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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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 예측할 수 없는 치유활동을 읽고 난 후, 마음속 짐이 사라짐을 느끼다

  
   국내에서 <공중그네> 다음으로, 두 번째 소개된 <인터풀>이지만, <공중그네>는 2004년 <인더풀>은 2002년에 일본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인이 건네주면서 <인더풀>보다 <공중그네>를 먼저 읽어야 재밌을거라 했다. 읽고 나니,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피해망상증에 빠진 도우미, 아내에게 버림받았지만 화를 내지 못한 회사원, 스트레스성 컨디션 불량에 빠져 수영을 통해 탈출구를 찾던 카즈오, 소심한 성격을 고치려고 역으로 활발하게 애쓰다가 결국 휴대폰 의존중에 빠진 청소년, 자신과 관련되어있는 일은 확인하고 확인해야 마음이 편한 르포 작가를 만났다.

  다채로운 인물의 삶과 함께, 이라부식의 제멋대로 해결책을 읽는 재미까지, 일상에 탈출한 느낌이라 할까, 읽고 나면 기분이 후련해진다. 환자들이 겪는 마음의 병의 일부가 내 마음속 짐 중의 하나와 같다는 걸 알게되었고, 해결책도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 함께 나누는 건 좋지만, 절대 '의지'하려 애쓰지 마세요.


  환자의 환경이나, 고민을 듣기 싫어하는 이라부 의사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신과 의사의 이미지를 파괴시킨다. 소설이기에 가능한 설정, 실제 현실이였다면 바로 의사직을 박탈당했을 것이다. 환자의 상황을 알려고 애쓰지 않고, 환자와 함께 문제를 경험하고, 몸으로 보여줌으로써, 환자 스스로 자각하게 만든다. 


  말도 안 되는 말 속에 담긴 뼈있는 말은 대책없는 의사로 면박하지 않고, 조금 더 진료를 신경써 보게 만든다. 비용도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지만, 누군가 내 고민에 함께 움직여지고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이라부에게는 어떤 말을 하더라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 모든 걸 농담처럼 가볍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너무 비상식적이여서 오히려 화를 낼 수 가 없다. 미워할 수 없는 천진난만한 캐릭터,  내 마음속 주치의로 딱이다. 타인의 시선과, 마음속 불안 등 눈으로 바로 알 수 없는 마음의 병은 남에게 보여 줄 수 없기에 더 답답하고 속상하다. 

  결국 스스로 마음의 병을 인식하고 해결하려 애쓰지 않는 한 치유할 수 없다는 걸 배우게 된다. 그것이 자신의 스스로 생각했던 대로 해결을 하던지, 투구를 벗던지 간에, 병이 있으면 해결책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문제는 스스로 인정하려 하지 않거나, 누군가 해결해 주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문제는 스스로 짓고, 겪고,
괴로워하고, 안달하고, 후회하고, 인정하고, 해결한다. 주변의 사람은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 평범한 일상이 지겹고 따분할 때,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책.


  즐거운 마음이나, 유쾌한 기분일 때보다, 마음 속이 답답하고 짜증이 날때 가볍게 읽어보면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왜 이런일을 해야 하는지 답답할 때, 괜히 속상하고 짜증날 때, 누군가 너무 미워 때려주고 싶을 때, 실제 행동으로, 남에게 짜증내지 말고, 이라부 의사의 엽기 치료기를 함께 동행하고 나면, 속상한 마음도 그 어처구니 없음에, 무더운 여름날 녹는 아이스크림처럼 흐물흐물 변하게 될 것이다.

