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호색의 봄'

여전히 서리와 얼음으로 시작하는 아침이다. 생동하는 봄기운에 곧 사그라질 겨울의 끝자락이 참으로 길다.


햇볕이 부족한 이른봄 숲은 아직 키큰나무들에게 기다림을 요구한다. 그사이 어리디여린 생명들에겐 금쪽같은 시간이다. 이 짧은 봄볕을 누리지 못하면 존재를 부정당할 수밖에 없기에 필사의 노력을 한다.


현호색, 지금 이른봄의 숲은 너희들의 세상이구나. 짧은 순간일지라도 영원으로 사는 지혜를 배운다.


그대, 아직 남은 긴겨울의 흔적이 버겁다면 현호색의 여리지만 당당한 기운을 담아 봄날 하루를 열어가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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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말발도리'
생강나무, 히어리 노란색이 여전히 건재한 시기 햐얀꽃으로 반긴다. 숲에서의 뜻밖의 만남은 늘 설렘으로 오랫동안 함께한다. 만나서 반갑고 이름 부를 수 있어 더 정이가는 나무다.


한국 특산종으로 중부이남 산속 바위틈에서 자라는 낙엡지는 키작은나무다. 다 커도 1m 내외로 작다.


꽃은 5월에 피고 흰색이며 한해 묵은가지에 1∼3개씩 달리는데, 꽃 밑에 1∼2개의 잎이 달리기도 한다.


꽃이 매화 같다고 매화말발도리라고 부르며 지방에 따라 댕강목이라고도 한다. 한방에서는 약용한다.


나무에 피는 꽃이 귀할때 피어 반겨주어 '애교'라는 꽃말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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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기대어'
청노루귀, 봄을 기다린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었다. 시간이 더해질수록 보는 시선도 대하는 마음도 조금씩 달라졌다. 개체가 아니라 존재하는 근거가 되는 공간 속에 공존하는 것들과의 관계 속에서 너를 만난다.


마냥 좋아 더 가까이 눈맞추는 것에서 이젠 적당한 거리를 둔다. 그 거리가 더 오랫동안 함께 공존할 기회를 만들어 준다.


사람과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봄을 기다려 만나는 모든 생명들의 신비로움 속에 진정으로 주목해야할 가치가 여기 있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꽃에 기대어 조금씩 꽃을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내 삶의 가치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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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구슬붕이'
여린 꽃대에 버거운 꽃을 피웠다. 스치는 바람에도 넘어질듯 위태롭다. 이렇게 하늘 향해 활짝 핀 속내가 사뭇 궁금해 진다.


우리나라 곳곳의 물 빠짐이 좋은 양지인 산과 들에서 자라는 2년생 풀이다. 옮겨심기가 거의 불가능한 식물이기 때문에 야생에서 보기만 했으면 좋겠다.


4∼6월에 종모양으로 피는 꽃은 자줏빛이 돌고 원줄기 또는 가지 끝에 몇 개씩 모여 달린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제외한 식물체 전체를 약용한다.


얼레지를 보고 내려오던 동악산 계곡에서 군락지를 만나 한참동안 눈맞춤을 하고 왔다.


하늘을 향해 봄 소식을 전하는 나팔처럼 생긴 탓인지 '기쁜소식'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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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달빛이 좋을 때인데도 어둡다. 구름 사이에서 달도 잠이 들었나 보다. 이렇게 까만밤이면 두어 담장 너머에 있는 가로등 불빛에 기댄다.


봄꽃 향기따라 봄바람의 한기까지 내 몸 속으로 들어왔나 보다. 달도 잠들었으니 이제 나도 잠들어야겠다.


그대의 밤도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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