을 꿈꾸는 동안에, 늪에 빠진 사람들.
 
 
  경계 계층이 있다. 절대 극빈층도 아니고, 중산층도 아니다. 차상위 계층이라는 이름으로, 더 지원을 받지 못하면 극빈층으로 떨어지는 계층에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경계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의료보호 및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임금의 일을 하여, 생활고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워킹푸어라 부른다.

  살려고 발버둥 치지만, 늪에 빠진 것처럼 열심히 노력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진보와 보수도 외면해버린 경계선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기회의 땅으로 보이는 미국의 어두운 풍경들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나라의 현실과 겹쳐보인다.
   
 
#  지원을 받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다.
 
 
  미국은 집과 학교, 자동차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매우 긴 할부를 통해, 적은 돈을 가지고 있더라도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빚은 꾸준한 일을 했을 때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서, 아프거나, 큰 돈을 써야 할 일이 생기거나, 일을 못하게 되면, 늘어나는 이자와 함께, 생활이 힘겨워진다. 충분히 열심히 일 하지만, 정부의 보조금의 세무조사의 폐혜와 거대한 기관이 개인에게 부과하는 수수료 등의 부당행위를 통해, 가난한 이들의 적은 돈은 더욱 줄줄이 새 나간다. 절망의 마음을 채우기 위해 로또는 불티나게 팔리지만, 결국 돈과 힘을 가진 기관들의 배만 불러주는 놀이 일 뿐이다.
 
  세금고지서의 오류에 상처를 입고, 지원을 받는 일을 포기하는 데브라를 들여다보면, 지원을 받기 위해서 갖추어야 하는 서류들에도 수수료가 필요하고, 은행을 이용하기 위해서도 수수료가 필요하다. 가난한 이들에게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이 늘 한가지 문제만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다양한 해결책이 동시에 해결되지 않는 이상 그들은 경계와 그 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화려해 보이는 미국의 이면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리는 이들이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다. 한국 역시, 아직은 의료보호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여러가지 정책면에서 청년이나, 저소득층이 자활을 하고 싶도록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은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행정편의적인 보여주기 위주의 정책은 많다. 하지만, 빈곤에 처한 이들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시행했던 정부주도의 사회적기업 지원사업 역시, 그들의 정책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능성과 희망이 보이는 사업도 탈락시켰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현실과 마주치게 된다.
 
 
#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을 위한 책.
 
 
  어떤 사회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자기 회복 능력을 확인해 보면 된다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 사회 고유의 문제가 드러났을 때, 정부와 기업과 여러 자선사업 제도를 살펴보면, 그 사회의 힘을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경계에 선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뭐가 있을까. 희망근로사업을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체계적으로 5년, 10년을 보고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은 없는 걸까. 찾아보고 살펴보지만, 밝아 보이지 않는다.
 
  좋은 사회는 어떤 상태이던 간에, 지금 열심히 노력하기 시작하면,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 희망이 보이는 사회라 생각한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관계 없이, 아픈 사람은 치료받을 수 있고,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교육받을 수 있고, 힘든 상황에 처한 이들은 도와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함을 느낀다.
 
  성공을 꿈꾸는 사람일수록, 이런 책에 시선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사람일수록, 경계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생각한다.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더라도, 도움을 받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회, 좋은 지도자가 그런 사회를 만들어준다 생각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낮은 자리에 있는 이들을 살펴보고, 사회의 모순에 주목하려는 노력을 잊지 않는 마음이, 선거에 표로, 여론조사에 지지율로, 이어질거라 생각한다. 제발, 투표를 하려는 마음을, 함께 살려는 노력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 - 6만 입양아의 주치의이자 엄마였던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50년 의료일기
조병국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  울지 않으려 했는데...
  
  
  대학시절 토론에 참여했을 때, 입양아의 실태를 접했다. 낙태에 관한 자료를 찾다, 미혼모에 관한 자료를 발견했다.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살아갈 형편이 되지 않아, 집단생활을 하거나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입양에 대해 긍정적이고,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언론과 사회의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비밀입양이 많고, 파양의 상처가 한 번 상처받았던 아이에게 또다른 시련과 아픔으로 남겨져 있음을 배웠다. 행정편의적인 법제도와 그를 악용하는 사람들, 사랑을 먹고 자라나는 아이에게 가혹한 현실 등은 무력함이 무엇인지 생각나게 한다. 

