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
이현주 지음 / 작은것이아름답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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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와의 추억.
 
 
 
  일제시대에 일본에 가서 탄광에 가셨던 외할아버지는 자수성가한 스타일이었다. 많은 이야기보다 현실적으로 중요한 몇 마디만 말씀하셨다. 그땐 몰랐지만, 꼭 알아두어야 했던 이야기들이었다. 지식을 많이 알려주지 않으셨지만, 많이 욕심내지 않고, 스스로 땀 흘려 농사를 짓고, 절약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살아가다 보면, 욕망에 솔깃해서, 더 큰 욕심을 위해 다른 것들을 외면하려는 생각이 마음이 스미기도 한다. 땀 흘려 일하시는 모습이, 마음에 보석처럼 남아,  나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었음을 깨달았다. 진부한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꺼내는 이유는 첫째는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라는 책의 저자가 할아버지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할아버지가 살아 지혜로운 말씀을 하신다면, 이런 이야기를 하셨을 거란 생각이, 읽는 내내 떠올랐기 때문이다.
 
 
#  어렸을 때, 할아버지에게 묻고 싶던 질문들이 담겨있다.
 
   
  아이들이 손글씨로 질문한 내용을, 저자인 할아버지가 손글씨로 하나하나 답을 했다. 손으로 쓴 마음들이 오고가며 쌓여간 따뜻함이 가득한  책이다. 집중력, 변덕스러운 마음, 계획을 지키지 못하는 자신, 커서 뭘 하게 될지 궁금하다는 등 아이이기에 할 수 있는 많은 질문들이 동심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했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호기심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질문하는 일을 잊고 산다. 질문을 해 봐야 들리지 않는 답변에, 지친 마음이 오랜 시간 쌓였기  때문이다. 질문을 할 여유와 낭만이 사라진 자리에는 권태와 우울의 기운들이 일상을 차지한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다른 어른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몰라도 돼, 나중에 크면 알게 될거야’라는 대답만 들었던 질문들의 답변들은 내 안의 어린아이를 다독이게 했다. 할아버지가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읽어갈수록 다음이 궁금한 책을 만나기 어렵다. 읽을수록, 어떤 이야기로 아이에게 대답을 해 주었을까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다.
 
 
# 친절한 할아버지의 대답에는 지혜가 스며있다.
 
 
  질문을 대하는 대답의 시선이 좋았다. 그래, 당연히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어. 할아버지는 이렇게 생각해로 이어지는 친절한 답변에는 아이를 한 사람의 인격으로 존중하는 지혜가 스며있다.
 

  무슨 일을 하다가 싫증이 나면 금방 그만두게 된다고? 그게 뭐 어때서? 싫증이 나는데도 억지로 계속하는 것보다는 그만두는 게 훨씬 낫다고 나는 본다. ... 네가 하고 싶고 하면 할수록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그 일을 하면 될 것 아니냐? .. 요즘은 사람마다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는 쪽으로 세상이 바뀌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그점에서 너희가 우리보다 행복하게 살 가능성이 더욱 많고 따라서 세상은 지금보다 더욱 좋아지고 재미있어질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우선 계획을 세웠으면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빈틈없이 그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버리는 게 좋겠다.
 
  내가 별 짓 다해도 남의 마음을 내 맘대로 돌리거나 바꿀 수는 없는 일이거든. 많은 사람이 이 점을 잘 모르는 것 같더라. 그래서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왜 내 마음을 몰라주고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느냐고 화를 내거나 상대를 미워하기 까지 하는데, 그것은 사과나무한테 배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만큼이나 억지를 부리는 거야.
 
  내가 보기엔 넌 바람직한 질문을 하고 있다. 그래, 그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렴. 그것이 너를 훌륭한 사람으로 이끌 테니까.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네가 찾은 ’대답’이 아니라 그의 가슴에 묻혀있는 ’질문’이라고 나는 생각해.
 
