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짓다 - 문호와 명작을 만들어 낸 보이지 않는 손
최동민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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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한번 읽어 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읽게 됐다. 판형은 좀 작은 편인데 빈티지한 느낌이 좋다. 작가의 어원이 짓다라고 하던데 제목도 잘 지은 것 같다. 


이 책은 당대 유명 작가와 그를 있게 한 보이지 않은 조력자에 관한 이야기다. 그 조력자는 편집자일 수도 있고, 연인이나 배우자일 수도 있으며 자매나 형제일 수도 있다. 또 아주 드물게는 경쟁자일 수도 있고. 어떤 식으로든 글을 쓰도록 자극을 주고 도움을 줬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어쩌면 2등이라고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조명했다. 더구나 문학사에서 그런 사람들이 뭐 그리 중요했겠는가. 작가로 주목받기에도 힘든데. 그래도 저자가 이렇게 다뤄줬다는 게 새삼 기특하고 고마운 생각도 일견 든다.


하루키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작가는 링은 오르기는 쉽지만 오래 버티기는 어렵다고. 그것에 대해 저자는 말하기를 작가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특별히 싸울 상대도 없고, 그저 링에 올라 멀뚱히 앉아 백지를 바라보는 것 그게 전부다. 이런 규칙뿐이기에 승리나 패배가 기록되질 않는다고. 하루키가 이런 말을 하니 작가는 뭔가의 천형이 있는 것 같아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왜 그처럼 많은 작가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데뷔작 내지는 초기작을 내고 조용히 사라지는지 알 것도 같다.


사실 우린 몇몇 작가들이 계속 오래도록 작품을 내니까 그 일도 할만 한가보다 싶지만 알고 보면 그런 작가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고, 전업작가도 그리 많은 편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작가를 지망하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지. 어느 직업 세계에서나 별이 된다는 건 너무 힘이 든다. 그래도 그걸 해 내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볼 때 그 사람에게 박수를 쳐주기 보다 세상에 못할 일은 없겠구나란 생각이 먼저 든다. 단지 다른 건, 저 사람은 해냈다는 것이고 나는 아직 안 했거나 못했다는 것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읽다 보면 나는 운명론자(?)는 아닌데, 사람은 평생 한 번 정도는(그보다 몇 번은 더 할 수도 있고) 은인을 만난다고 하던데 과연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작가에게도 통하는 말인가 싶기도 하다. 사실 작가는 혼자 쓰는 고독한 작업자들 아닌가. 근데 그렇지 않다는 걸 이 책은 증명해 보이고 있다.


특히 이 책의 첫 번째로 나오는 <<자기 앞의 생>>으로 유명한 로맹 가리의 보이지 않은 조력자이자 그의 어머니인 니나 카체프의 조력은 그야말로 인상적이기도 하고 눈물겹기도 하다. 저자가 왜 이 두 사람을 가장 먼저 조명했는지는 알 것도 같고.


하지만 내 개인적으론 (좀 조심스럽지만) 니나는 자신의 아들을 조력했다기 아들이 엄마에게 작가가 되도록 가스라이팅 당했다는 느낌이 든다. 또 어찌 보면 그렇게 가스라이팅 당할 것 같으면 좀 더 근사하고 강력한 뭔가에 당할 일이지 작가가 뭐 볼 일 있다고 그럴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그는 엄마가 하자는 대로 쫓아서 다 했다. 그나마 엄마의 바람대로 나중에 정계에 입문해서 장관이 됐으니 여한은 없겠지만.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니나의 희생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모자 사이엔 뭔가의 간극이 있어 보이긴 한다.


어쨌든 이 책은 흥미롭긴 하다. 작가가 저 혼자되는 것 같아도 절대 그렇지 않다. 여기엔 다루지 않았지만 하루키도 그처럼 세계적인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건 아내와 좋은 편집자가 있기에 가능했다. 이렇게 누군가 조력자가 있다는 건 상당히 중요하다. 작가는 혼자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 나의 글을 기다려 주고 냉정하게 조언해 줄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특히 요즘 젊은 작가들이나 아마추어 작가들은 혼자 쓰지 않고 그룹을 만들어 서로 도와 가며 활동하기도 한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책을 좋아하긴 한다. 이를테면 작가의 이면을 다룬 책들 말이다. 유려한 문체도 좋고, 무엇보다 저자의 시도가 참신해서 읽어 볼 만하다. 하지만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뒤로 가면 갈수록 뭔가 뒷심이 약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조력자를 다루기보단 작가에 대해 다루고 대충 마무리하는. 뭐 대체로 책들이 그렇긴 하다. 끝까지 뒷심 좋은 책은 별로 많지 않다. 그런 것을 감안할 때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공들인 흔적은 느껴져 이 정도라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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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4-01-15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 역시 되어가는 존재인가 봅니다. ‘전업-’이라는 접두어는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든 선망의 접두어기 아닌가 싶네요. 전문성을 보다 강조하여 ‘전업백수’였으면 좋겠습니다.^^ 이정도면 그냥 혼자 살아야겠죠? ㅋ

