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랑지수 1
옌쩐 지음, 박혜원 외 옮김 / 비봉출판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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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알게된 건, 우연한 기회에 모 일간지 북스팀의 기자가 쓴 글을 읽게 되면서부터 였다. 그 기자는 이 책을 소개하면서, 오늘 날의 우리나라 사람들의 현실이나 중국 사람들의 현실이 너무도 닮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후안무치, 만만디의 나라 중국의 모습은 과연 어떠하단 말인가?

이 책은 주인공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 양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고 목적을 이루어 나가는가를 물흐르 듯한 문체로 보여주고 있다. 읽으면서 정말 우리나라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직내에서의 비리, 알력등. 그래서 어찌보면 제목에서 보여주듯, 무슨 무협지가 아닐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읽으면 큰 오산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중국인의 글(?)답게 호흡이 길다. 주인공 지대위가 어떻게 행동하고, 기지를 발휘해서 문제해결을 했다는 서술보단, 그가 무엇을 보고,생각하고, 깨닫는가에 보다 많은 지면을 할애해 읽는 이로하여금,과연 이렇게 3권으로까지 구성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약간은 지루하단 생각을 지워버릴 수 없게 만든다.물론 중국 원본은 두껍게 한권이거나, 보통 두께의 두 권쯤이었는지도 모르지. 원래 번역 과정에서 두께가 들어나는 것이 보통이니까.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본 것은 중국인의 본래 모습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맹자와 공자의 나라. 우리나라만큼이나 역사가 오래고 깊은 나라에서 웬지 모르게 그 나라가 가지고 있을 법한 신비는 없고, 중국도 경제 동물의 우리에 갖혀 공룡화 되어가고 있는 것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지금 중국의 경제적 비상은 세계 어느 나라도 못 따라가리만치 위협적이다. 하지만 왠지모를 불안과 불온함이 느껴진다. 옛날에 로마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불안한 미국을 보는 것처럼, 지금은 중국이 저리 발전이 된다고 뻐기지만 그 영광이 과연 30년이나 갈까? 물론 그렇다고 그 나라를 웃습게 볼 것만도 아니다. 한나라의 숨겨진 저력이라는 것도 무시 못하는 법이니까.

소설은, 주인공 지대위를 통해 인간이 정말로 붙잡아야할 진실은 무엇이며, 모든 진실을 은폐하고 오직 살아남기 위해 권력을 쟁취하려는 인간군상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또한 그것에 동조하고 쫓아가는 주인공의 내면 또한 놓치지 않는다.

'창랑에 물 맑으면 내 갓끈 씻으면 되고 창랑에 물 흐리면 내 발 씻으면 되지'라는 뜻의 이 책은 후안무치의 중국인의 의식을 정말 잘 대변해주는 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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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 미암일기 1567-1577
정창권 지음 / 사계절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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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역사>하면 보통은 '정치사'를 생각하게 된다. 마치 정치사를 아는 것이 역사를 아는 것인 양 공부하고 교양을 쌓으려는 경향이 있다. 역사는 종체적인 것이다. 그 시대의 정치뿐만이 아니라, 풍속, 일상, 건축, 복식 등 폭넓게 다양하게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 시도가 새롭다.

우리가 흔히 아는 '옛날'이란 개념은 18세기에서 19세기를 겨냥한 때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아는 그 시절이란 여자들이 남자의 집에 시집을 가고, 칠거지약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여자가 18,19에도 시집을 못가면 큰일나고, 남존여비에, 남아선호 사상, 남편이 첩을 얻어도 본처가 아무 말도 못하는 정도가 전부가 아니었을까? 이렇게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엔 어느 정도 매스컴의 책임도 있지만, 역사를 알려고 하지 않는 독자들도 책임이 있고, 역사를 좀 더 친숙하게 만들지 못한 학계의 대중화 노력도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통해서 16세기는 우리가 아는 옛날의 개념과는 정말 상상외로 달랐음을 발견했다. 남자가 여자의 집에 장가를 갈 수도 있고, 여성의 나들이도 자유로왔고, 이혼도 엄연히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또한 '미암'의 세심한 성격과 성에 대한 솔직함도 이색적이었다. 또한 풀어 쓴 저자의 탄탄한 문장력도 돋보인다. 이렇게 역사가 대중에게로 가까이 가려고 하는 시도는 성과를 논하기 전에 일단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여진다. 그냥 큰 기대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일독을 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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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 미 이프 유 캔 - 할인행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톰 행크스 (Tom Hanks)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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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제목답게 쫓고 쫓기는 긴박성은 그리 많이 나타나지는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본 것은,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속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속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은 레오가 유능한 외과의사로 변신한 뒤, 자전거를 타다 심한 상처를 입고 후송되어 온 소년을 보는 장면이다. 그전에 레오가 의사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TV 영화에서 본다. 그 영화에선 의사가 연신'동의하나? 동의합니까?'를 연발했다는 점이다. 이에 착안한 레오는 그것을 써먹어 보기로 한다.

두명의 인턴 중, 한 인턴이 자기가 본 소견을 레오에게 보고한다. 그는 또 다른 인턴에게 '동의하나?'라고 물어 본다. 그 상황에서 그 인턴은 한번쯤 레오의 정체를 의심할 법도 하건만, 레오가 자리를 떠나고 오히려 자신이 동의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고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장면에서 드러난다.(난 또 이 장면에서 얼마나 웃었던지.)

