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조하건대, 나는 훌륭한 교육을 받았다. 다만 여성을 비롯한사람들이 억압당하고 있다거나, 억압이나 차별이 사람들에게 정신적 외상을 초래한다고 배우지 않았다.

나는 여성해방운동을 통해서야 비로소 그 사실을 배울 수있었다. 대부분의 여성은 동일한 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이것이 심리적으로나 의학적으로 분명히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열등한 환자가 아닌 사회적정의를 위해 싸우는 동료로서의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그들과 이야기 나눠야 했다. 

🌟🌟🌟🌟🌟 - P38

여성해방운동에서 강간의 가장 공통적인 특징이 낯선 사람이 아니라 친밀한 사람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몇년이 걸렸다. 강간은 거의 보고되지 않고, 기소되는 경우는 훨씬 드물다는 사실, 강간은 과거 전쟁의 전리품에서 이제는 전쟁의 무기로까지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 - 알제리, 보스니아, 르완다, 수단 같은 곳에서 말이다 - 을 이해하는 데 수년이 걸렸다.
오늘날에도 성희롱이나 성차별 혐의를 제기하는 여성들은때때로 못 믿겠다는 반응을 얻거나 비난을 받는다. 나아가 정신적인 충격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응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 P39

라틴아메리카 출신의 가톨릭 신자 또는 아시아계 여성들은강간을 매우 수치스럽게 여기기 때문에 자신이 강간당했다는사실을 말하지 못한다. 그런 경험이 있는 여성은 자신의 상황을조절하지 못해 감정적으로 무너지게 돼도 강간과 자신이 처한상황을 결부시키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겁탈한 남자가 같은 인종이거나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녀는 인종차별적인 형사법 제도에 가해자를 희생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 P43

대다수 여성은 자기 자신의 욕구를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는 반면, 어떤 남성이든 간에 (폭력적인 남성까지 포함해) 남성의 욕구는 1차적인 것으로 생각하도록 훈련받는다.
- P43

1997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뉴욕에서 살해당한 여성의 78퍼센트가 집에서, 남편이나 남자친구처럼 안면이 있는 사람에 의해 살해당했다. 
- P44

치료사가 환자와 성관계를 가지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한번 환자는 영원히 환자이며 한번 심리치료사는 영원히 심리치료사"라는 말이 널리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1950~60년대에 당대의 일류 정신분석가 중 다수가 불안으로고통받고 있는 아름답고 지적이면서도 매혹적인 자신의 환자와 결혼했다. 그들 중 일부는 결혼생활을 잘 유지했지만 일부는그러지 못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그런 결혼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P44

프로이트와 그에게 동조하는 사람들은 ‘전이‘와
 ‘역전이‘를 조심스럽게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담 과정에서 내담자(피분석자, 환자)가 상담가(분석가)에게 특정 감정을 느끼는 것을 ‘전이‘라고 하고, 반대로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감정을 느끼는 것을‘역전이‘라고 한다. - P45

나는 프로이트가 천재라고 생각한다. 많은 중요한 부분에서 그는 옳았다. 무의식적 동기는 존재하고, 증상과 꿈은 해석될 수 있으며 ‘대화 치료(talking cure)‘는 유효하다(말하고 듣는 치료법은 프로이트의 환자였던 안나 오(Anna 0.)가 제안한 것이었다. 베르타 파펜하임이라는 본명을 가진 그녀는 부유한 정통 유대인으로, 후에 페미니스트이자 반나치 운동가가 되었다).

하지만 여성의 마조히즘과 남근선망에 대해서는 틀렸다.또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잘못 이해했다. 유대계 그리스도교나 이슬람 문화에서 실제로나 심리적으로나 죽임을 당하는쪽은 아들이지 아버지가 아니다. 프로이트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도 이해하지 못했다. 천재 프로이트도 자기 시대의 가부장제를 초월하지 못했던 것이다. 누군들 자기 시대를 초월할 수 있겠는가!

🌟🌟🌟🌟🌟 - P46

프로이트가 발견한 것들 또는 무의식 · 부인 · 억압 · 투사 ·꿈의 해석 등 그가 만든 개념들이 대중화된 것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할 의도는 없다. 하지만 사실상 프로이트의 이론은 대단히다양한 이유로 대중화되었다. 프로이트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프로이트의 이름으로 대중화된 이론들은 시대에 가장역행하는 제도권 정신과의사들을 지지하는 데 이용되었다. 

남녀를 막론하고 일부 분석적인 환자들은 프로이트의 이론으로
부터 자기 자신에 관해 소중한 것을 배운 반면, 미국에서 프로이트 이론에 고취된 요법들은 기독교적 교리를 강화하거나 여성에게 내재된 잠재적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치적인 열정을 하나하나 절단하는 데 이용되었다. 

사회사업가이자 학자인 응징가 샤카 줄라 (Ninga Shaka Zula)는 "의사는 종종 지배문화를 수호하는 부드러운 경찰이다"라고 주장했다.
자기 삶에 관한 정신분석학적인 이해가 잠재적으로는 해방적이라고 하더라도(나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정신분석치료 그 자체만으로는 정신적 외상이나 인간 본성을 극복할 수없다. 심리적인 상처의 회복이 고립 속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 P47

성 고정관념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여전히존재하고 있으며 부모의 아동학대 역시 계속되고 있다. 근친상간과 가정폭력은 전염병처럼 퍼져 있음에도 점점 더 비정치화되어 왔다. 
🌟🌟🌟 - P47

 나는 텔레비전과 같은 매체를 통해서 이뤄지는 감정 호소에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텔레비전은 그것이 없었더라면 사실을 완전히 잘못 알거나 고립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을 교육하는 기능을 종종 하고 있다.
낮 시간대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초기 페미니즘 의식화 그룹의명맥을 잇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정치적인 관점은 없다. 


이런 정치적인 관점의 실종이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 - P48

강제로 억눌린 생활이 누적되면 삶에 대단히 해롭다. 그 대가는 불안·우울 · 공포 · 자살 시도 · 섭식장애 그리고 알코올중독 · 약물중독 · 고혈압·심장병 등과 같이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병으로 나타난다.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것이 하나의과정이다. 일시적인 ‘푸닥거리‘는 이 과정에 비견할 수 없다.
수많은 여성 - 교육을 받았건 안 받았건, 직업이 있건 없건간에 - 이 여전히 ‘식민화 된 것처럼 행동한다. 많은 나라에서식민화는 심리적으로만이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이루어진다는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

- P48

심지어 스스로 페미니스트 구세주라고 자처하는이들도 여성을 구원할 수는 없다. 여성 스스로 자신을 구원하지않는다면 말이다. 자기애(自己愛)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토대가 된다. 