  
  스트레스는 항상 안고 가는 것이기에 없앨 수 없다. 단지 시선을 바꾸는 것이 나을 뿐이다 라는  책 속의 이야기에 동감한다. 마음속 불안을 없앨 순 없다. 단지 더 좋고 긍정적인 생각을 바라보고 극복하는데 힘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힘들지만.. 아프지만.. 괴롭지만.. 그 마음에 지지 않는 법.. 마유미 간호사의 눈초리는 무섭지만, 주사 한 대를 맞고 그것을 베시시 웃으며 바라보는 이라부와 어처구니 없는 대화를 하다보면 마음속 짐도 조금은 덜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마음속에 담긴 부담감이 책을 읽은 후 덜어졌다. 기분을 좋게 하는 책이기보다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책, 서가에 한쪽에 잘 모셔두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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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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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정말 의사 맞아? 

   상식에서 벗어난 이라부 의사의 마음의 병 치유활동을 엿보다.


  의사 선생님하면 깔끔한 병원에 세련된 치료시설, 단정한 인상과 따뜻한 격려와 조언, 처방이 떠오른다. 생명을 다루고, 남의 아픔을 함께 하는 직업이기에, 무례하고 나쁜 의사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나쁘다. 엉뚱하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라부 의사를 만나게 되었다. 전혀 의료 시설로 보이지 않는 으슥한 진료실에서 몸매는 빼어나지만, 시큰둥한 간호사인 마유미에게 주사를 맞는 것으로 진료는 시작된다. 

  치료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려하고, 환자의 증상을 아파하기 보다 웃으면서 더 즐겨하는 이상한 의사.. 집안이 부자이고, 많은 걸 할 수 있는 설정은 이라부가 자유로운 행동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엉뚱하고 괴팍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이라부와의 만남, 처음엔 어색했지만, 읽으면서 빠져나오기 싫은 이 기분은 머물수록 '몸이 좋아지는 늪'에 빠진 기분이다.

 
#  숨기고 억눌렀던 마음을 들추다.
  
  뽀족한 것을 무서워하는 야쿠자, 학부생일때는 장난기 가득했지만, 교수가 되면서 자신의 모습을 숨겨야 하는 정신과 의사, 폐쇄적인 단원의 생활을 추구하면서, 공중그네의 호흡을 놓쳐버린 서커스 단원, 늘 베스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인기 많은 신예 선수에게 자리를 뺐길까봐 입스 증세에 빠져버린 3루수, 정말 애써서 만든 걸작이 팔리지 않자, 구토증과 강박증이 생겨버린 여류의사 들의 숨겨진 마음이 이라부의 성의 없고 대책없는 말과 행동에 의해서 천천히 드러나게 된다. 

  마음의 병이 육체의 병보다 더 드러나지 않고 쉽게 병드는 건,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하는 것은, 미치거나, 평범한 사람이 아닌 문제있는 사람이다 라는 사회적 시선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마음의 상처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말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몸에 어떤 증상이 일어났을 때는 이미 상황이 악화된 상황, 치유하려면 고통과 아픔을 피할 수 없다. 

  몸이 아프거나 힘들어 보일 때는 쉽게 알아채고, 챙겨주지만, 마음이 아프고 병들었을 때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내게 있었는지, 편하게 남들에게 내 속 마음을 내 보일 수 있는 용기가 있었는지 돌아보았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 사람이 보여주는 모습만 보고 내 머리안 고정관념으로 재단하던 마음에 부끄러워졌다. 올바른 치료는 아니지만, 항상 환자와 함께 생활하면서 처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느낄 수 있게 도와주었기 때문에 환자의 마음의 슬픔도 잔잔해 질 수
있었던 건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제일 좋은 마음의 병의 의사는 자기를 믿어주고, 인정해주고, 속시원하게 힘든점을 끌어낼 수 있는 친구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말의 소중함을 느끼다.

    

  인간의 보물은 말이다. 한 순간에 사람을 다시 일으켜 주는 게 말이다. 라는 호시야마 아이코의 여류작가의 말처럼 주변 사람에게 내 기분에 의해서 쉽게 말하고 상처를 주지 않았나, 내 자신에게 너무 큰 기대나, 너무 작게 평가하거나 하지 않았나 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

  무너져 버릴 것 같은 순간은 앞으로도 여러번 겪을 것이다. 주위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용기를 얻으면 된다. 모두들 그렇게 힘을 내고 살아간다. 

