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바람을 가르다 - 고도원의 아침편지 '신영길의 길따라 글따라' 몽골 여행기
신영길 지음 / 나무생각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낙    화
             이 형 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아름다운 이별을 기대하며 여행을 떠나던 적이 있었다.

이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 늘 홀로 떠났던 여행. 

여행지의 사람들과 풋사랑처럼 정들고 뒤돌아설 때 한 줄기 눈물을  기대하는 여행.

내게 여행은 이별의 기억을 간직하는 짙푸른 슬픔이었다.

그랬다.  여행은 시인이 노래하듯, 가야할 때를 기약하고 만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일까 내 여행의 기억은 만남보다 이별이 먼저 떠오른다.

책의 맨 뒷장을 펼쳤다.  내가 그랬듯 작가의 이별을 먼저 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별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얼마 전에 읽었던 작가의 작품 <나는 연 날리는 소년이었다>에서 그가 보여준 풋풋한 감상과 아마추어 작가다운 신선함에 한껏 매료되었었는데......

몽골 초원을 향하여 떠났던 그의 여행은 바람과 말과 초원과 칭기즈칸과 별과 먼지, 그리고 이름 모를 야생화의 반복과 기성작가의 못된 습성을 조금씩 닮아가고 있었다.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선하지만 조금 부풀려진 감성, 옅은 미소를 떠올릴만한 과장된 표현에서 독자는 자신의 현실을 잊고 작가와의 여행을 기꺼이 허락할 수 있건만.....  작가의 감성이 메마른 탓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한 권의 책을 낸 그가 기성작가의 흉내를 내고 싶어서였을까.  자신의 느낌과 억지춘향으로 지면을 채운 인용문이 뒤섞여 여행의 감흥은 어디에서도 찾을 길이 없다.  여행지에서 메모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썼음직한 글들도 간혹 보이지만 그마저도 다른 인용문들에 가려 빛을 보기 어려웠다.

지금은 작고한 조병화 시인이 자신의 회갑을 기념하여 발간한 책에서 앞에 쓴 내용을 수없이 반복하며 지면을 메운 모습을 접한 후에 다시는 그분의 책을 사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책을 덮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쓸 말이 없을 때는 한줄의 글로 줄일줄 아는 용기가 작가를 작가답게 하지 않을까?  자신의 욕심으로 꾸민 한 권의 책보다는 한줄의 메모가 읽는 이의 가슴을 적실 때가 있음을 그는 몰랐던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연 날리는 소년이었다
신영길 지음 / 나무생각 / 200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꿈속에서 꿈을 꾸듯 여행 속에서 또 여행을 떠나는 이치가." 작가 신영길의 글은 그렇게 시작하여 "가장 뚜렷하고 아름다운 아이콘을 남기려고, 북극성처럼 빛나는 화인을 내게 남기려고, 그렇게 내 안에서 아프게 타는 냄새가 진동했나 보다."라고 끝맺는다.

평생 '글'이란 것을 써보지 않았던 그가,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고 방황하던 그가 자신을 찾아 먼 이국땅 바이칼 호수를 찾아 떠나는 명상여행.

몽골의 울란바토르 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이루쿠르츠크의 바이칼 호수로 향한다.

십대의 중학생에서부터 육십 대의 은퇴한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일터에서 전혀 다른 일과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칠십여 명의 일행과 함께.

작가는 눈 쌓인 평원에서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순백의 자작나무 숲을 거닐며, 깊이를 알 수 없는 바이칼 호수에 누워, 별이 쏟아지는 광야에서 시를 노래하고, 사랑을 외치고, 화석처럼 굳어진 전설을 떠올린다.

 

  "마음을 닫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다.  내 무지함이 탄로날까봐, 내 안의 황페함이 드러날까봐 두렵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닫고 사는 때가 있다.  어느 때, 무슨 연유로 자물쇠를 걸게 되었는지조차 기억에 없다.  마음을 열려고 해도 이제는 열쇠를 찾지 못해서 열지 못한다."(P.167)

 

아마추어 작가의 글은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조금은 과장된 표현이 그렇고, 지나친 감상(感傷)이 그렇다.