stella.K 2024-01-16 19:55   좋아요 1 | URL
ㅎㅎ 지금 초란공님이 하시는 일도 전업 아닌가요?
제가 전업 백수입니다. 전업 백수도 쉽진 않죠. ㅋㅋ

초란공 2024-01-16 21:50   좋아요 1 | URL
뒷심 있는 전업 백수가 되는 일은 더욱 쉽지않을 듯 합니다. 특히 ‘과로’하지 말아야 하고요. ^^ 건강 잘 챙기세요~!

stella.K 2024-01-17 10:29   좋아요 0 | URL
제가 무슨 뒷심이...ㅎㅎ 암튼 감사합니다. 초란공님도 건강하시길.^^

페크pek0501 2024-01-17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력은 필수, 그리고 버티기, 가 중요한 것 같아요. 버티다 보면 좋은 운이 찾아와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러므로 작가는 능력을 키우며 기다리는 자. 인내하는 자, 인 것 같습니다.^^

stella.K 2024-01-17 17:06   좋아요 0 | URL
아, 그 말씀도 맞네요.^^

hnine 2024-02-11 1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최동민이라는 이름이 낯익다 했더니 제가 한때 즐겨듣던 팟캐스트 <작가를 짓다> 진행하시던 분이네요. 거의 매일 들었었는데.

stella.K 2024-02-11 19:53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이 사람 글은 잘 쓰더군요.
브런치에서 무슨 상 받고 책으로 낸 줄 알고 있는데
팟캐스트도 한다고 듣긴했어요.
 
사람을 찾아, 먼 길을 떠났다
한수산 지음, 이순형 그림 / 해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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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수산 작가의 책을 이제야 처음으로 읽었다.

책을 산다면 주로 중고샵을 이용하는 편인데 오래전 이 책을 보관함에 담아 놓고 잊고 있다가 얼마 전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나와 있길래 횡재다 싶어 덥석 샀다. (나만 그럴 것 같지는 않은데) 일단 사 놓고 쟁여 두는 스타일인데 이 책은 이상하게도 비교적 빨리 손이 갔다.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 봤더니 오랜만에 8, 90년 대의 서정을 느껴보고 싶었다. 물론 이 책은 2006년도에 나왔지만 명백히 한수산 작가는 8,90년 대 한창 활동했던 작가다.

난 아직도 8,90년대 작가들의 작품을 읽은 것보다 안 읽은 것이 더 많은데 그래도 그때 한창 매스컴에 오르내리던 작가들의 작품을 읽느라 가랑이가 찢어지는 줄 알았다. 이렇게 말하면 소설 꽤나 읽었던 사람으로 오해받을까 싶은데, 그땐 지금만큼이나 매체가 다양하지 않아 기껏해야 신문이나 라디오 광고가 전부였다. 그러니 그중에 내 귀를 간질이고 눈에 들어오는 책이래봤자 얼마나 되겠는가. 지금의 5분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시절 한수산 작가도 나름 꽤 유명했는데 왜 난 책 한 권 읽어 볼 생각을 못 했는지 모르겠다. 그 시절엔 이문열이나 황석영 같은 걸출한 작가들이 있었다. 그들을 요즘의 언어로 말하면 문단계의 상남자들이다. 그런데 비해 한수산 작가는 황태자라고나 할까? (물론 진짜 그렇다는 건 아니고 앞서 말한 두 분에 비하면이다.) 아무튼 결이 좀 다른 작가란 느낌이 있다. 당시로선 역시 상담자답게 일필휘지로 써 내려가는 소설이 소위 먹어줬던 때라 한수산 작가는 나에겐 늘 예외로 밀려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작가의 작품을 읽는 건 얼마나 다행인가. 모르긴 해도 작가가 한창 문명을 떨치고 있을 때 읽었으면 난 좀 시큰둥 했을지 모른다. 그 시절 내가 산문집을 그리 좋아했던 것도 아니고, 아직 덜 여물 때니 무엇을 제대로 알았겠는가. 소설도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고 꾸역꾸역 읽었던 것 같다. 게다가 우린 동시대의 것을 좀 낮게 보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상대적으로 저평가한 작가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지나놓고 보니 아, 이런 작가였구나! 새삼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중고샵에서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샀다고 마냥 좋아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를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복간해 제값 내고 사 봐야 되는 건 아닌가 싶었다. (물론 그러면 나 같은 얌생이는 안 볼 확률이 아주 없진 않다.ㅠ )