🌟🌟🌟🌟🌟🌟🌟🌟🌟🌟 - P57

라빈은 문화가 젠더만큼 중요하며, 정신건강 전문가들이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문화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그 누군가가 비서구권이나 농촌에서 성장했다면 말이다. 라빈과 동료들의 견해는 전적으로 옳다. 그들의 관점에서 젠더,
계급, 인종, 출생지, 세대, 씨족 집단, 부족, 종교, 이주자로서의지위는 살아 숨 쉬는 누군가, 특히 곤경과 고통에 빠져 있는 누군가를 이해하는 데 있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 P60

1970년대에 처음으로 내가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페미니즘 심리학 이론은 거의 없었으며, 사실상 페미니스트 심리치료사도 전무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도처에 있다. 페미니스트들은 저널, 지역사회 네트워크, 학회, 워크숍 등을 만들었다. 워크숍 프로그램의 방향은 정신분석적이기도 하고 반정신분석적이기도 했다.  - P62

전쟁에서 적군의 포로로 잡힌 남성이 겪는 공포는 가정에서 폭력적인 가정 내 감금 상황에 놓인 여성이 겪는 고통의 정신적 외상과 유사하다.
- P64

페미니스트로서, 우리는 여성과 남성 모두 여러 학대로부터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알게 되었다. 

그들을 믿어준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대신해 분노해준다면, 다른 사람들이 그런 학대를 비난하면서 중지시키려고 노력한다면, 그들
은 살아남을 수 있다. 

강간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폭력의 희생자들은 실제로 저질러진 범죄보다도 그 당시 선량한 사람들이해주지 못한 것들 때문에 더욱 크게 상심한다. 

하코보 티머만(Jacobo Timerman)은 이렇게 표현했다. "아르헨티나의 ‘이름 없는정치범‘과 고문 희생자들과 ‘대학살‘은 희생자의 숫자보다는침묵의 크기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반복된 침묵이다." 태만의 죄는 직접적인 범행의 죄보다 심리적으로 더욱 크게 경험된다. 

자신의 딸이나 아들이 근친상간을 당하고 있는데도 옆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관하는 부모는 가해자보다 더 증오스러운 법이다.

🌟🌟🌟🌟🌟🌟🌟🌟🌟🌟
- P66

어떤 여성은 정신적 외상을 넘어설 수 있지만 어떤 여성들은 그렇지 못하다. 강간과 구타의 희생자 중 상당수는 페미니스트들의 지지와 충고를 원하지만, 일부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일부 여성은 구원되기를 원하지만, 또 다른 일부는 너무나 상처가 심해서 자신을 구원하는 일에 참여할 수도 없다. 

(여성 연대와 지지의 필요성ㅠㅠ) - P68

페미니스트 의사 E. 키치 차일즈(E, Kitch Childs)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봐아 할 도덕적인 책임이 있다. 유색인 여성은 소수가 아니다.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다수에 속한다. 

미국에서 우리 흑인 여성들은 자신을 보살피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의식화 집단과 네트워크가필요하다. 우리는 서로에 관한 신랄한 감정을 서로에게 터놓고이야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에너지를 해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 - P69

가부장제에서 어머니는 권리는 없고 의무만 있다 - P73

피비 데이비스는 "친절이 나의 유일한 약이었다"고 썼다(1865) - P76

내가 입원해 있으면서 간절히 원했던 것은 (1) 자유, 
(2) 의사표시,
(3) 사생활, (4) 정상적인 교제, (5) 사적인 편지와 검열 받지 않는 답장, (6) 유용한 취미, (7) 놀이, (8) 지적인 사람과의 교류,
(9) 그림, 경치, 책, 좋은 대화, 
(10) 식욕을 돋우는 음식이다.

ㅡ마거릿 이사벨 윌슨 - P77

자유와 정의는 정신건강에 기적을 행한다.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악명 높은 질문 ‘여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나는이렇게 대답하고자 한다. 

초심자들을 위해서, 그리고 특별한 순서 없이 언급해보겠다. 

여성은 자유, 음식, 자연, 은신처, 여기시간,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정의, 음악, 시(詩), 탈가부장제적인가족, 공동체, 만성적이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앓고 있을때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함께하는 온정 어린 지원, 독립책, 육체적 (성적)인 쾌락, 교육, 혼자일 수 있는 시간,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 사랑, 윤리적인 우정, 예술, 건강, 존엄한 고용, 정치적인 동지를 원한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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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1-12-27 23: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밑줄이 너무 많아서 옮기기 힘들어요...

와서 미미님 밑줄 보니 좋으다요!

미미 2021-12-27 23:5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습관되서 자꾸 올리게돼요. 수하님이 보니 좋다 하시니 보람있네요🤭
 
네메시스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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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율법(律法)의 여신. 인간에게 행복과 불행을 분배한다고 한다.(출:표준국어대사전) ,네메시스에는 정당한 분노라는 의미도 있다.


어제는 크리스마스였는데 몸이 돌덩이 처럼 무거워 13시간이상 잠을 잤다. 몸은 더 자야한다고 부르짓는 것 같았지만 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억지로 눈을뜨고 하루를 그렇게 늦게 시작했는데 계속 피로가 쏟아지고 컨디션이 그야말로 메롱이었다. '아 이렇게 건강 적신호가 온 것인가? 무슨 큰 병에 걸린거 아닌가?'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면서 죽음이 그렇듯 질병도 예고가 없다는 당연하고도 불길한 생각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래도 그렇지 하필이면 크리스마스날 몸이 마치 늘어진 시루떡처럼 늘어지고 무거우니 피곤하면서도 우울했다. 그러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날 늦은 시간에 드라이브를 나가게 되어 먹은 멀미약이 떠올랐다. 


나는 자가용 멀미를 하는 편인데 굳이 자가용 멀미라고 한 까닭은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멀미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촌동생이 운전하는 차에서는 전혀 멀미를 안하는걸 보면 짝꿍이의 험한 드라이브 성향 탓인것도 같지만 딱 뭐라고 원인을 입증할 수 없기에 되도록 멀미약을 구비해두고 차를 탈때마다 먹는 편이다. 두 세가지 제약사의 멀미약을 넉넉히 사두었는데 그 중의 한 가지는 약호가 느린대신 독한 편이라 절반을 나눠 먹던 것을 그만깜빡하고 한 알을 다 먹었던 것이다. 원인을 알고나니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잠시 지옥 입구 손잡이를 잡았다가 돌아서 온 기분이었다.


