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영릉 님께, 

첫 출산 2019년 4월. 태어난 아기의 생일이 돌아오기 전인 2020년 2월, 그 경험을 책으로 펴냈으니, 얼마나 치열하게 "낮엔 육아, 낮밤 수유, 짬짬이 글쓰기"를 하였을까요? [굴욕 없는 출산] 본문에서 두어 차례 소명의식을 언급했죠? '아름다운,' '숭고한' 등의 형용사로 치장한 홍보성 이미지가 아닌, 임신과 출산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의 목소리를 드러내리라는 소명감이 없었던들, 산후 우울증을 이겨내며 책을 내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저는 [굴욕 없는 출산]을 지난 한달 간 세 번 읽었습니다.  [굴욕 없는 출산] 어느 페이지를 펴도, 제 등을 콕콕 찍어 떠미는 문장들이 있었어요. 제 평소 생각과 손뼉 치기 좋은 문장들도 마찬가지로 많았고요. 목영릉 님은 출산이 ", , 에로스, 가족, 결혼 근대, 젠더, 계급, 자원 등을 모두 건드리는 복합적 이슈" (158)이기에 "사회정찰대" 삼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재생산 연구자들의 한결 같은 생각이지요. 다만, 차별점이 있다면 목영릉 님은 본인의 출산 경험을 책 제목 그대로 "굴욕"을 키워드 삼아 편집 없이 기록합니다. 



목영릉님은 주류 출산 담론이 과정이 아닌 이벤트로서 "출산 행위"에 집중되거나 '사회적 재앙'으로서의 "저"출산에 포커스를 두거나 출산을 낭만화한다고 봅니다. 문제는 정작 주체인 여성의 목소리를 삭제시켜와서(최근 읽은 조선시대 출산 문화에 대한 책에서도 그 부분의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하더군요. 워낙 터부시해온 화두였죠), 정작 21세기 출산을 앞둔 여성들은 레퍼런스 삼을 목소리를 찾지 못한다고 목영릉 님은 울분을 쏟아 냅니다. 부제처럼 "우리는 출산을 모르"는데 마치 안다는 양 세뇌 당해왔다는 것이죠. 혹은 여성의 출산은 자연의 순리라는 전근대적 사고에서 나아가지 못한 채 출산에 프레임 걸어 생각해왔다고 당신은 비판합니다. 이런 주장에 이르기까지 목영릉 님은 어찌 그렇게 많은 책, 드라마,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섭렵할 수 있었는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갓난 아기를 돌보면서 "짬짬이 글쓰기" 덕분에 [굴욕 없는 출산]은 다양한 영역-페미니즘이라는 우산 아래 아우를 수 있는-의 주제들을 건드리고 있지요. 화끈한 문장으로요. 제가 "어느 페이지를 펴도, 등을 떠밀리는" 느낌이 들었던 이유입니다. 생각을 담고만 있는 이도 많은데, 목영릉님처럼 가시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화두의 공을 높이 띄워주는 이에게 감사해야죠.


 책 읽으며 내내 저자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대화할 기회가 생긴다면, 당신에게 여전히 출산경험의 키워드가 "굴욕"인지, 만약 그렇다면 그 '굴욕감"의 근원을 어떤 방향으로 파들어가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실례지만, 제가 "굴욕" 키워드 주변의 단어들을 채집해두었습니다. 출산의 의료화 과정에서, 여성 몸의 도구화 대상화에 대해 분노했던 당신의 절규가 다양한 형용사로 변주됩니다. 




  • "분노, 오기 회환, 사명감" (6)
  •  "괴리감, 어리둥절함, 찝찝함, 수치스러운 기억" (40)
  • "임신 과정은 대부분 우울과 고통을 인내하는 시간" (47)
  • "수치심과 모욕감 사이" (64)
  •  "'굴욕의자' 앉아 있는 심정은 그야말로 처연했는데, 아프고 부끄럽고 당황해서 어쩔 몰라하는" (64)
  • "임신 과정은  인생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순간이었다나는 분명 모욕을 느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어떠한 책이나 매체에도 '수치' 던어는 언급되지 않았다모두 행복과 기쁨을 말했다." (67)
  • "나는 임신과 출산 과정  느꼈던 불안걱정초조우울모멸감슬픔막막함…" (68)
  • "굴욕을 느낀 개인은 있는데 굴욕을  주체는 뚜렷하지 않아 모욕감이 어디서 발생하는 것인지 명확히 알기가 어렵다" (68)
  • "즐거워서 어쩔  모르며 치킨을 먹는 남편과 시댁식구를 보니  없는 울화가 치밀었다. "뭐가 그렇게 좋아요?"라고 나도 모르게 내뱉었다덕분에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95)
  • " 여성이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타자에 의한 슬픔, 우울함, 당혹스러움"(102)      