산문집도 시대마다 결을 달리하는 것 같다. 지금처럼 다양한 결을 갖는 것도 좋긴 하겠지만 그 시절의 서정이 배어있는 책이 좋다. 이 책이 그렇다. 뭔가 옛 생각에 젖어들게 만든다. 역시 문학은 세월을 약간 비껴서 봐야 더 잘 보이는 건 아닌가 싶다. 앞으로 10년 뒤에 요즘 핫한 소설이나 산문을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진다. 그만큼 책은 역사적 산물이고 살아 숨을 쉰다. 10년 뒤에도 잊히지 않고 읽히는 책이 된다면 그건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일 것이다. 독자가 10년 뒤에도 찾아 주지 않으면 그 책은 유명무실하다. 아니 외로울 것이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건, 작가가 자신의 은사를 기리며 쓴 글이다. 작가가 대학시절 국문학에서 영문학으로 전과하면서 인연을 맺게 된 박용주 교수를 기리는 마음이 애틋하다. 여간한 은사가 아니면 이렇게 챕터 한 장을 통째로 쓰는 건 드물 것 같다. 그런 걸 보면 사제지간이 꽤 끈끈했던 모양이다. 작가는, 교수님은 '생활은 평범하나 이상은 드높게(Plain Living High Thinking)'라는 말을 흑판에 쓰면서 낭만주의의 핵심을 기억시킨 분이라고 소개한다.

또한 소설가들 중엔 술을 그것도 미국 작가들이 많이 마시는데 왜 그런가에 대해 교수님은 누가 작가가 글을 쓴다는 건 발가벗는 것 같은 부끄러움 때문이라고 카더라며 그러니 글 쓴다고 너무 술을 많이 먹지 말라며 경계해 주셨다고도 쓰고 있다. 그런 것을 보면 박용주 교수는 한수산 작가를 아들같이 챙겼나 보다. 또한 그분은 이 세상을 둘로 나눈다면 토머스 울프를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겠다며 토머스 울프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작가는 그렇게 존경해 마지않던 은사님의 마지막을 지켜드리지 못했다며 울먹인다. 그리고 훗날 교수님의 아드님이 결혼 주례를 작가에게 부탁받았을 때 과연 그럴 자격이 있나 잠시 주춤했다고 쓰고 있다. 순간 얼마나 은사님이 생각났을까 싶다. 그 글을 읽고 있는데 나에게도 과연 그런 은사님이 계셨을까를 돌아보게 한다. 분명 계신다. 작가의 은사님만 같지 않을지라도.

책은 후반부에 우리나라의 쿠바 유민사와 고려인을 찾는 시베리아 8천 킬로미터 대장정의 기행문을 담기도 했다.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 이 책 사 보길 잘했다 뿌듯함마저 느껴졌다. 그러면서 정말 우리가 아는 역사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문득, 예전에 작가들은 이렇게 자료수집이란 명목하에 취재하기 바빴다. 취재가 작품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러다 어느 때부턴가 작가들은 엉덩이의 힘이라며 취재보단 서재나 연구실에 앉아서 글을 쓰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이제 취재는 기자나 르포나 기행 작가만 하는 것 같다. 과연 이게 맞는 건가 의문스럽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요즘의 산문집과 다르게 뭔가의 힘이 느껴지면서 작가가 참 치열하게 글을 썼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문체도 나름의 격조가 느껴진다.

여담이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거리의 악사'란 작가의 원작 영화를 보기도 했다. (영화는 당시는 어떨지 몰라도 요즘 보기엔 다소 감이 떨어지는 느낌이어서 다소 아쉬웠다.) 확실히 원작을 영화로 보는 것과 책으로 보는 것은 차이가 많다. 뭐 선택이고 취향이지만 난 역시 책 보다 나은 원작은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유명한 작가의 필화 사건도 언급했는데 그로 인해 작가는 잠시 한국을 떠나 살기도 했다. 누구의 소설 제목처럼 한국이 싫어서. 그 시절 필화 사건 하나쯤 연루되지 않은 먹물들이 어디 있겠는가. 철없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학교 때 친구 하나가 운동권이었는데 그 때문에 알만한 명문 여자 대학에서 잘리고도 시대가 바뀌자 오히려 그것이 훈장이 되었다.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는 게 맞는 말 같다.