  꼭 힘들때는 나 혼자, 힘들고, 나만 아프고, 내 주위에 사람들은 내 맘을 몰라주는 것 같아 더 속상하다. 속상함이 외로움을 낳고, 무기력함을 낳고 패배주의를 낳아 자신을 파멸시키는 악순환,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아픔을 드러내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용기를 길러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는데, 마음속이 뜨끔했던 건  내 마음속에서 환자들과 같은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은 아니였을까? 두려운 마음이 대책없는 이라부의 엉뚱한 행동에 대리해소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마음이 답답하고 힘들 때, 주변에 연락할 사람이 없을 때는 이라부 의사를 불러내야 겠다. 미유미 간호사의 주사는 무섭지만, 이라부 의사와 함께 좌충우돌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다 풀릴 것 같은 느낌, 내 마음속 주치의를 만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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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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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쿠다 히데오와의 다섯번째 만남, <면장선거>의 이라부와 마유미를 만나다.


  처음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만난 건 <남쪽으로 튀어 1,2>였다. 현실에 놓인 불합리에 당당하게 싸워가는, 무정부주의자 이치로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며 성장하는 지로의 활약이 담겨있었다. 그들의 활약을 보며 내 마음도 조금 자랐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의사에게 기대하는 많은 부분의 고정관념을 깨버리는 대책없지만 환자와 함께하는 이라부 의사와 마유미 간호사의 활약이 담긴 <공중그네>와 <인더풀>을 만났었다 출간 순서와 반대로 공중그네부터 읽었지만, 오히려 더 재미있게 웃으며 보낼 수 있었다. 살아숨쉬는 캐릭터들과 예상치 못한 사건과의 만남, 뭔가 교훈을 주는게 아니라, 몸으로 부딪쳐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모습이 좋았다. 

  네 번째 만난 <라라포포>에서는 숲에서 벗어나 회색 도시에서 주목받지 못한 비주류의 일상들을 볼 수 있었다. 유쾌하면서도 즐거운 기분과, 엉뚱하면서도 수긍하게 만드는 유머, 그리고 피폐한 삶속의 마음속 감정을 움직이게 하는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과의 만남은 늘 나쁘지 않았다. 

  일본 작가의 작품을 챙겨보지 않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이후 두 번째로 새로 출간되는 작품이 기다려지는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챙겨보려 애쓴다. 이번에 출간되는 <면장선거>는 그와 다섯번째 만남으로 설레임을 안고 책을 펼쳤다. 늘 기대는 만족이란 친구를 잃어버리게 만든다.

# 잘 알려진 스타의 모습을 패러디하는 여유와 유머. 새롭다.


  4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면장선거>는 '면장선거'를 제외한 '구단주', '안퐁맨', '카리스마 직업'에서 등장하는 환자들은, 일본에서 유명한 실존 인물을 패러디한 인물이다. 그들의 행동과 특성은 그대로 살리면서, 독특한 신경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로 만들어서 그들이 가진 힘겨움과 미쳐 보기 힘든 모습을 보여주는 그의 펜 끝은 날카롭다. 