우리는 어디가 아프거나 또는 누군가가 가까운 이가 아파하는 것을 보면 그제서야 아프지 않은 상태에 겸허해지고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때로 누군가는 아픔과 고통을 신이 우리에게 내린 벌이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코로나 사태에 전세계인이 일상의 소소한 자유로움을 일깨우게 된 동시에  환경이 인간에게 경고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듯이 말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상황과 많이 비슷하다. 단지 역사적 과거인 1944년이라는 제 2차 세계대전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어른들보다는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인 폴리오라는 전염병을 매개로 했다는 점과 유행시기가 여름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캔터 선생님은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체육교사다. 친모는 그를 낳다가 죽고 아버지는 절도를 하다 걸려 감옥살이를 했다 다정하고 훌륭한 외조부모덕에 올바르게 자라 건실한 청년이 되어 교사가 된 것인데 낮은 시력탓에 전쟁상황이었지만 군에 징집되지는 못한 상태다. 그런 캔터 선생앞에 어느날 폴리오에 감염된 듯한 이탈리아계 청년들이 병을 옮기러 왔다며 놀이터에 나타난다. 바닥에 침을 밷는 등 도발하는 그들을 캔터 선생이 10대 1의 상황에서 차분하게 돌려보내자 아이들에게는 영웅이되고 지역에서 더욱 존경받게 된다. 하지만 그의 지도하에 있던 아이들이 이후 하나둘 폴리오에 걸려 사망하게 되며 감염자가 급격히 늘자 그는 괴로워하며 심란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중 안전한 타 지역 여름캠프에서 역시 아이들을 인솔하던 여자친구가 공석이 생겼다며 그쪽으로 오라는 제안을 한다. 체력적인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시력탓이지만 징집되지 못한채 남았다는 굴욕과 폴리오로 아끼던 제자들이 입원하고 죽어감으로써 자책하던 그는 결국 여자친구가 있는 곳으로 떠난다. 자신을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해주는 여자친구와 안정적인 일자리,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한 곳에서 자신을 따르는 새로운 아이들을 앞에두고 무책임하게 이곳으로 온 것을 그는 곧 후회하게 되는데 그런 그에게 불행이 파도처럼 몰려오게 된다.   


사람의 운은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다. 누구의 인생이든 우연이며, 수태부터 시작하여 우연-예기치 않은 것의 압제-이 전부다. 나는 캔터 선생님이 자신이 하느님이라 부르던 존재를 비난했을 때 그가 정말로 비난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p.243


불행한 상황에서 우리는 여러가지 선택지 앞에 놓이게 된다. 자포자기하거나 누군가를 탓하고 비난할수도 있고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앞으로 한 걸음 내딛을 수도 있다. 물론 실제 상황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듯이 보다 복잡한 것들이 얽혀있어 단정적으로 어느쪽이 옳다고 확신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적어도 상황에 매몰되지 않을 필요는 있어 보인다. 필립로스는 이 소설을 통해 그런 상황을 눈앞에 그려 볼 것을 제안한다.  


˝두려움이 덜할수록 좋아. 두려움은 우리를 나약하게 만들어, 두려움은 우리를 타락시켜, 두려움을 줄이는 것, 그게 자네의 일이고 내 일이야.˝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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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1-12-26 20: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연을 우연이라고 인정하려면 그게 자주 일어나지 않아야 할텐데.
인간이 많은 것을 콘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진 것 같아요.

페스트 등 이런 것을 소재로 한 책들이 예전보다 더 특별하게 다가오네요.

미미 2021-12-26 21:04   좋아요 5 | URL
점점 많은것들을 가능하게 하고있고 인간수명도 늘어 생명공학이 어쩌면 불멸을
가져다줄지 모른다고도 하는데 이렇게 전염병에 무력하니 두려운건 당연한것 같아요. 비슷한 상황에 읽어도 좀 무섭긴 해요😅

scott 2021-12-26 20: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네메시스 로스 옹 말년의 명작!품!
미미님 크리스마스 의미 있는 완독!

[두려움을 줄이는 것!]
미미님 자가용 멀미! 사라져라 얍! ㅎㅎ
로스 옹의 휴먼 스테인 사알짝 추천 합니다! ^^

미미 2021-12-26 21:06   좋아요 5 | URL
왜 마지막 작품일까 의아했어요 아직 더 쓸수 있을것 같은데, 마음이 바뀌진 않을지도 궁금하고요😄
네! 그 작품이랑 나머지도쭉 읽어보려고요👍

새파랑 2021-12-26 20:5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제 몸은 괜찮으신 건가요? 힘든 크리스마스를 보내셨군요 ㅜㅜ
캔터 선생의 이후 어떤 불행이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ㅋ 필립 로스의 마지막 작품은 대단한거 같아요~!! 전 이 책을 필립 로스의 전작 마지막 작품으로 읽어보겠습니다 ^^

미미 2021-12-26 21:09   좋아요 5 | URL
아직 메롱한데 어제만큼은 아니예요😅 무서운 멀미약! 70.80프로는 전주이고 막판에 몰아치는데 걍 스포할지말지 고민했습니다ㅎㅎ

stella.K 2021-12-26 21: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저도 멀미를 심하게 했었죠.
멀미약 안 먹으면 어딜 못 갔는데 옛날의 멀미약은
장난 아니게 써서 헛구역질을 할 정도였죠.
그 시절 부천에 외가가 있었는데 거기서 며칠 지내다 집에 오려면 또 멀미약을 먹어야 했는데
사약을 앞에 놓은 느낌이었죠. 못 먹고 머뭇거리니까 외할머니가 막 뭐라고 야단을 치는 거예요.
할머니가 그렇게 야단을 치는 건 그때가 처음이었죠.
겁이나 얼떨결에 멀미약을 꿀꺽 먹었는데 돌이켜 생각하니 할머니가 나한테 용기를 주시려고
그런 거겠구나 알겠더라구요.ㅎㅎ
사랑해서 어쭈쭈하는 것도 사랑이겠지만 때로 무섭게 몰아세우는 것도 사랑이겠구나 싶었어요.
독수리는 제 자식 강하게 키우겠다고 높은 산에 세워놓고 밀어버린다잖아요. 뭐 그런 거죠.
근데 왜 저는 여기서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미미님 멀미약 얘기하니까 저도 약에 취한 것 같아요. ㅋㅋ

크리스마스 날 어디 좋은데 갔다왔나 봐요.
짝꿍이라...음.

미미 2021-12-26 21:34   좋아요 3 | URL
아 마침 소설에서도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를 수영장에 그냥 던졌다는 대목이 나와요. 그게 수영지도 끝이었다고요!ㅋㅋ두려워하는 시간을 줄여주려고 호통치고 일단 던지는 어르신들의 사랑학ㅋㅋㅋ

2021-12-26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6 2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6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6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6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1-12-26 21: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 때 멀미 심하게 해서 정말이지~~ㅜㅜ
버스 탔는데 그 이상한 기름 냄새가 나는 것 같음...읔~~~ 자가용도 그 이상한 차 냄새가 나면 또 멀미 나서 요즘 바로 마스크 씁니다ㅋㅋㅋ 어릴 땐 멀미 심했는데 젊은이 시대 때는 또 이상하게 멀미 모르고 차를 잘 탔는데 중년 되면서 면역력 떨어져 가는지 저도 차를 오래 못타겠더라구요.그래도 아직까진 멀미약 안먹고 견뎌 보는데 바로 잠들어 버리더군요.차만 타면 자는 습관도 멀미 증상이라죠?^^
지옥 입구 손잡이 잡았다가 돌아서 온 기분!!!!
ㅋㅋㅋㅋ 그 기분 뭔지 알 것 같아 웃음 납니다^^

