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날씨가 넘넘 춥다. 

이 추위도 오늘만 잘 넘기면 내일부턴 서서히 풀릴 모양인가 본데 앞으로 이런 추위가 또 있을까? 하긴 최근 몇년 간은 그다지 춥지 않았으니 이런 추위도 있어 줘야겠지. 모쪼록 앞으로의 겨울은 알싸하게 춥다 봄을 맞았으면 좋겠다.


1. 서재의 달인이 못 된 것에 대해선 미련은 없는데 묘하게도 미끄덩이 되고나서부턴 올해 내내 써 왔던 다이어리를 쓰지 않고 있다. 아마도 더 이상 안 쓰게 되지 싶다. 올해라봤자 얼마나 남았다고. 그것도 나에겐 부담이었나 보다. 없으면 안 쓸텐데 괜히 작년에 서재의 달인이 돼가지고. 내년에도 넘보지 말아야겠다.    


2. 왜 자꾸 리뷰에 열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거 쓰느라 다른 건 거의 못했다. 


3.'마에스트라'는 이영애를 좋아해서 유일하게 본방으로 보는 드라마다. 아무리 좋아하는 배우가 나와도 내용이 내 취향이 아니면 안 볼 수도 있는데 4회까지 봤지만 아직 봐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여자 지휘자를 마에스트라라고 하는가 보다. 보고 있으면 무슨 고상한 오케스트라를 배경으로 한 치정극 같기도하고, 시청률을 의식한 나머지 초반에 너무 힘을 주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힘을 줬다고 해서 보게되는 건 아닌데. 은근히 끄는 것도 보게는 되던데...

4회쯤 보니 래밍턴병이란 게 나온다. 즉 여주 차세음(이영애 분)의 엄마가 이 병에 걸려 투병 중이고 증세는 서서히 기억을 잃으면서 몸에 마비가 와서 나중엔 사망에 이른단다. 유전될 확률은 무려 50%. 그러니까 차세음도 이 병에 걸릴 확률이 그만큼이다.  
실제로 있는 병인가 했더니 그런 병은 없다. 작가가 만들어낸 병. 그야말로 은유로서의 질병이다. 하여간 작가들이란. 그래도 전혀 없는 병을 만들어낼 수는 없고 헌팅턴이란 실제로 있는 병에서 응용한 것이라는 썰.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퇴행성 유전질환이다. 물론 난치성 희귀병이다. 
이 작품은 프드(프랑스 드라마) '필 하모니아'를 각색한 건데 실제로 그 드라마에선 여주가 헌팅턴병에 걸려 죽는다나 뭐라나.우리나라에선 어떻게 각색했을지 모를 일이지. 차세음을 좋아하는 류정재 역에 이무생이 똥폼잡고 나오던데 약간 느끼한 것 같긴하지만  볼만은 하다. 뮤즈에겐 사랑과 재능을 함께 겸비한 오직 한 사람은 없는 건가란 의문도 갖게하고. 암튼 조금 더 봐야할 것 같다.

4.


올해 내가 썼던 달력이다. 나는 이런 탁상 달력 좋아한다. 이를테면 날짜와 그림이 함께 세로 중심으로 있는 것. 보통 숫자는 밑에 가로로 조그맣게 있는데 이걸 누구 보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러면그림이 아무리 좋아도 나는 숫자판만 있는 곳으로 돌려놓게 된다. 

모 세무법인에서 벌써 몇년 째 보내주고 있어 쓰고 있는데 새해 달력도 이런 형식인가 했더니 그건 아니었다. 다시 예전 가로 줄 형식. 젠장.

얼마 전, 모 tv 프로를 보니 달력에 얼킨 추억에 관한 토크를 하더라. 이를테면 6, 70년 대 학교를 다녔던 학동들 달력 종이로 교과서 겉표지를 싸서 가지고 다녔던 기억들을 얘기하는데 참 놀랍다 싶다. 

어떤 사람은 옛날 달력을 버리지 않고 간직한 걸 보여주는데 과연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싶다. 사실은 그 사람의 선친이 숫자만 있는 달력에 그날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간략하게 메모한 것이었는데 난 지금까지 달력을 모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사실 저 달력은 그림은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건데 나름 소장각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나도 버리지 말고 갖고 있어야 하나 고민 중이다. 내년부턴 다이어리도 안 쓰게 될텐데 대신 숫자판 있는 곳에 하루하루 간단 메모라도 하고 살아야하나 싶기도 하고.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달력의 활용팁이 있다면 공유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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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12-23 0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탁상 달력을 일기장 처럼 몇년 째 보관해오고 있어요.
약속, 행사, 일정 등이 적혀 있어서 오히려 몇 년 뒤에 생각나서 들춰보는건 일기장 보다 그 해의 달력이더라고요. 누구를 언제 만났더라, 어디를 갔더라, 무엇을 봤더라, 이런 거요.
stella님의 저렇게 예쁜 달력은 보는 용으로, 쓰는 칸이 큰 탁상 달력 (보험회사에서 주는 것 같은)은 메모까지 할 수 있는 용으로 책상위에 놓고 쓰지요.
레밍턴 병은 듣기엔 헌팅턴 병과 성격은 아주 비슷하네요 ^^

stella.K 2023-12-23 15:49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알고 봤더니 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는 분이 많으시네요. 저도 앞으론 모아놔야겠어요. 진짜 저 달력은 그냥 버리기 아까워요. 근데 메모는 거의 한게 없네요. ㅋ
주말겸 성탄 연휴 잘 보내십시오.^^

