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월 어느날이다.
붉은 진달래로 가슴에 세겨둔 이래 사월은 늘 붉다. 진달래 붉음은 봄마다 그 붉음으로 다시 피어나지만 붉음에 붉음을 더해온 사람들의 가슴은 더이상 붉어질 여력이 없다.


산천도, 그 산천에 의지해 생명을 이어가는 사람들 가슴도, 온통 노랗게 물들었던 그 사윌 그날이 다시왔다. 하지만, 여전히 캄캄하고 차디차게 소용돌이치는 바다밑 그 자리를 맴돌뿐이다.


그 이유뿐이다. 올 봄 진달래가 유난히 핏빛으로 붉은 이유다. 사람들 가슴에 피멍으로 물든 그 붉음 때문인 것이다.


버겁기만한 사월도 절반을 넘었다. 이제는 더이상 붉음에 붉음을 더하는 일은 없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불두화'
부처님오신날 법당 앞에 큰절 올리지는 못하고 대신 불두화에 주목해 본다. 연화리 마을 앞 빽빽하던 가로수길 불두화는 모두 사라지고 없다. 그곳 어딘가에서 온 내 뜰 불두화가 그 생명을 이어갈 것이다.


백당나무를 개량한 종으로 낙엽지는 키작은나무다. 꽃 모양이 수국과 비슷하나 불두화는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지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꽃의 모양이 부처의 머리처럼 곱슬곱슬하고 부처가 태어난 4월 초파일을 전후해 꽃이 만발하므로 불두화라고 부르고 절에서 정원수로 많이 심는다.


처음 꽃이 필 때에는 연초록색이나 활짝 피면 흰색이 되고 질 무렵이면 누런빛으로 변한다.


불두화 꽃말은 '우주의 모든 사물은 늘 돌고 변하여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는다'라는 뜻을 가진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함께 맞이하는 봄'

느티나무, 한자리에서 200년을 훌쩍 넘겼다. 최대한 길게 잡아도 사람이 사는 시간의 갑절이다.


나무를 심고 단을 쌓아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을 꿈꾸었을 그 사람은 가고 없지만, 낯선이가 그 품으로 찾아들어 함께 봄을 맞이한다.


시간을 사는 방법이 다른 생명이 함께 맞이하는 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백당나무'
요사이 내 뜰은 유실수 꽃 지고 나면 풀꽃들이 꽃잎을 여는 때다. 땅 가까이만 피는 꽃에 호응이라도 하듯 백당나무가 꽃을 피운다. 별닮은 헛꽃을 거느리고 텃밭 건너편에서 불 밝히는 불두화와 화답이라도 하듯이ᆢ.


높은 산의 숲속이나 고원의 양지바른 너덜바위 지역, 계곡가에 주로 서식하는 낙엽지는 키작은나무다. 잎은 마주나며 끝이 3개로 갈라진다.


꽃은 5~6월에 피는데 바깥쪽의 크고 흰 꽃은 열매를 맺지 못하는 헛꽃이다. 비슷한 모양의 산수국은 꽃이 푸르거나 붉은 보라색으로 피어 구별된다. 모두가 하얀 헛꽃으로 피는 것은 불두화다.


꽃이 희고 불당 앞에 심는다고 백당나무이며 지방에 따라 접시꽃나무라고도 한다.


불당 앞에 나무를 심었던 사람들의 간절함을 담았는지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붉은노을'

곳곳에서 아우성과 탄식이 공존하는 하루였다. 아우성과 탄식의 중심에 내 이웃과 우리 아이들의 안위가 있다면 참으로 다행이겠지만 아전인수식 해석이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상을 수고로움으로 애쓴 그대,

붉은노을에 잠시 기대어 쉬어가도 좋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