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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 가벼워진 공기로 아침을 차분하게 연다. 부드러운 기온으로 들판에 선 마음이 가볍다. 품을 줄여가며 서산에 걸린 달과 산 너머로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아침해 사이에 내가 있다.

바야흐로 서리꽃에도 온기가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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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元夕상원석
高低隨地勢 고저수지세
早晩自天時 조만자천시
人言何足恤 인언하족휼
明月本無私 명월본무사

대보름 저녁달
​높냐 낮냐는 것은 땅의 형세에 따른 것이고
이르냐 늦냐는 것은 하늘의 시간을 따른 것이니
사람들은 어찌 말로 근심할 일이 있겠소
밝고 환한 저 달은 애시당초 사사로움이 없는 것이기에

*조선사람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 1510 ~ 1560)가 다섯 살에 지었다는 시 상원석이다. 장성 출신으로 동방 18현 중 한 분으로서 조선의 대표적 성리학자다.

달이 높고 낮냐, 이르냐 늦냐는 모두 이치대로 가는 것이니 사람의 마음과는 상관 없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비춘다.

꽃이 피는 것도 이르냐 늦냐는 모두 이치대로 가는 것이니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여줄 뿐이다.

다만, 달빛의 고요함 속을 느긋하게 걷고 꽃의 온기를 가슴에 품는 것을 누리고 못누리는 차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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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쌓인 추위에 매화를 찾아 그 아름다움과 맑은 향기를 즐기는 것을 탐매探梅 또는 심매尋梅라 하고, 봄기운이 더 완연해진 후 만발한 매화를 찾아 감상하는 것은 관매觀梅 또는 상매賞梅라 했다.

하니, 관매觀梅나 상매賞梅는 이미 매화의 그 맑은 기운을 잃어버린 후의 일이다. 더욱 인파 속 묻혀버린 매화는 향기마져 흐트러져버린 까닭에 그 맛과 멋이 덜하다. 물론 이 또한 다 취향이니 더 무엇을 이르랴.

무릇, 매화를 보고자 함은 추위 속에서 그 향기 더욱 맑고 그윽해지는 탐매探梅가 제격이다.

남쪽 가지 봄뜻 알고 먼저 꽃망울 틔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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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을 앞둔 겨울날의 오후다. 볕 좋고 바람 적당하니 겨우내 얼었던 땅에도 이제 숨구멍이 생기겠다.

지난해 거둬두었던 씨앗들을 챙겨보는 것도 이 무렵이다. 겨울을 춥게 지나온 씨앗들이 볕의 온기로 인해 속으로 꿈틀대며 세상으로 나올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을까.

독특한 문양을 새긴 씨앗이 품고 있는 꿈이 양지바른 곳에 벽에 기대어 산 너머를 상상하는 나와 다르지 않음을 안다.

볕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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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샘이라도 했던 것일까.

긴 겨울을 건너 이른 봄맞이라도 할겸 벗들이 탐매의 길을 나섰다. 누구는 바다를 건너고 다른이는 산을 넘어 남쪽 바닷가에서 만났다. 늦은 점심으로 꼬막을 삶아 먹고 느즈막하게 납월부터 꽃이 핀다는 사찰에 올랐다. 매화가 지난 추위에 얼어버렸고 간신히 품을 여는 매화도 망설이고만 있었다.

탐매의 길이라지만 향기를 잃어버린 꽃은 이미 뒷전이고 벗들의 내딛는 걸음마다 이야기 꽃을 피우기 여념이 없다.

탐매, 그것이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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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윤정 2023-01-3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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