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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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교통경찰의 밤


#  운전석에 앉으면 성격이 바뀐다.
 
 
  은행업무를 볼 일이 있어, 어제 아버지와 함께 차를 타고 시내로 나섰다. 평소 차분하고 말씀이 없으신 아버지이지만, 운전석 앞에 앉으시면, 작은 일에도 크게 예민해지신다. 지하 주차장에서 지상으로 이어진 길로 가던 중, 반대편에서 나오는 차와 마주치게 되었다. 뒤로 물러나시는 아버지와 달리, 상대편 차는 주차공간이 보였는지, 시간을 끌면서 주차를 다 시켰고, 아버지는 속이 상하셨는지, 표정이 좋지 않으셨다. 지상으로 올라와 좌회전을 해야 할 상황이 되자, 또 맞은편에서 온 차가 빈자리가 하나 남았는지 또 주차를 하며 시간을 끌었다. 그리고 다음 차 역시 자신이 먼저 진입하려고 차를 먼저 들이대었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이런 상황들을 매일 만나면서 살다보면, 아무리 넓은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도 화가 울컥하면서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욕을 하시려는 아버지를 달래기 위해 진땀을 뺐다. 사실, 아버지에게는 화를 내지 않는게 좋다고 말했지만, 마음 속에는 불쾌한 마음이 가득했다.

   
  진입에 대한 사소한 문제에서도 감정이 얽히는데, 한쪽의 과실로 인해 나타나는 교통사고에서 우리는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을까. 『교통경찰의 밤』에서는 빈번하게 일어나는 교통사고의 진실을 들여다보며, 교통사고는 쉽게 누구나 저지를 수 있고, 교통사고 앞에서 진실을 가려내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지 깨닫게 한다. 단편적인 사실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기심, 그리고 법규라는 장벽에
놓인 이점을 약삭빠르게 활용하는 사람들, 자신의 부주의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교통법규와 교통사고에 우리가 얼마나 취약한지 돌아보게 한다.
   
   
#  도로 위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
   
   
  운전면허를 딴지 얼마 되지 않았다. 차를 타게 되면, 운전자들이 어떻게 운전을 하는지 옆자리나 뒷자리에서 지켜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어, 도로의 상황들을 잘 지켜보고 있다. 규정속도는 60인데, 다들 80으로 달리게 되면, 단속카메라나 경찰관이 없는 이상, 교통법규를 지키기 보다, 주변 사람들의 흐름에 맞춰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고 있다. 때로 초보이거나 묵묵하게 속도를 낮춰 가는 사람을 보면, 운전자들은 답답해 하고, 급한 일이 있을 때는 나 역시, 마음이 급하기도 했다. 반대로 몸이 좋지 않고, 천천히 달리기 좋아하는 운전자의 차에 타고 있을 때는, 커브 길에서 위험하게 추월하는 차를 보았을 때, 사고의 위험이 느껴져 두려웠다. 사고는 뭔가 큰 잘못을 해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짧게 생각해서 지금을 빨리 넘기려는 생각에 빠지는 순간 일어남을 느꼈다. 내가 아무리 안전운행을 해도, 뒤에서 큰 속도로 달려오는 차가 박아버리면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매우 불안하고 위험한 상황이지만, 다들 무덤덤하게 또 하루를 살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초록색인지 빨간색인지 신호등의 색에 따라 가해자가 결정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천사의 귀』에서는 목격자의 발언의 중요성과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밀도있게 지켜볼 수 있어 좋았다. 선의로 운전하는 사람이 있어도, 악의에 넘치는 사람에 의해 충분히 가해자로 몰릴 수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분리대』에서는 인간의 어두운 내면과 자신의 목숨을 걸고 법률의 경계를 넘기면서까지, 가해자에게 보복하는 피해자의 분노가 전해졌다. 교통경찰에게는 많은 업무 중 하나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인생의 진로가 바뀌는 중요한 문제라는 점도 함께 떠올랐다.

