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저문강에 삽을 씻고'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 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정희성의 시 '저문강에 삽을 씻고' 전문이다. 날마다 건너다니는 다리에 서서 지는 해를 보다. 문득 생각나는 시다.


무엇이 발길을 멈추게 했는지 모른다. 일상에서 반복되는 모든 것을 되도록이면 자세하게 눈맞춤하고자 애쓰며 오가는 길인데도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그 속에 내가 느끼는 희노애낙애오욕이 다 담겨 있어 문득문득 눈시울을 붉히게도 하고 발걸음 멈춰 한없이 바라보게도 한다.


그럴때면 어김없이 꾹꾹 눌러놓은 속내가 슬그머니 비집고 나와 주책없이 민망함을 보이지만 늘 혼자인 시간이니 누구 눈치볼 일도 없어 그냥 그대로 둔다. 그렇게 또 한차례 뒤집힌 속내가 흘러 넘치고 나면 맑고 밝아서 더 깊어진 따스함이 스며든 스스로의 가슴을 품고 일상으로 걸어갈 수 있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우리가 저와 같아서/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잊혀져가는 담배 연기가 손에 잡힐 듯 눈 앞에 아른거린다. 일어나자.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을 내디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제는 달에 바짝 붙어 가시버시하던 개밥바라기별이 오늘은 길을 앞서고 있다. 그렇게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가고 때론 나란히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순리라는 것을 몸소 말해준다.

채 어둠이 몰려오기 전 피어나는 듯 차오르는 초승달이 참으로 이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반가운 님이라도 오시는 걸까? 까치보다 더 먼 곳을 바라보며 아침해를 맞이하는 까치의 마음에 슬그머니 기대어 본다. 높은 곳에 올라 없는 모가지를 하늘끝까지 내밀어 본다고 더디오는 소식이 걸음을 빨리하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알고도 남지만 아직은 그리움이 가슴에 넘치는 사람의 마음이 느긋할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동쪽을 향한 까치가 기다림이 아침해는 아닐 것이다. 그대, 어디쯤이나 오고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멀리서 닭울음소리 들리고 산을 넘는 해는 붉은 미소를 건넨다. 끝과 시작이 다르지 않지만 해의 붉음마음으로 첫걸음을 내딛는다.

새아침 가슴에 담긴 온기로 그대의 안녕을 묻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논개'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변영로의 시 '논개'의 일부다. '의기' 논개의 그 의암에 올라 남강에 드리운 초승달을 본다. 나라와 내 이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이들을 다시 생각한다. 숨가프게 달려와 여전히 광장에서 나라와 내 이웃의 안녕을 기원하는 이들이 있어 정유년 한해는 살아볼만한 시간으로 채워질 것이다.


어두어지는 서쪽 하늘에 아스라이 뜬 달이 남강에 드리워 물결따라 일렁인다. 하늘에 하나 강물에 또 하나다. 바라보는 모든 이의 눈에도 담겼을테니 천강에 드리운 달이겠다.


2017년 정유년 첫날,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다 사람들 가슴에 담긴 이를 만나 위안받고 오는 길 위에 다시 시작하는 달이 함께 한다. 사람의 달과 하늘의 달을 한꺼번에 품은 가슴 뿌듯한 정유년 첫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