지금은 예전 같은 필력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작가는 최근까지도 책을 내면서 편안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게 참 보기가 좋다. 아무리 작가는 정년이 없는 직업이라지만 젊었을 때 치열하게 쓰고 노년이 되어서는 즐기면서 쓰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모쪼록 강건하셔서 오래도록 글을 써 주셨으면 좋겠다.

부디 건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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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1-10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수산 작가가 감성적인 글을 쓰신 분인데 남산인가 어딘가로 끌려가 고문당한 걸 생각하면 기가 찹니다.
엄청난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하더라고요.
건강하시면 좋겠어요^^

stella.K 2024-01-11 11:52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영문도 모르고 끌려가서 고문을 당했다고. 아마 그 때문에 일본으로 가셔서 은사님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했다고 쓰셨던 것같아요.
제가 요즘 이렇습니다. 돌아서면 깜빡하거나 가물가물 입니다. 이해하시길. 이 책 읽은지 좀 되거덩요. ㅋ

2024-01-11 0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11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목련 2024-01-11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읽은 작가의 <가을 나그네>를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정확하지 않지만 소설 속 딸 이름이었던 동영, 서영, 남영. 줄거리는 도통 생각나지 않고요. ㅎ

stella.K 2024-01-11 12:03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딸 셋만 낳길 다행이네요. 넷이었으면 뭐라고 지였을까요? 북영에세 ㄴ을 뺐을까요? ㅋ
제목 말씀하시니까 한수산 작가와 비슷한 결을 가진 작가가 최인호나 박범신 작가가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마음 같아선 이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쫘악 읽어보고 싶기도 한데 그냥 마음 뿐이네요. ㅠ

blanca 2024-01-11 15: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시대 특유의 서정성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어요...아련하네요. 저는 요새 무려 80년대 전원일기를 다시 보고 있답니다.

stella.K 2024-01-11 15:17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한때 그랬어요. 리모컨 운전하고 있으면 옛날 고릿적 드라마 를 하는데 아, 저런 때가 있었지, 아련해 지더군요. 그리고 그렇게 브라운간을 채웠던 배우들이 하나 둘씩 진짜 저 하늘의 별이되는 걸 보면 쓸쓸해요. 그래도 이렇게 옛 작가의 글을 더듬어 읽는 것도 꽤 낭만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랑카님도 한 번...!^^
 

               


우연찮게 보게된 드라마다. 그런데 이게 무려 2020년도에 만들어졌다는 걸 알고 좀 놀랐다. 아니 이렇게나 오랜 드라마를 그것도 내가 보고 있는 G TV에서 그것도 무료로 보여준다. 근데 뭐 때문인지 전회는 아니고 4회만 보여준다. ㅉ

처음엔 조금 보다가 재미없으면 접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 꽤 괜찮게 만들었다. 화면도 예쁘고 편집 아기자기하게  잘했다. 

며느라기의 뜻은 사춘기, 갱년기처럼 결혼하게되면 꼭 겪게되는 인생의 과정을 그렇게 부른단다. 국어 사전에도 등재될만한 공식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성을 대표할만한 상당히 상징적인 단어라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가정은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예전엔 시어머니하면 완고하고 고집센 마귀 할멈 같은 이미지지만 이 드라마에 나오는 시어머니면 정말 좋은 시어머니라고 생각한다. 나름 며느리를 이해하고 배려해 주려고 노력한다. 며느리 역시도 노력하는 며느리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좋은 게 좋은 것이 되지 못하며 서로 잘하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일은 더 꼬이기만 한다.

이 드라마의 장점은 주인공에게만 촛점을 맞추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 저마다 처해진 입장과 현실을 보여주므로 역지사지를 통해 서로간의 이해를 높여가는데 촛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특별히 악한 사람이 없고 주인공이라고 해서 특별히 선하거나 더 똑똑하거나 잘난 것도 아니다. 또한 세대간의 사고의 차이도 가감없이 보여준다.

