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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핀 꽃

물매화 보러 가는데 구름 가득한 하늘을 타박했더니 땅 위에 피는 꽃만 꽃이 아니라는듯 이렇게 붉어지나 보다.

꽃 보듯 하늘의 붉은마음과 눈맞춤한다.
그대도 놓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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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를 알아

바야흐로 버섯은 계절이다. 더욱 요며칠 비까지 내려 습기가 풍족하니 숲 속엔 각양각색의 버섯이 우후죽순 격으로 솟아 올랐다.

많은 이들이 싸리, 송이, 느타리, 노루궁뎅이 등 온갖 진기한 식용버섯으로 부러워하기를 부추키지만 내겐 아직 버섯을 구분할 재주가 없어 욕심나지 않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기 쉽도록 만들어 놓은 나무계단에서 만난 이름모를 버섯이다. 색감과 모양이 마냥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무엇이든 제 때를 맞춰 나고 자라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사람도 때를 알고 나아가고 물러서야 한다. 때를 잘못 알아 어설프게 한 행동은 창피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를 둘러싼 모두에게 두고두고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뒷산 밤나무 숲으로 버섯구경이라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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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를 만나는 동안, 관대는 종류별로 생겼고, 수명을 다한 서는 버리지도 못하고 서랍에서 쌓인다. 숨은 더 길어졌으며, 배에 힘도 제법 생겼고, 호흡은 안정화 되어가고, 찢어지던 속 입술은 더이상 덧나지 않는다.

간혹 나던 소리가 시간이 쌓이니 내고자 하는 소리를 어쩌다 내는 일도 있게 되었다. 

왠일로 오늘은 피리의 서가 입술에 착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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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曠野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이육사의 시 '광야'의 일부다. 열린 하늘아래 인간이 터를 잡고 살아온 시간이 겹에 겹으로 쌓였것만 기다리는 초인 오지 않았다. 하늘이 스스로를 열어 인간과 빛을 나눈 까닭이 어디에 있을까.

이육사가 초인을 목놓아 부른지도 칠십년이 지났다. 초인은 너무도 멀리 있어 목놓아 부르는 소리만으로도 열린 하늘 그 틈을 메우고도 남는다. 이제는 차라리 하늘 스스로가 열어두었던 틈을 닫아 빛을 거둬가버리기를 빌어야 할까? 

2016년 개천절의 하루가 참으로 더디게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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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을 달았다.
불을 켜서 어둠을 밝힌다. 길을 나섰지만 여전히 가늠할수조차 없는 아득함에 멀기만 하다. 길을 나선 이들의 걸음걸이를 밝히고자 했던 등불은 제 사명을 잃고 제 목숨을 겨우 이어가고 있다.

기원전 2333년에 이미 하늘이 열렸다지만 기원후 다시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것일까. 스스로 밝아 어둠 속에 묻히지 않아야할 마음자리는 여전히 무명無明에 갇혀있다.

개천절開天節의 날이 밝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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