필립옹의 말년 작품이로군요???
필립 로스 작품은 아직 몇 권 안읽어 봐서...좋은지,안좋은지...아직까진 저는 잘 모르겠던데...이 책은 왠지 좋을 것 같아 보입니다^^

stella.K 2021-12-26 22:03   좋아요 2 | URL
아, 맞아요. 그 묘한 기분 나쁜 기름 냄새.
그게 멀미의 주범이었죠.ㅠㅠ

책읽는나무 2021-12-26 22:05   좋아요 2 | URL
요즘 다시 그 냄새가 자꾸 맡아져서 저도 고속버스나 자가용 타는 게 좀 꺼려지더라구요ㅜㅜ
위가 약한 사람들이 멀미 심하게 한다는 말도 있던데 위장을 튼튼하게 해야 장거리 차 타기도 가능해 지려나요?ㅋㅋ

미미 2021-12-26 22:12   좋아요 2 | URL
나무님 댓글 너무 재밌어요!!ㅋㅋㅋㅋ저는 차라리 잠들면 좋겠는데 말똥말똥,메스꺼움ㅋㅋ
아, 거기다 잠은 왜 그다음날 쏟아지는지요ㅠㅠ
아까 알려주신 문구책은 리뷰가 엄청많네요?백건이 넘는?!! 작가들 얘기도 나오는것 같아서 바로 찜했어요!

책읽는나무 2021-12-26 22:17   좋아요 2 | URL
저도 금방 <문구의 모험> 검색하고 왔는데 그동안 100자평 엄청 많이 적혀 있어 깜놀했습니다.
암튼....저는 엄청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100자평만 대충 넘겨 봤는데 스콧님이랑 미니님 글도 보였어요ㅋㅋㅋ

stella.K 2021-12-26 22:18   좋아요 4 | URL
아, 위가 안 좋으면 그런 거군요.
크면서 없어지긴 했는데 이게 또 나이들면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해서
어디 먼데 가면 좀 불안해요.

페넬로페 2021-12-26 22:0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멀미약 먹으면 어찌나 졸리던지~~
어릴 때 먹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불행할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 사람은 좌절을 하고 남을 탓할때가 더 많은 듯 해요^^
마지막 인용문 좋아요**

미미 2021-12-26 22:12   좋아요 5 | URL
저는 어릴땐 키미테? 그거 붙였어요ㅋㅋ요즘도 파는지 모르겠네요. 먹는약이 확실히 더 쎈것같아요ㅠ

그쵸?남탓보다 자기탓하는게 강한거라는데 말처럼 쉬운건 아니니까요.
역시 출판사에서 선택한 문구가 최고ㅎㅎ😁

stella.K 2021-12-26 22:16   좋아요 3 | URL
껌타입 있잖아요.
키미테가 별로 안 좋다는 말도 있던데.
환각증상도 있다고...

미미 2021-12-26 22:19   좋아요 3 | URL
헉ㅋㅋㅋ껌타입 알아볼래요!

stella.K 2021-12-26 22:28   좋아요 3 | URL
헉 몰랐구나.
요즘은 어떻게 나오는지는 모르겠는데
예전엔 경미한 증상에 효과가 있는 걸로 보고 되고 있죠. 아마.
효과 보려면 몇 개는 씹어야 할 것 같은데...
암튼 약은 약사에게라고 상담해 보시길.ㅋ

bookholic 2021-12-27 01: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시작할 즈음에, 코로나 빨리 없어지라고 주문을 걸면서 이 책을 읽었는데요... 아직도 극성이네요...ㅠㅠ 폴리오 병이 사라진 것처럼 코로나도 내년에도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미미 2021-12-27 08:58   좋아요 4 | URL
처음엔 폴리오가 가상의 전염병인줄 알았는데요 루즈벨트 대통령이 계속 언급되어 찾아보니 실제 있었던 거라 놀랐어요 코로나도 뭔지 모르게 될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랍니다.🥲

다락방 2021-12-27 08: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이 책을 읽으셨군요. 리뷰에 정리도 엄청 잘해주셨고요. 저는 고지식하고 꼿꼿한 주인공에게 아주 이입하며 읽었던 책입니다. 휴..

미미 2021-12-27 09:08   좋아요 4 | URL
다락방님 덕분에 좋은 소설을 읽었어요! 잘 읽히기도 했고 시기적으로도 생각해볼점이 많더라구요🤭 다락방님의 멋진 리뷰도 읽어봤어요♡

캔터를 보면서<브라이턴 록>의 핑키가 떠올랐어요.
마지막 부근에 제자가 ‘망가진 착한 소년만큼 구원하기 힘든 사람은 없는 법이다‘라는 대목에서요. 핑키도 정말 순수했는데 무섭게 망가지거든요.

mini74 2021-12-27 14: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읽은 ㅎㅎ 지금과 너무나 닮아있어서 놀랐던 기억도 납니다 미미님 고생하셨군요 ㅠㅠ 전 고개를 숙이면 멀미를 해서 온 몸을 꼿꼿하게 세우고 간답니다. 그래서 차에서 내리면 온 몸이 삐끄덕 거려요 ㅎㅎ

미미 2021-12-27 14:23   좋아요 3 | URL
지금 상황과 비슷한데도 역시나 무서워서 신기했어요! 다른곳에 갈때 왜 자가격리안하고 갔을까도 생각하고 불안불안해 하면서 읽었죠ㅋ 미니님 리뷰 기억해요!! 저도 다음에 꼿꼿한 자세 시도해 봐야겠어요😉 약을 계속 먹으면 안될것 같은데 약에 취하는것 보다 삐그덕거리는게 훨 나을듯합니다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12-27 16: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석증때문에 가끔 멀미약 복용해요
차 멀미할때 진한 선그라스를 끼면 좀 덜합니다.
저의 노하우!^^

미미 2021-12-27 16:17   좋아요 2 | URL
그럼 다음에는 약 안먹고 진한 선글라스끼고 꼿꼿한 자세로 타볼께요ㅋㅋㅋㅋ👍이러니 북플을 못끊습니다 헤헷🥰
 
달나라에 사는 여인
밀레나 아구스 지음, 김현주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평생 달나라에 사는 여자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드디어 같은 달나라 남자를 만난 것 같았다. 그것이 할머니가 오래전부터 그리워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P84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면서 눈물을 쏟았다. 몰입도 높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이탈리아의 제노바, 밀라노, 칼리아리의 풍경을 이 책의 문장을 지팡이 삼아 더듬어 걷고 또 걸었다. 과거에 대해 전해들은, 할머니를 많이 사랑했던 손녀의 관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2차 대전 말 폭격때문에 홀아비가 된 할아버지를 만나 부부가 된 젊은 시절의 할머니는 결석 때문에 홀로 요양을 간다. 그곳에서 역시 결석 치료를 하러 온 재향군인과 할머니는 사랑에 빠진다. 평생을 기다린 사랑은 짧았지만 할머니의 영혼을 흔들었고 남은 그녀의 생애를 가득채울만큼 찬란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 너머 언덕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다가 다시 자리로 돌아와 할머니를 향해 투명한 미소를 지어 보이면, 할머니는 너무 좋아서 가슴앓이를 하며 온종일 흥분에 휩싸였다.- P30