목영릉 님의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니, 앞으로도 임신과 출산에 대한 글을 계속 쓰실 건가봐요. 다음에 책을 내셔도 세 번씩 곱씹어 읽는 열렬 응원자가 될 것을 약속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아이가 있나요?]는 그 질문이 불편한 사람, 차일드프리, 차일드리스. 논맘non-mom, 널리파라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non-mom이며 노년기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케이트 카우프먼이 썼습니다. 많은 여성을 실제 만나 인터뷰하면서 "엄마나 할머니가 아닌, 나로서만 사는 여성'의 삶과 고민을 그대로 드러내려 애썼습니다. 주류 담론이 늘 '엄마,' '모성' '좋은 엄마'에 치우쳐 있다면서 '엄마가 아닌 사람들'을 관심과 배려로 살피자는 주장입니다.  


목소리의 빈 자리, 당사자성의 전면진격이 [굴욕 없는 출산]이나 [당신은 아이가 있나요?] 모두의 집필 동기입니다. 그런데 출산 논의를 따라가다보면, 목소리의 삭제나 편집이 문제라하면서도 여전히 아빠(들) 혹은 아빠 아닌 이들의 목소리가 소거되어있음을 알게 됩니다. 


https://www.katekaufma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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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8-13 0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하네요. 여성의 목소리가 빠진 여성의 몸에 관한 서사. 이제는 우리가 많이 보고 듣고 알아서 이야기 해야할 것 같아요. ^^

scott 2021-08-1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사랑님 븍플계에서 독보적인 장르 발굴!
사회적 약자 비주류, 환경 건강, 청소년, 아이들,굴욕 없는 출산 까지
이런 책이 있다는 것 조차 몰랐는데 이렇게 소개 해주셔서 감사 합니다.

진정 저의 독서MD 이쉼 ^ㅅ^

얄라알라 2021-08-13 16:00   좋아요 1 | URL
북플계의 양분 담은 흙, 다양한 장르 나무를 키워내시는 scott님께서 이렇게 말씀해주시면 저 부끄럽습니다^^;;;

항상 몸의 문제에 관심 두다 보니 저는 이런 가지를 키우고 있는데,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읽을거리 목록"에 올렸던 두 권 중, 오늘에서야 [조선의 결혼과 출산 문화]를 정리했다. 한국국학진흥원 연구 사업팀의 기획으로 경북대 박희진 교수가 썼다. [한국 역사인구학연구의 가능성](2016), [고문서로 읽는 영남의 미시세계] (2009) 등 기존 저서를 통해 추정할 수 있듯, 역사인구학의 관점에서 조선의 결혼과 출산 문화 파악을 시도한 책이다. 호적, 족보, 혼서, 행장류 등 평소 간접적으로만 접했던 고문헌의 조각보들이 박희진 교수의 바느질 덕분에 '조선의 출산문화'를 보여주는 지도로 재탄생하였다. 양적 지표로 뼈대 세우고, 정성적 자료로 살 붙이는 어려운 작업을 했고, 이제 시작이라는 뉘앙스의 서문에서 후속 작업도 기대한다. 

    • "양적 지표로 나타나는 인구 현상은 인간의 삶과 문화라는 질적인 문제와 관련된다. 조선 시대 사람들의 인간에 대한 인식, 조상 자식에 대한 태도 등이 혼인, 출산, 사망이라는 양적지표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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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8-12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을 듯합니다. 역사도 배우고 선조들의 지혜도 배울 수 있는...

얄라알라 2021-08-12 15:10   좋아요 1 | URL
예, 페크님, 아주 얇고 한자도 별로 없어서(^^:;;) 제 수준에 딱 좋더라고요.

박희진 교수 역시 많은 조사를 하고 집필하셨지만, 이 분야 축적된 연구가 많지 않아 미완 느낌이라도 시발점 되고자 하신다고 서문에 쓰셨더라고요^^
 
체르노빌 히스토리 -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대응 방식
세르히 플로히 지음, 허승철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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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장르가 아닌 책인데도 읽다가 공포감에 척추까지 뻣뻣해지는 경험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체르노빌의 목소리]로 해봤다. 수년 전이다.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 채 굳은 자세로 눈물을 흘렸다. 체르노빌 대재앙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로로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처음 접해보는 고밀도의 것이었다. 새벽이었지만, 가까운 친구 아무에게라도 전화하고 싶을 정도로 공포감에 압도당했다. 동시에 인류에 헌신하고 사라져간 이름 모를 사람들에 느끼는 부채의식과 감동 또한...... 오렌지빛으로 타오르던 원전만큼이나 뜨겁기도 한 소설이었다.



