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곳에 섰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피리를 연습하던 곳이다. 무더위 물러가니 벚나무 잎사귀도 함께 물러간 자리엔 여전히 강한 햇볕이 들지만 이젠 그 온기가 좋은 시간으로 변했다.
냇가 뚝방 위 벚나무 세그루는 사계절 피리 연습을 지켜봐주는 내 벗이다. 이른 봄 화사한 벚꽃으로 장단 맞추기도 하고, 때론 이름 모를 새를 불러 청중으로 삼기도 한다. 한여름엔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던 잎이 취임새를 넣어주고, 잎 떨구기 시작한 지금은 날씬한 가지가 지휘봉인양 장단을 맞춰준다.
벚나무 가지 흔들림으로 피리산조의 농현을 배운다. 나뭇잎 다 떨구는 때까지 바람따라 벚나무 가지 흔들리듯 입술과 팔에 기댄 피리가 내 몸에 운율을 세길 것이다.
가을은 피리의 농현따라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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