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花笑聲未聽
鳥啼淚難看
꽃은 웃어도 소리를 들을 수 없고
새는 울어도 눈물을 보기 어렵다

*추구집推句集에 실려 있는 한 구절이다.
환청일까. 꽃의 웃음소리 뿐 아니라 제잘거림도 듣는다. 피기 전부터 피고지는 모든 과정에서 환하고 따스한 온기를 품고 있는 웃음소리가 있다. 단지, 주목하지 않아서 모르고 지나칠 뿐.

어디 꽃 피는 소리 뿐이랴. 새 우는 소리, 해와 달이 뜨고지는 표정, 안개 피어나는 새벽강의 울음에 서리꽃에 서린 향기까지도 생생하다. 하니, 어느 한 철이라고 꽃 웃는 소리가 없을 때가 없다. 

다 내 마음 속에 꽃피는 세상이 있는 까닭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멀리서 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나태주 시인의 마음에 기대어 안부를 묻는다. 첫서리 내렸다.
안밖으로 어수선한 세상 그대, 옷깃 마음깃 잘 여미시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실볕이 참으로 좋다.
얼마만에 햇볕인가. 그립다 그립다 노래를 불렀더니 맑고 투명한 하늘에 가실볕이 참으로 좋다. 윗지방엔 눈도 오고 찬서리 내렸다지만 이곳은 아직 무서리 내리기 전이니 귀하기만 한 볕이다. 옷속으로 파고드는 바람 등지고 볕바리기하며 부족했던 광합성을 한다. 

소나무 붉은 수피에 가실볕이 꽃으로 피었다. 가슴 활짝 열어젖히고 그 볕 통으로 품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차꽃 향기를 전한다.
11월의 첫날, 하루 사이에 확연히 다른 공기다. 차가움 속에서 가볍고 맑음이 전해져 몸은 움츠려드나 마음은 개운해지고 머리는 맑아진다.

다른 꽃들이 열매맺고 다 시들어져 다시 따뜻한 다음날을 준비할 때, 제 때를 알아 추워져야 비로소 꽃을 피우는 것들이 있다. 차꽃 피었으니 이제 서리도 눈도 가깝다. 한겨울 추위와는 사뭇 다르게 품으로 파고드는 그래서 더 시린바람이 꽃을 피우고 그 꽃의 향기를 산 너머 멀리까지 전해준다. 

그대, 옷깃도 마음깃도 잘 여미시라. 맑고 고운 차꽃의 향기로 안부를 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을의 한복판에 서서ᆢ.
사람의 손길이 머물러 형상을 내었다. 결을 거슬러 나무를 자르고 골을 파는 동안 무엇을 염두에 두었을까? 본래 자신의 모습과 다르다고 사람을 탓하지도 않았을 나무의 속내에서 짐작되는 바가 있기는 하다. 

무엇을 보는가는 결국 보고자하는 사람의 속내가 드러나는 일이기에 나무보다 먼저 그 사람을 보고자 한다. 시간에 노력을 더하는 수고로움이 쌓여 깊이와 넓이를 더하는 것이 사람의 관계다. 함께 걷고 같은 곳을 보며 마음을 더해가는 수고로움이 있어야 비로소 깊고 넓어질 그 길에 함께 설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랫듯이 앞으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무에게 시간이 겹으로 쌓여 자연스러움으로 남았다. 온 것보다 더 많은시간이 걸리겠지만 나무는 자신이 나왔던 세상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다시금 확인한다. 시작된 후 단 한 순간도 그 품을 벗어난 적이 없다는 것을ᆢ. 시월의 마지막 날, 가을 한복판에서 그대는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