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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무게가
무겁고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하려는지 화사한 꽃을 피웠다. 나무 품에 들었던 이들이 다 떠난 빈 집일지라도 나무는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킨다. 발이 묶여서라기 보다는 겹으로 쌓아온 시간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라 이해한다.

꽃그늘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마음에도 매년 같은 꽃을 피우겠지.

살구나무의 시간이 꽃으로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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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의 그 간절함이

4년 동안 굳건하게 지켜지길 바란다.

홀로 당당하게 선 듯 보이지만

그 배경을 지킨 무슨한 마음들이 있었기에

비로소 오늘의 그 영광이 있다는 것.

산자고가 당당해 보이는 것은

배경이 된 깽깽이풀의 힘이다.

그곳이 우리가 서로 만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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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본다

멈춰서고 허리를 숙이고 때론 무릎도 꿇는다. 비로소 보지 못했던 모양과 색, 다른 이미지가 다가온다. 꽃의 본래 모습에 한발 더 다가서는 순간이다.

이렇게 만난 놀라운 꽃의 세상은 오묘하다. 그 안에 있는 것은 인간이 이룩한 모든 물질문명의 본래 모습을 보는 때는 경이롭기까지 한다. 혹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여기로부터 온 것은 아닐까?

꽃을 보는 마음으로

나와 너,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꽃을 보듯 그대를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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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日閒居 춘일한거

不禁山有亂 불금산유난

還憐徑草多 환련경초다

可人期不至 가인기부지

奈此緣樽何 내차연준하

한가한 봄날에

산에 여기저기 꽃피는 것 말릴 수 없어

여기저기 불어난 길가의 풀 더욱 아까워라

온다고 약속한 사람 오지 않으니

이 녹음 속에 놓여진 술 항아리를 어찌하나

*조선 사람 퇴계 이황 退溪 李滉(1501~1570)이 두보의 6자 절구시를 차운한 춘일한거春日閒居 6수 중의 한 수이다. 시절을 뛰어 넘어 봄날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슬렁거리는 숲속의 시간이 좋다. 몸보다 분주한 눈이라지만 느긋한 마음 가운데 일이라 그마저도 한가롭다. 뜻 맞는 벗과 소일하는 시간이 꽃 보는 마음보다 크기에 꽃길에 늘 벗이 있다.

먼 시간을 돌고돌아 온다는 벗이 이번에도 못 온다는 기별이다. 서운함이야 기다리는 이보다 못 오는 벗이 더하겠지만 못내 아쉬움이 크다. "녹음 속에 놓여진 술항아리"야 다음에 열면 되겠지만 준비해 둔 꽃자리를 함께 걷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몸 잘 보살피시라 기다리는 꽃은 때마다 있으니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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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요란을 떨더니

언제 그랬냐는듯

부는 바람에 구름을 밀치고

물끄러미 얼굴을 내민다.

봄볕이다.

중력을 거슬러 오르고 또 오르는 일이

매순간 버겁기만 할까?

눈맞춤하는 잠깐동안의 힘이 있어

콩짜개덩굴은 다시 오른다.

봄은 색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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