바이칼 호수보다 깊은 자신의 밑바닥, 그 내밀한 본능이 그렇고, 서툰 몸짓이 그렇다.

그래서 신선하다.  서편제를 사랑하던 작가는, 안도현과 고정희의 시를 읊고, 사랑을 찾아 떠난 '정임'을 그리워한다.  그 뚜렷한 바이칼의 얼음 파도에 사랑의 무늬를 새긴다.

 

  "그곳에 내가 있었다.  거룩한 곳 바이칼에.  눕고 싶었다.  바다처럼 누웠다.  눈을 감았다.  이대로 잠들었으면, 나 자신이 신의 원고지가 될 수 있다면....."(P.105)

 

 

자신을 찾아 떠났던 명상여행.  작가의 글은 '고도원의 아침편지'에 '신영길의 길따라 글따라'라는 코너에 소개된 것을 모아 출간한 것이라 했다.

글의 조탁이 때론 기계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글쟁이가 아닌 순수 아마추어의 신선한 글이 설원의 자작나무 숲을 지나쳐 한파가 몰아치는 세밑에 내게로 왔다.

그의 글은 숨어드는 내 가면의 삶을 꺽꺽 토하게 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10-03-12 15:32   좋아요 0 | URL
음 일고 싶네요.

꼼쥐 2010-03-12 20:4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여행기입니다.
책을 읽으면 즐거운 시간이 되실듯....

L.SHIN 2010-03-19 19:27   좋아요 0 | URL
아! 바이칼 호수라니!
요즘 지구과학 책을 보면서 바이칼 호수에 호기심이 일었는데,
여기서 보다니 반갑습니다. 책 구경 하러 가야겠습니다.^^

꼼쥐 2010-03-19 22:00   좋아요 0 | URL
네,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독서일기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수정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예전부터 좋아해온 몇몇 책들을 다시 읽어보기로 결심한 건 쉰세 번째 생일을 맞은 2년 전이었는데, 겹겹이 포개지고 복잡한 과거의 세계들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암담한 혼돈을 반영하는 듯한 모습에 또 한 번 깊은 인상을 받았다.  소설 속의 한 구절이 불현듯 어느 신문 기사에 통찰력을 제공하는가 하면, 이런저런 장면에서 반쯤 잊었던 일화가 떠오르고, 낱말  하나를 단초 삼아 긴 사색에 잠기기도 했다.  나는 그 순간들을 기록해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1년 동안 한 달에 한 권씩 다시 읽는다면 개인적인 일기와 일반적인 책의 중간쯤 되는 뭔가를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P.9)