  
  『위험한 초보운전』에서는 저속으로 움직이는 차량에 위해를 가한 남자가 살해자로 몰리는 과정을 통해, 살인미수 못지 않게 다른 차를 압박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생각했다.  『불법주차』에서는 내 자신의 편의를 위해 잠시한 불법 주차가 만드는 최악의 상황과 대면했다. 『버리지 마세요』에서는 운전석 창 밖으로 던지는 깡통이나 담배를 던지는 일의 위험성이, 『거울 속에서』에서는 생활습관의 차이가 만드는 사고의 위험과 사랑하는 이를 지켜주고 싶은 남자의 마음이 전해졌다.
 
 
#  오늘도 안전운행 하고 있습니까?
 
   
  운전을 할 때 롤모델로 삼고 싶은 운전자가 두 명이 있다. 방어운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신 아버지의 섬세한 운전습관과 신장이식을 두 번이나 받은, 지인이다. 지인은 조금 늦더라도 과속하지 않고, 뒤에 차가 바쁘다고 추월하려하면, 그냥 추월하도록 자리를 내어준다. 처음에는 너무 느린 것 같아 답답했었다. 하지만, 룰을 어기면서 바쁘게 달려가던 차가 큰 사고가 나서 병실에 오래 있는 모습과 타인의 교통사고를 막을 순 없지만, 내가 현명하게 대처하면 사고를 줄일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현상을 목격하면서 속도를 즐기며, 아슬아슬하게 조금 더 빨리 도착하기 위해 달리는 운전보다, 조금 느리지만 여유있게 안전한게 달리는 운전습관이 중요함을 느꼈다.
 
  『괴짜 경제학』에서 무인 베이글 판매기를 10년 이상 운영했던 이의 통계에 따르면 87프로의 사람은 선량하게 규칙을 지켰다고 한다. 도로 위에서 운전하는 사람들의 열 명 중의 아홉명은 조금 더 빨리 가는 길이 있더라도, 정해진 룰 안에서 현명한 안전운행을 하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10명 중 한 명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화가 난다. 약속을 지키는 10명 중 9명이 있기에,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버스, 택시, 자동차 등 하루에도 몇 번 씩 도로 위를 지나치는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추리소설은 가해자와 피해자, 사건을 추적해가는 세 사람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기에,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좋은 장르라 생각한다. 왜 사건이 일어났을까를 따라가다보면, 인간의 악의와 만나게 된다. 조금 더 편해지려는 마음이 만들어내는 악의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 사회는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될거라 믿는다. 당장의 순간에만 집중하던 내게, 타인의 입장도 한 번 고민하게 만든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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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읽는 명리학 - 성공하는 CEO는 사람을 보는 법도 다르다
신용진 지음 / 형설라이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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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재를 어떻게 알아 볼 것인가?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다. 혼자서 자영업을 하더라도, 어떤 고객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날의 하루가 결정된다. 겉으로만 봐서는 사람의 진면목을 알 수  없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을 알기 위한 방법들이 연구되었다. 특히, 동양의 명리학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연구의 틀도 다져지지 않았고, 다양한 이론이 설왕설래하는 수준이다. 적성검사를 하더라도, 자신에 대해 전부를 다 안다고 자신 할 수 없다. 그러하기에 많은 이들이 아직도 자신이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지, 난 어떤 일을 하는게 맞는지 궁금해하고, 답을 알고 싶어한다.
 
  상장 기업의 임직원에게 법학과 명리학을 가르치는 저자의 이력이 독특하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공을 들이는 이유는, 한 명의 사원으로 인해 그 회사의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주역을 제외하고는 길거리에서 운명을 예측하기 위해 사람들이 찾는 명리학을 통해, 그 사람의 개성과 업무의 적합성의 힌트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명리학을 궁합에 활용하는 경우는 많이 보았지만, 기업에서 진지하게 사람을 등용하기 위해 활용하는 모색을 한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다른 명리서에서도 직업의 연관성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두리뭉실하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기업인과 강의오래 했던 경험이 뒷받침되어, 실제 인재배치에 관한 특성과 명리학, 태어난 시간을 통해 드러난 음양오행의 8가지의 골격과 운의 흐름을 통해, 개인의 적성과 업무 적합성, 창업, CEO의 인사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 명리학이 알려주는 부분
   