  소설을 읽을 때 논리적 짜임과 그럴듯한 개연성을 중요시 하지만, 애초에 비상식적인 질환을 가진 그들이기에 이라부의 해결책 또한 비상식적이고 엉뚱하다. 잘 알려져 이미지가 고정된 인물의 뒷모습과 힘겨움과 일상을 탈출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대리만족까지, 이룰 수 없기에 더 꿈꾸게 되는 것처럼, '현실에서 그 상황을 만나는 것이 힘들기에, 소설에서나마 꿈꾸고 싶은 심리가, 이런 작품이 나오고 팔리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면장선거>에서는 공정하고 엄정한 선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상식이 깨어지고, 폭력과 돈이 오가는 과열된 선거풍토를 '장대눕히기'라는 봉건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4년마다 한 번 열리는 월드컵과 올림픽처럼, 면장선거가 마을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하나의 싸움 축제가 된다. 그만큼 치열하게 투쟁해서 자리에 올라야 중앙 정부에서 공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야기에서, 중앙정부의 지원의 한쪽에 비켜설 수 밖에 없는 작은 섬의 안타까움과 보여지는 현상을 새롭게 해석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사라져버린 예전의 행사를 회귀시키는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그 기발함은 오쿠다 히데오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경계가 명확한 내게, 그 경계의 반대쪽 모습을 볼 수  있는 여유를 주게 해서 더 고마웠다. 책을 읽는다고 생각이 180도 전환된 건 아니지만, 마음의 긴장감이 허물어졌다고 할까, 조금 더 여유롭게 현상 너머의 것을 볼 수 있어 좋았다. 
 
# 이라부의 원맨쇼에서, 마유미와의 콤비로...

    
   이라부의 엉뚱하고 발랄하고 아이와 같은 천진난만함의 균형을 잡아주었던, 냉혹미인 간호사 마유미의 비중이 전작에 비해 조금씩 늘어가는 모습이 좋았다. 이라부의 원맨쇼에서 마유미와의 콤비로 바뀌었다고 할까. 냉소적이고 자기 표현에 서툴지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에게 주어진 일과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해 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떤 사람이든 무장해제 시키는 마력을 가진 이라부라면 어떤 사람이던지 긴장하게 만들 수 있는 마유미만의 멋이 점점 살아나는 모습이 보기 좋다.
   
   
# 전작에 비해서는....
  

 
  늘 기대는 만족이란 친구를 잃어버리게 만든다라고 처음 부분에 적었다. <공중그네>와 <남쪽으로 튀어>를 가장 즐겁게 읽은 내게 그것에 비하면 면장선거는 그것을 뛰어넘는 무언가를 느끼진 못했다. 유쾌 통쾌 상쾌했던 이치로와의 만남이 멋졌던 <남쪽으로 튀어>의 재미와 처음 이라부의 엉뚱함과 유머스러움에 무장해제 되었던 <공중그네>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작가에게도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석에 들어서서 2번 중 한 번 꼴로 홈런을 날리면 5할대 전설의 타자가 된다. 2루타와 홈런 등 장타위주의 멋진 모습을 보여준 그였기에, 단타의 느낌을 지닌 이번 작품은 예전의 기대를 가진 사람에게는 조금 더 마음의 여유가 생긴 후에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단타이지만, 헛스윙과 병살타를 만드는 책에 비해서는 적절하고 알찬 느낌을 준 책이였다. 좋은 책은 없다. 좋은 책으로 의미를 만드는 독자만이 있을 뿐이다. 장외홈런을 기다리며, 작가의 다음 책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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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8전 무패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지현이의 8개 국어 정복기
임지현 지음 / 이미지박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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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외국어 공부의 비결을 알고 싶어 들추었지만...

 
  16살에 8개국의 외국어를 마스터한 아이에 대한 뉴스 보았다고 지인에게 들었다. '그애는 천재일꺼야.', '한국에서 살지 않아서 그래' 두 가지 추측을 가지고 있었다. 책 표지에 펼쳐진 '나는 16살에 8개 국어 마스터했다.'와 함께, 미소띤 여자아이가 밝게 웃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그 비결을 배울 수 있을까?' 생각하며 책장을 넘겼다. 처음 마주친 건 영어 비결이 아닌, 외국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모님과 이야기 할 시간을 갖지 못해 우울증에 빠진 소녀였다. '낯선 문화를 맞딱들이고, 의지할 보호자 없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어머니가 아이의 증세를 보고 빨리 일을 그만두고, 아이와 함께 지내며 아이의 아픈 우울증을 치료해주고, 아이가 잘 적응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승자의 여유일 것이다. 무작정 떠나는 외국 이민은 아이에게 큰 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국어 터득 비결보다 더 값진 교훈을 배웠다. 나머지 8개국 외국어 습득한 지현양의 외국어 습득기를 듣는 건 내게 주어진 행운이었다.