할머니는 남편인 할아버지와는 사랑없이 무덤덤하게 지냈다. 잠을 잘 때도 각각 멀찍이 떨어져서 자다가 한번씩 침대에서 떨어질 정도로 서로에 대한 친밀함이 없었다. 결국엔 둘만의 은밀한 게임을 하기도 했지만 그걸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재향군인은 피아노 연주도 좋아하고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할머니가 지은 시를 함께 읽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할머니의 재능을 보지 못하고 정신나간 사람 취급하던 고향사람들이 이상한 거라며 그녀를 위로할 줄 알았다. 그렇게 재향군인은 외모나 감성 모든 면에서 할머니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제 할머니의 공허함은 만노거리의 집과 피아노가 채워 줄 것이다. 재향군인은 할머니를 품에 안고 귓가에 콘트라베이스와 트럼펫, 바이올린, 플루트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는 모든 오케스트라 소리를 낼 줄 알았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시간 눈밭 행군을 할 때나 수용소 들판에서 독일군들을 즐겁게 해 주느라 개들과 음식 쟁탈전을 벌일 때, 머릿속의 오케스트라악기 소리와 시로 버틸 수 있었다.- P40


결석 때문에 한동안 아이를 가질 수 없던 그녀는 요양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임신을 했고 아들을 낳았다. 이 아들은 재향군인과의 사랑의 결실일까? 아이는 커서 피아니스트가 되어 전세계를 누빈다. 할머니는 평생 재향군인을 그리워하고 잊지 못했지만 그와의 황홀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그녀만의 달나라에서 행복할 수 있었다. 사랑은 역시 사람을 '살게' 한다. 손녀에게 전해진 할머니의 사랑은 그렇게 또 '살아 남아'손녀의 삶을 환하게 밝혀 줄 것이다. 


1959년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의 작가 밀레나 아구스는 이 작품에서 누군가의 어머니 또는 할머니가 가슴깊이 담은 애절한 사랑을 전한다. 2016년에 마리옹 꼬띠아르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개인적으로는 1992년작 마이클 더글라스 주연의 '사랑의 용기'를 떠올렸다.이 소설처럼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남녀의 사랑을 그려냈는데 특히  I'II be seeing you 라는 배경음악이 이 소설과도 무척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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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1 21: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mal di pietre>연출 영상 연기 👍

원작을 뛰어 넘었습니다 ^^

미미 2021-12-21 21:34   좋아요 5 | URL
영화 기대됩니다ㅎㅎ오늘 밤에 보려구요!! 😊

coolcat329 2021-12-21 21: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눈물을 흘리셨다니 😢
저는 사랑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궁금하고 무엇보다 저와 취향이 다른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에요. 선물하려면 먼저 읽어야 하기도 하고...😌

미미 2021-12-21 21:42   좋아요 5 | URL
😭 사랑 이야기 좋아하는 친구라면 특별한 선물이 될꺼예요! 울긴했지만 읽는 내내 저까지 행복했어요😊

새파랑 2021-12-21 21:3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아들의 근원(?)이 궁금하네요. 사랑의 결실이 맞는건가요? 아 이렇게 궁금증이 생기면 읽어봐야 되는데 ㅎㅎ
노래랑 잘 어울리는 작품 같아요. 이 책은 1월에 만나자 ^^

미미 2021-12-21 21:45   좋아요 6 | URL
ㅋㅋㅋㅋ스포가 될것같아 숨겼습니다. 결말을 모르고 봐서 그런지 더 재밌었어요!😁 노래좋죠ㅋ

잠자냥 2021-12-21 22:14   좋아요 4 | URL
스포 질문 금지!! ㅋㅋㅋㅋㅋ

미미 2021-12-21 22:24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항상 느끼지만 은근 예리하신것 같아요ㅋㅋㅋㅋ

오거서 2021-12-22 12:23   좋아요 1 | URL
저도 궁금한데 질문 금지 당하니 … 책을 읽어야 하나 고민 입니다. ^^;

미미 2021-12-22 12:28   좋아요 1 | URL
오거서님 이 소설 115페이지로 얇은데다 음악얘기도 나와서 더 공감하실것 같아요! 마지막 반전을 향해가는 미스터리한 면도 흥미진진해요!😁

페넬로페 2021-12-21 22:3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달나라에 사는 여자는 어떤 여자의 모습일까요?
언제나 사랑이 정답입니다^^

미미 2021-12-21 22:41   좋아요 5 | URL
완벽한 모습이죠ㅎㅎ
사랑은 언제나 완벽함^^♡

mini74 2021-12-21 23: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글로도 마음이 뭉클한데요. 달나라의 사랑이 궁금해집니다.~~

미미 2021-12-21 23:12   좋아요 3 | URL
요즘 읽는 책마다 마음에 쏙들어서 감성이 충만해지는 기분이예요ㅎㅎ스포일 당하지마시고 꼭 읽어보세요! 115쪽으로 짧고 인상적이예요😉

오거서 2021-12-22 12:28   좋아요 2 | URL
미니님이 <죽은 등산가의 호텔> 스포 안 해서 책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
궁금해서 이 소설도 …
다행히 영화가 있군요 ㅎㅎㅎ

미미 2021-12-22 12:30   좋아요 1 | URL
스콧님께서 영화도 고퀄이라고 하셨어요ㅎㅎㅎ 저는 오늘 마저 보려고요!!