    
  직업 적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책에서는 개성, 빈부, 귀천, 체질*성향, 성패를 이야기한다. 체질*성향, 성패는 깊이 있게 다뤄야 하는 내용이라며 다음으로 미루었고, 개성은 오행의 원리를 기반으로 한 십간과 십신으로 이야기한다. 십간과 십신이라고 하면 뭔가 많아 보이지만, 실은 화,수,목,금,토에 음양의 의미가 들어가 10개로 풀어, 다섯개의 원소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다. 오행의 순환에서 부족하거나 많은 부분이 그 사람의 성격의 토대가 되고, 대운과 세운과 맞물려, 그 사람의 운명의 흐름을 결정한다는 원리를 중심으로, 자신의 사주를 통해 나의 개성이 어떤 부분인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을 제시한다.
 
  명리학에 문외한인 사람이 처음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는 책이다. 음양오행과 천간지지에 대해 기본적인 내용이 설명된 책을 먼저 읽은 후, 오행과의 관계에 익숙한 이가 자신의 사주와 함께 바라본다면, 자신의 성격적 특색의 부분을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다양한 이론들이 아직은 많은 논의를 거치는 과정이고, 예전에는 삼주만을 가지고 이야기했지만, 지금은 사주, 정보화사회와 짧은 시간의 흐름이 빨라질수록, 5주, 6주 및 더 많은 변수를 활용해서, 자신만의 이론을 통해 개인의 운명을 설명하려는 경향은 더욱 늘어갈거란 생각이 든다. 어떤 원리라도, 음양오행은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한, 자연의 순환을 기준으로 설명했다는 점을 염두하고, 4계절의 변화를 잘 관찰하며, 현실에서의 적용성을 고려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지혜로운 이는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그의 특성을 파악하는데 명리학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거란 생각을 했다.

    
# 명리학이 말하지 못하는 부분
   
 
  명리학이 말하지 못하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사주는 하루를 12개로 쪼개서 이야기하기에, 2시간 안에 있는 같은 성별의 사람들은 같은 운명의 흐름과 성격을 지닌다는 이론으로 설명된다. 명리학에서 말하지 못하는 후천적인 영향이 들어가는 부분은, 개인 이력서와 면접에서의 풍부한 질문을 통해, 함께 참고해서 판단해야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다. 명리학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준다는 생각이 아니라, 명리학을 통해, 기존의 적성검사와 심리검사에서 놓쳐가는 부분에 대해 참고할 만한 자료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는 선에서 도움을 받는다면 인재등용을 좀 더 신중하게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돋보이는 부분은 한 개인의 관점에서 업무적합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구성함에 나타날 수 있는 성격적 한계와 특성을 설명한다는 점이다. 창업을 할 때, 왜 이런 성향이 이런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지, 동업을 하려면 어떤 이를 만나 도움을 얻는 것이 좋은지, 직업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점도 꼬집어 말한 점이 좋았다.

 
# 인재를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
 
 
  정보의 축적과 함께 명리학도 조금씩 체계적인 틀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좀더 많은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기 위해서는, 농경사회에서 관리의 등용을 최고로 쳤던 분위기를 현대의 흐름에 맞게 재해석하고, 각자의 특성의 장단점을 통해,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까지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가장 강도가 강한 다이아몬드나 달러를 대신해 현물로 최고의 가치를 지닌 금이라기 보다는,  아직은 더 많은 사람의 손길과 지혜가 필요한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라 생각한다. 무조건 배척하거나, 무조건 맹신하는 태도는 바르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을 알고, 인재를 잘 등용해야 성공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감한다. 좋은 인재는 명리학으로만 알아낼 수 없지만, 그 기미를 짐작할 수는 있다. 그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지, 명리학에 소개된 내용을 참고해서, 직원과 대화를 통해, 자신의 운의 흐름을 통해 곰곰히 생각해보는 일은 필요하다 생각한다. 사실, 일상을 살아가는 특별한 부침이 없는 회사원에게는 명리학의 내용이 그다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하지만 CEO와 연예인이나 정치인, 개인사업을 통해 성공을 기대하는 이들은 운에 영향을 받기에 명리학이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판단은 스스로 해야 한다. 운이 나쁘고 환경이 어두워도, 인간의 의지는 그것을 극복해 낼 힘이 있고, 일단 극복하고 나면, 방해물은 디딤돌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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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경제학 (개정증보판) - 상식과 통념을 깨는 천재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4
스티븐 레빗 외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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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한 질문을 통해 살펴보는 세상의 풍경.
 
