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그래 3월인게지
너의 향기가 세상으로 스며드는ᆢ.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제자리가 아닌 곳에 꽃이 있다. 가까이 가보니 못된 인간 하나가 꽃대를 뽑아 나무 둥치에 옮겨 놓았다. 저렇게 해놓고는 이쁘다고 사진을 찍었나 보다. 몹쓸 인간 같으니라고.

번개탄

신동진벼

암소

정순신

*애초에 사람을 향한 마음이 없다. 생각하는 머리마져도 없다. 혼자라면 어르고달래 방법을 찾아볼 염두라도 낼까 싶지만 속한 무리가 모두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다. 벌거숭이 임금이 따로 없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근본이 없으니 곧 시들고말 것이다. 욕심이 불러온 자리가 언듯 좋아보이나 결과는 뻔하다. 천년만년 누릴거라 생각하겠지만 화무십일홍이라 이미 지는 날만 남았다.

5년? 금방 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침도 아름답고 저녁도 아름답고, 날씨가 맑은 것도 아름답고 날씨가 흐린 것도 아름다웠다. 산도 아름답고 물도 아름답고, 단풍도 아름답고 돌도 아름다웠다. 멀리서 조망해도 아름답고 가까이 가서 보아도 아름답고, 불상도 아름답고 승려도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안주가 없어도 탁주가 또한 아름답고, 아름다운 사람이 없어도 초가樵歌가 또한 아름다웠다.

요컨대, 그윽하여 아름다운 곳이 있고 맑아서 아름다운 곳도 있었다. 탁 트여서 아름다운 곳이 있고 높아서 아름다운 곳이 있고, 담담하여 아름다운 곳이 있고 번다하여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 고요하여 아름다운 곳이 있고, 적막하여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 어디를 가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고, 누구와 함께 하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다. 아름다운 것이 이와 같이 많을 수 있단 말인가!

이자는 말한다.

“아름답기 때문에 왔다. 아름답지 않다면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옥(李鈺, 1760~1815)의 중흥사 유기重興寺 遊記 총론總論의 일부다. 장황스럽게 펼쳐놓았으나 결국 가佳, 아름다움에는 따로 이유가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말은 아닐까.

섬진강 탐매探梅를 시작으로 혹 때를 놓칠세라 빼놓지 않고 다니는 꽃놀이의 모두가 이 아름다울 가佳로 모아진다. 대상이 되는 꽃만이 아니라 가고 오는 여정에서 만나는 모든 풍경과 사물이 그러하며 무엇보다 함께하는 이들이 아름답다. 대상이 아름다운 것은 보는 이의 마음이 아름답기 때문이며 이를 공유하는 모두가 그렇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꽃놀이를 가는 이유다. 이미 시작된 봄 우물쭈물 머뭇거리지 말자. 후회는 언제나 늦다.

겨울을 건너온 남도의 노루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열매를 다 떠나보낸

노박덩굴의 여유 속으로 봄이 오고 있다.

이토록 한가로우니

여기에 무엇을 더하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한 해 동안 놀기에 적당하지 않은 날이 없고, 한 세상에서 함께 놀기에 적당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러나 노는 날은 반드시 좋은 때를 골라야 하고, 함께 놀 사람은 반드시 마음에 맞는 이를 찾아야 한다. 좋은 날에 좋은 사람을 찾았으면, 또 반드시 즐기기에 적당한 장소를 골라서 즐겨야 한다.
좋은 때를 고르자면 늦봄의 화창한 삼짇날보다 더 어울리는 날이 없고,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자면 진솔한 시인 묵객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이 없으며, 즐기기에 적합한 곳을 가리자면 호젓하고 툭 트인 울창한 숲과 냇물보다 더 어울리는 장소가 없다. 이 세 가지를 갖춘 뒤에야 그 놀이가 세상에 널리 알려질 수 있다. 이것이 왕희지의 난정계첩이 오늘날까지 오래도록 일컬어지는 까닭이다.

*조선시대 사람 권상신(1759~1825)이 주도한 대은암의 꽃놀이를 김홍도가 그린 '은암아집도隱巖雅集圖'에 찬贊을 붙인 글의 시작 부분이다.

권상신의 다른 글, '남고춘약南皐春約'에 따르면 젊은 시절 절친들과 과거공부를 핑계로 모여 함께 한바탕 봄놀이를 즐기고자 하여 규약을 정한 것이 있다. 여기에는 "첫째, 밥을 먹기 전에 어떤 장소에서 꽃구경을 할지 의논하여 결정한다. 둘째, 보슬비나 짙은 안개, 사나운 바람이 불어도 가리지 않는다. 셋째, 갈 때 소매를 나란히 하기도 하고 또 걸음걸이를 나란히 하기도 한다. 넷째, 꽃구경을 하는 이 중에 꽃을 꺾는 것을 즐겁게 여기는 이가 있는데, 매우 의미 없는 짓이다. 다섯째, 술잔을 돌릴 때 작은 잔을 나이순으로 돌린다. 여섯째, 운을 내어 시를 지을 때, 하나의 운으로 함께 짓기도 하고 운을 나누어 각자 짓기도 한다." 로 정하고 이를 어길시는 별도로 마련한 규칙에 의해 벌칙을 받아야 한다고 정했다. 벌칙은 정도에 따라 최고로 무거운 것이 술이 다섯잔이다.

우수雨水가 지나며 날이 풀린다는 것을 앞서가는 마음따라 몸도 알아 본다. 눈 속에 핀 꽃을 찾아 꽃놀이를 시작한 이래 한층 가까워진 꽃소식을 접하며 마음은 안달복달이다. 이에 옛사람들의 꽃놀이에 대한 글을 찾아 읽으며 꽃을 대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본받고자 한다. 꽃을 핑개로 벗들과의 교류가 중심이겠다. 하지만 번잡함을 피하는 사람으로 혼자 누리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을 알지 못한다.

한가지에서 난 산수유가 나란히 세상 구경을 나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