특별히 내가 한 집안의 며느리라는 걸 여지없이 깨닫게 해 주는 건 명절이나 집안 제사 때가 아닐까 싶다. 이미 말했다시피 시어머니가 옹졸하고 편협한 사람이 아닌데도 살아 온 패턴과 굳어진 사고 때문에 아들 내외와 충돌을 일으킨다.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도 명절에 친정 먼저 들리고 시댁을 나중에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신랑이 공평을 기한다고 추석 때 본가를 먼저 왔으니 다음 돌아오는 명절인 설 때는 처가 먼저 들렸다 온다고 했더니 아버지는 노발대발이고 엄마 역시 싸늘하다. 와~ 결혼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그나마 생각해 보겠다는 엄마가 고마울 정도다.

그걸 보면서 우리나라는 결혼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긴하다 싶다. 무엇보다 결혼하면 지워지는 여러 가지 역할들을 덜어내야 한다. 명절도 아들 며느라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된다. 물론 부모 입장에선 서운하긴 할 것이다. 그러면 서로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 

결혼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드라마를 보면 부부가 서로 어떤 역할을 할 건지 서로 의논해서 일종의 행동강령을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흔히들 결혼한 커풀들은 많이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한쿡은 아직도 남녀의 결혼이 아니라 집안끼리의 결혼이 더 강하기 때문에 명절이나 집안 행사 때 어떻게 할지를 시부모와 상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게 뒷받침이 안 되있는데 부부만 아무리 행동강령을 만들면 뭐하겠는가. 다 깨지는 걸. 그건 사위가 처가 부모와도 마찬가지다.    

난 출산 돌봄을 인구정책의 하나로 보는 우리나라의 시각에 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결혼이 행복하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낳을텐데 결혼할 수 있는 여건은 안 만들고 무조건 애만 낳으라면 그게 실효성이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암튼 이 드라마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아직 안 본 사람이 있다면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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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1-07 07: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tv에서 여러번 재방송해주기에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책 표지의 헤어스타일이 실제 드라마에서 박하선 헤어스타일이랑 똑같군요 ^^
특별히 문제있는 인물이 없다는게, 이게 대한민국에서는 지극히 평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는게 오히려 문제구나 생각했어요. 결혼한 자녀에게 개입하려는 부모, 결혼했음에도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자식, 모두 앞으로 바뀌어가야겠지요.

stella.K 2024-01-07 09:56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근데 저는 왜 이제야 봤을까요?
맞아요. 부모를 의지하려고 하는 것도 문제죠. 사회 구조도 문제고.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게되야 가족 문제도 많이 해결될 거라고 봐요. 가족끼리 끈끈한 결속도 나쁜 건 아닌데 인간관계 참 쉽지 않아요. 그죠?ㅋ

페크pek0501 2024-01-10 1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것 봐야겠군요. 인간관계에서 마음의 매듭을 푸는 데 도움을 줄 것 같네요.
문화가 바뀌려면 기성 세대의 시선이 바뀌어야 할 텐데 쉽지 않은 일이죠.
추신) 스텔라 님의 춤 추는 이미지 사진, 참 멋집니다. 어느 서재에서 님의 댓글로 이미지 사진을 보고 재밌어서 달려왔어요.헤헤~

stella.K 2024-01-10 19:53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이 드라마 시즌 1을 봤는데 3까지 나온 것 같더군요.
정말 공감하면서 봤어요.
박하선하고 권율이 연기를 잘하더군요. ㅎ

서재 이미지 좋아하시는 분이 많으시네요. ㅎ
사실 저 이미지는 2006년도인가? 그때 황진이란 드라마 했잖아요.
거기서 황진이 역을 맡았던 하지원의 한복 의상에서 따 온 거라고 하더군요.^^
 

0. 흐림.

거의 매년 우리나라는 이맘 때 가물었는데 올해는 별로 춥지도 않지만 비나 눈 오는 날도 제법 된다. 가물지 않는 건 나쁘지 않은데 갈수록 겨울이 겨울답지 않은 건 뭔가 불온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1. 그 말 많고 탈만은 2023년이 조용히 지나가고 있다. 올해는 그 어느 해 보다도 다사다난했던 것 같다. 올핸 유난히 유명 인사들의 죽음의 소식이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연말은 잘 지나가는가 보다 생각했는데 이선균 배우가 크게 한 방 먹여주고 떠나서 역시 우울하게 한해를 마무리 하게 되는 것 같다. 난 연말마다 하는 시상식 같은 건 잘 안 보는데 짬짬히 보니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들은 고 이선균 배우를 의식한 건지 하나 같이 흰색 아니면 검은색 드레스와 슈트를 입었더라. 

