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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환한 밤에는謝湛軒'
어제밤 달이 환하여 비생(박제가)을 찾아갔다가 그와 함께 돌아왔더니 집을 지키고 있던 자가 고하기를, "누런 말을 탄 손님이 오셨는데 키가 크고 수염을 길었으며, 벽에다 무언가를 써놓고 가셨습니다."하더군요. 촛불을 켜고 비춰 보니 바로 그대의 글씨였습니다. 손님 온 것을 알려주는 학이 없어서 문설주에 봉자(鳳字, 凡鳥)를 써놓고 가시게 하다니! 유감입니다. 송구하고 송구합니다. 이후로는 달이 환한 밤에는 절대로 외출하지 않으렵니다.

*연암 박지원이 담헌 홍대용에게 보낸 편지글이다. 마냥 부러운 벗의 사귐이다. "이후로는 달이 환한 밤에는 절대로 외출하지 않으렵니다." 벗을 대하는 마음이 이토록 깊다.

*백중의 달이 밝다. 연암의 달이나 지금 내 머리위의 달이나 매한가지인데 담헌의 달이 부러운건 왜일까? 보름달의 정취를 나눌 이가 있어 시공간을 넘어선 마음 나눔에 대한 열망을 기대한다.

나도 달에게 그 마음을 기댄다.
"이후로는 달이 환한 밤에는 절대로 외출하지 않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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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末伏이다. 이제 여름도 끝자락인게다. 몸부림치는 더위라고해도 이제 꺾인다는 것이며 가을이 코 앞에 왔음을 말한다. 오늘을 잘 건나면 여름한철 여물었다는 것이니 그것으로 위안 삼아도 좋을 것이다.

먼 산 아침 그림자 아득하고 해를 막아선 구름은 송곳으로 파고드는 햇볕 아래 나처럼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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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기다렸던 비인가.
광복절 애타는 마음을 아는듯 시원스럽게도 내린다.

갈라진 콩밭을 보며 애태우는 할머니의 손등에도, 고추 따고 깨 말리는 할아버지 밀집모자 위에도, 도시의 아스팔트 열기를 감당키 어려운 휴가나선 사람들 발등에도, 하늘 향한 나무의 품에도, 차별없이 내린다. 

요란한 소리가 더 반가운 지금 비는 이내 몸으로 파고들어 한낮 송곳같은 햇볕에 찔린 가슴까지 그 시원함으로 적신다.

지금 내리는 이 비는 두루두루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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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새들이 아침을 깨운다.

한낮 송곳같은 햇볕이 심술을 부릴지라도 여름날의 하루는 또 지나갈 것이다. 

오늘은 아침 햇살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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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가득할 것이라고 제 모습을 예비한다. 스스로 완전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는 해와 달 그리고 지구라는 별이 서로 제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어울림이 있기에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을 잊지 않는다.

밝음의 이면에 어둠이 있어 서로를 더욱 빛나게 한다. 달이 어둠처럼 깊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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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8-20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진님의 글과 사진에서 음에서 양이 생성된다는 말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