서곡 2023-12-23 0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드라마 마에스트라 보는데요 앞으로 안 볼지도 모르지만 아직은...ㅎㅎ 프랑스 드라마가 원작이라는 정보 정도만 갖고 있었는데 위에 쓰신 사항 유익하게 잘 읽었습니다 ㅋㅋ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 드릴게요!! 주말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stella.K 2023-12-23 15:42   좋아요 1 | URL
서곡님은 원작을 알고 계셨군요. 저는 이 글 쓰다가 알았어요. 그러니까 조금 더 지켜봐야겠구나 싶어요. 프드는 처음이고 유럽 작품들 좋찮아요. ㅋ
고맙습니다. 서곡님도 메리 크리스마스요!^^

꼬마요정 2023-12-23 1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월별 다이어리에 기록하고, 또 벽에 걸린 벽걸이 달력에도 적어놔요. 남편은 가계부앱이랑 무슨 플레이앱에 입력해서 네 개 다 모아두면 뭔가 과거가 완성되는 느낌이에요. 저는 아날로그를 포기 못 하는데 검색은 디지털이 좋더라구요. 어려운 문제 같아요ㅠㅠ

stella.K 2023-12-23 15:38   좋아요 1 | URL
ㅎㅎ 어렵긴요. 그냥 쓰는거죠. 근데 적극적으로 열심히 잘 쓰시는데요? 또 배워가네요. 고맙습니다. 크리스마스 잘 보내십시오.^^

blanca 2023-12-23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에스트라> 개인적으로 확 안 끌리더라고요. 김희애 주연 <밀회>는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저는 탁상 달력에 일정을 적어요. 구글캘린더도 썼는데 저는 이 방식이 제일 좋더라고요. 스텔라님, 메리 크리스마스 되세요.

stella.K 2023-12-23 15:33   좋아요 0 | URL
오, 오랜만이어요.
마에스트라 저만 그런게 아니군요. 근데 또 원작이 프드라니까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이영애 배우는 기존에 맡아왔던 캐릭터와 비슷한 것 같아 잘 할 것 같기도 하고. 아, 그러고 보니 정말 밀회 좋았죠. 다시 보고 싶네요.
탁상 달력 알겠습니다.
브랑카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yamoo 2023-12-26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 그러실 거 같다는...^^;;

2. 역시 그러실거 같다는...^^;;

3. 마에스트라는 못봤는데...요즘 <블랙미러> 역주행 하고 있는데 시즌6 첫화부터 아주 아주 좋더이다!
별5개가 아깝지 않은..^^

4. 캘린더 그림 예쁘네요. 어디서 나온 달력인가욤?! 혹시 버리시려면 제게...^^;;

stella.K 2023-12-26 12:14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야무님 지금까지 제게 다신 댓글 중 쵝오십니다! 제가 갑자기 야무님 께 넘 많이 알려진 거 같은데요? ㅋㅋ
마에스트라는 이 페이퍼 쓸 때만해도 찌운했는데 6회부터 계속 봐야겠구나 싶더라구요. 이영애 처음엔 지휘하는게 좀 어색했는데 점점 각이 잡히고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더군요.

캘린더 야무님이 눈독 들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ㅎ 후사하신다고 하시면 고려했을텐데. 땡이십니다. ㅎㅎ 대신 야무님 그림에 관심있으신거죠?
Makoon이란 사람이 그린 그림입니다. 한쿡 사람같던데 인터넷에서 찾아보시면 더 많은 그림을 볼 수 있지않을까 합니다. 저 이 답글 쓰기위해 저기 방구석에 뒀던거 다시 꺼냈다는 거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ㅋ

yamoo 2023-12-26 13:03   좋아요 0 | URL
스텔라 님, 어디서 나온 달력인지 알려주세용~~

stella.K 2023-12-26 13:31   좋아요 0 | URL
헉, 그림이 아니었나요? 저는 그저 성우란 세무법인에서 보낸 걸 쓰고 있는 것뿐인데ᆢ

페크pek0501 2023-12-26 13: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탁상 달력을 두 개 사용함. 하나는 운동용 기록. 최소한 격일에 한 번은 나가서 걷기 운동을 하자는 목표로, 걸음 수를 날짜마다 기록해요. 예를 들면 이 달력을 보고 이틀 연속 안 나갔으면 그다음날은 나가서 두 배로 걷죠.
또 하나는 스케줄용 기록. 어머니 모시고 병원가는 날, 화초에 물 준 날, 관리비 내는 날, 파마한 날, 도시가스 표기하는 날, 누구 생일(특히 시댁식구들의 생일) 등 기록이 많아 지저분해요. 파마한 날을 보고 아, 파마할 때가 됐구나 그래요. 관리비는 엄마네것과 우리집 것 두 개 내는데 기록 안 하면 그냥 지나가더라고요. 다른 건 자동이체 다 했는데 이건 안 했어요. 통장에서 거금이 빠져 나가는 게 기분나빠서요.ㅋㅋ 이미 두 개의 달력을 확보함. 저는 그림 필요없고 무조건 날짜 써 있는 칸이 넓은 걸 선호해요.

