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뀌꽃

거친 들판에 붉은 점들 흐드러졌네

季秋見紅蓼 계추견홍요

一枝紅蓼出西墻 일지홍요출서장

顔色分明帶晩香 안색분명대만향

由來花草知多少 유래화초지다소

幾箇凌霜鬪菊黃 기개릉상투국황

늦가을에 붉은 여뀌를 발견하다

한 줄기 붉은 여뀌 서쪽 담장에 삐죽한데

또렷한 모습에 늦은 향기 품고 있네.

본디 화초가 얼마나 많은지 알거니와

몇 종류나 서리 견디는 노란 국화와 다툴 만한가?

-김유, 검재집 권2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서른 다섯 번째로 등장하는 김유(金楺, 1653~1719)의 시 "季秋見紅蓼 계추견홍요"이다.

여뀌는 초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 연한 녹색이나 붉은색으로 피는 한해살이풀이거나 여러해살이풀이다. 여뀌의 종류로는 여뀌, 개여뀌, 붉은털여뀌(노인장대), 기생여뀌, 이삭여뀌, 장대여뀌, 흰꽃여뀌, 흰여뀌 , 산여뀌 등 제법 많고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물가나 논밭둑, 집근처 공터 등에서 흔하게 접하는 풀이였고 일상에서 나물이나 약용으로 사용하여 사람들의 일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이로 인해 옛사람들은 제법 많은 시를 남겼다.

내가 사는 곳 인근에 남원시가 있는데 그 중심을 흐르는 천川이 요천蓼川이다. 요는 여뀌요자로 그 천가에 여뀌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개여뀌다. 붉은색으로 무리지어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사진은 올 여름 강원도 꽃나들이에서 만난 붉은털여뀌다. 노인장대라고도 하는데 제법 풍성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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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꽃

새벽녘 지붕의 반짝이는 별

曉行 효행

一鵲孤宿薥黍柄 일작고숙촉서병

月明露白田水鳴 월명로백전수명

樹下小屋圓如石 수하소옥원여석

屋頭匏花明如星 옥두포화명여성

새벽길

까치 한 마리 외로이 수숫대에 잠자는데

달 밝고 이슬 희고 밭골 물은 졸졸 우네.

나무 아래 오두막은 바위처럼 둥근데

지붕 위 박꽃은 별처럼 반짝이네.

- 박지원, 연암집 권4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마흔 일곱 번째로 등장하는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의 시 "曉行 효행"이다.

박은 덩굴성식물로 한해살이풀이다. 줄기 전체가 짧은 털로 덮혀 있고 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흰색의 꽃이 핀다. 박꽃은 밤에 핀다고 한다.

박지원은 박꽃을 유난히 사랑하였다. 이자후의 득남을 축하하는 시축의 서문에서 "덩굴을 뻗어 열리는 박 한 덩이가 여덟식구를 먹일 만하고, 박을 타서 그릇을 만들면 두어 말의 곡식을 담을 수 있다면서, 박꽃이 비록 보잘것없이 보이지만 그 쓸모는 여느 화려한 꽃보다 낫다"고 하였다.

시골 출신이라 어린 시절 담장이나 지붕 위에 열린 박을 보면서 자랐다. 박 속이나 박 껍질로 만든 반찬과 나물을 먹었던 기억도 있다. 하여, 박꽃만 보면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지고 기어이 눈맞춤을 하게 된다.

지금 사는 시골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나서 이웃동네 아는 이의 초대로 저녁을 먹고 동네 골목길을 걸었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박꽃이 어찌나 이쁘던지 한동안 그 밑을 떠나지 못했다.

유난히 희고 소박한 박꽃이 여전히 좋다. 기회가 된다면 박을 키워 꽃도 보고 박도 얻어 옛기억을 되살려보고 싶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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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화

여인의 손톱에 깃든 봉황

詠金城鳳翔花 영금성봉상화

五色雲問紫鳳翎 오색운문자봉령

隨風何日落寒庭 수풍하일락한정

高飛不復翔天仞 고비불복상천인

留作西風一種馨 유작서풍일종형

금성의 봉상화를 읊다

오색구름 사이 날던 자줏빛 봉황 깃털

어느 바람 타고 찬 뜰에 떨어졌는가?

다시는 천 길 위로 높이 날지 못하고

가을바람에 한 송이 꽃향기로 남았네.

-성현, 허백당집 권1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서른 여섯 번째로 등장하는 성현(成俔, 1439~1504)의 시 "詠金城鳳翔花 영금성봉상화"다.

봉선화는 꽃의 생김새가 봉황을 닮아 봉선화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봉숭아라고도 한다. 꽃잎으로 손톱에 물들인다고 해서 '染指甲花 염지갑화', 규중 여인들의 벗이라고 하여 '閨中花 규중화'라고도 한다.

이름이 붙여진 것에서 엿볼 수 있듯 사람들의 일상에 깊숙히 들어와 오랫동안 사랑받던 꽃이다.