[체르노빌 히스토리: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대응 방식][체르노빌의 목소리]처럼 두께가 만만치 않다. 학자이자 체르노빌 원전 참사의 생존자인 세르히 플로히가 최근(21세기?)에 공개된 체르노빌 핵재앙 관련 문서 및 KGB 비밀 자료를 참고하여 썼다. [체르노빌 히스토리]는 원자로가 폭발한 1986년부터 2000년 12월 원전 폐쇄, 2018년 새로운 보호막을 설치한 마지막 단계까지 다룬 "최초의 포괄적 역사서"(17)라 한다. 하지만 옮긴이 허승철 교수(고려대 노어노문과) 평했듯, 이 책에는 "한 편의 대하소설"처럼 독자가 중간에 책을 덮지 못하게 흡인하는 힘이 있다. 역사서이면서도 큰 따옴표로 직접 인용한 대화체 문장이 유독 많은 것도 그 한 이유일까? 세르히 플로히는 해체 이전 소련의 고위 세력들, 체르노빌 원전 관계자, 사고대책위원회의 주요 인물들의 고뇌, 정치적 밀당, 사고수습에 대한 전략을 오차 없는 문서 자료 위에 대화체로 풀어 놓았다. 그래서 460여 쪽이어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나 보다. 





코로나로 인해 정책이 현재 어떠한지는 모르나, 코로나 이전 체르노빌 원전 주변은 우크라이나에서 관리하는 관광상품을 통해 일반인도 접근할 수 있었다. "핵 폼페이"의 살벌한 공포를 느끼기 위해, 혹은 인류 미래를 위한 교훈 얻기 위해 다녀가는 여행객들이 끊이지 않았고, 세르히 플로히 역시 프리퍄트를 여행하는 동안, [체르노빌 히스토리]를 기획했다. 기존에도 우크라이나어로 역사물을 펴내왔던 그는 역사학자로서의 분석적 시각과 이 비극의 땅에 살았고 재앙에서 살아남은 자의 내부자적 시각을 더해 [체르노빌 히스토리]를 썼다. 덕분에 그 자신이 "최초의 포괄적 역사서"라 자부한 그대로, 이 책은 하나의 "이벤트"로서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당시 소련의 과학기술에 대한 자부심, (극)비밀주의, 관료주의, 페레스트로이카 개혁 과정의 위선, 원전 사고로 더 촉발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발현, 소련 붕괴(해체) 이면의 분위기 등을 드러내준다. 물론, '살아있는 로봇  biorobot'이라 불리며 핵대재앙 수습에 동원되었던 수십만 명의 영웅적인 헌신에 대한 존경심과 연민도 담고 있고. 


“Pripyat, Chernobyl”/CC0


한국어판 부제인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대응 방식"과 연결해서도 [체르노빌 히스토리]는 시사점이 많다. 재난 앞에서 투명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피해는 무고한 시민들이 입은 사례는 많다. 소련은 철저한 비밀주의로 사건을 은폐 축소하고 싶어했다. 원전 폭발 직후, 선탠 잘 된다고 지붕 위에서 선택하다가 병원에 실려간 주민, 쇼핑몰에서 아이스크림 먹으며 노는 가족들, 일정 그대로 진행되는 동네 결혼식들 그리고 대규모 공산당 전당대회....하지만, 그 와중에도 시민(특히 아이들)의 안녕을 염려하여 "미국 영화 많이 본 사람의 과잉대응"이라 역공당하더라도 시민소개를 진행했던 이들, 솔선수범 위험한 원전으로 들어가 수습을 위해 생명을 내어준 이들도 있다. 무엇보다, 체르노빌 대재앙 때, 소련이 나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 역설적이게도 1957년 우랄지역에서 발생했던 핵발전소 사고를 수습하며 얻었던 노하우 덕분이었다는 것을 [체르노빌 히스토리]을 읽으며 알았다. 본문을 옮겨본다. 

