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을까. 서각하는 공방에서 일일체험으로 잡아본 전각도를 잡았다.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이 출발점이다.

붓으로 글자를 쓰고 준비한 돌의 크기에 맞게 복사를 했다. 돌에 바로 글자를 쓸 자신도 없는데 더군다나 거꾸로 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어찌어찌해서 글자를 돌에 옮기긴 했는데 쉽지가 않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지만 칼을 들었으니 마무리는 해야겠기에 파다 갈아내고 다시 파다 갈아내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그런대로 마음에 드는 것을 얻었다.

서각에 취미를 붙여 끌과 망치를 열심히 두들기고 있는 벗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연습 삼아 몇사람 이름을 새겨볼 생각이다. 새기는 건 내 마음이고 쓰던 버리던 그사람들 마음이다.

앗~ 순서가 바뀌었다.

다음엔 내것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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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에 이르다

오래 가면 속에서 살다보면 그게 진짜로 여겨져서

양심도 쉽게 제 먹이가 되겠다

들어붙이면 참 그럴듯한 거짓말,

그것에 밥 말아 먹고 밤새도록 앓았는데

모르는 사이 네게 닿아 있었다

흔들리다가 흔들리다가 멈추어 선 곳,

그곳이 바로 중심인 것을

아픔과 부끄러움이 곧 힘이고 길이었던 것을

*권경인 시인의 시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에 이르다"다. 흔들리는 것을 거부하거나 부정할 일이 아니다. 중심에 서기 위한 당연한 일이니. 지금 흔들리는 것은 중심으로 가는 중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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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또 겨울

생애의 오래된 길을 무더기로 밟고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몽매한 새떼들 그에게로 갔다

되돌아오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하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아주 쓸쓸하게

생각하고 생각하고 했을 뿐이다

*권경인 시인의 시 "또 겨울"이다. 나무와 마주서서 긴 눈맞춤을 한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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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 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신경림 시인의 시 "낙타"다. 별과 달과 해와 모래를 벗 삼아 살아온 낙타와 벗하여 한쪽 눈 감고 살아가도 좋으리라.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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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수요일

나목(裸木)

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
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
밤이면 메마른 손끝에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
드러낸 몸통에서 흙 속에 박은 뿌리까지
그것으로 말끔히 씻어 내려는 것이겠지.
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
뒤틀린 허리에 밴 구질구질한 나날이야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이
한밤에 내려 몸을 덮는 눈 따위
흔들어 시원스레 털어 다시 알몸이 되겠지만
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트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신경림 시인의 시 "나목(裸木)"이다. 겨울숲이 좋은 이유 중 하나다. 민낯이 어색하지도 부끄럽지도 않은 때에 그곳에 서서 함께 운다.

'시 읽는 하루'는 전남 곡성의 작은 마을 안에 있는 찻집 #또가원 에 놓인 칠판에 매주 수요일에 올려집니다.

#곡성 #곡성카페 #농가찻집 #곡성여행 #섬진강 #기차마을 #구례통밀천연발효빵 #들깨치아바타 #곡성천연발효빵
전남 곡성군 오산면 연화길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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