독서괭 2021-12-21 23: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자꾸 리뷰들이 궁금증 자극!! 영화까지 보시면 감상이 더 풍부해지겠네요^^

미미 2021-12-21 23:27   좋아요 4 | URL
영화보고 콜라보로 올리려다가 그냥 썼어요ㅎ오늘 밤 보고 너무 재밌으면 내일 사진추가 할 수도 있습니다🤭ㅎㅎ

책읽는나무 2021-12-22 09: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미님은 진정한 독자님 같아요^^
소설을 온몸으로 느끼시는 분!!!😊😊

미미 2021-12-22 09:41   좋아요 4 | URL
책 읽으면서 제가 감동을 잘한다는걸 알았어요 독후감을 좀 단순하게 적었는데 실제로는 더 복잡한 일들이 있고 더 재밌어요!!🥰😄

책읽는나무 2021-12-22 09:51   좋아요 4 | URL
감동 미미님♡
저도 드라마나 영화를 넘 푹 빠져서 보면 그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한동안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구요.다른 드라마를 봐도 흥미가 없어질 정도던데..요즘은 책도 살짝 그렇더라구요...넘 강렬하게 읽은 책이 있으면 다른 책 잡고 읽기가 힘들던데...미미님은 매일 매일 책에서 헤어나오기가 힘드시겠어요ㅋㅋㅋ
저는 현실세계와 책의 세계가 때론 분리가 안될 때도 있어 혼란스럽기도??ㅋㅋㅋㅋ
암튼 이 책도 기대만발입니다^^

미미 2021-12-22 10:11   좋아요 4 | URL
맞아요!!ㅋㅋㅋ일정 텀을 둬야하는데 제가 1년 목표 독서기록이 이번에 좀 부족해서 서두르느라 연속적으로 읽고 올렸어요ㅋㅋ 사는 동안 되도록 많이많이 읽고 싶어요!!🤭

다락방 2021-12-22 09: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읽었으니 이제 영화를 볼 예정입니다. 후훗.

미미 2021-12-22 10:15   좋아요 3 | URL
아, 어제 영화보다 잠들었는데요 꼬띠아르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 그런 삶을 사는 기분이란 뭘까, 그 고통과 고독은 또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후힛😉
 



나는 어쩌다 시인이 되어 고독에 세 들어 살고있다. -림태주


시를 읽을 때, 아름다운 글을 오랜만에 접할 때 한동안 무뎌졌던 나의 정서가 가늠이 되어 좋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 분명 살아 있구나 실감한다. 이전보다 조금은 말랑말랑해진 그 마음에는 온갖 생각들이,기억들이 출몰하는건 덤이다. 자꾸 뭐라도 끄적이고 싶어진다. 이 책은 그런면에서 탁월했다. 북마크를 여러곳에 붙이느라 힘이 들었고 많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어 메모해두고 셋길로 빠지는 바람에 두께에 비해 읽는 시간이 더뎠다. 그래도 그 시간을 즐겼다.


혼자 있을 줄 안다는 것은 자신을 돌보고 아낄 줄 안다는 뜻이다. 혼자일 때도 완전히 혼자가 되지는 않는다. 그리워하느라 미워하느라 밀어내느라 누군가와 있기도 한다. 치열하게 자기를 부정하고, 애써 자기를 긍정하느라 사투를 벌이는 혼자도 있다. 그래서 혼자가 되면 약해지고, 또 강해진다. 고독은 어쨌든 강렬하게 나를 느끼는 것이고, 그런 혼자의 느낌은 살아 있는 동안의 ‘선물‘ 이다.
- P41


해마다 날이 추워지면 생존본능이 움트면서 삶이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절감한다. 그만큼 이 춥고 커다란 세상에 방치되어 혼자인 나를 느낀다. 가을과 겨울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놓았던 정신줄, 놓쳐버린 다짐들을 뒤늦게 나마 수습하기도 하니까. 특히 요럴땐 달콤 따뜻한 코코아가 오감을 녹여 바짝 곤두선 나를 위로해준다. (광고 카피같이 좀 유치하긴 하다.) 올해도 이렇게 떠나보내고 있다. 




사는 동안 사람은 한 권의 사전이 된다. 일일이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일생 동안 자신이 사용했던 어휘와 정의 내린개념들이 빼곡히 세포에 기록된다. 기록한 페이지들을 한번도 펼쳐보지 않고 생을 마치는 사람도 있고, 그 단어들을간추려 자신만의 문장으로 엮고 가는 사람도 있다. 인생이란 것이 있다면 그 엮인 문장들의 졸가리와 고갱이를 이르는 것이 아닐까. - P210


림태주님의 이 에세이를 읽으며 김소현의 '마음사전'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석원의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이 생각나기도 했다. 여러번 감탄사를 내뱉고 때로 혀를 차며 읽었다. 깊이 있는 글은 글 쓴이의 심사숙고와 반복된 사색의 결과물로 여겨져 읽고나면 고맙기도 하고 빚을 진 기분이 든다. 이런 빚은 김장김치를 담아두듯 마음에 잘 담아두었다가 적절할 때 나누어야 갚아낼 수 있다. 정곡도 여러번 찔렸다. 찔린 정곡들은 기존에 제대로 발현되지 않은 잡생각일 때가 많아서 미숙하고 여린 곳의 찔림이 약한 곳에 맞는 좋은 침 같다. 든든하고 치료받은 기분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훈훈한 에세이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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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11-24 18:2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도 좋은 침 맞고 싶네요! 엄청난 플래그~~ 코코아 한잔 하고 싶어지는 따끈한 리뷰😘

미미 2021-11-24 18:44   좋아요 4 | URL
간만에 가득차는 감성 놓치기 싫더라구요.ㅎㅎ 침 많이 맞아 월동준비 완료^^*♡

새파랑 2021-11-24 18: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북마크네요 ㅋ 따뜻한 차가 생각나는 에세이가 맞는거 같아요~! 저도 이 책 읽으면서 따뜻함을 느꼈는데 공감이 가네요 ^^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 딱 어울리는 📚

미미 2021-11-24 18:46   좋아요 5 | URL
네! 완전 딱이었어요^^*👍여기 담긴 몇가지 이야기는 눈물 나더라구요.가위바위보할때 보만 내는 친구얘기같은~♡

scott 2021-11-24 19:35   좋아요 3 | URL
보 .🖐 ^^

미미 2021-11-24 20:00   좋아요 3 | URL
저도 보🖐ㅋㅋㅋㅋ

오거서 2021-11-24 21:48   좋아요 3 | URL
저도 보🖐 ㅋㅋㅋㅋㅋ

mini74 2021-11-24 18: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앗 사진이 눈에 확 들어와요 ~ 미미님의 말랑말랑한 맘이 느껴집니다 *^^*

미미 2021-11-24 18:59   좋아요 5 | URL
미니님~♡ 이 책은 추위에 뜨끈한 코코아. 저는 마시멜로가 되어 녹아버림요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11-24 21: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밑줄만큼 많은 태그이네요~~
겨울밤 언 마음을 녹여줄 문장이 가득할 것 같아요^^
페크님께서 ‘것‘, 사용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이 페이퍼가 하나의 작품입니다.

미미 2021-11-24 21:50   좋아요 4 | URL
페크님 글 읽은 덕분인가봐요^^♡ 때로 중독 수준인데ㅋㅋㅋ 페넬로페님 말씀에 믿기지않아 다시 읽어봤네요. 칭찬고맙습니다🙆‍♀️

2021-11-24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4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4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24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21-11-25 11: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미 님 사진까지도 좋으네요^^
커피 한잔과 함께 페이퍼 맛나게 마셨어요.