"오제르스크 사고 이후 소련 당국은 30년 후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 사용할 여러 가지 규칙을 세웠다. 핵폭발 사고 뒤처리를 위한 군 징집, 오염된 장비를 땅에 묻고 방사능 오염 지역을 콘크리트로 덮는 오염 제거 기술, 주민 소개, 제한 구역 설정, 급성 방사능 피폭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취급 등 이 모든 전략은 오제르스크 사고 때 처음 적용된 것이었다...체르노빌 사고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침묵을 지킨 것도 오제르스크 패턴을 따랐다." (240쪽)


오제르스크 사고에서도 체르노빌 사고에서도 가장 위험한 곳에, 영문도 모르고 동원되었던 이들이 누구였던가? 재난 대응 방식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가 짜야할 플랜과 필요한 실천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 질문을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대응 방식"의 면에서 우리 자신에게 던져보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대사로서도 이 지역과 연을 쌓았던 지역 전문가 허승철 교수가 심혈을 기울여 번역해준 덕분에, 우크라이나어를 모르는 한국인이지만 내부자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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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8-12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며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떠올렸어요. 방사능이 누출되는 이런 사고가 어쩌면 코로나보다 더 무섭죠.
원전사고 소식을 알게 된 직후 수산물을 한동안 안 먹었어요.
예전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 중 이런 게 있었어요. 앞으로는 총을 들고 전쟁을 하는 게 아니라 세균전이 될 것이라는...
공중에서 헬기를 이용해 독이 든 균을 떨어뜨린다면... 생각만 해도 공포스럽죠.

체르노빌 히스토리, 꼭 읽어야 하는 책 같네요. ^^

얄라알라 2021-08-12 14:47   좋아요 1 | URL
제대로 기록되지도, 인정받지도 못한 수십 만명의 사람들 덕분에, 1986년 인류가 그나마 더한 재앙에서 보호막 한 겹 입을 수 있었기에 이런 책을 읽으며, 그런 희생을 기억하고 재앙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지혜와 의지를 모았으면 좋겠어요.

이 책 번역하신 허승철 교수도, 처음 우크라이나 부임했을 때 현지 ‘버섯과 베리류 먹지 말 것‘ 권고 받으면서 체르노빌의 흔적을 느꼈다 하시더라고요. 현재 진행형이라 정말 무섭죠. 후손들에게도 미안하고....
 
뼈의 방 - 법의인류학자가 마주한 죽음 너머의 진실
리옌첸 지음, 정세경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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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회보라색 표지에 얇은 두께감. [뼈의 방]을 쉽게 보았다. 본문만 약 170여 쪽 분량의 에세이여서 푹신한 의자에 앉아 읽으려 했다. 하지만 서문을 읽다 바로, 메모지를 꺼내고 노트북을 열였다. 서문에 "인간," "죽음," "(회복적)정의,'에 대한 저자의 소신 그리고  법의인류학자로서 저자 리옌첸의 "소명의식"이 집약되어 있다. 


[뼈의 방]은 색깔이 명확한 책이다. 삶의 시간 100년을 훨씬 뛰어 넘어 존재하는 물질적 기록(자서전)이자 개체를 넘어서는 자연의 신비를 환기시키는 뼈, 그 안에서 정의로움과 인간존중을 실현하고 싶은 젊은 학자의 뜨거움이 뿜어나오는 책이다. 


"법의인류학자들은 사람에 주목한다. 살아있는 사람이든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든 무고한 사람이든 전쟁 범죄자든 사회의 변두리로 내몰린 사람이든 상관없다. 우리는 그가 세상에 사는 동안 존엄한 대우를 받았느냐에 주목한다." (22)

"번호 대신 이름을 되찾아 주는 것은 죽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자 유족에 대한 존경이다...법의인류학자의 본문은 말할 없는 망자를 대신해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24)
"나는 불공정한 대우나 핍박을 받아야 했던 상황을 마주하게  때마다 내가   있는 일은 무언지어떻게 해야 세상을 바꿀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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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8-12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뽑으신 문장을 보니 좋은 책이군요.
제가 한때 인류학을 공부하고 싶었더랬어요. 인류학에 속하는 책을 읽고 나서 가진 생각이었어요.

얄라알라 2021-08-12 15:11   좋아요 1 | URL
법의인류학, 법의학 책들을 좋아해서 꾸준히 읽어 왔는데, [뼈의 방]은 유독 제 평소 생각과 공명하는 주장이나 생각이 많아서 속 후련해지며 읽은 책이랍니다. 페크님께 추천드리고 싶어요^^ 좋아하실 것 같네요.
 