다이어리를 안 쓰시다니. 그러면 안 되지요. 우리같이 글 쓰는 사람들은 낱말과 문장과 노는 시간이 많아야 해요. 그 시간에 비례해서 글을 잘 쓰게 된다고 생각해요. 다이어리 꼭 쓰세요.
리뷰 - 몰두할 일을 갖고 있는 건 감사할 일이에요.^^

stella.K 2023-12-26 14:50   좋아요 1 | URL
와, 언니 참 바지런하게 사시네요. 저는 마트만 잠깐 다녀와도 하루가 다 가던데ᆢ저는 재산세는 자동이체 안 했어요. 곱슬이라 파마는 안하는데 셀프 염색을 하는지라 그건 기록해 둘 필요가 있더군요. 맞아요. 근데 다이어리를 쓰니까 다른 걸 못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더라구요. 리뷰는 아예 안 쓰면 모르겠는데 대충 쓰고 싶지않은데 방향을 못 잡을 때 애를 먹이더군요. 이것도 훈련이려니 하면되는데 아무것도 못할 때가 있죠. 암튼 조언 고맙습니다.^^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던 밤 - 내 인생을 바꾼 아우구스티누스의 여덟 문장
김남준 지음 / 김영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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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인간을 구원으로 인도할 수 있을까? 더구나 요즘엔 독서를 많이 한다고 해서 선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일종의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독서를 하는 것일까? 적어도 여기 책으로 구원을 받은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 김남준이다.


글쎄, 사람이 구원을 받는다면 좀 그럴듯한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책으로 구원을 받았다면 책에 전혀 관심이 없거나 독서 회의론자는 왠지 김빠지는 느낌을 받을 것 같기도 하다. 도대체 책이 뭐길래? 그래도 책으로 개안을 하고 구원에 이르는 건 아직도 유효하다. 비근한 예로 역대로 성경을 읽고 회심해서 구원받은 사람들이 있어오지 않았는가. 그래서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는가 보다. 이 책은 저자의 자전 에세이다.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건 언젠가 TV에서 저자의 인터뷰를 보면서였다. 그리고 뭔가에 이끌리듯 이 책을 꼭 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사춘기 시절 엄청난 정신적 방황을 하다 21살에 톨스토이를 읽고 기독교에 귀의한 후 아우구스티누스를 사숙한다. 이 책은 특별히 아우구스티누스의 여덟 문장을 뽑아 글을 썼다. (8문장은 차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저작물이 상당히 많은데 그중 여덟 문장을 뽑았다니 놀랍기도 하고 그에 대한 애정이 어느 정돈지 짐작이 갈 것 같다.


아우구스티누스가 누구인가. 가톨릭과 기독교를 통틀어 사제와 목회자들이 가장 존경하고, 서양 사상을 논할 때 그를 빼놓고 논할 수 없는 탁월한 사상가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그의 불멸의 저서 '참회록'에 보내는 연가(?) 내지는 해설서를 낸 사제나 목회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그중 저자 김남준도 당연 이름을 올렸는데, <<영원 안에서 나를 찾다>>란 일종의 묵상집(?)을 내므로 참회록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그런 만큼 이 책도 아우구스티누스의 문장을 가지고 썼다는 건 어찌 보면 일리가 있는 시도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이 책을 쓸 때 이미 '참회록'을 120번, (<<영원 안에서 나를 찾다>>는 100번을 읽고 썼다고 한다. 그 정도라면 이젠 안 보고도 외울 정도일 것 같다.


문득 내가 언제 100번, 120번까지는 아니어도 반복해서 읽었던 책이 있던가 싶다. 사춘기 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지금까지 성경은 20번도 읽지 않았다. 내가 앞으로 얼마를 더 살게 될지 모르겠지만 100 독은 고사하고 50 독도 읽지 못할 것 같다. (성경은 1년에 한번 읽기도 쉽지 않다. 저자는 목사이기도 한데 성경은 또 얼마나 많이 읽었을까 싶다.) 난 아무리 좋은 책도 세 번 이상 읽었던 적이 없다. 나도 저자처럼 성경 외에 평생 거듭해서 읽고 싶은 책 한 권쯤 가지고 싶다. 그것이 참회록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책이 될 수도 있겠지.