  "사람이 잘못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그것을 감추고 고치려 하지 않는 것이 진짜 잘못이다."라는 옛말이 있단다. 우리 모두 ’진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되어보자꾸나.

 
  탄복할 만한 특별한 대답은 없다. 쉽게 다가서는 여유로움과 따스함이 가득한 책이다. 한 호흡에 읽어보게 하는 화법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아이의 질문에 답할 때, 어떤 시선에서 답해야 하는지, 내가 잊고 사는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한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그의 가슴에 묻혀있는 질문이라는 말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 살아가면서, 고민해야 할 질문과 대답을 얻을 수 있어, 독서하는 시간이 즐겁다.
 
  환경을 생각해 숲을 살리는 재생종이를 쓰고, 표지에 코팅을 하지 않은 책이기도 하다. 국내 종이사용량의 24프로가 책을 만드는데 쓰인다. 재생종이를 사용하는 책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런 점에서 환경친화적인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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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 고종석의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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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의 삶에 친화적이고, 호의적인 저자가 쓴 여성 인물 이야기.
 
 
  시대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의식이 먼저 변하고, 제도와 사회통념은 그 다음에 많은 갈등과 사건들을 거친 후 변화한다. 오랜 시간 남성우위의 문화에 젖어있기에, 남녀평등이 바른 방향이라는 걸 알지만, 현실에서는 동등한 조건에서 남성의 삶이 더 가산점을 받는 부분이 있고, 남자이기에, 기득권을 가졌다는 이유로 더 많은 짐을 져야 할 때도 있다. 성은 남녀로 나뉘지만, 현실에서는 부와 건강, 재능과 노력의 차이로 다양하게 갈리기 때문에, 남녀의 우월함을 놓고 다투기보다 남녀의 역할과 방향설정에 대해 논의하는 걸 좋아한다.
 
  역사의 영역에서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기는 쉽지 않다. 문자가 기록된 이후로 많은 남성들이 역사의 필자로 참여했고, 여성에게는 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역사에 기록되는 행운을 지닌 여자는 주로 극단의 역할을 맡았던 이라는 저자의 견해에 동의하는 이유이다. 사회의 제도의 틀을 지나치게 순응하거나, 항거하여 벗어난 이만이 숭배와 매도의 대상으로 기록될 뿐이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자의 삶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고, 어머니에 대해서 강한 애정의 손길이 가득했다 생각한다. 남성을 낳아준 이가 어머니이기 때문일까? 충효를 강조했던 사상의 영향도 있다 생각한다.
 
  역사인물만 다루었다든지, 예술가만 다루었다든지, 특정 장르의 여성 인물이 주인공인 책은 만나보았지만, 시대와 생존의 유무를 뛰어넘어 다양한 여성들을 다룬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역사속의 여성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영화, 소설에서의 여성도 작가의 눈길에 끈 여성은 에세이의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작가의 편향적인 시선과 여성 친화의 시선이 담기었지만, 예찬의 일색에서는 벗어난, 지나치게 편파적이여서, 공정함을 잃지 않은 에세이가 가득한 책이다. 편향적인 시선을 통해, 한 시대를 살았던 여성의 삶과 함께,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도 함께 읽을 수 있다.
 