미미 2021-11-25 12:22   좋아요 2 | URL
찾아주셔서 감사해요 프레이야님^^*♡ 맛집이되도록 노력할께요ㅎㅎ

페크pek0501 2021-11-25 15: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생각들이 꼬리를 무는 것, 참 좋은 거지요. ^^

미미 2021-11-25 15:36   좋아요 1 | URL
네~♡♡ 시나 에세이 읽을때 이런점이 가장 좋아요!😄

서니데이 2021-11-25 19: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생각하니 저희집에 김소연님의 마음사전이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그럴 것 같은데, 읽은지 조금 되었네요.
오늘 같은 날은 따뜻하고 달콤한 코코아 맛있을 것 같은 저녁이예요.
미미님, 저녁 맛있게 드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

미미 2021-11-25 19:1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도 마음사전 갖고 계신가봐요. 읽을 땐 제법 공부가 되고 좋은데 어렵기도 해서 읽다 말았어요ㅎㅎ 추울땐 역시 코코아죠!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저녁시간 되세요^^*♡
 

그녀는 자신의 전통 엘뵈프‘가 당하는 모욕과 함께 조금씩 죽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아직 살아 있는 것은, 그녀의 가게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축적돼온 힘으로 버티고 있는 것뿐이었다. 하지만가게의 파국은 곧 그녀 자신의 죽음을 뜻하는 것이며, ‘전통 엘뵈프‘가 문을 닫게 되는 날에는 그녀도 그와 함께 생을 마치게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 P49

다시금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보뒤는 밀랍을 입힌 식탁보위에서 손가락 끝으로 퇴각의 곡조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는또다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 보인 것에 나른한 피로감과 더불어 후회마저 느끼고 있었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짓누르는 가운데 그들 모두는 허공을 응시하면서 자신들의 씁쓸한 인생 역정을 되돌아보았다.  - P49

무레는 온갖 종류의 무모함과 경솔함, 부주의로 인한 실수 그리고 여자들과의 우려할 만한 스캔들로 얼룩진 인물이었다. 하지만 부르동클은 열정적인 프로방스 출신의 동료처럼 반짝이는 천재성과 대담함, 사람들을 압도하는 매력을 갖추지 못했다.  - P59

매사에 분명하고논리적이며 냉철한, 따라서 추락할 위험도 없는 그였지만 성공은 여자와 같은 속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파리는용감한 자에게만 키스를 허락한다는 것을.
- P62

드니즈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의 그런 생각이 너무나 엉뚱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리스도의 변용(變容)처럼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달라 보였다. 발그스레한얼굴에, 다소 커 보이는 입가에 띤 미소는 얼굴 전체를 활짝 피어나게 했다. 회색빛 눈동자는 부드럽게 불타오르는 듯했고,
양쪽 뺨에는 사랑스러운 보조개가 패었다. 빛이 바랜 것 같은머리조차 그녀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선함과 용기를 동반한 경쾌함 속에서 위로 날아오르는 듯 보였다.
- P98

그는 신화로 둘러싸인, 무시무시한 기계의 주인이었다. 아침부터 강철 이빨로 그녀를 물고놓아주지 않으려 하는 거대한 톱니바퀴의 조종자였다. 그의 잘생긴 얼굴 뒤로, 잘 다듬어진 수염에서, 오래된 황금을 떠올리게 하는 눈 속에서 죽은 여인이 보이는 것 같았다. 피로 백화점의 돌들을 봉인한 예의 그 에두앵 부인이었다.  - P99

이제, 여인네들은 모두 마르티부인이 산 것을 보고자 하는 호기심에 몸이 달아올랐다. 그녀가 유혹에 약하고 낭비벽이 심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정숙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럽고 남자의 구애에도절대 흔들림이 없는 그녀였지만, 조그만 천 조각 앞에서는 즉각 몸과 마음이 약해지면서 그 유혹에 굴복하곤 했다. 평범한사무원의 딸인 그녀는 이제는 보나파르트 리세에서 제5학년과정을 가르치고 있는 남편을 파탄으로 내몰고 있었다. 그녀의남편은 점점 늘어나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1년에 6천 프랑의 수입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한 방편으로 출장 교습과 같은가윗벌이를 끊임없이 찾아다녀야만 했다.  - P109

여성을 지극히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무레의 우아한 몸짓 뒤에는 여성의 살을 파운드로 떼어 팔고자 하는 유대인 상인의잔인함이 숨겨져 있었다. 그는 여성을 위해 신전을 세우고, 수많은 직원들로 하여금 여성을 위한 향을 피우게 함으로써 새로운 숭배 의식을 만들어냈다. 또한 자나 깨나 오직 여성만을 생각했으며, 끊임없이 더 효과적이고 강렬한 유혹의 방식을 생각해내기에 바빴다. - P134

"그러다 언젠가는 여자들한테 크게 당할 수도 있네."
하지만 무레는 오만하고 경멸적인 몸짓으로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모든 여자들은 그의 손아귀 안에 있었다. 그녀들은 그에게 속했지만, 그는 그 누구의 것도 될 수 없었다. 그는 여자들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부와 쾌락을 모두 얻고 나면, 그녀들에게서 아직 무언가를 얻어낼 게 있는 이들을 위해 가차 없이그녀들을 버릴 것이었다. 이 모든 건 투기꾼 기질을 지닌 남부출신 남자의 치밀하게 계산된 자신만만한 행보였다.
- P134

바로 그 순간, 고개를 든 마르티 부인은 바로 앞에서 잔뜩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는 남편의 눈길과 마주쳤다. 그는 백짓장처럼 새하얗게 변한 얼굴로, 운명에 체념한 가난한 남자의 고뇌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토록 힘겹게 벌어들인자신의 급여가 얼음이 녹듯 순식간에 모두 사라져버리는 것을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레이스 한 조각은 그에겐 재앙과도 같았다. 그로 인해 힘겨운 수업과 출장 교습을 하며 보낸 나날들이 모두 탕진되고 먹혀버렸던 것이다. 그는 쉴 새 없이 밤낮으로 뛰어다니면서도 밖으로 드러낼 수 없는 고통과 지옥 같은 궁색한 삶을 떨쳐버리진 못했다.  - P144

석양이 느끼게 해주는 나른한 관능적 분위기와 여인들의 어깨에서 풍겨 나오는 달아오른 체취 속에서도, 환히 웃어 보이는 얼굴 뒤로 여전히 흔들림없이 스스로를 통제할 줄 알았다. 그는 여자였다. 여인네들은자신들의 깊숙한 내밀함을 간파해내는 섬세한 감각을 지닌 그에게 온통 까발려지고 지배당하는 듯했다. 그리하여 그에게 매료된 채 기꺼이 자신들을 내맡겼다. 반면 무레는 여자들이 자신의 손아귀에 있음을 확신한 순간부터 거친 태도로 그녀들 위에 군림하면서 천들을 지배하는 전제군주처럼 굴었다.
"오! 무슈 무레! 무슈 무레!"
- P146