 
  그래, 늘 질문이 중요했다.  영화 『올드보이』를 보았을 때, 우진과 대수의 대화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못 찾은 게 아냐.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가뒀을까?'가 아니라 '왜 오대수를 풀어줬을까?'란 말야.
  자, 다시! ...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딱 십오 년만에 풀어줬을까요??
 
 
  주가가 폭락하고, 집값이 상승하고, 실업자는 늘어난다. 이슈가 되는 사건들이 뉴스에 나올때면, 사람들은 이유를 알고 싶어한다. 언론에서는 다양한 전문가와 기자들이 자신의 의견과 해답을 내놓는다. 늘, 기자와 전문가들의 예측이 맞아떨어지진 않았다. 아파트 물량은 늘어나고, 저출산으로 인해 집에 사는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언론에서는 지금이 아파트 매매의 기회라며, 집을 사면 집값의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사가 자주 보인다. GDP가 올라가고, 경제성장률이 올라간다고 해서, 서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뉴스에서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기업 위주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상과 이유가 어긋나는 많은 기사들을 볼 때면, 언론에서는 사실만을 이야기한다는 통념이 무너짐을 느낀다.
 
  괴짜경제학을 처음 만났을 때는, 독특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글솜씨에 빠졌다. 웃으며 글을 읽다보면, 어느새 세상의 룰이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 자연스레 알게된다. 인센티브에 반응해서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알고 있는 사회 통념에는 잘못된 것들이 많다. 이른바 '전문가'들은 정보의 우위라는 감정을 자기 자신의 아젠다를 위해 사용한다. 전혀 예상치 못한 극적인 결과는 흔히 거리가 멀고, 미묘한 요인을 원인으로 한다는 저자가 내세운원칙에 대해서는 깊이 살피지 않았다. 괴짜처럼 독특한 질문을 하는 저자의 행동이 놀랍고 새롭기만 했다.
 
 
#  정보 우위와 인센티브는 세상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
 
 
  다시 읽었을 때, 정보의 힘이 큰 영향을 발휘하는 정보화시대에 어울리는 책이란 생각을 했다. 비판의식 없이, 사회통념대로 살아가다가는, 그 통념을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대로 움직이게 되는 현실이 눈에 보였다. 통념의 많은 부분은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범죄학자에서 부동산 중개업자까지, 이른바 전문가들은 정보의 우위라는 강점을 자기 자신의 아젠다를 위해서 사용하고 그 정보를 알지 못하면 당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한국사회의 풍경과 깊이 겹쳐보였다. 그 전문가에 '언론'도 들어간다는 현실은 2009년에 깨달은 교훈 중 하나이다.
 
  부동산 중개업자의 행동과 큰 유혹이 따라왔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지에 대한 교사와 스모선수에 관한 글이 인상깊었다. 양육전문가의 말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부모의 사례는 정보의 독점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사례였다. 정보로 무장한 전문가들은 어마어마한 무언의 지레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 그것은 공포심이다라는 글과 통제할 수 없는 리스크가 통제할 수 있는 리스크보다 더 많은 분노를 일으킨다는 글에서는 이 글을 정부관계자가 읽었더라면, 광우병 사태에 대한 문제의 해결에 다른 반응을 보였을텐데라는 안타까움도 들었다. 사람들을 두렵게 만드는 리스크와 사람들을 실제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리스크가 아주 다르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대해서는 아주 작은 가능성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더라면, 좀더 유연하게 사태를 바라볼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  전혀 예상치 못한 극적인 결과는 흔히 거리가 멀고, 미묘한 요인을 원인으로 한다.
 