 
#  인물을 평가하지 않는다. 그녀들의 삶을 재조명하다.
 
 
  비타협적, 혁명적, 국제주의적 사회주의자이면서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자유를 존중했던 로자 룩셈부르크를 시작해서, 강금실 변호사까지 34명의 여성이 책에 등장한다.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여성들을 저자의 글을 통해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권력의 반대파에게는 냉혹했지만, 민생과 권력의 기반을 다지는데는 능숙했던, 당의 전성기의 초석을 놓았던 무 측천과 펜을 통해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자 오리아나 팔라치, 관점에 따라 역사상 최초의 소설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겐지 이야기의 저자 무라사키 시키부와 천일야화의 주인공 세헤라자데까지,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여성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여성은 이러이러 해야 한다는 계몽의 시선이 없는 점이 가장 좋았다. 역사적 이야기의 루머를 통해, 사치를 일삼으며 멍청했던 여인으로 낙인찍힌 마리 앙투아네트의 루머를 벗겨주고, 단두대와 혼란의 시대 폭동으러 변해버린 혁명의 잔혹함을 인식하게 하는 부분이 좋았다. 어떤 도덕적인 선을 정해서 인물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을 선택과 시대의 상황을 보여주며, 그 인물의 결을 드러나게 하는 이야기의 방식에 끌렸다.
 
 
#  동의하고 부정하다 보니, 지나가버리는 시간들.
 
  
  책을 읽다보면, 그녀들의 삶을 바라보는 저자의 가치관과 만나게 된다. 독선적인 마더 테레사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 다른 점을 발견하였다. 신의 존재에 헌신하지 않고, 끊없이 회의하면서 자신의 믿음을 향해 투쟁한 그녀를 존경하는 그의 평가에는 동의하였다. 요네하라 마리에 문체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 점에서는 분노의 기운이 솟아났지만, 살아있었다면 그녀를 만나고 싶다는, 그녀의 충실한 독자라는 점은 바라보는 시선이 비슷하였음을 느꼈다. 진솔한 문체를 좋아하는 나와 상투적인 문체를 싫어하는 저자와의 차이를 통해, 한 인물을 대해 저자와 카페에서 논쟁하는 기분이었다. 서로 다른 시선을 통해, 각자의 현재의 위치를 바라보게 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게 되는 부분이 책을 읽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점이라 생각한다. 독자를 압도하지 않고,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는 방식에, 상대의 자유를 인정하는 자유주의자의 기운이 느껴졌다.
 
  저자가 언급하지 못한, 많은 여성들이 있다. 여성 최초의 대통령, 여성 최초의 학장, 여성 최초의 검찰 등 여성 최초라는 말이 뉴스에 등장하지 않을 때, 진정한 남녀평등이 시대가 시작된다는 생각을 했다. 책과 자료조사를 통해, 좀 더 알아보고 싶은 여성들이 많아졌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서른 네명의 여자들에 대한 생각들이 독자들의 흥미를 끌고, 그 생각이 깊이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자의 생각은 흥미로웠다. 깊이는 앞으로 경험과 지혜가 쌓여갈수록, 조금씩 깊어질 것 같다. 다양한 생각을 던져주는 책이다. 여성 우월과 남성우월의 시각을 지닌 이가 아니라면,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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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독서본능 - 책 읽기 고수 '파란여우'의 종횡무진 독서기
윤미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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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는 매혹적이다.
 
 
  책과의 만남은 우연의 연속이다. 약속 시간이 비었을 때, 기다리는 시간동안 만난 책을 두고 올 수 없어 구매하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책이 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내 손으로 고른 책과의 만남도 애틋하지만, 지인이 권해주는 책이 내 마음에 들었을 때는 특별한 추억으로 남는다. 친구가 들려주는 재미난 이야기에 흠뻑 빠져 영화를 보러 갔는데, 결국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적이 있다. 이야기가 너무나 재밌어서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할까. 훌륭한 리뷰어의 글에는 그 책을 보지 않으면 안되게 만드는 매력이 스며있다. 설사 그 책이 재미없더라도, 그가 읽고 남긴 글이 너무 좋아,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읽을 수 밖에 없는 리뷰어가 있다.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난 아마추어 리뷰어들의 글에는 출판사와 자본의 이해관계가 들어있지 않아, 더욱 자연스럽게 책을 만나게 된다.
 