이 책의 성격에 대하여 작가는 위와 같이 밝히고 있다.
자신의 개인적 일기와 작가가 선정한 12권의 책을 통한 사색.  작가의 시선을 통해 한 자 한 자  일깨워진 그 12권의 책은 나의 일상에서 마치 1년을 살았던 것처럼 익숙하다.
평생을 독서광으로 살았던 작가의 해박함과 놀라운 기억력,  일반 독자의 수준과는 너무나 먼 거리감으로 그의 시선을 좇아 한 해를 순환한다는 것은 내게는 힘겨운 일이었다.
어른의 발걸음과 억지로 보조를 맞춰야 하는 세 살 배기 어린애의 심정으로  이 책을 읽었다. 
작가가 언급하는 작가만도 수백 명에 이르고, 한 번쯤 읽었음직한 작품도 나의 기억력은 그를 따라가기 어려웠지만, 그의 독특한 발상과 같은 주제에 대한 통시적 언급은 내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의 6월은 아르헨티나 작가 아돌프 비오이 카사레스의 소설 <모렐의 발명>으로 시작되었다.
시간에 얽힌 실제하는 삶.  그 4차원의 일상을 작가는 영상과 같은 2차원의 평면에서 영원성을 부여하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힌다.  작가의 일상은 활자화된 2차원의 평면에서 시간이 정지된 채 멈추어 있다. 
7월.  H.G. 웰스의 <모로 박사의 섬>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사악한 신과 잔혹한 괴물의 이중성.  운명이 인간과 짐승 사이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8월. 인도에 사는 백인 소년이 라마승과 정신적인 유대감을 나누며 친구가 되어 서로 우정을 쌓고, 순례를 통해 점차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러디어드 키플링의 작품 <킴>.
순례자의 발걸음처럼 결국 끝이란 없다.  인간은 그 과정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9월.  결국에는 아무것도 소멸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샤토브리앙의 작품 <무덤 저편의 회고록>
현재가 항존(恒存)한다고 생각하는 우리.  '사건'이라는 항존하는 유령을 필요로 하는 대중.  필사의 운명을 지워버리려는 몸부림.  죽음이 우리를 건드리더라도 우리를 파괴하는 건 아니며 단지 우리를 보이지 않게 만들 뿐이다.
10월.  아서 코넌 도일의 작품 <네 사람의 서명>
권태로움에 대한 치유로 균형을 모색하는 것.  균형 회복은 모든 추리소설의 주제일 것이다.
11월.  금슬 좋은 부부 사이였던 에두아르와 샤로테 사이에 에두아르의 친구인 대위와 오틸리에가 끼어들면서 그들 사이에 싹트는 애정의 반응을 묘사하는 괴테의 작품 <친화력>
우리는 운명이 우리를 위해 이미 골라놓은 가능성을 선택한다.
12월.  케네스 그레이엄의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안락함을 묘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그레이엄의 작품에서 작가는 자신의 집과 조국,  고향을 추억한다.
1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이상주의적 인물 돈키호테와 현실주의적 인물 산초를 통하여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내면을 풍자적으로 묘사한 세르반테스의 작품을 읽으며 삶이 의미있다고 우리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믿고, 인정하고, '맹세로' 다짐할 것을 요구한다.
2월.  이탈리아의 소설가 디노 부차티의 작품 <타르타르 스텝>
군대라는 폐쇄적인 공간과 명예욕에 찌든 인간상에 대해 통렬히 비판한 부차티의 작품은 오직 자신에게만 주어진 시간의 길을 걸으며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 자신의 역량을 입증하려는 주인공 도르고는 우리의 삶과 너무나 닮아있다.  "모든 작가와 화가는 아무리 오래 살아도 단 하나의 똑같은 주제만을 말한다."고 했던 부차티의 말처럼.
3월.  10세기 말 일본의 황후를 모시던 궁녀인 세이 쇼나곤의 <필로우 북>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네 일상을 보여주는 헤이안 시대의 저작. 그 기억의 편린.
4월.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 <떠오름 Surfacing>
한 여성이 퀘벡 북부에서 멀리 떨어진 섬으로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나서는 이야기.  폭력과 죽음의 떠오름.  역사를 지닌 것은 뭐든 제거하고 오로지 야생의 자연하고만 소통하고자 하는 주인공.
5월.  브라질 작가 마차도 데 아시스의 자전적 작품 <브라스 쿠바스의 유고 회고록>
죽음을 통해 우리가 왜 태어나는지에 대한 해묵은 질문의 답을 직관적으로 통찰하는 사후에 쓰는 회고록.  마차도 데 아시스가 생각하는 사후는 자아성찰을 위한 완벽한 공간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를 쓴 작가 안정효를 생각했다.
놀라운 기억력을 지닌 작가.  어쩌면 알베르토 망구엘의 머리 속에는 수많은 작가의 이름과  작품 속 구절들이 백과사전처럼 정렬되어 있을 것이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곳에는 시각적 이미지가 아닌 잠재된 언어의 자연스런 나열이 훨씬 자연스러우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코지능 - 미래 경제를 지배할 녹색 마인드
대니얼 골먼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무더웠던 2008년 6월의 마지막 날 저녁.