뭐 그런 의미도 있겠지만 뭔가 시위의 의미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 사건이 터져 나왔을 때 정치권쪽에서 한창 쟁점화됐던 사건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술책이었단 말도 있던데 그러기 위해 한 사람이 그것도 유명 배우가 죽어야 했다면 의상 시위 정도 가지고는 안 되지 않을까? 재발방지 대책이 그들 안에서도 나와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알고보면 가장 많은 말을하고 싶어하지 않을까? 오죽 답답했으면 죽어서까지 말하고 싶어했을까. 사람들은 자살은 거의 대부분 우울증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도 아닐 것 같다. 어떤 자살은 분노나 원한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2. 이영애 배우를 좋아해 드라마 <마에스트라>를 끝까지 봐 주려고 했는데 안 보는 게 낫지 싶다. 이젠 단순히 치정이 아니었다. 무슨 마약에 살인에 뭐 이런 드라마가 있나 싶다. 게다가 너무 작위적이어서 어제는 보면서 헛웃음까지 나오더라. 근데 나도 좀 그런 게 이 드라마가 어느 프드를 원작으로 했다는 말을 들어서일까? 프랑스 드라마도 참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드는 거다. 특히 마약 가지고 황홀해 하다 죽는다는 설정은 이제까지 본 드라마 중 가장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2-1. 마약이란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우리나라는 이미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이제 마약은 일상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마약과의 전쟁도 좋긴한데 이젠 마약을 보는 우리의 시각이 달라져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물론 마약은 근절되야 한다. 근데 이젠 마약을 단순히 범죄로만 바라보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건 차라리 사회적 질병으로 봐야하는 건 아닐까? 마약과의 전쟁이라면 여전히 범죄로 규정해서 잡아 들이기만 하겠다는 소리로 들리기도 하는데 그래가지고 마약을 근절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젠 치료에 촛점을 맞추어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또 죽은 사람 얘기해서 미안하지만 고 이선균 배우가 마약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언론에서 보도를 자제하고 치료 기관 또는 범죄인 인권 보호기관(과연 그런 곳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같은 곳에서 그를 적극적으로 보호해 줘야만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관련된 범죄가 소명되면 그때 가서 보도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죽음을 두고 어떤 사람은 정치계 탓을 하던데 그래서 명복을 빌지 못하겠다고 하는데 그건 또 무슨 귀신 신다락 까먹는 소린지 모르겠다. 명복을 빌려면 깨끗히 빌어주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나 같은 민초는 명복 밖엔 빌어 줄 것이 없어서 그렇게 했다. 적어도 그 사람은 나 보다 잘 나지 않았는가. 

나는 누가 뭐래도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이 제 정신만 차리더라도 정가에서 어떤 명령이 떨어져도 옳지 않으면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뭔가의 유착이 있었겠지? 지금도 죽은 사람에 대한 미담과 불온한 보도가 번갈아 가면서 뜨고 있다. 내 친구 하나는 오래 전부터 뉴스건 신문이건 다 안 본다고 하던데 이해할 것 같다. 소문만 있고 정론은 없는 쓰레기다.


3. 올해는 개인적으로 너무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그 누군가를 향한 분노와 원망으로 한 해를 보냈던 것 같다. 왜 홀수 해에 악재가 붙을까? 그렇다면 처방책은 뭘까를 생각해 봤더니 홀수 해에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를 계획하고 그 계획을 실천해 보는 거다. 그러다 보면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고 짝수 해에 뭔가의 기쁜 일을 맛 보게되지 않을까? 내후년엔 꼭 실천해 보리라. 

잘 가라, 2023 년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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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4-01-01 1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쉬고 있어서 2023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아쉽다기보다는 쉬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ㅎㅎㅎ 진짜로 휴식날이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이미 이번 주 일하면서 처리해야 할 물량이 많다는 걸 알고 있어서 당분간 일찍 퇴근하는 날은 없을 것 같아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

stella.K 2024-01-01 14:54   좋아요 0 | URL
ㅎㅎ 그래 맞아. 새해 가 됐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그냥 숫자 하나 변했다는 거 뿐이지. ㅋ 넌 그 좋아하는 책을 앞으로 한동안 많이 못 읽겠군. 하지만 네가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힘차게 해. 너도 새해 복 많이 받고 올해도 좋은 책 많이 읽어. 고마워.^^

