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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용이 연익성에게'
담헌은 술 한 병과 초 두 자루, 돈 석 냥으로 음식을 장만하여 연사의 영혼에게 이별을 고하노라. 그대가 정녕 죽었는가, 그대는 원래 몸이 허약했으니 53년을 산 것도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으나 음악에 묻혀 평생을 즐겼으니 무슨 미련이 남았겠는가. 몸은 영관에 있었지만 뜻은 높은 선비와 같았고, 평생의 업적은 배우였지만 성품은 가을의 맑은 물과 같았다.
아, 그대의 어짐을 나만 아는데 애석하구나. 사람과 거문고가 함께 없어졌으니 다시 누구와 더불어 음악을 들을까. 30년 동안 이어진 우리 우정이 이렇게 영원한 이별을 하는구나. 글자마다 눈물이 방울방울 맺히니 그대가 와서 보고 있는가.

*홍대용의 담헌서 내집 4권 '연익성에 대한 제문'

조선시대 영정조 때 활동했던 철학자 홍대용은 벗의 사귐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사람 사귐에 귀천을 두지 않고 마음이 맞으면 누구나 벗으로 대했다. 유독 음악을 사랑했던 사람으로 스스로 악기 연주를 즐기기도 했고 음악회를 열어 벗들과 교류하기도 했다. 그런 벗 중에 궁중 소속 음악인으로 중인 신분이었던 연익성은 음악으로 교류하는 벗이었다.

그런 연익성의 죽음에 위의 제문을 지어 그를 잃은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짧은 글 속에 홍대용이 벗 연익성을 품었던 마음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눈을 맞추고 리듬을 타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던 벗이 죽었으니 거문고도 사라지고 더이상 사람도 볼 수 없게된 것이다. 하여, 악기를 연주하고 음악을 접할 때마다 먼저간 벗을 잃은 슬픔은 사그러들지 않았을 것이다.

'백아절현伯牙絶絃',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어 버렸다는 뜻으로,  자기를 알아주는 절친한 벗의 죽음을 슬퍼함을 이르는 말이다. 지음知音을 평생토록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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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하나 걸릴것 없다는 듯 마음껏 펼쳤다. 살아가는 동안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늘 땅만보고 사는 이들에게 가끔 하늘도 올려다 보라는듯 넉넉한 마음이다. 하늘 아래 사는 뭇 생명들의 마음 속 본바탕을 원래는 저 하늘을 닮았으리라.

푸르러 더 깊어지는 하늘이다. 그 하늘에 비추어 잊고 살았던 내 속내와 눈맞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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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햇살이 얼굴을 부드럽게 감싼다. 첫눈이 온다는 소설小雪도 지났지만 아직 가을을 붙잡고 싶어하는 마음에 화답하듯 포근한 날씨라 다행이다.

볕 잘드는 곳 하늘 높은줄 모르고 키만 키우는 나무 밑을 서성인다. 이맘때 쯤이면 볼 수 있는 매혹적인 자연의 선물과 눈맞춤하기 위해서다. 도로를 덮은 갈색 나뭇잎을 유심히 살피다 보면 어김없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어쩌면 이렇게 닮았을까.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의 입술과 판박이처럼 닮았다. 고운 선따라 다소곳이 다문 입술은 도발적인 열정을 넘어선 이제는 성숙한 여인의 애틋함의 마음자리 그것과도 닮아 보인다.

꽃이 귀한 시기로 접어들었다지만 꽃보는 마음에 한가할 틈이없다. 꽃이 지니 나뭇잎이 꽃으로 피고 그 잎마져 땅으로 돌아가면 열매가 다시 꽃으로 핀다. 잎지고 열매 떨어지는 것은 다음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는 알림장이나 다름없다. 풀, 꽃, 나무, 열매 무엇하나 허투루 보아넘길 수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계절 산과 들에서 만나는 생명, 그 안에서 사람을 만난다. 하여, 나는 오늘도 꽃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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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일찍 지는 것이 마당에서 함께 바라봤던 그 하늘을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아닐까.

세번째, 그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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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텁고 깊고 무거운 기운이 멈춰있다.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이 사는 길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기에 애써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곧 구름 밀어낼 바람이 불 것이고 그 사이 햇살은 눈부신 본연의 빛을 발하리라. 우리 살아오고 살아갈 모습 그것과도 같이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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