 
#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며 배우는 8개 언어.

  
   한 나라의 말에는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기에, 의사소통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지현이의 말, 16살 소녀의 말이 대학교 4학년때 대학국어 수업을 들으면서 했던 교수님의 첫 수업 내용과 같아서 깜짝 놀랬다. 각 언어만의 가지고 있는 특징을 알기 쉬운 예를 들어가면서 친절히 설명 해 준다. 

  토시코 아주머니의 과자를 먹으며, 일본어를 배우고, 짝사랑하던 디에고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스페인어를 배웠다. 중국어에는 웬디 할머니를 자원봉사 하면서 배운 나눔의 정과, 외롭고 힘든 과정을 겪은 씨씨의 아픔을 함께 겪는 슬픔이 함께 담겨 있다. 

  크레이프를 만들며 프랑스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각 언어를 배울 때 호기심과 사랑이 담긴 그녀의 외국어 습득과정을 살펴보며  '많은 의문을 가진 사람이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는 구절이 매치가 되었다.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그 호기심을 알아내려 노력하는 마음가짐과 따뜻한 사랑과 소통의 나눔등이 함께 한다면 의사소통도 좋아지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좋아지게 만드는 방법도 배울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어린 나이에,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방법을 쉽게 터득한 그녀의 환경과 노력이 대견하고 부러웠다.

 
# 차근차근 8개 국어 마스터.

  말 그대로, 지현이가 생각하는 8개 국어를 공부하는 비결이 간략하게 나와있다. 비결을 안다고 해도 누구나 그렇게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뉴질랜드라는 다국적 사람들이 함께 살고 학교에서 외국어가 필수과목이기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 언어에 대한 관심과 자신에게 맞는 좋은 방법을 잘 선택해서 꾸준히 실천한다면, 다국어는 아니더라도 국어부터 좋아질 거라 믿는다.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국어실력을 공부하는 가장 쉬운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영어로 된 국어 표현을 알아야, 외국어 또한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외에도 지현이의 뉴질랜드 학교의 '영어' 공부방법과 어머니의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함께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이민과 유학을 생각할 때 어머니가 생각하는 좋은 노하우도 숨겨져 있다. 아직 아이가 없는 나에게는 그저 참고사항일 뿐이지만, 이민과 유학을 생각하는 부모님들은 한 번 살펴봐도 좋다고 생각한다.
 
# 중요한 것은 실천..
  
   많은 비결을 알고, 노하우를 안다고 해도 꾸준히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둔하고, 앞뒤가 꼭 막혔으며, 분별력도 모자라지만 부지런함이 있다면 가능하다는 다산의 글이 생각난다.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작은 실천, 지현이의 외국어 실력을 부러워만 하지 않겠다. 내 자신에게 맞는 외국어 방법을 찾아서 조금씩 실력을 다져가야 겠다고 다짐했다. 일단 영어부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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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피포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마드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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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게 보기 힘든, 어두운 캐릭터들과 얼굴을 맞대다.


  다른 사람보다 뒤쳐진다고 부족하다고 느끼는 순간 자신감을 잃어간다. 자신감이 없어서 매사에 의욕이 없다. 의욕이 없으니, 삶이 무기력해진다. 무기력해지다보니 미래에 희망이 없다. 희망이 없기 때문에 뒤쳐지게 된다. 우울증처럼, 한 번 자신감을 잃었을 뿐인데, 삶의 낭떠러지 아래로, 조금씩 자신을 잃어가게 된다.