  저자는 알라딘에서 유명한 리뷰어 중 한 명이다. 5년간 천권의 책의 서평을 쓰고, 고향에서 염소를 키우며 책을 읽고, 글을 남긴다. 로쟈님을 비롯한 쟁쟁한 리뷰어들이 그녀의 지인이기도 하다. 로쟈의 글을 좋아하기에, 그의 추천글을 보고 읽게 된 책이다. 도저하고 거침없는 추천의 말처럼, 글에 드러나는 생각은 명징하다.
 
 
#  책도 소개받고 그녀의 추억을 함께 만나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그녀를 책의 세계로 이끈 한 권의 책이다. 한 권의 책이 다른 책을 만나게 하고, 그 책들이 쌓여가며, 독자의 인생은 변화한다. 생각하고 고 민하고 움직이는 책, 책의 본분이라 생각하는 그 정의에는 그녀가 책을 바라보는 관점이 스며있다.
 
  아쉬움과 칭찬이 공존하는 책이다. 따스한 애정의 손길이 지나치다 싶을 때면, 아쉬움으로 그 균형을 맞추고, 부족하다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책에서도 장점을 놓치지 않는다. 자신의 삶의 흔적을 책을 통해 풀어내어, 책도 소개받고, 그녀가 걸어온 삶의 궤적과 생각도 함께 만나는 기분이다.
 
  책을 좋아하지만 책의 흔적을 고민하는 독자로서, 그녀가 소개하는 책도 좋았지만, 파란여구가 생각하는 책, 내 것으로 만드는 서평쓰기, 좋아하는 국내, 국외 도서, 국내, 국외 작가 헌책방 이야기 같은 글이 더 좋았다. 한 명의 리뷰어가 생각을 정리하고, 어떻게 글을 만들어가는지의 과정을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리뷰와 글을 쓰려는 이에게는 충분한 책의 값어치를 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노하우를 소개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작가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라 했을 때, 그 첫 시작이 잘 이루어졌다 생각한다.
 
  염소를 치는 것만으로 생을 살아가기 힘들기에, 책을 내는 일에 동의했다는 그녀의 말에서 농촌의 힘겨움이 느껴진다. 책이 많이 팔려, 그녀의 마음을 따듯하게, 생활을 좀 더 나아지게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그 힘으로 농촌에 힘도 불어넣었으면 하는 마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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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뿔 - 이외수 우화상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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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의 시대,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다.
 
 
  욕망의 시대에 살고 있다. 생각대로, 원하는 대로, 꿈꾸는 대로 세상을 살라는 메시지가 TV에 책에, 신문에 가득하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욕망을 근거로 성장하는 자본주의 사회이기에 욕망을 자극하는 내용들이 세상에 가득하다. 욕망이 사라진 공간에 맑은 마음이 들여차고, 맑게 개인 눈에서는 만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내가 먹을 것, 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대상이 아닌,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눈으로 보는 시선을 가진 이에게는 세상은 또다른 배움의 공간으로 다가온다.
 
  욕망의 시대,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일은 사치스러워 보인다. 그렇게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면 배고파 죽기 딱 좋다는 이야기가 세상을 떠돈다. 실제로 저자는 젊은 시절, 지독한 가난에 빠져 힘겹게 살아온 경험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젊고 건강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기를 꿈꾼다. 저자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절대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발언의 뒤에 그가 겪었을 기나긴 가난의 시절이 느껴졌다. 모든 걸 잃어본 사람이 많은 걸 얻을 수 있다는 말처럼, 가장 낮은 자리까지 겪어 본 저자의 이야기이기에, 소설보다 그의 생각이 담긴 산문을 좋아한다. 선과 악을 나누고, 남을 가르치려는 듯한 작가만의 필체가 거북하지 않는 이에게는, 저자의 글은, 세상의 삶에 빠져, 무언가 잊고 살고 있는, 세상에서 벗어나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영혼의 숨결로 바라보는 추상적인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  글이 아닌,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책.
  