아무튼 그래서일까? 이 책은 자전 에세이라고는 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의 그늘이 짙다. 거짓말 좀 보태서 말끝마다 아우구스티누스다. 자꾸 그러니까 왠지 지금이라도 '참회록'을 읽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인다. 나도 20대 시절 강의 시간에 어느 교수님으로부터 그 책을 추천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듣는 순간 잊어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 책을 읽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세기를 건너 여기서 맞닥뜨리다니. 마치 저자는 나를 만나려거든 아우구스티누스부터 만나 보라고 하는 것만 같다.


(낯간지럽지만)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내가 중첩될 뻔하다 비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를 무척 싫어해 책 속으로 도망쳤다고 한다. 이것 하나만큼은 나와 같아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었구나. 난 잠시라도 내가 학교에 있다는 것을 잊기 위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도 책을 읽었다.


한때 허무주의에 빠졌던 것도 비슷하기도 하다. 어차피 죽을 건데 학교는 다녀 뭐하고, 힘들게 살아 뭐하나 그게 호르몬의 변화일지도 모르면서 나는 나름 진지했다. 하지만 저자와 내가 다른 건, 저자는 자살을 꿈꿨지만 나는 꿈꾸지 않았다. 조심스럽지만 그건 자살을 하면 그 영혼이 구원받지 못한다는 말을 믿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난 아직 세상에 못다 읽은 책들이 많은데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이 들어서다.


사춘기 시절을 꿈동산처럼 보낸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도 난 그 시절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저자와 같은 방황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저자의 정신적 방황은 제법 길고 깊었다. 책 제목도 보라. 얼마나 처절했을지 알 것도 같다.


저자는 그나마 청년이 되어서야 톨스토이를 읽고 신앙에 귀의할 생각을 했다. 난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부활'을 읽고 이거 뭐지? 했다가 정작 톨스토이의 주요 저작은 읽지 못하고 멀어졌다. 참회록도 그렇다. 저자는 나와 비슷한 20대 때 그 책을 읽었지만, 나는 그 나이 때 볼 생각을 아예 접고 말았다. 어떻게 비껴가도 이렇게 비껴갈 수 있을까.


많은 책을 읽었다.

그런데 그걸 쓴 사람이 천재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아주 조금 뛰어나다고 생각한 적이 있을 뿐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책 두 권을 읽었다.

위대한 지성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건 사랑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지성이었다.

내가 그를 아리스토텔레스, 플로티노스

심지어 플라톤보다 더 높인 것도 이 때문이다.

아아, 위대한 지성, 드높은 사랑이여! (80쪽)


저자는 그렇게 방황을 하다 마침내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 방황을 멈춘 것 같다. 사랑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지성이라니. 보통은 사랑 하나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는지 또 그것을 알아보는 저자의 안목은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책을 읽는다면 지적 욕구를 위할 때가 많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진리를 찾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한다.


저자는 그 깨달음으로 신학을 공부하고 교수가 된다. 그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행보 같기도 하다(물론 신앙의 세계에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하겠지만). 나도 한때 겉멋이 들어 신학을 공부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많은 사람이 그렇듯) 졸업 후 전공 서적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또한 저자는 상당한 장서가이기도 하다. 한 개인이 수 천권의 책을 가지고 있어도 알아주는 장서가가 되는데 그는 수 만권의 책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책으로 구원을 받고 수만 권의 책을 갖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줄 아는가? 한국 기독교 출판문화상을 받게 된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닌 여러 번을. 그러니까 내가 지금까지 저자의 삶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한 건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였다. .


하지만 알다시피 그렇게 책만 읽는 사람의 단점이 있다. 그건 너무 관념적이고 사변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 또한 책상받이니 교조주의자란 말을 들을 확률이 높다. 저자도 그것을 짐작했을까? 어느 순간 교수직을 내려놓고 목회의 길을 가게 된다. (이 얘기는 책에 나오지 않는다. 인터뷰에서 들은 말이다.) 나는 지금도 책상받이를 면치 못하고, 다행인지 남에게 비판을 받을 만큼 독서를 심하게 하는 것도 아니니 이것 또한 저자와 내가 다른 점이라 하겠다. 역시 아우구스티누스나 저자나 방황이 크면 남다른 포스가 있는가 보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시도 아닌 산문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글을 쓰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책은 우리가 상상하는 흔한 형태의 산문이 아니다. 한마디로 시라고 하기엔 산문 같고 산문이라고 하기엔 시 같다. 깊은 사유적 문장이라 이 책으로 저자에 대해서 알기엔 다소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나 개인적으론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한 관심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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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12-21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톨스토이가 먼저기는 하지만, 그 뒤 아우구스티누스의 글을 보고 아주 아우구스티누스만 많이 좋아한 듯 합니다 120번, 100번 읽은 책이 있다니... 대단합니다 많이 읽어도 겨우 두번인데... 세번까지 보는 거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나를 그렇게 파다니 대단합니다 지금은 목사군요