 
  마약 판매상은 왜 어머니와 함께 사는걸까? 라는 글에 정보를 제공한, 실제 크랙 코카인을 팔았던 마약판매상과 교류했던  사회학자의 책은  『괴짜 사회학』이라는 이름으로 책으로 출간되었다. 맥도날드의 조직도와 마약판매상의 조직이 비슷했다는 사실과 다단계 회사의 높은 자리를 위해 경쟁하는 사람들처럼, 마약 판매상들 역시, 좋은 자리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모습이 로또에 당첨되는 꿈을 꾸며 하루를 사는 서민의 모습과 겹쳐보여 씁쓸했다.
 
  뉴욕시 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 범죄율의 감소에 적극적인 영향을 주었던 낙태허용법은, 정치적으로 상당히 논쟁적인 주제가 될 수 있음에도 공개한 용기가 대단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이름에도, 부모가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엿보게 하는 부모는 아이에게 과연 영향을 미치는가와 완벽한 부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란 글도 흥미로웠다. 아이의 기질은 선천적인 영역이라서 바꾸기 어렵지만, 아이가 성인이 되어 사회에 적응하는데, 양육부모의 조건이 좋을수록, 더 안정적인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은, 부모의 한계와 부모의 가능성 모두를 생각해 보게 하는 부분이었다. 특히, 쉽게 통념적으로 생각했던 부모의 노력부분이 실제 현실에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보를 아무리 많이 알고 있다고 해도, 세상의 어떻게 변해갈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은 어렵다. 수많은 변수들이 많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정책이 발표되고 많은 사건들이 발생하며, 사회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전문가들의 발언에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들어갈 수 있음을 인식하고, 현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질문들을 많이 던져 볼 수록, 세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거라 생각한다. 경제적, 사회적, 도덕적 인센티브가 사람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침을 확인했다. 정부에서 많은 대책을 내놓지만, 취업률은 여전히 바닥이다. 경기는 여전히 좋지 않다. 정부관계자들이 사회적, 도덕적, 경제적 인센티브를 잘 활용해  사람들이 더 많은 경제활동에 종사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창의성이 중요한 시대를 살고있음을 느낀다. 괴짜만큼 독특한 질문을 던지는 저자들을 통해, 세상의 이면을 즐겁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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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 카메라 촬영 무작정 따라하기 - 사진 잘 찍는 법, 1분이면 끝난다! 무작정 따라하기 건강/취미 6
유재천, 네모기획 지음 / 길벗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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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시작은 어렵다.
 
 
  시작이 어렵다. 잘하고 싶은 욕망이 때로, 더디게 올라가는 실력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흥미있게 시작했다가도, 좀처럼 늘지 않게 되면, 쉽게 포기한다. 성냥에 불을 붙였을때, 쉽게 타오르지만, 오래지 않아 꺼진다. 생일케이크에 꽂는 초에 붙은 불꽃이 초보자의 열정이라 한다면, 숙련된 취미를 가진 이의 불빛은 은은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촛불과 같다. 초보자의 단계에서 중급자의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끌어주는 자신보다 조금 더 잘하는 이가 있으면 좋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쉽게 만나기 어렵다. 친절하게 자기의 시간을 다 내어, 내가 원할때마다 알려주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실력이 쌓였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초보때의 실수를 거듭했던 부분을 짚어주는 책을 만나는 건, 초보에서 한 단계 실력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구도와 빛, 노출과 렌즈 사용, 촬영 방법 등 사진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많이 나와있다. 하지만, 생초보자들이 쉽게 도전해 볼 수 있게 노하우를 공개하는 책은 만나기 어렵다.
 