나의 아내는 여섯 살 배기 아들을 이끌고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앉아 있었다.
대자보와 수업거부, 연일 계속되는 시위와 최루탄에 눈물 콧물을 쏟으며 대학 생활을 보냈던 아내였지만 아내는 항상 시위문화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무관심으로 일관했었다.
그랬던 그녀를 광장으로 이끌었던 동인은 무엇이었을까?
나의 눈에 비친 아내의 행동은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엘 고어가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포기하고 <불편한 진실>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며 환경운동가로 나섰던 것과 세계적인 아이스크림 업체인 배스킨라빈스의 유일한 상속자였던 존 라빈스가 모든 유산을 포기하고 환경 운동가가 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보다도 믿기  힘든 사실이었다.
이런 일련의 사건에는 그 원인이 내재하고 있었다.
미국산 소고기 전면 개방으로 촉발된 2008년 촛불집회의 현장으로 아내를 이끌었던 것은 분명 시대의 변화와  함께 그 변화에 기꺼이 동참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존재했던 것이다.  
이 책은 전 인류를 포함한 생물계와 그것이 살아가는 생태계를 올바로 이해하고  우리의 생태적 공간(지구 및 생태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제거하려는 적극적인 행동을 유도하고 그러한 경험으로부터 축적된 우리의 능력이 결국 환경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미래 사회로 발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즉, 파멸로 향하여 질주하는 지구 환경 및 건강을 잠식하는 화학약품 및 노동환경에 대하여 그 심각성과 위험을 인식한 깨어있는 소비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으며 각 단계의 공급 프로세스에 시정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단체 행동이 결국은 공급 업체의 변혁을  유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시장중심의 변혁"은 가능한가의 문제와 그 한계, 각계 전문가의 대안과 실재하는 사례들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각각의 제품이 생산, 운송, 구매, 폐기에 이르기까지 LCA(Life Cycle Assessment)라는 렌즈를 활용하면 가치 사슬 안에서 제품에 수반되는 생태적 악영향, 즉 각 단계가 환경이나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  LCA를 통해 부정적 가치를 인식하면 그것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고, 따라서 해당 제품의 전체적인 환경적 영향력을 개선할 수 있다.(P.55)

자사 제품의 생산 공정에서 일부 단계를 강조함으로써 '환경 친화적'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려는 기업의 홍보성 허구를 분석하고 이를 통하여 밝혀진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함으로써 해당 제품이나 기업에 대한 혐오감, 또는 부정적 인식은 소비자, 정부, 기업의 구매 담당자의 구매 행위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해당 기업의 임원이나 결정권자는 재무 성과와 함께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게 된다는 논리.  정보의 습득에 필요한 노력과 비용, 습득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구매 행위에 직접적으로 적용하는 소비자는 단 10%에 불과하고 그러한 정보에 무관심한 소비자가 25%에 이르지만, 관심은 있으나 노력과 비용을 지불하고 싶어하지 않는 대다수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려는 노력은 각계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정보의 투명성은 결국 기업의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윤리로 인식되던 과거의 경제 논리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기업 도요타의 사례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언젠가 기업은 재무 성과와 더불어 기업의 사회적, 윤리적 성과를 제출하고 검증 받아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시나브로 변화는 진행되고 있었다.

나의 아내가 변화의 현장에 자발적으로 참가하였고, 그 경험으로부터 나와 아내가 N사의 라면과 일부 신문을 외면하게 되었듯이 구매 결정은 오직 '가격'에만 의존하던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기대하던 구시대의 경제 원칙은 '최대의 윤리로 최장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슬로건이 각 경제 주체의 뇌리에 경제 원칙으로 자리잡을 날이 오리라는 확신, 우리는 그 변화의 초입에 위치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지극히 평범하고,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내용의 이 책이 또는 그의 다른 글이 어떻게 전세계 160여개 국 66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1억 부가 넘는 판매를 기록하게 되었을까?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를 이끌어낸 저력은 무엇이었을까?