책이 저자 삶을 많이 바꿨네요 그런 책을 만나다니... 세상엔 그런 사람 있기도 하겠지요 그런 거 부럽기도 합니다

stella.K 님 많이 춥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

stella.K 2023-12-22 19:26   좋아요 1 | URL
저는 거의 유일하게 부활을 세번 읽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도 가능해요. 그래서 고전을 읽으라는 것 같기도 하구요.ㅎ

아까 잠시 나갔다 들어왔는데 춥긴 춥더군요.
그래도 바람이 안 불어서 그나마 낫지 싶네요.
내일부턴 서서히 풀릴 모양이니 조금만 견디면 될 것 같네요.
또 추워질 수도 있겠지만 한동안은 괜찮지 않을싶네요.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희선님도 감기 조심하길요.^^

페크pek0501 2023-12-22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백 이상을 읽다니요... 저는 한 단편소설을 일곱 번까지 읽어 봤고 그게 신기록이에요. 두 번 읽은 책은 있지만 백 번은커녕 열 번 읽은 책도 없어요. 어느 한 분야의 책을 파 보는 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은 공부가 될 듯합니다.
스텔라 님은 부활을 꽤 일찍 읽으셨네요. 저는 삽십대 후반이나 사십대 초반에 읽은 것 같아요.
6학년 때는 책이 아니라 오자미를 갖고 놀았던 게 생각납니다. 4학년 때는 공기놀이. 히히~~ 어릴 때 너무 놀아서 이젠 노는 게 시시하고 독서가 좋아졌나 봅니다.
리뷰 쓰신 책, 유익한 책 같습니다.^^

stella.K 2023-12-22 22:04   좋아요 0 | URL
오자미. ㅎㅎㅎㅎ 진짜 그런 게 있었죠? 추억 돋네요.
뭐 어린이 세계 명작으로 마침 나온 게 있어서 무심코 본 건데
그게 그렇게 대단할 줄은...
와, 7번! 대단하네요. 솔직히 저자는 넘사벽인 게 넘 많아요.
아우구스티누스의 심위일체론이란 책은 누구도 범접 못하는 책인데
읽으면서 거의 황홀경에 빠졌더라구요.
책 보다는 혹시 기회되시면 이 분의 설교 시청을 권합니다.
나름 깊이가 있어요.
 
함께 걷는 천로역정 - 이동원 목사와
이동원 지음 / 두란노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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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난 2014년에 저자가 섬기는 교회(저자는 현재 지구촌 교회 원로 목사다)에서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가지고 시리즈 설교를 했던 것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이 책을 알게 된 건, 올해 늦여름인가 초가을 무렵, CBS TV의 '울림'이란 프로(한국을 대표하는 기독교계 원로 목사들의 지나간 설교를 편집해서 보여주는 프로다.)를 보게 되면서부터였다.


저자가 좀 유명하다. 19세기 영국 교회를 부흥을 이끈 명설교가인 스펄전이란 목사가 있는데 얼마나 유명한지 '설교의 황태자'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였다. 그의 사후 '스펄전 상'을 제정하였는데 (짐작했겠지만) 세계적인 명설교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그리고 저자가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세상에 기라성 같은 설교가가 좀 많겠는가. 아무에게나 줄 상이 아닌데 대단하다 싶다.


이 책은 읽기에 따라선 다소 평이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뭐든 어려운 것을 쉽게 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사람은 안다. 저자의 평이함은 바로 그런 것이다.


언젠가 TV에서 저자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저자는 특별히 평신도 설교자를 양성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그 이유가 성직자만 설교하기엔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평신도도 훈련을 받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저자의 그런 생각이 놀라웠다. 지금까지 난 설교는 성직자만이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저자의 그런 생각이 어디서부터 왔을까, <<천로역정>>의 탄생 배경을 알고 나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존 번연이 살았던 시절은 평신도가 설교를 하면 안 되는 시대였다. 참고로, 그는 1628년생이고 이는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100년이 흐른 뒤다. 종교개혁이 무엇인가, 종교적 모든 권한과 제도가 너무 성직자에게 경도되어 있어 그에 대한 반발로 일나지 않았는가. 비근한 예로,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전 성경은 성직자만 읽을 수 있었다. 그것을 종교개혁 이후 평신도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건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100년. 존 번연이 살았던 시대 평신도는 설교를 할 수 없다면 종교개혁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을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존 번연은 광장에서 설교를 했다는 죄로 감옥에 수감되었다. 그는 거기서 7년(?) 동안 옥살이를 하면서 오직 성경만을 반복해서 읽었다고 한다. 이후 <<천로역정>>을 탄생시켰다. 또 그런 (평신도도 설교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저지의 시대까지 300년 이상이 흘렀다. 그동안 평신도가 설교했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갇히는 일은 사라졌겠지만 여전히 설교는 성직자의 고유 권한이란 생각은 여간해서 변하지 않고 있다. 저자는 바로 이 생각에 도전하기 위해 그런 교육과 이 시리즈 설교를 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천로역정>>은 주인공 크리스천이 온갖 모험과 유혹을 이기며 천국을 향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알다시피 성경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건 사실이지만 끝까지 읽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솔직히 나도 중학교 때부터 교회를 다니긴 했지만 성인이 되고도 꽤 오랫동안 성경을 완독하지 못했다. 이건 성경을 읽는 사람의 하나 같은 공통점은 아닐까 싶다.