  명문대를 나왔지만 대인기피증으로 프리랜서 기자생활을 하는 히로시, 여자를 업소에 소개시키고, 수수료로 먹고사는 스카우트맨 겐지, 권태로운 일상에서 에로배우로 전환을 꿈꾸는 요시에, 남의 말을 거절하지 못하는 소심남 고이치, 문학의 꿈은 청년시절에 놓아버리고, 탄탄한 관능소설가의 입지를 거두지만 늘 돌아가고 싶어하는 대머리 중년 관능 소설가 게이지로, 폭탄이라 불리는 못생긴 뚱땡이지만, 항상 자신감에 가득차고,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돈을 버는 테이프 리라이터 다마키 사유리의 여섯 인물을 만났다. 

   
  일본 소설은 현실의 무게를 쉽게 뛰어넘는 상상력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그만큼 현실과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평소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어두운 부분에 놓여있는 여섯 인물들의 일상과 사건들을 만났다. 읽는 내내 불편했다. 왜 불편했을까? 알 수 없는 분노감에 심란한 이 기분.. 시간을 주고 조금 마음을 가라앉혔다. 책이 주는 즐거운 마음, 깨달음만 생각하다가 낯선 언짢은 마음을 만났다. 익숙하지 않지만, 마음을 움직였다는 건 그만큼 작가의 능력이 있다는 증거라 생각한다.
   
   
#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각자의 개성이 잘 살아있는 인물들과 6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지만, 다음 장으로 넘어갈 때는 앞에 나왔던 인물과 같은 시간의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망원경으로 한쪽 면과 살피다가, 다 살핀 후에, 망원경을 벗고 전체의 모습을 다 본 느낌이라 할까? 끝을 지나고 나면, 작가가 숨겨놓은 여러가지 복선들이 하나 하나 이해되기 시작한다. 같은 공간에서 일어난 일들이, 각자의 생각에 의해 다양하게 벌어지는 모습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 좁은 도시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산다.  "A lot of people" - 라라피포
   
   
  보통 책을 읽을 때 제목이 주는 늬앙스를 살피며, 제목의 함축적 의미를 생각한다.
책의 전개와 아무 관계 없어 보이는 길거이에서 외국인과 마주쳤을 때 외국이인 빨리 발음한 'a lot of people' 가 '라라피포'로 들렸다는 부분을 읽을 때는 허망했다. 인생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비주류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삶을 사는 그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혼자서 고민하고 아파하는 그 모습에 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욕망과 멀리 내다 보지 않는 삶과 자기만의 벽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이 불편했던 건, 내 안에도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외된 사람들의 여러가지 모습과 협박에 무기력하게 반응하고 체면을 중요시하는 일본인들의 성향도 볼 수 있었던 건 덤이라 생각한다. 내가 사는 사회 역시, 체면과 남들의 이목을 더 중요시하는 곳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앞을 바라볼 수 없는 안개속을 더디는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할까?


  불편한 마음으로 인해 여러가지를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책이였다. 낯선 다른 세계로 보이는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누구나 더 나은 행복과 인정받기를 꿈꾸지만, 스스로 자신을 인정하지 않으면 한발짝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스스로 무기력의 늪에 빠지지 않게, 자주 상을 주고 칭찬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모 CF의 나오는 글귀처럼 '난 소중하니까'.  

    반면교사라고 할까. 나 또한 그런 처지의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자신감과 희망, 열정, 여러가지를 구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6개의 장은 6개의 오래된 팝송의 제목에서 따 왔다. 노래 제목에 각 인물들이 겪을 사건과 마음을 미리 볼 수 있었다. 작가의 센스가 각 장의 제목에 잘 담겨 있어 좋았다. 팝송을 좋아한다면, 각 장을 읽기 전 노래를 먼저 듣고 읽어보는 것도 좋다 생각한다. '별 것 없는 인생', 대충 대충 살지 않고, 열심히 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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