서곡 2024-01-01 15: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첫날 오늘 잘보내시길요!!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

stella.K 2024-01-01 15:26   좋아요 1 | URL
앗, 고맙습니다. 새해가 됐는데 날씨가 참 우중충하네요. 맑으면 좋을텐데 그죠? ㅎ 모쪼록 서곡님도 남은 시간 평안히 보내시구요, 내일부터 힘찬 발걸음 내딛으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페크pek0501 2024-01-01 18: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해가 너무 빨리 갑니다. 우리는 마음의 준비 없이 그냥 나이 한 살 또 먹고요.
이번엔 시상식을 보지 않았고, 식구들이 못 자게 해서 제야의 종소리는 함께 들었습니다.
새해에는 모든 전쟁이 종식되었다는 뉴스를 듣게 되기를, 누군가가 갑자기 떠났다는 소식은
들려 오지 않기를 바라게 됩니다. 불행한 일이 없으면 그게 행복인 거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stella.K 2024-01-02 10:16   좋아요 1 | URL
아, 언니 바람대로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올핸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무고히 죽게될까 벌써부터 걱정이에요.
뭐 걱정은 걱정이고 우린 또 우리의 삶을 살야겠죠. 힘차게 살기로 해요. 홧팅!!

희선 2024-01-02 0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새해 첫날은 따듯했어요 따듯해서 겨울에 이렇게 따듯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추울 때는 춥다고 안 좋아했는데... 다음주에 추워진다고 합니다

stella.K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 잘 챙기시고 짝수해니 지난해보다 좀 낫겠지요 그러기를 바랍니다


희선

stella.K 2024-01-02 10:21   좋아요 2 | URL
그렇죠? 올핸 눈도 많이 왔는데 금방 녹아요. 근데 그게 마냥 좋지마는 않더라구요. 오히려 추워진다니까 조금 안심이 되는 거 있죠? ㅋ 짝수 해 행운 빌어준거 고마워요. 모쪼록 희선님도 올해가 좋은 한 해가 되길 빌어요. 복 많이 받어요.^^

자목련 2024-01-02 1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드라마 <마에스트라>를 보고 있는데 제가 기대했던 내용이 아닌 막장(?)으로 흘러서 아쉬운 마음이 많아요. 저는 어떻게 끌날까 궁금해서 그냥 시청하고 있어요. ㅎ

stella.K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tella.K 2024-01-02 15:05   좋아요 1 | URL
저도 자목련님과 같은 생각이었는데 지난 주일에 못 봤어요. 그럼 앞으로도 안 보게될 것 같다능. ㅋ
고맙습니다. 자목련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더 좋은 글 쓰시기 바랍니다.^^

yamoo 2024-01-02 1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24년엔 꼭 달인에 등극하시길!^^

stella.K 2024-01-02 15:09   좋아요 1 | URL
서재의 달인 이제 포기하려고 했는데 야무님 이러시면 승부욕 생기는데요? ㅎㅎ
암튼 고맙습니다. 야무님도 행복한 한 해되십시오.^^

서곡 2024-01-03 1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 프사 이뻐요 ㅎㅎ

stella.K 2024-01-03 18:03   좋아요 1 | URL
ㅎㅎ 그렇습니까? 저도 그렇습니다. 보는 순간 이거 내 서재에 걸면 좋겠다 싶더군요. 그래도 현재 활동하는 작가라 혹시 몰라 오래 걸 생각은 없고 설 명절 정도까지만 걸까 합니다.^^
 

0. 겨울 치곤 온화한 날씨

며칠 쨍하게 춥더니 2, 3일 전부턴 겨울치곤 제법 온화한 날씨다. 춥지 않은 건 다행스럽긴한데 왠지 마음은 그다지 편하지는 않다. 이렇게까지 온화할 필요는 없는데 앞으로 또 추울 날이 있을까 이대로 봄을 맞게되지 않을까 의문스럽다 못해 불안해진다. 아직 봄은 아닌데... 


1. 오늘 하루종일 어느 배우의 죽음이 내내 마음을 무겁게 내리누른다. 수개월전부터 그의 마약투약과 관련한 여러 가지 추측성 보도를 접하기 시작하면서 오늘과 같은 일이 있지 않을까 뭔가모를 기시감 같은 걸 느꼈다. 그전에 유모 배우의 이와 똑같은 보도도 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 배우의 보도가 조용하다는 건 결코 아니다. 못지 않다. 그도 같은 길을 가게될까 봐 걱정이다.) 유난히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좋은 이미지였는데 추락해서 보는 것이 편치는 않았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 집중포화를 받으니 나중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기자들이 정말 하이에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가정이 있고 자녀가 있는데 어느 정도 선을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닌가. 말로만 팩트체크지 왜 추측성 보도만 남발하는지 알 수가 없다. 