그러면 성경을 잠시 밀쳐두고 읽게 되는 책이 <<천로역정>> 이기도 하다. 또한 이제 막 교회에 나가기 시작한 사람들이 신앙과 관련된 책을 선물받는다면 손에 꼽는 책 중 하나가 이기도 하고. 나도 지금까지 두 번 정도 읽었다. 물론 성경보단 수월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고전이 그렇듯 그다지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고전은 재미로 보장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가치로 보장받는 것이니까. <<천로역정>>도 그렇다. 그런데 이 책은 '천로역정'의 내용이 정리되면서, 무뎌진 신앙도 점검하게 만든다. 나아가 다시 한번 '천로역정'을 읽고 싶게 만든다. 매 챕터가 끝날 때마다 정리할 수 있도록 적용 질문도 있다.


모르긴 해도 존 번연이 이 책을 본다면 흐뭇해하면서 저자에게 고마워할 것 같다. 그만큼 잘 쓴 책이다. 혹시 '천로역정'을 읽다가 실패했다면 이 책에서 용기와 위로를 얻고 완독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성경도. 독자의 완독과 쾌독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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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12-06 0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득 궁금해지는 게 있습니다. ˝저자가 섬기는 교회˝라 하셨는데요, 요즘엔 어느 교회에 다니면, 그 교회를 ˝섬긴다˝라고 말하나요?

stella.K 2023-12-06 10:44   좋아요 1 | URL
헉, 제가 뭔가 실수를 했나 봅니다. 담임 목사라고 했어야 옳았을까요? 저는 교회는 어느 특정인의 교회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이 세우셨다고 믿는다면 그 교회를 섬기는 게 맞다고 보거든요. 그게 아무리 담임 목사여도. 그뜻에서 썼을 뿐인데 혹시 제가 뭘 잘못 알고 있는건가요?

페크pek0501 2023-12-06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경을 읽다가 완독하기 어려우면 천로역정을 읽고,
천로역정을 읽다가 완독하기 어려우면, 함께 걷는 천로역정, 을 읽으면 되는 거네요.
셋 다 읽으면 가장 좋겠지만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stella.K 2023-12-06 12:47   좋아요 1 | URL
아마 이 셋 다 읽게될 걸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솨요!ㅋ

yamoo 2023-12-06 1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천로역정으로 시리즈 설교를!!
오~~~신선합니다. 이런 목사가 있었네요..헐~
근데 지구촌교회는 엄청 크더이나 양천구에만 매우 큰게 2개 있던데....헌금도 무쟈게 들어오는 거 같아요...ㅎㅎ

stella.K 2023-12-06 19:34   좋아요 0 | URL
와우~ 야무님 관심에 제가 다 놀랍니다!
야무님 이제 뵈니 신앙 배경이 있으신 분인가 봐요.
몰라뵜네요. ㅎㅎ
양천구에 있나요? 죽전인가 어디에 있는 줄 알았더니.
암튼 관심 있으시면 강추합니다.^^

2023-12-09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9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다. 알리딘 올해의 결산이. 헉, 근데 이거 봐라. 내가 모르긴 해도 작년 보다 올해 조금 더 성실하게(?) 활동했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지난 번엔 되고 이번엔 안 됐다. 북플은 바라지도 않는다. 항상 안 됐으니까. 관심도 없고. 적어도 서재의 달인은 될 줄 알았다. 나 뿐만이 아니다. 누구라고는 적지는 않겠지만 거의 매일 또는 성실하게 활동했던 알라디너 중 안 된 분이 있다. 드문드문 활동했던 분들이 되기도 하고. 어쨌거나 되신 분들이야 축하할 일이지만 (나를 포함해서)될만한 분이 안 된 건 왜 안 된 건지 알 수가 없다. 선정 기준이 달라졌나? 선정 기준 뭐라고 쓰긴 했다만 (솔직히 그 선정 기준 관계자 외에 누가 꼼꼼히 따져 보겠는가? 그리고 나 스스로 이런 말하긴 뭐하다만 나름 선정기준에 아주 부합이 안 된다고는 생각 안하는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게 맞는 건지 좀 의문스럽다. 물론 섭섭한 마음이야 잠시긴 하지만 알라딘은 다음 번엔 좀 더 공정한 선정을 바란다. 또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시간 이후로 내 서재에 달고 있었던 앰블럼을 그만 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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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3-12-04 21: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른 분들의 서재에 ‘좋아요’만 누르고, 댓글을 잘 남기지 않아요. 편안히 댓글 주고받을 수 있는 친한 이웃도 이제는 많이 없어요. 알라딘 서재에 드문드문 접속하니까 여기 분위기가 낯설고, 화제가 되는 책 이야기에 낄 틈이 없거든요. 올해 쓴 글(리뷰, 페이퍼)의 수는 100편 미만이라서 저는 서재의 달인 안 될 거로 예상했어요.