십대 시절에는 세 차례나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청년 시절에는 브라질 군사독재에 반대하는 반정부 활동을 하다 두 차례 수감되어 고문을 당했으며, 히피문화에 심취해 록밴드를 결성했던 그가 저널리스트로, 록스타로, 배우로, 희곡작가로, 연극 연출가로 그리고 TV 프로듀서로 살았던 그의 다양한 이력이 독자들에게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을까?

아니면 지구상의 어떤 사람도 쓰지 못했던 독특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일까?

나의 생각으로는 파울로 코엘료의 진정한 힘은 이도저도 아닌 진실과 솔직함에 있었다.

혹자는 그가 산티아고 순례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런 작품을 쓸 수 있었다고 평할지 모르겠으나, 단순한 그의 경험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정도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하는 것은 나의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순례의 경험이 자신에게 이전보다 더 솔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는  쪽이 옳을 것이다. 
밑바탕에 진솔함이 깔려있는 글이나 예술 작품은 보고 듣는 모든 사람에게 감동의 울림이 전해지게 마련이다.   하여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만을 기록해야 한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을 글로 옮기는 것은 아무리 기교가 뛰어난 작가의 능력으로도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는 법이다.   SF소설도 작가의 상상 속에서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글로 옮긴다면 그것은 곧 진실이고,  그 작품은 필연적으로 독자의 마음에 강한 울림으로 전달된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글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그대로 옮겨 적는다 하더라도 진심으로 감동하여  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차이가 있다.   나의 마음이 버무려진 필사본은 원작자의 글에서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글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주변에서 듣고 경험하거나 읽었던 것을 작가가 먼저 감동하고,  차후에 그것을 글로 옮겼기에 평범해 보이는 신화나 전설마저  새로운 느낌으로 독자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고 믿는다.  평범한 일상과 에피소드를 특별한 감동으로 전할 수 있는 작가의 힘은 진실과 솔직함에 있었다.  조금 긴 그의 기도문을 나의 감정을 섞어 옮겨본다.

주여, 우리의 의심을 지켜주소서.  의심 또한 기도하는 한 방법입니다.  의심은 우리를 성장하게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하나의 문제에 대한 많은 답들과 두려움 없이 마주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하여......

주여, 우리의 결정을 지켜주소서.  결정 또한 기도하는 한 방법입니다.  우리의 의심을 이기고, 이 길과 저 길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을 주소서.  우리의 긍정이 늘 긍정이도록, 우리의 부정이 늘 부정이도록 하소서.  한번 결정한 길은 뒤돌아보지 않도록, 후회가 우리의 영혼을 잠식하지 않도록 하소서.  그러기 위하여......

주여, 우리의 행동을 지켜주소서.  행동 또한 기도하는 한 방법입니다.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우리가 맺는 가장 좋은 열매가 되게 하소서.  노동과 행동을 통해 우리가 받을 사랑을 나누게 하소서.  그러기 위하여......

주여, 우리의 꿈을 지켜주소서.  꿈 또한 기도하는 한 방법입니다.  나이와 외적 조건에 상관없이 가슴속에 성스러운 희망과 인내의 불씨를 품게 하소서.  그러기 위하여......

주여, 우리에게 열정을 주소서.  열정 또한 기도하는 한 방법입니다.  우리를 하늘과 땅, 어른이나 어린아이들과 결합케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니, 열정은 우리의 욕구가 중요함을 일깨워주고 최선을 다하도록 북돋워줍니다.  우리가 하는 일과 혼연일체가 되어 있는 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열정은 재삼 확인해줍니다.  그러기 위하여......

주여, 우리를 지켜주소서.  생명은 우리가 당신의 기적을 다시 펼쳐 보일 유일한 길입니다.  이제까지 그랬듯 땅이 씨앗을 낟알로 여물게 하시고, 밀알을 빵으로 만들게 하소서.  이 모든 것은 우리에게 사랑이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그러니, 우리를 외롭게 하지 마소서.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러 계시며, 의심하고 행동하고 꿈과 열정을 품은 사람들, 매일매일 당신께 영광 돌리는 삶을 이들과 더불어 함께하게 하소서.(P.159 - 16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