오늘은 죽으니까 팩트체크한답시고 일제히 다시 떠들어댄다. 그게 진짜 팩트체큰지 묻고 싶다. 하다못해 어디는 누리꾼들이 피로감을 호소한다면서 다시한번 오늘 세상 떠난 배우의 사생활을 또 언급하더라. 그러면서 독자들의 알 권리 운운하겠지. 

고인에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자들 너무 한 거 아니냐고 어디에 글 한 줄 못 올려준게 내내 마음이 걸린다. 하다못해 이곳 알라딘 서재에라도 올렸어야 했던 거 아닌가? 곧 잠잠해지겠지하며 스스로 방만했던 걸 후회한다.

유명인이든 무명인이든 사생활은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지나친 추측성 보도를 하는 언론과 기자들이 있으면 자제를 촉구해야 한다. 말을 듣지 않으면 개 같이 짖어줘야 한다. 고발도 불사해야 한다. 우리는 듣지 않고 알지 않을 권리가 있다. 분명 이것에 대한 헌법조항이 있지 않을까? 이참에 오늘 떠나간 배우의 이름을 딴 법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잘 가라, 배우여. 한때는 그대 때문에 행복했음을 잊지 말아주시길. 부디 그곳에선 조용히 편안하게 잘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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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12-28 0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K 님이 이렇게 쓰셔서 저세상에서 그 배우가 위로 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은 어떤 일이 일어나면 힘들겠네요

stella.K 님 2023년 마지막 날까지 편안하게 지내세요


희선

stella.K 2023-12-28 20:20   좋아요 2 | URL
아, 정말 한 해 마감을 두고 이런 일이 생겨서 착잡합니다.
제가 이런대 유가족들과 친지들은 어떻겠어요.
이런 일 자꾸 반복되서 속상합니다.

고맙습니다. 희선님도 마무리 잘하시기 바랍니다.

blanca 2023-12-28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저는 호감을 가지고 응원하는 배우였기에 더 그렇습니다. 그의 경솔한 행동과는 별개로 경찰조사 과정에서에서 피의사실이 낱낱이 공표되었고 선정적으로 보도되었던 것에 분노를 느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tella.K 2023-12-28 20:25   좋아요 1 | URL
오늘도 여전히 그와 관련된 뭔가의 비하인드 기사를
조금이라도 쏟아내려고 하는 저들의 안간힘이 보여서 넘 속상합니다.
이젠 좀 조용히 좀 하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면서 이런 거 보면 분노하다 못해 혐오가 느껴지네요.

젤소민아 2024-01-01 0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배우님으로 인해 꽤 많이 행복했더랬습니다. 죄의 성립보다 단죄가 먼저라니...통탄할 일입니다. 따지고 보면, 죄에서 백퍼센트 자유로울 이가 있을지요...명복을 비는 게 고작이지만 명복을 빌어드립니다..

stella.K 2024-01-02 10:00   좋아요 0 | URL
민아님, 잘 지내시죠? 반가워요. 정말 그렇게 따지자면 마약사범들 다 잡아들이는 족족 다 포토라인에 세워야합니다. 왜 연예인만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고 기자놈들 하이에나 같이 달라붙는지 정말 욕나옵니다. 죽은 사람만 억울하죠. 전 이참에 동조업계 사람들 들고 일어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인권은 보호 받아야죠. 안 그렇습니까?

페크pek0501 2024-01-01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의 죽음으로 엄청 속상했어요. 그의 목소리를 좋아했거든요.
다시는 그 개성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속상하던지요.
그를 포토라인에 세 번씩이나 세웠던 이들을 원망하게 되더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tella.K 2024-01-02 10:07   좋아요 0 | URL
다들 좋아했죠. 사실 이선균하면 다들 파스타를 먼저 또 올리겠지만 전 그 보다 훨씬 먼저 알고 있었어요. 기억은 안 나지만 아는 선밴지 후배 단편영화에 출연해 무슨 대사를 하다 이상한 춤을 추더군요. 뭐 저런 영화가 다 있나했는데 얼마 안 있다 공중파 드라마에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그렇게 명성을 쌓았는데 하루아침에 이슬같이 사라졌다니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