 
#  사진 종합 선물세트.
 
 
  애완동물, 음식사진, 소소한 일상, 스포츠사진의 요령이 실린 스냅사진과 애인과 아이, 결혼식과 같은 행사때 찍는 노하우가 담긴 인물사진, 아름다운 풍경을 촬영하는 비법이 담긴 풍경 사진에 이어, 촬영기술 공개와 스토리사진 찍는 방법까지 다섯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렸을 때 명절때면 집으로 오던, 종합 선물세트를 받은 느낌이다. 일반 블로거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찍게 되는 다양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다 담은 느낌이다. 많은 걸 담으려 했기에, 깊이있는 설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대신, 촬영정보, 셔터스피드, 플래시, iSO 감도, 조리개수치, 사용렌즈, 노출보정값의 공개와 구도와 찍는 과정에서 실수하기 쉬운 부분과 돋보이는 부분이 친절하게 담겨있다.
 
  어느 정도 사진 찍는 일을 좋아하는 이보다, DSLR 장비는 구입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열정은 넘치는 데, 찾아 배울 수 있는 여유는 없는 이가 참고로 하면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특히 구도에 대한 설명이 좋았다. 빗 속을 거닐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자주 사진을 찍지만, 늘 의도와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저자가 소개한 다양한 상황과 비법들을 따라해 보면서, 어떤 부분이 내가 생각했던 부분과 달랐는지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숙련된 이와 초보자의 차이는 디테일한 작은 부분에서 판명난다는 사실을 사진을 따라 찍어보며 확인했다. 플래시와 줌만 이용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따라하기 책을 읽으며, 다양한 모드를 활용하게 되어 좋았다.
  
  20년 전만 해도, 사진 한장 찍어 간직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과 휴대폰, 인터넷의 발달에 힘입어 사진은 누군가에게는 밥을 먹는 일만큼, 일상적인 일로 변했다. 사진기에 사용되는 장비들에 대한 풍부한 설명과 사진기술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인상적인 책이다. 사진에 문외한이지만, 책을 통해, 사진을 좀 더 잘 찍어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책과 글이 시각정보인 활자를 통해, 오감을 자극한다면, 사진은 1초의 순간을 통해, 많은 걸 이야기하는 예술이라 생각한다. 오랜 시간 이야기하고 싶은 이야기를 단 한 장의 사진이 다 이야기하기도 하고, 즐거웠던 순간을 먼 훗날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의 한 장면이 되기도 한다.
 
  책의 부제처럼 1분만에 책을 잘 찍는 방법을 아는 건 불가능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1분씩 사진 찍는 노하우를 배우는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부제처럼, 1분안에 사진을 잘 찍어내는 카메라에 능숙한 이가 될거라 믿는다. 파란 하늘과 구름 사진, 예쁜 꽃을 찍는 일부터 따라해보기로 결심했다. 따라해 보고 싶은 사진이 많아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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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 구겐하임 자서전 - 어느 미술 중독자의 고백
페기 구겐하임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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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부를 위해 미술작품을 모으지 않는다.
 
 
  미술을 잘 모르지만 페기 구겐하임이란 이름은 알고 있다. 『그저 좋은 사람』이란 책을 번역한, 예술가 겸 번역가인 박상미씨가 쓴 『뉴요커』란 책을 통해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녀가 처음 번역하고 싶었던 책이 페기 구겐하임 자서전이었다. 번역도 마치고, 출판사와 연락할 즈음, 이미 판권이 다른 출판사에 넘어갔음을 알고 망연자실한 일화로 페기 구겐하임을 기억한다. 어떻게 미술의 문외한인 그녀가 멋진 컬렉터로 변화하게 되었는지 자서전이 친절히 알려준다. 무언가에 미치도록 빠진 사람은 멋지다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일상의 행복 대신, 미술에 흠뻑 빠졌던, 특히 새로 두각을 나타낸 현대미술의 중심지 미국에서 큰 족적을 남긴 그녀의 삶을 대면했다.
 