나는 영화를 보면서, 사기꾼이 갖춰야할 세가지 이미지가 있다더니 과연 영화는 그것을 잘 살려낸 것 같다. 그 하나는 잘 생겨야 한다는 것이고, 머리가 비상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주어진 직업에 있어서는 실제 그 사람보다 더 그 사람다워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사람에겐 여러가지 '나'가 있다고 한다. 어찌보면 영화 속 주인공은 한가지 역할에 만족하지 못하고, 여러가지 역할을 너무나 잘 소화해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주체 못할 에너지 때문에, 컨닝없이 한번에 변호사 자격 시험에 합격했어도 그 일을 그만 둘 수 없었는지도 모르지. 나 같으면 변호사를 평생 안정된 직업으로 삼았을텐데 말이다.

그래도 이 영화가 좋았던 건, 영화가 희대의 사기꾼의 삶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휴머니즘도 담고 있다는 것이다(허리우드 영화의 격식기도 하겠지만). 그것은 톰 헹크스가 레오에게 끝까지 선처와 믿음을 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것에 무릎꿇고 도망갈 수 있었던 상황에서도 돌아왔다. 그리고 주인공은 복역 후 FBI에서 위조수표 감식하는 일을 하면서 이아 셋을 낳고 잘 살고 있다고 한다.

결국 세상을 믿지 못하게 만드는 것도 사람이지만, 세상을 믿게 만드는 것도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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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예배
이반 지음 / 연극과인간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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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이 책을 알라딘에서 주문해서 산 건 지난 여름이었다. 이 책은 어느 한 분야에 충실하게 썼다기 보단 이런 분야가 있다는 일종의 소개서 내지는 입문서란 느낌이 든다.

지금으로부터 한 10년 전쯤 나는 교회의 예배가 달라지고 있음을 목도했다. 그것은 예배 가운데 짧은 연극이 삽입이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실제로 그 일에 투입이 되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 변화를 어떻게 수용해야할지 꽤 막막해하고 있었다. 이렇다할 자료가 없었기 때문에 거의 맨땅에 헤딩하기 였다.

아마도 이런 예배 방법은 그때까지만 해도 생소한 것이고, 미국 교회 같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것이라 좌충우돌이 심했다. 그러나 세월은 그 변화를 무색케 했다. 지금은 나름대로 보편화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예배와 연극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연극에 문외한인 내가 그 일을 시작하면서 처음 알게된 건, 연극이 예배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것에 관한 역사적 배경을 이 책에서 다루고 있고 나의 눈을 번쩍 뜨이게만든 건, 그것을 현대에 체계를 잡아 세워나갔던 인물이 스웨덴 출신의 하르트만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희랍극과 중세극 중에서 현대 감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제의적 요소와 전통적인 루터교의 예배의식의 극적 요소의 만남을 꾀해 예배극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극이론을 창조해 내고 예배극 작품을 창작하였다'고 이 책은 소개하고 있다.

그는 또한 인간의 구원의 문제에 천착한 영화감독 잉그마르 베르히만과도 교분이 두터웠다고도 한다. 그의 연극의 특징은 극중 예수역을 직접 등장시키지 않고 그에 상징적인 인물을 세운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교육극에 브레히트가 있고, 부조리극에 사무엘 베케트와 외젠 이오네스코가 있다면 '예배극에 하르트만'이 있었다는 건 내가 이 책을 읽으므로 해서 새롭게 발견한 것이었다.
아직 그의 작품은 우리나라에 소개된 바는 없으나 이 책의 저자는 친절하게도 그의 희곡을 부록으로 소개하고 있어 그의 작품 경향을 아는데 도움을 주었다.

교회에서 나름대로 나와 비슷한 일을 하거나 이 방면에 관심있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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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든 대통령 링컨 (반양장)
전광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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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연한 기회에 아는 후배로부터 빌려 읽게 되었다. 이미 읽은 다른 애들이 하도 좋다고 소문이 자자해, 다른 읽어야 할 책들이 쌓여있음에도 잠시 미뤄두고 읽기 시작했다. 다 읽고 난 느낌은 우선 읽기가 편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저자는 요즘의 독자들이 어떤 편집 방법에 의한 책들을 선호하는지를 잘 파악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이 의도했던 것은 링컨을 역사적으로 조명했다기 보단 신앙인으로 조명하려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신앙인들에게 도전을 주기 위해 글을 썼을 것이라는 것이다(그럼에도 신앙은 역사 속에 면면히 흐른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나 일화들 또 그것들이 끝날 때마다 성경 귀절을 적어 놓은 글쓴이의 방식은, 다시한번 성경을 묵상할 수 있게해서 좋은 것 같다.

읽으면서 느꼈던 건, 신앙인으로 산다는 것은 단순한 것인 동시에 굉장한 힘을 소유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정적(政敵)도 동지로 만들 수 있는 링컨의 탁월함에 경의를 표할 뿐이었다.

또한 동시에 전쟁의 참상 속에서도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갖는 긍휼과 온유의 마음, 아들을 전장에 보내놓고, 함께 싸우는 친구는 될 수 있으면 안전한 곳에 있게하고 너는 치열한 곳에서 싸우라는 편지는 정말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아마도 링컨에 관한 책들은 찾아보면 적지 않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통은 어린 아이 때 위인 전기로 읽고 성인이 되어서는 잘 안 읽지 않는가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신앙인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고, 다소 나태해지고 무기력한 나의 신앙을 다시한번 점검하고 바로 세우는데 충분히 좋은 책이었단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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