폴리네시아에서 온 아이 라임 청소년 문학 40
코슈카 지음, 톰 오구마 그림, 곽노경 옮김 / 라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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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푸른숲 출판사 "라임" 의 편집회의가 궁금하다며 독자의 애정어린 욕심을 보인 적이 있다. [폴리네시아에서 온 아이]를 읽으니, 확신이 강해진다.  편집회의에서 "라임청소년 문학" 시리즈 수록 작품을 선정할 때, '환경' '인권' '휴머니즘' 등 큰 우산을 씌웠으리라는. 


시리즈의 40번째 신간, [폴리네시아에서 온 아이] 역시 그 우산 아래 있다. 이 소설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환경 재앙, "기후난민"이라고 통칭되는 이들이 경험하는 상실과 실존적 불안, 피부색이나 국적에 근거한 차별, 또 그 차별을 넘어 하나 되려는 인류애를 담아냈다.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는 섬과 섬사람들 소식은 그림책, 다큐멘터리, 소설을 통해 섬 밖 세계에 꾸준히 전해져왔다. [폴리네시아에서 온 아이]는 현실에서 진행형의 비극과 극복의지를 액자형 소설에 담았다. 휠체어를 떠날 수 없기에 섬에 남은 할아버지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산호섬을 떠나야만 하는 손녀에게 보내는 편지글이 소설 도입부 외에도 중간중간 등장한다. 나는 할아버지의 편지가 열리는 페이지마다 눈물을 쏟았다. 공공장소인데, 그나마 마스크로 얼굴 반을 가리니 다행이었다. 


바다에 잠길 섬과 함께 수장될 운명임을 알면서, 손녀에게 글을 쓰는 할아버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감정 걷어내고 말해 '편지'이지, 실은 여러 편으로 나눠서 쓴 '유언장'이 아니던가?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터전, 산호섬을 떠나야 새 삶의 터를 잡을 수 있는 소설 속 인물들.  바다 아래로 섬,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잠겨버린 것은 그들의 의지도 잘못도 아니건만, 고향도, 삶의 터전도 잃고, 이름 대신 "기후난민"이라 불린다. 그러나 작가는 "기후난민"이라 통칭되는 이들의 고결한 생의지, 가족애, 긍정적인 마인드를 통해서 위기 극복의 희망을 보여준다. 


놀랍게도 작가, '코슈카'는 고양이라는 레바논 말로서 필명일 뿐이다. '코슈카'는 레바논에서 전쟁을 피해 프랑스로 이주 정착해 변호사가 되었다. 네 아이의 엄마로서 변호사 일을 그만 둔 후 쓴 작품이 <폴리네시아에서 온 아이>다. 작가의 성숙한 인생관과 휴머니즘은 소설 속 할아버지의 편지에서 충분히 드러난다. '코슈카'의 다른 작품들, <머릿결을 쓰다듬는 아이>와 <깡마른 마야>도 리스트에 담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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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5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08-05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앗! 저도 담아봅니다~ ˝라임 청소년 문학‘ 이런 좋은 시리즈가 있었군요! 학교도서관에도 신청해서 애들도 좀 읽도록 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당!!^^

2021-08-05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1-08-05 23:40   좋아요 2 | URL
저는 이 시리즈 중에서도 SF 장르 작품이 특히 좋았어요. 다만 제목을 기억 못해서 찾아봐야 하지만요^^ 툐툐님, 시원한 여름 밤 되세요. 30도 이하로 내려왔네요. 이시각엔^^

붕붕툐툐 2021-08-06 00:39   좋아요 0 | URL
이제 시원한 바람 부네용~ 오~ 혹시 찾아봐서 알게되면 알려주세용~ 저도 찾아보긴 할건데, SF인지 설명 보면 모를 수도 있어서용~ 글치 않아도 사실 북사랑님께 젤 좋으셨던 거 추천 받고 싶었어요~-학교에서 전권은 안 사줄거 같아서요ㅋ

얄라알라 2021-08-06 11:40   좋아요 1 | URL
지금 검색해보니 시리즈 벌써 50권이 넘었네요. 저는 그 중 20권도 채 못 읽은 거고요^^;;; 반의 반도 안 되는 경험으로 추천드리기 민망합니다만

SF로는 [남극의 아이 13호] [조작된 세계]
현실적인 청소년 소설로는 [사랑이 반짝]

그리고 ˝마음이 자라는 나무˝ 시리즈 중 ˝미나 뤼스타˝ 작품, 저는 흥미롭게 보았어요^^
툐툐님 좋은 하루 보내시기를