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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올라 남쪽을 바라본다. 구비구비 사람 그림자 스며들어 산자락 품에 안겼다. 하나하나 이름 불러주지 못하는 아쉬움으로 말없이 가슴에 품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산 위에 올라 비로소 산 아래서 허덕이던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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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밤을 건너 새벽이다. '우리 18살로 만나자'고 말하는 누군가의 시간은 멈춘 후 다시는 움직이지 못하고, '생명의 소리를 내던 손에 죽음을 든' 누군가는 끝나지 않을 긴 의식을 치루고, 그 사이에서 가슴열어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는 누군가는 가픈 숨을 몰아쉰다. 같은 시공간에 산다고는 하지만 어떤 심장과 심장은 결코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다. 미명未明에 깨어 뒤척이는 것이 지난밤 가슴 먹먹한 세상 소식 때문만은 아니다.

모두의 심장에 온기가 빛처럼 스며들어 스러지지 않길 소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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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전쟁같은 시간이 지났다. 그사이 짙은 구름이 땅과 마주하던 을씨년스러운 기운은 사라지고 맑고 깊은 겨울하늘로 바뀌었다. 늘 하늘을 보지만 순식간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워 보인다. 여반장如反掌 같은 사람 마음이 하늘을 닮은 것일까.

땀이 식으며 엄습하는 한기가 애사롭지 않더니 따사로운 햇볕이 스며들어 온 몸에 온기가 번져 그나마 다행이다. 몸이 바쁘니 오히려 머리가 개운하다.

아침, 비나 눈을 기대했던 바람은 실구멍난 풍선에 바람빠지듯 슬그머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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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뿌연 미세먼지는 바늘틈도 없이 하늘을 덮고 강렬한 태양마져 사라지게했다. 차갑지도 못한 기온으로 오히려 낯선 시간이 더 깊고 무겁게 땅바닥까지 내려앉은 날 빼꼼히 스며든다.

얼마만에 찾은 곳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이곳에 서서 따스한 세상을 꿈꾸었던 이들이 있어다. 한명은 국민의 심부름꾼을 자처하며 잘나는가 싶더니 들리는 소문도 없이 종적이 묘연하다. 다른 한명은 무엇이 그리 급한지 젊디젊은 나이에 하늘에 별이 되었다. 그 중 한명이었던 이는 긴 세월동안 침묵 속에 살며 과거의 사람이 되었다.


그때도 의암에 올랐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성벽 사이로 흐르는 남강의 끝이 어디인가 남해 바다쪽을 바라보며 삼천포 항구에서 해상국립공원의 한 축인 여수로 갈 여정을 생각했으리라.


문득 진주성 그곳에 올라 초승달을 바라보는 동안 엄습하던 알 수 없는 기운이 며칠이 지난 이제서야 짐작된다. 안개인 듯한 미세먼지로 날이 을씨년스러우니 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오늘밤 달이나 볼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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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트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신경림의 시전집2 "쓰러진 자의 꿈"에 실린 시 '나목裸木'의 일부다.

안개가 제 몸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멈춰선 시간, 바쁜 출근길임에도 기어이 차를 세우고 만다. 200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넘어온 느티나무 한그루 우연히 같은 시간대를 사는 인연으로 아침저녁 눈맞춤을 한다.

나무는 맨몸으로 이 거친 시간을 견디는 일을 나이테로 켜켜이 쌓아갈 것이다. 알고 있을까. 사계절 눈으로, 손으로, 마음으로 곁을 서성이며 기대어 마주한 시간이 있어 이제 조금은 더 헐거워진 마음으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시간을 앞질러가기라도 하듯 달리는 차를 멈춘다. 이 짧은 멈춤을 할 수 있는 내가 좋다. 다 그대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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