터키, 아라비아, 페르시아 그리고 인도가 그곳에 모두 모여 있었다. 궁전을 모두 비워내고, 모스크와 바자르를 약탈이라도 해온 듯했다. 낡은 옛날 카펫들속에는 황갈색을 띤 금빛이 주된 색조를 이루고 있었고, 퇴색한 빛깔들은 불 꺼진 화덕의 잔해처럼 어두운 열기를 간직하고있었다. 나이 든 대가의 그림 속에서처럼 그윽하면서도 섬세한느낌을 전해주는 색조들이었다. 태양과 해충의 나라에서 온 오래된 양털이 간직한 강렬한 내음이 너른 공간을 가득 메운 가운데, 야성적인 예술이 과시하는 화려함 뒤로 동양의 꿈들이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
- P153

그들은 한 단계를 더 올라가기 위해 바로 위에 있는 동료를 밀어내고, 누구라도 장애가 된다면 동료를 먹어치우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욕망의 대립과 서로를 밟고 올라서는 행위는, 거대한 기계가 순조롭게 작동하면서 판매를 촉진시키고, 파리 전체를 놀라게 하는 성공의 불꽃을 지피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었다. 위탱의 뒤에는 파비에가 있고, 파비에의 뒤로는 또 다른 이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괴물 같은 기계가 거대한 아가리로 요란하게 씹어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로비노는 이미 끝장난 목숨이었다. 모두들 벌써부터 앞다투어 그의 뼛조각을 하나씩 차지했다.  - P273

무레의 궁극적이고 유일한 야심은 여성을 정복하는 것이었다. 그는 여성이 자신이 이룩한 백화점의 왕국에서 여왕으로군림할 수 있기를 바랐다. 여성을 위한 신전을 지어 바친 다음,
그곳에서 그녀를 자신의 뜻대로 좌지우지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이 그의 전략이었다. 정중하고 세심한 배려로 여성을 취하게한 다음, 그녀의 욕구를 부추겨 달아오른 욕망을 충족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 P393

그들이 내세우는 무엇보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광고였다.
무레는 카탈로그와 신문 광고, 포스터 등에만 연간 30만 프랑을 쏟아부었다. 여름 신제품의 판매를 위해 20만 부에 이르는카탈로그를 제작해 그중 5만 부는 각 나라 언어로 번역해 외국으로 보냈다. 이젠 카탈로그에 삽화까지 곁들였고, 심지어 종이에 샘플을 붙여 함께 보내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넘쳐나는광고는 온 세상 사람들에게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의 존재를각인시켰다. 건물들 담벼락이나 신문, 심지어 극장의 커튼에서까지도 그 이름을 만날 수 있었다. 무레는 여성은 본래 광고에약한 존재이므로, 필연적으로 소문의 진원지로 향하게 되어 있다고 공언했다. 게다가 이제 그는 인간의 본성을 세심하게 분석하는 학자처럼, 여성에게 좀 더 높은 차원의 덫을 놓았다. 여성이 값싼 물건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그것이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고 스스로를 설득시키면서 필요 없는 상품을 구매한다는 사실을 간파해냈던 것이다. - P395

무엇보다 백화점 내부 배치에 관한 무레의 안목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는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의 어느 한 구석도 한가하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천명했다. 어느 한군데도 빠짐없이 모든 곳에서, 북적거림과 몰려드는 사람들, 그리고 삶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삶은 또 다른 삶을 끌어당기고, 새로운 욕구를 잉태하며, 그 욕구를 빠르게 전파시키기 때문이다. 무레는 그러한 법칙에 근거해 온갖 종류의아이디어를 이끌어냈다. - P395

"그래, 여전히 사는 게 즐겁나?"
무레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즉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예전에 삶의 공허함과 어리석음, 그리고 무의미한 고통에 대해 서로 얘기를 주고받았던 것을 떠올리면서 말했다.
"물론이지, 난 여태 지금처럼 삶을 충실하게 살았던 적이 없었네.
오! 이보게 친구, 날 비웃지 말게나. 고통스러워 죽을 것 같은 순간조차 더없이 소중한 거니까 말일세!"
그는 눈물이 덜 닦인 얼굴로 목소리를 낮추면서 애써 경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 P536

"그럴지도! 난 나 자신이 무언가에 현혹되기를 바란다..
어차피 언젠가 한 번은 죽어야 하는 거라면, 지루해서 죽는 것보다는 무언가에 미쳐서 죽는 게 더 낫지 않겠나."
그들은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 P537

"드니즈의 이러한 시도는 봉 마르셰 백화점의 마르그리트 부시코가 했던 시도를연상시킨다. 백화점 설립자인 부시코는 공동 설립자인 아내의 발의로 1876년 7월31일 직원들을 위한 공제조합을 만들었다. 그에 앞서 1872년에는 직원용 도서관을 열었으며, 음악과 펜싱 수업, 외국어 강좌를 개설했다.
- P592

허참! 우리가 대체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됐는지. 새파란 어린 것 하나 때문에 늙은이들이 줄줄이 죽어나가다니 참으로 기막히지 않은가 말이야! 다른 사람들한테는 이렇게 줄지어 도산하는 광경이한낱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겠지만.……. 게다가 앞으로도 문닫을 가게들이 줄을 서 있단 말이지. 그 작자들이 백화점에다꽃, 모자, 향수 그리고 신발 매장까지 낼 거라면서? 또 앞으로뭐가 더 생겨날지 그걸 누가 알겠나?  - P616

복잡한 관현악법으로 연주되는 대가의 푸가가 지속적으로 전개되면서, 끊임없이 더 높은 곳으로 영혼을 날아오르게 하는 듯했다. 오직 백색들만이존재했지만 결코 똑같은 백색이 아니었다. 백색들은 서로를 돋보이게 하거나 대립하고, 서로를 보완하기도 하면서 빛과 같은광채를 뿜어냈다. 처음에는 캘리코와 리넨의 무광 백색, 플란넬과 나사의 은은한 백색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벨벳, 실크, 새틴과 함께 단계가 차츰 올라가면서 백색이 조금씩 불타오르다가는 주름진 천의 가장자리에 이르러 불꽃이 점차 잦아들었다.
- P660

그가 창조해낸 것들은 새로운 종교를 일으켰다. 그의 백화점은 흔들리는 믿음으로 인해 신도들이 점차 빠져나간교회 대신, 비어 있는 그들의 영혼 속으로 파고들었다. 여인들은 공허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 그의 백화점을 찾았다. 그리하여 예전에는 예배당에서 보냈던 불안하고 두려운 시간들을 그곳에서 죽여나갔다. 백화점은 불안정한 열정의 유용한 배출구이자, 신과 남편이 지속적으로 싸워야 하는 곳이며, 아름다움의 신이 존재하는 내세에 대한 믿음과 육체에 대한 숭배가 끊임없이 다시 생겨나는 곳이었다. 그가 백화점 문을 닫는다면거리에서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고해실과 제단을박탈당한 독실한 신자들이 절망적으로 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 P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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