  좋은 사회는 약자를 밟거나, 내가 약자가 아님을 위안하며 살아가기보다, 약자도 주변의 배려가 있다면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사회이다. 가진것이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입양을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이를 만나면, 또다른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는 찬사와 격려의 말 뿐이다.
 
  울지 않으려 했다. 슬픔으로 감상에 젖고 싶지 않았다. 프롤로그에 실린 작은 글 하나가 눈물샘을 자극했다. 울다가, 눈물을 닦아냈기를 되풀이한 책이다.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해 엄마의 따스한 손길을 받지 못했지만, 저자와 같이 따스한 온기를 전하는 선한 이들이 많아, 많은 이들이 사랑의 힘으로 기적을 하나씩 만들고 있다 생각한다.  

  50년을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헌신을 다했던 저자의 이야기다. 수많은 사연속에서 가려뽑은 사연들에는 진심과 따스한 마음이 스며있다. 깎지를 껴서 왼쪽이 올라가는 이가 아니더라도, 저자의 사연에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들어있다.
 
 
#  사랑, 엄마, 고마움.
 
 
  엄마의 사랑은 절대적이다. 세상에 태어나 나만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는, 내게 생명과 같은 음식과 보살핌과 관심과 애정의 손길을 전해주는 엄마. 다양한 사정에 의해 엄마가 없는 이에게 홀트 아동복지회 부속의원에서 50년간 일했던 저자와 사랑의 손길을 전했던 이들이 있어, 해외입양과 국내입양 등 다양한 아이들이 집단생활에서 벗어나 가정에서 생활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농촌에서 농부가 피땀흘러 키운 곡식들이 다양한 유통과정을 거쳐, 다양한 보이지 않는 손길을 거쳐, 밥상위에 올라오는 것처럼, 한 아이를 입양을 보내기까지, 다양한 사연과 다양한 과정, 다양한 사랑의 손길이 있었기에 가능함을 알았다. 공개입양을 하지 못한일이 아이에게 두번째 상처로 다가오는 일과 함께, 말하기 못해서 마음에 늘 짐을 두고 살아온 위탁모의 마음은 입양에 대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도 입양아와 나와 다른 환경을 지닌 아이에게 관대하지 못한 사회의 풍경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23편의 이야기에는 입양아의 건강을 돌보면서 생겨난 안타까운 사연과 50년간 변화한 입양의 풍경들, 가난했기에 지켜주지 못해 무력했던 안타까운 사연과 기적처럼 다른 아이를 볼 수 있는 희망을 전해주는 다양한 사연들이 소개되어 있다. 자신과 함께하지 못했던 친부모를 찾기 위해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입양아와 부모들이 만나는 안타까운 사연에는 마음이 아팠다. 선진국에서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우호적인 시선과 비교대는 국내의 사정에는 마음이 안타까웠다. 모른척 하는 순간, 누군가는 냉정함에 한 번 더 상처를 겪어내며, 살아감을 느꼈다.
  
  각박하고 힘든 세상이라지만, 내 인생을 돌아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여기가 세상의 끝인가 싶을 때 누군가 내미는 다스한 손, 그 작은 온기가 세상살이에 큰 힘이 된다는 걸 안다면, 그리고 내 손에도 누군가를 데워줄 온기가 있다는 걸 안다면 세상살이도 조금은 녹록할 거라고 생각해 본다.
 
  가장 좋았던 건, 프롤로그 마지막에 담긴 저자의 말이였다. 각박하고 힘든 세상이지만, 누군가의 작은 온기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고, 내 손에도 그 작은 온기가 있다는 말, 내게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50년을 헌신한 저자와 저자 못지않게 긴 세월을 타인을 위해 헌신한 이가 있기에 세상이 아직 따스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겨울에 어울리는 소설이다. 따스한 손길과 체온, 대가를 바라지 않는 작은 배려가, 누군가의 하루를 행복하게, 어쩌면 평생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줌을, 저자의 삶을 보며 배웠다. 몸으로 쓴 글이기에, 가슴에 뜨겁게 다가온다. 잃어버린 눈물을 찾고 싶은 이에게, 따스한 손길을 잊고 싶지 않은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