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노을'
곳곳에서 아우성과 탄식이 공존하는 하루였다. 아우성과 탄식의 중심에 내 이웃과 우리 아이들의 안위가 있다면 참으로 다행이겠지만 아전인수식 해석이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상을 수고로움으로 애쓴 그대,
붉은노을에 잠시 기대어 쉬어가도 좋으리라.
'봄이다'농부는 논밭 갈아 이랑내고 봄을 심는다.
그 곁에 서서 200년을 훌쩍 넘어온 느티나무 손에도 봄을 일구느라 분주하다.농부와 나무의 마음이 맞닿는 그 자리에 봄은 피어난다.
그대와 나의 봄도 다르지 않다.
'나무 한그루'
출퇴근 길에 만나는 반가운 소나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삼거리 길목에서 묵묵히 지켜온 세월을 다 짐작할 수 없지만 한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자연과 인간의 마음이 서로 닿아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살아온 시간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람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 보텐다. 그 마음 오고 가는 길 눈인사로 대신한다.
마음 속에 소나무 한그루 심었다.
'봄인 이유'
산벚꽃 진다고 황소 눈만큼이나 큰 눈에 그렁그렁한 눈물 보이던 사내는 산그림자 비추는 연못가에 앉았다. 떨어진 벚꽃을 세던 손가락 수도 없이 접었다폈다를 반복하더니 물기어린 눈가를 훔치며 힘없이 중얼거린다.
"때를 알고 지는 산벚꽃이 무슨 죄야. 너 보고픈데 못보는 애달픈 맘 주체하지 못하고 봄 탓으로 돌린 나 때문이지. 이제 숨 한번 크게 쉬었으니 돌아오는 봄까지 안녕ᆢ."
봄, 그대 마음을 봐버려서 봄인게다.
초승달
산벚꽃 지듯 잠깐이면 사라질 초승달그대 숨쉬는 하늘에서도 저 달 보이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