누님이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되지 안 된 게 저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아쉬워요.

stella.K 2023-12-04 21:53   좋아요 0 | URL
고마워. 날 위로해 주는 사람은 너 밖에 없다.ㅠㅠ
솔직히 이런 걸 말한다는 거 좀 조심스럽긴 해.
당연히 될 사람이 되는 거야 문제가 없지만, 안 될 줄 알고 있었는데
된 사람과 될 줄 알았는데 안 된 사람의 이 미묘함과 상실감은
어찌할 꺼냔 말이야? ㅠㅠㅠㅠㅠㅠ
그나저나 댓글을 보니 예전에 너의 활약상이 그립기도 하네.
예전에 너 대단했지. ㅋㅋ

cyrus 2023-12-04 21:56   좋아요 3 | URL
저는 지금도 좋고, 행복해요. 제 주변에 저만큼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만나서 대화하면 즐겁고요, 같이 있으니까 독서 욕구가 멈출 수 없어요. 내년에 독서 모임을 운영할 예정인데 글 쓰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어요. 그래도 꾸준히 써보려고 해요. ^^

stella.K 2023-12-04 22:06   좋아요 1 | URL
엇, 네가 직접 운영을...? 와, 거 좋겠다.
같은 권역에 살면 나도 참여할 텐데 아쉽네.ㅠ
암튼 응원한다. 그리고 행복하다니 좋다!^^

페넬로페 2023-12-04 22: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 정말요?
이해가 안됩니다 ㅠㅠ
그리고 스텔라님께서 언급하신 분이 선정되지 않은 것에 대해 저도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책 리뷰보다 수시로 광고성 글을 올리는 분은 서재의 달인과 북플 마니아 둘 다 되셨더라고요.

stella.K 2023-12-04 22:33   좋아요 3 | URL
그렇죠? 제가 잘못 생각한 게 아니죠?
알라딘에서 달인에게 주는 선물 받아도 그만이고, 아니
받으면 좋고 안 받아도 상관은 없지만 ㅋ 솔직히 사람의 기분이란 게
그런 게 아니잖아요. 사람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수시로 광고성 글을 올리는 분이
서재의 달인과 북플 마니아 둘 다 됐다니 더욱 유감이네요.
알라딘이 좀 더 공정성과 투명성을 가져주길 바랄뿐입니다.

yamoo 2023-12-05 06: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서재의달인 선정이 있었나 보죠? 음...저는 이런 거 받는 정도의 활동울 하지 않습니다. 애매하게 하기 보단 차라리 미미하게 하는게 더 낫습니다. 제 성향에는 그래요..근데 누구는 광고성 글로 선정되고 누군 양질의 글을 쓰지만 분량에서 밀려 선정이 안된다면 그건 공정하지 않은 거 같습니다. 속상하신분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게 좋을듯한데....예나지금이나 그런기대는 안하는게 좋을듯 싶어요. 어쨌거나 힘내시길요!

stella.K 2023-12-05 09:41   좋아요 1 | URL
저도 야무님 생각과 같아요. 그렇다고 무관심 하자니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아 한마디 한 겁니다. 위로해 주신건 고맙습니다만 기운 빠질 정도는 아니구요 오히려 이 상황엔 힘을 빼야지 힘내면 저 어떻게 될지 몰라요. ㅋㅋ

2023-12-05 0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5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3-12-05 16: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에 스텔라 님이 빠지신 것, 꽥~ 입니다. 그야말로 꽥 깜놀, 입니다. 명단에서 누락이 생긴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예요. 스텔라 님이 리뷰 쓰셔서 여러 번 이달의 당선작으로 뽑히셨잖아요. 그래서 알라딘에 공헌하신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선정 기준을 잘 모르겠네요.
저는 북플 마니아, 라는 것도 잘 모르겠어요.
서재의 달인은 선물로 다이어리를 주던데 큰 비용이 들지 않으니 더 많은 분들이 선정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1년 동안 알라딘 서재 활동의 활성화에 힘쓰신 분들이 많이 빠지신 듯합니다.
제가 다 속상하네요.^^

stella.K 2023-12-05 17:12   좋아요 2 | URL
그렇죠? 저도 꽥 했습니다. ㅎㅎ 이거 정식으로 알라딘에 물어 볼까요? 저 말고도 활동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탈락되셔서 너무 의아스럽습니다. 사실 선물이 뭐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차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더군요. 이럴 거 같으면 이제 서재의 달인 같은 거 안하는 게 낫겠단 생각이 듭니다. 제가 뭐 알라딘에 크게 잘 못한 것도 없는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ㅠ

2023-12-05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5 1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06 0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쓴 글인데 뭐가 잘못된 건지 비밀글 카테고리가 되어 올라가지 않았다. 양해 바란다.)

