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로부터 자발적인 단절를 선택하고 스스로를 지키고자 애썼던 지난 몇 년이었다. 시간이 쌓이니 내성도 생기고 어설픈 몸짓일지라도 다시 밖으로 향하고 있음을 스스로가 안다.
쌓인 시간 속에는 옮긴 터전 주변의 우리 들꽃이 있었고 우리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연장이 있었고 입술 터지지 않을 정도로 단련된 피리 리드가 있었다. 또하나 절대적 도피처이자 무엇보다 큰 위안이 되었던 책이 있었다.
날을 세우고 벽으로 둘러싸고 안으로 움츠러든다고 자신을 지킬 수 없음을 안다. 달리 방법이 없어 밖으로 모난 가시를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이제 그 드러낸 가시에 스스로를 찌르지 않을 정도로 무디어졌다.
이 겨울이 지나면 움틀 새싹처럼 서툰 못짓, 어눌한 말일지라도 다시 세상으로 향한다. 그 세상은 그리 넓을 필요는 없다. 감당할 범위에서 깊어지고자 한다. 그렇다고 일상에 특별한 변화를 꾀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들꽃을 찾을 것이고 공연장을 기웃거릴 것이며 피리를 불 것이고 책은 내 손에 있을 것이다.
하여, 아지랑이 피어오를 따뜻한 봄을 반겨 맞이하기 위해 겨울의 차가움을 누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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