 
#  예술에 빠지기까지, 솔직한 고백이 인상적이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는 과정들은 남에게 보이기 쉽지 않다.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던 그녀는, 결혼을 결심하는 과정과 그녀가 사랑에 빠졌던 남성들이 예술가였다는 행운을 받았다. 미술에 관심이 없던 그녀가 예술가와 사랑에 빠지면서, 하나씩 미술을 접하게 되었고, 그 열락에 빠져,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미술품을 사고, 예술가를 후원하는 일을 평생 지속한다.
 
  그녀의 주변을 스쳐갔던 예술가들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인상적이다. 그림을 보고, 화가의 삶에 대해 궁금해 하는 편이 일반적인데, 자서전을 통해, 페기의 눈에 비친 예술가의 성격을 떠올리며, 그들의 작품이 궁금해졌다. 옷을 살 욕망을 줄이고, 비싼 차는 팔고, 싼 차로 바꾸며, 자신을 수도사처럼 금욕하면서, 하루에 한 점씩 예술작품을 사모았던 열정의 시간들을 떠올렸다. 한 권의 멋진 책을 만나, 그 다음 책을 구하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에 비해 예술작품은 고가의 과정이지만, 한 권의 책을 얻기위해, 다른 욕망을 포기해도 좋을만큼, 그 책과 대화하는 시간의 즐거움을 알기에, 그녀의 열정의 시간들이 얼마나 행복한 시간이였음을 짐작하였다.
 
  세계대전의 위협속에서도 하나씩 그림을 모았던 그녀의 삶이 유년시절부터 베네치아에 머물 때까지 이어진다. 한 남자의 아내로 영영 남아있지않고, 많은 예술가와 교류하여, 예술가들을 후원했기에, 좋은 그림들을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기회도 선사받았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의 작품이 하나의 공간에 머무는 과정 사이에, 많은 만남과 에피소드가 있음을 책을 통해 배웠다.
 
 
# 후원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다.
 
 
  무엇보다 눈길이 갔던 부분은 세금 면제나, 나중에 부를 증식하기 위한 재테크의 방법으로 미술작품을 모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예술의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욕망을 절제해서 예술작품을 모으는 열정에 반해, 끝까지 한 호흡에 읽었다.  앨프리드 H.바가 정의한 후원자란 단순히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예술작품을 모으ㄴ른 수집가나 예술가를 돕고 공공 미술관을 설립하는 자선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예술과 예술가 모두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적절한 수단을 동반하여 그런 감정을 행동화할 의지를 지닌 사람이란 의미에서 페기는 후원자에 걸맞는 이라는 생각을 했다.
 
  재벌 총수일가가 매입한 미술품이 문제가 되어, 뉴스와 세간의 사람들의 입에 올랐던 일을 기억한다. 소박하게 사는 월급쟁이가 평생 돈을 모으더라도, 미술품 한 점을 살 수 없을만큼 큰 액수의 미술품을 보았을때, 이제 미술이 작품으로서의 가치보다, 돈으로서의 가치를 더욱 주목받는 시기가 되었음을 느꼈다. 지금의 고가에 팔리는 고흐 작품을 보며, 그림은 예술가가 그리고, 돈을 컬렉션이나 부자들이 버는 건 아닌가 하는 편견이 있었다. 이 땅에 사는 예술가들이 풍족한 생활이나, 좋은 후원을 넉넉하게 받아 예술작품을 만들기 보다, 생활고와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그림에 대한 열정을 쏟더라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이 많았던 사실을 책을 통해 만났던 기억들이 편견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페기와 같은 후원자들이 많아진다면, 문화의 강국이 되는 일은 멀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잘 키운 예술가가 만든 그림으로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마음놓고 작품에 매진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길을 많이 열어주는 일이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페기의 자서전을 읽으며,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예술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양과 중동, 아프리카에도 많은 예술가들이 있을텐데, 언젠가는 유럽중심을 뛰어넘는, 컬렉터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이가 남긴 자서전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살아있었다면, 꼭 한 번 만나보길 소망했을만큼, 멋진 여성을 알게 되었다. 그녀 덕에, 그녀가 모은 작품들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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