어느새 11월의 마지막 밤이 되었다.

어쩌면, 10월의 마지막 밤은 생각 보다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직 우리에겐 한 해를 보내기엔 두 달이나 남아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11월 마지막은 좀 우울하다. 

우울한 마음에 어제는 본의 아니게 책을 주문하고 오늘 받았다. 사진을 봐서 알겠지만 저 다들 출판된지 좀 오래된 책들이다. 그나마 저 <<책을 짓다>> 정도만 비교적 최근 책이다. 

사실 책은 한동안 사지 않으려고 했다. 근데 저 책들이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중고샵에 나와 있는 것이다. 뭐 오래된 책인만큼 책 상태가 좋을 거라곤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냥 읽고 버릴 셈치고 샀다. 그런데 막상 받고보니 오래된 책 치고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특유의 책장 가장자리가 누렇게 변색되고 표지도 약간 후줄근한 정도지만 읽는덴 전혀 이상이 없다. 뭐 정말 헌책방에서 산다면 이 정도 예상하고 사지 않을까. 

물론 저 책들은 내 보관함에 오래 잠자고 있던 책들이다. 너무 오래 보관되어 있어 어떤 건 절판된지도 모르고 살았다. 특히,


 <<앗, 뜨거워>>는 정말 이번 생에선 못 읽겠지 싶었다. 출판 당시 반응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내가 원래 요리 프로는 거의 안 보는 편이다. 이건 눈으로 봤다고 대리만족이 되는 것이 아니니 차라리 안 보고만다 쪽이다. 그런 내가 요리에 관한 책을 읽는다고? 지나가던 개가 다 웃을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중고샵에 나와 있으니 안 살 수가 없었다.



이 책은 내가 언제 찜해 놨는지도 몰랐다. 아예 있는 거 자체도 몰랐다고 해야겠지. 문득 지금도 라디오에서 그런 광고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8,90년 대까지만 하더라도 라디오에선 책 광고도 했었다. 그러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가가 한수산과 박범신 작가의 책 광고였다. 그만큼 이 두 작가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고 쌍벽을 이룰만 했다.이렇게 말하면 이문열 작가가 삐질려나? 그래도 그 시절 난 꿋꿋하게 이문열 작가 외엔 보지 않았다. 그러다 2000년이 넘어서야 겨우 박범신의 책 몇 권 읽었는데 한수산은 정말 인연이 없었다. 이제서야 읽을 마음이 생기니 나도 참...        


이 책도 제값에 있으면 안 샀을지 모른다. 기도에 관한 책인데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뭐 기도의 깊이를 추구하는 책 같지는 않고 그래도 기도를 어려워 하거나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어느 정도 대안을 제시할만한 책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오래 전부터 읽어 보려고 찜해두고 있었는데 이번에 구입할 수 있게되서 얼마나 좋던지.





절판된 책은 그 나름의 사연과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불러주는 독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절판된 책엔 뭔가 모를 애잔함이 있다. 다시 복간될 수 있을까? 

암튼 이 책들을 사는데 배송비까지 합쳐 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이런 고물가 시대에 책만한 위로가 없구나 싶다. 게다가 알라딘이 예전엔 신간이나 빨리 배송해줬지 중고책은 그렇게 빨리 보내주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어제 늦은 저녁에 시켰는데 오늘 도착했다. 기특하다 싶다. 단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가급적 테이프는 적게 쓰고 포장도 가급적 비닐 포장 안 했으면 한다. 그것 떼어내고 벗겨내는데 디지는 줄 알았다.ㅠ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환경을 생각해서 비닐테이프 안 쓰고 종이테이프 쓴 것으로 아는데(내가 예스24랑 헷갈리는 건가? 암튼) 어느새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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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2-02 05: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뜨거워라. 내가 중고로 판 도서는 아닐꺼야.ㅎㅎ

stella.K 2023-12-02 11:35   좋아요 0 | URL
어쩌면...! ㅎㅎ혹시 필요하시면 보내드릴 수도 있어요. 대신 착불로요. ㅋㅋㅋ

yamoo 2023-12-02 1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은 우울할 때 책을 사시는군요....ㅎㅎ
저는 시도 때도 없이 책을 사서...--;;
저는 우울할 땐 쇼핑을 합니다...ㅎㅎ

저도 히트는 있네요..무려 2010년에 지인이 줘서 소장해 오고 있는데, 아직까지 읽지 않고 있습니다..ㅎㅎ 저도 요리 프로나 먹방 같은 건 안 보는지라...^^;;

stella.K 2023-12-02 11:42   좋아요 0 | URL
책을 사도 그때 뿐이긴 하죠. 붙들고 읽을 생각을하면ᆢ ㅠ 근데 싸니까 괜히 사고 싶더라구요. 상태도 그리 나쁘지 않고. 다시 열심히 읽어야지 마음을 다잡습니다.
앗 뜨는 정말 읽을 생각이 없는데 평이 좋으니 함 읽어 보려구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