조선사람 이옥은 '흰봉선화에 대한 부白鳳仙賦'에서 흰봉선화는 그림의 안료나 술과 음식의 재료, 종기의 치료약 등 다양하게 쓰이는 쓸모가 많은 꽃이라고 했다.

아직도 시골마을을 가더라도 골목길 담장 밑에는 무리지어 핀 봉선화를 볼 수 있다. 손가락에 물들이진 않더라도 여전히 사랑받는 꽃이다.

여름동안 뜰 한구석에 봉선화가 피고 지기를 반복했다. 이미 열매를 달고 익으면 씨앗을 멀리 보낼 준비가 끝난 것도 있다. 내년에도 그자리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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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꽃

백일의 붉은 절조

詠百日紅 영백일홍

皤皤白髮主人翁 파파백발주인옹

曾見花開七月中 증견화개칠월중

作客已經三十日 작객이경삼십일

還家猶帶舊時紅 환가유대구시홍

배롱나무꽃을 읊다

하얗게 센 백발의 주인 늙은이

일찍이 칠월에 꽃이 핀 것 보았지.

나그네 생활로 한 달이 지났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예전처럼 붉게 피어 있네.

-신광한. 기재집 권9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마흔 번째로 등장하는 신광한(申光漢,1484~1555)의 시 "詠百日紅 영백일홍"이다.

배롱나무는 나무 백일홍을 말한다. 백일홍나무에서 배롱나무로 변화된 것으로 본다. 꽃이 백일 동안 핀다고 해서 백일홍이라고 하였다. 원산지인 중국에서는 자미화紫薇花라고 한다.

꽃은 여름에서 초가을까지 제법 오랫동안 꾳을 보여주며 주로 붉은색이 많으나 더러는 보라색, 흰색으로도 핀다.

햇볕을 좋아하는 남부수종으로 중부 이남에 심었다고는 하지만 요즘들어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 나무의 주요한 특징은 수피에 있다. 줄기 껍질은 붉은 갈색이고 벗겨진 곳은 흰색이다. 매끈한 줄기로 인해 줄기를 문지르면 가지와 잎이 간지럼을 타듯 흔들린다고 해서 간지럼나무라고도 했다.

위에 인용한 시나 책에 나와 있는 다른 시인 성삼문의 '비해당사십팔영도' 처럼 옛사람들이 배롱나무에 주목한 것은 오랫동안 피는 모습이었다. 조선 후기 사람 신경준 역시 마친가지다. 배롱나무는 꽃을 한꺼번에 피고 지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 피어 오랫동안 붉은빛을 유지 한다고 '절도 있는 나무'라고 했다.

내가 사는 근처에 배롱나무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 있다. 꽃이 피는 때면 제법 많은 이들이 찾는 명옥헌이 그곳이다. 여름이면 한번씩 찾아 꽃그늘 아래를 서성이곤 한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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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피고 지고 또 피는
우리나라 꽃

絶命詩
鳥獸哀鳴海岳嚬 조수애명해악빈
槿花世界已沈淪 근화세계이침륜
秋燈掩卷懷千古 추등엄권회천고
難作人間識字人 난작인간식자인

절명시
금수도 슬피 울고 산하도 요동치니
무궁화 세상 이미 망했네.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천고를 돌아보니
인간 세상 지식인 노릇 참으로 어렵구나.
-황현, 매천집 권5 경술고

*알고 보면 반할 꽃시(성범중ㆍ안순태ㆍ노경희, 태학사)에 삼십 팔번째로 등장하는 황현(黃玹,1855~1910)의 시 "絶命詩 절명시"다.

한여름 햇볕의 열기가 기승을 부릴 때부터 시작되어 가을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꽃이 무궁화다. 꽃 색깔이 다양하며 7월부터 10월까지 100여 일간 계속 피므로 무궁화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꽃 곧 나라 꽃이라고 익히 알고 있는 꽃이다.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의 행전안전부 국가상징을 찾아보면 국화로 무궁화가 올라와 있다. 이 책에서는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무궁화를 국화로 공포한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무궁화가 우리나라 상징하는 꽃으로 관련된 문헌으로는 '산해경', '지봉유설', '임하필기', '오주연문장전산고', '해동역사', '동국문헌비고' 등에서 '산해경'과 '고금기'를 인용하여 '근화'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임을 말하고 있다.

출퇴근하는 길 곳곳에 무궁화가 보인다. 꽃의 색깔로만 대충 차이를 알 뿐 여러 가지 종류의 무궁화를 구분하진 못한다. 흰색으로 피는 꽃잎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보고서야 또다른 매력을 발견 하기도 했다. 봄이 삽목의 적합한 때라고 하니 꽃이 달리 피는 두어가지 나무를 눈여겨 봐 두었다. 봄을 기다리고 있다.

*'알고 보면 반할 꽃시', 이 책에 등장하는 꽃시를 따라가며 매주 한가지 꽃으로 내가 찍은 꽃 사진과 함께 꽃에 대한 내 나름의 이야기를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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