 
  우화상자인데 우화의 의미가 다르다. 동물을 빗대어 한 이야기가 아닌, 동물을 빗대어 그린 그림 상자라는 메시지에서 현실을 살짝 비튼 여유가 보인다. 춘천의 의암호 아래에 사는 물벌레와 도깨비가 주인공이다.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하는 물벌레와 외모가 아름다운 금붕어, 의암호의 무적생물 베스와 다양한 물고기들이 부딪치는 이야기를 통해, 아름다움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춘천을 배경으로 해서, 춘천에서 일어나는 행사인 마임축제와 다른 여러가지 이야기들도 소개된다. 군대를 마치고 나서, 춘천에 갈 일이 있었는데, 그때 이외수씨의 문학작품이 소개되어 있는 길을 거닌 적이 있다. 지금은 홍천 감성마을에 살고 있지만, 한때 춘천에 머물렀던 작가의 춘천에 대한 사랑이 함께 느껴지는 책이기도 하다.
 
 
#  내면의 아름다움을 지닌 이는 영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육안과 뇌안, 심안과 영안, 사물을 보는 네 가지 시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과 하나를 보더라도 육안의 눈으로 보면, 침이 고이고 사과를 먹는 일이 음식물을 사랑하는 일이 된다. 뇌안의 눈에 사과는 탐구의 댕상이지만 본성에 이르지 못하고 현상에 머물러 있다. 심안의 눈을 지닌 이는 사과를 보면 감동한다. 사과 속에 들어있는 시와 하나의 사과에 들어있는 사과와 은총을 보게 된다. 진정한 예술은 심안에서 출발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영안의 눈으로 사과를 바라보는 이는 깨달음을 얻은 인간이다. 신의 본성과 우주의 본성과 자신의 본성과 사과의 본성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알고 있다. 삼라만상이 사랑으로 가득 차 있음을 깨달은 이의 눈이다.
 
  
  오늘 그대가 흘린
  슬픔과 고통의 눈물이
  내일 그리운 이의 가슴에
  사랑의 감로수가 되리라.
 
 
  아름다움을 알고, 세상을 사랑으로 바라보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 늘 마음은 맑음을 꿈꾸지만, 현실은 많은 갈등 속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욕망과 갈등에 고민하며 살게 된다. 욕망이 이끄는 삶을 쫓는 현대사회의 풍경을 물고기 속의 물벼룩을 통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우화집이다. 이야기보다 그림을 더욱 강조한 책이기도 하다. 2001년 출간된 책에 컬러의 색을 입힌 재개정판이다. 디자인과 색감을 중요시하는 이에게는 개정판도 나쁘지 않다 생각한다.
 
  맑은 호수 옆에서 읽으면 좋은 책이다. 속도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을 때, 책을 통해 생각을 다시 한 번 가다듬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문화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미국과 서양 문물의 극심한 유입을 우려하는 시선이 가득하다. 독특하게 많은 부분이 피씨통신체인 맞춤법에 어긋난 글로 채워진 책이기도 하다. 규칙을 잘 지키는 이의 의도적인 일탈의 이유를 한 번 더 곱씹어보게 된다., 담백한 기운이 가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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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경제학 1 - 부동산의 비밀 위험한 경제학 1
선대인 지음 / 더난출판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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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거품이라는 종기는 점점 커져가는데...
 
 
  경제가 어렵다. 정부에서 돈은 많이 풀고 있지만, 경기가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금리는 내렸다고 하는데, 서민들이 대출하려면 금리는 매우 높다. 정부가 푸는 돈은 다 국민의 세금인데,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버블을 간신히 막는 모습으로 보인다. 언론에서 부동산 위기에 관한 기사는 보이지 않는다. 올해부터 10년간 해마다 만개의 아파트에 살 집이 생겨난다. 집은 늘어나는데, 집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이상한 현상은 어찌된 일일까?
 
