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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이다. 볕이 잘 들고 바람도 통하는 곳에 감을 깎아 말린다. 곶감의 '곶'은 감열매를 곶이처럼 묶었다는 뜻이라고 한다. 햇볕에 말라가는 동안 색이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이미 그 달콤한 맛을 음미한다.

시간이 응축되어 감으로 맺고 그 감이 옷을 벗고 햇볕에 말라 곶감(건시乾枾)이 된다. 쓴맛이 특유의 단맛으로 바뀌는 것이다. 

단맛이 배이는 동안 긴 기다림의 안타까움을 달래라고 눈으로 먼저 맛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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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리만치 맑은 하늘 아래 볕이 좋다. 그 볕으로 인해 포근함이 스며든다. 굳이 양지바른 곳을 찾지 않더라도 좋은 이미 충분한 볕이다. 풍부한 일조량을 가슴에 품어 느슨해진 마음 깃 여밀 수 있길 소망한다.

남으로 열린 곳을 서성이며 여민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햇볕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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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을 훌쩍 넘는 시간동안 한자리에서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사이 길은 달라졌겠지만 여전히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삼거리 길모퉁이에 서 있다.

듬직하다. 마음으로 기대어 위안받아도 좋을만치 넉넉한 품을 가졌다. 멀리서 가만히 보고 있어도 좋은 기운이 전해지는듯 가슴에 온기가 스며든다. 한발 두발 다가가는 동안 가슴 뛰는 두근거림이 까칠까칠한 몸통을 만지는 동안 차분해진다.

분주한 출퇴근길 잠깐의 눈맞춤하며 속으로 건네는 인사가 통했다. 나무와 나 사이 주고받았던 마음이 모아져 징표를 만들어 낸 것이다. 시간이 겹으로 쌓에 이뤄낸 공감이리라.

공허로 가득한 상실의 시대,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어른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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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사井邑詞'

달하 노피곰 도드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데를 드디욜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데 졈그랄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정읍사는 작자·연대 미상의 백제가요다. "정읍현(井邑縣, 현재의 전라북도 지명)에 사는 행상의 아내가 남편이 돌아오지 않으므로, 높은 산에 올라 먼 곳을 바라보며 남편이 혹시 밤길에 위해(危害)를 입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나타낸 노래"라고 전해진다.

간절함이다. 이 밤 거리에 서서 역사 현장의 당당한 주인으로 선 사람들의 마음 속에 품은 바도 그 간절함에 근거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으로, 국민이 국민의로 살아가고자 하는 그 간절함이 광장에 꽃으로 핀 것이다. 

간절함이 모여 꽃으로 핀 머리 위에 달이 솟아올랐다. 거리에 선 100만 명, 전국 각지의 광장과 거리 그리고 마음은 광장으로 보내놓고도 삶의 현장에서 가정에서 제 자리를 지켜야하는 모든 사람의 머리 위에서 그 모두를 희망의 빛으로 하나하나를 빼놓지 않고 비추시라. 

지극정성의 간절함이 모여 그 소망 이뤄지는 날까지 한시도 놓치지 말고 함께 하시라.

달하 노피곰 도드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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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단풍'


살만 섞는다고
내 사람이 된당가
시퍼런 나뭇잎에
뻘건 물이 들대끼
그냥 죽고 못 살 정도로
화악 정이 들어부러야제
저것 잠 보소
저것 잠 보소
핏빛 울음 타는
전라도 단풍 보란마시
아직 갈 때가 안 되얏는디
벌써 훌훌 저분당께
뭔 일인가 몰라
뭔 일인가 몰라
물어나 봐야 쓰것네
물어나 봐야 쓰것네


*임찬일(1955~2001)이 어떤사람인지는 모른다. 이 시를 풍문으로만 듣고 이제서야 제대로 만난다. 여기저기 수소문해보니 남녘땅 나주 출신이란다. 작품으로 '임제'라는 장편소설도 있고 '알고 말고 네 얼굴' 등의 시집도 있다. 2001년 젊은 나이 47세에 타개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 시만큼 전라도가 품고 있는 맛과 멋을 오지게 쏟아내는 사람의 말을 접하지 못했다.


어제 내린 비로 곱던 단풍도 제 빛을 다하지도 못했는데 다 떨어지고 말겠다. 아쉬움보다는 몹쓸 회한만 남기고마는 이 가을이 야속타. 시인의 단풍과 내가 눈맞춤한 단풍의 붉은 속내는 다르지 않을진데 시인의 단풍풀이에 허방을 걷듯 속절없이 당하고 만다. 그렇게 당할 수 있어서 참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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