  저자는 이 원인을 기득권을 위한 정부의 정책과 언론의 잘못이라 지적한다. 만능청약통장과 극심한 경기부양책이 결국 부동산은 내리지 않을 거라는 기대로 가득한 사람들에게 마지막 희망을 안겨줘, 결국 마지막 폭탄 던지기를 하는 셈이라 이야기한다.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서 우려했던 부동산의 위기는 서브프라임으로 한 번 집값의 하락을 안겨주었지만, 다시 집값은 반등 및 보합세인 셈이다. 노무현 정부도 막지 못했던 부동산 집값의 상승이 한계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면, 집값의 절반을 대출로 받아 갚아나가는 집을 구매하려는 마음을 접자고 강력하게 이야기한다.
 
 
# 일본의 버블 쇼크에 대한 친절한 비교.
 
 
  지역의 난개발과 건설업체를 지원하는 여당의 정책에 의해 커지던 버블경제가 붕괴되는 1991년부터 일본의 버블 쇼크의 충격으로 장기간의 경기침체의 길을 걷게 된다. 가격은 내려가지만, 계속 아파트는 공급되고, 정부는 최선을 다해 건설업계에 지원했지만 결국 문제를 해결하진 못했다. 인상깊은 점은 일본의 집값이 빠지는 과정이 한번에 쑥 내려가는 곡선을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번 내렸다가 다시 반등했다가, 그 다음에는 다시 올라오지 못하는 완곡선의 미끄럼틀을 타는 곡선이, 우리나라가 겪어야 할 부동산의 곡선의 미래를 보는 느낌이다.
 
  부동산과 경기지표에 대한 전망을 빼더라도, 전직 신문기자로서 말하는 한국신문이 속이는 법은 서민들은 꼭 읽어볼 만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민주화 이후 광고주의 압력을 받게 된 신문의 현실은 광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기득권 지향적 보도 -> 구매력 있는 독자층 확보 -> 고가의 기업 광고 유치    ->  기득권 지향적 보도로 이어지는 왜곡된 순환구조의 현실을 상세하게 들려준다. 거액의 돈을 받는 CF 모델의 아파트 광고를 볼 때, 거기에 소요되는 광고비가 결국 분양가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은 쉽게 잊어버린다. 종부세와 언론통폐합등 언론의 이해관계와 신문의 보도를 보면, 이런 현실에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  상식이 무너진 사회를 살기 위해서는...
 
 
  카지노에 처음 입장했을 때, 처음에는 대부분 돈을 딴다고 한다. 그 돈을 땄던 기분에 취해, 계속 게임을 하게 되고, 결국 본전도 못 찾고 나오는 이가 많다. 주식이나 부동산 모두, 계속 상승할거라는 기대로 시작하게 되면, 결국 손해를 보고 만다. 부동산 역시 이제까지는 계속 상승했지만, 이제 거품이 조정되는 시점이 다가올거라 생각한다. 상식이 무너진 사회에 살고 있기에, 상식이 벗어난 여러가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생각한다. 불안한 마음으로 언제 거품이 꺼질까,
 
  이제 빠지면 손해볼텐데라는 마음을 접고, 집 가격의 50프로가 넘게 대출받아 집을 사는 일은 이제 벗어나는 일이 맞다 생각한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고, 사람의 가치에 대한 가격이 높아질 때, 우리 경제도 활성화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GDP나 수출을 많이 한다고 해서, 실제 서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실제 서민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과 배려가 함께 할 때 우리경제도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갈 거라 생각한다.
 
  이미 막차를 탄 사람에게는 한 번 더 고민을 하게 만들고, 20-30대 이제 집을 구매하게 될 세대에게는 한 번 더 기다림의 고민을 하게 해 주는 책이다. 가능하면, 집은 천천히 늦게 사고, 집으로 돈 벌 생각은 안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익을 보는 그 돈만큼 누군가는 돈을 잃는 제로섬게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현명한 투자를 하는 이들이 많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사는 88만원 세대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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